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145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45화
당신은 ?‘가장 권위 있는 국내 시상식’인 대중의 인정 속에서 신인상 수상에 성공했습니다!
!제한시간 : 충족 (대성공)
!상태이상 : ‘상이 아니면 죽음을’ 제거!
: 진실 확인 ☜ Click!
우선 저 ‘진실 확인’을 눌러서 이번 상태이상을 제거해야, 다음 상태 이상으로 넘어갈 수 있다.
문제는 누를 때마다 찝찝한 남의 뒷이야기들이 튀어나온다는 점이다.
‘일단 청려는 더 안 보고 싶군.’
당시에는 도움은 됐다만, 지금 와서는 뭘 캐내고 싶은 마음도 안 든다.
‘차라리 원래 ‘박문대’의 사정을 더 보는 편이 낫겠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는 아예 청려와 연락이 끊겼기도 했다.
이번에 그 출연 반응이 제법 좋으니 여기저기서 안 친한 놈들까지 축하 문자를 보냈었다.
심지어는 최원길한테까지 사과 겸 축하 문자가 왔으니까.
-선배님 미국 진출 축하드립니다. 그동안 폐를 끼쳐서 죄송했습니다.
그 용건만 적힌 문자를 보니, 저절로 전에 받았던 청려의 ‘미안해요’만 적힌 사과 문자가 떠오르더라고.
그러나 그놈에게 다른 연락은 없었다. 예능에서 만났던 다른 브이틱 멤버 두 놈에게 이모티콘 폭탄을 받았을 뿐이다.
‘정서적으로 좋은 일이지.’
앞으로도 서로 손절하는 이 분위기로 갔으면 좋겠다.
나는 머리를 한번 휘젓고, 다시 팝업을 들여다보았다.
‘가자.’
뭐가 나오든,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
나는 팝업을 터치했다.
그리고 지난번처럼, 시야가 암전되었다.
* * *
시야에 들어온 것은 달리는 좌석버스 안이었다.
우우우웅.
사람들이 자리마다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웃고 있었다.
유독 서로 화목한 분위기나, 노선도가 붙어 있지 않은 벽을 보아 대충 짐작이 갔다.
‘대절된 버스군,’
대중교통이 아니라 단체 관광객이라도 태운 것 같았다. 제법 옛날인지 좀 촌스러운 느낌이었지만, 옷도 잘 차려입은 것 같았고.
그리고 그때 알아차렸다.
지난번 경험들과 달리, 누군가의 입장이 아니라 내 자아가 뚜렷했다.
‘대체 뭐지.’
약간 혼란스러울 찰나, 왼쪽 창가 자리에 앉은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어린 류청우였다.
‘……!’
류청우는 창가에 기댄 채 팔짱을 끼고 잠들어 있었다. 어린데도 벌써 기골이 잡혀 있었다.
굉장히… 뜬금없었다.
‘류청우가 자는데 뭘 어쩌라는 거냐.’
떨떠름하게 그걸 보고 있자니, 갑자기 섬광처럼 지나가는 말이 있었다.
언젠가 술자리에서 류청우가 했던 발언이다.
-어릴 때 교통사고가 좀 크게 났었는데… 뭘 잘못 건드렸는지 다 크고 나서야 후유증이 생기더라고, 힘을 주면 손이 떨려.
‘……설마.’
X발 아니겠지, 설마.
하지만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내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휙 꺾였다.
순식간에 버스가 휘청거렸다.
“아악!!”
비명과 버스 기사의 고함이 교차하는 순간, 왼쪽 유리창이 깨지면서 뭔가가 후두둑 튀었다.
찢겨나온 사이드미러였다.
그리고 그 쇳덩어리가 그대로 류청우의 어깨에 찍혔다.
‘……!!’
“청우야!!”
고함과 비명에 버스가 난장판이 되었다.
‘무슨 사이코패스 새끼가 이런 걸 라이브로 보여주려고 하냐?!’
반사적으로 류청우를 당기기 위해 손을 뻗으려 했지만, 내게 몸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상당히 참혹한 몰골로 쓰러진 류청우를 앰뷸런스가 실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기분이 착잡했다.
구급 대원들과 승객들이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신고가 ‘어린이 부상자 한 명’으로 들어와서 지금 운송 차량 규모가 그 정도거든요.”
“아, 저희야 괜찮아요! 아프면 병원 가보면 되지.”
확실히, 크게 다친 건 류청우 정도였다.
바로 수긍한 구급 대원들은 기절한 류청우와 울부짖는 그의 부모들만 앰뷸런스에 태운 뒤 병원으로 향했다.
남은 승객들은 보험 처리를 위해 대표로 한두 명만 남은 뒤, 택시를 타고 도로를 빠져나가기로 합의한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계속 이 시야에 머물러 있었다.
‘뭐냐.’
차라리 류청우를 따라간다면 모를까, 왜 여기 남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다시 시야가 승객들로 향하는 순간.
“그러면 이렇게 가?”
“그래.”
나는… 나는, 생각이 멈췄다.
다신 볼 수 없을 줄 알았던 사람들이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엄마와 아빠였다.
“먼저 타세요. 저희 다음 거 탈게요.”
“아이고 고마워~”
맞아. 저런 목소리였다.
사진이라도 남은 모습과 달리, 목소리는 한 소절도 남지 않았다.
내 돌 때 찍어둔 비디오도 이사 도중에 분실됐었기 때문에, 기억에만 남은 목소리는 금방 밋밋해졌다.
가끔 잠결에 기억해 낼 때도 있었다. 하지만 기록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것도 곧 무너졌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의식만 있을 뿐이었기에, 대신 나는 추측을 완성할 수 있었다.
‘……친척 모임이었구나.’
이 버스는 아마 풍산 류씨 모임이었나 보다. 박문대의 몸에 들어오기 전 나, ‘류건우’와… 류청우의 성씨 말이다.
무슨 가족 여행 따위를 가는 도중에 류청우가 사고가 났던 모양이다.
류청우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그쪽으로 시야가 가지 않고, 여기 남아서 너무, 다행이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부모님이 몇몇 친척과 함께 택시를 탔다. 중고등학교 때 일이 년 신세를 졌던 낯익은 얼굴도 보였다.
‘친척 모임 맞네.’
나는 내심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게… 대체 언제지?’
내가 기억하는… 부모님의 모습과 한없이 가까운 이때는.
‘안 돼.’
조건반사처럼, 섬뜩한 예감이 머리를 두드렸다.
택시는 바로 출발했다.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애 괜찮으려나 몰라. 걱정이네.”
“그러게요. 다들 놀랐을 텐데, 펜션 도착하면 좀 쉬고 돌아가죠. 모처럼 가족 행사인데, 세상에.”
“강원도까지 와서 이렇게 돼서 애 엄마 아빠 마음이 어떨지…… 휴.”
가족 행사. 강원도.
나와서 안 될 키워드가 계속…….
“그래도 건우 안 와서 다행이네. 외고 준비한다며, 애가 참 열심히 한다~ 누굴 닮아서 그런다니?”
“엄마 닮은 거죠 뭐. 둘이 머리 좋은 게 아주 똑같아요.”
“어휴. 금슬도 좋구만.”
“하하!”
웃음소리가 머리를 어지럽혔다. 뭔가 이상했다.
뭔가…….
“도착했네요.”
“좀 누웠다가, 버스든 기차든 잡아서 서울 돌아가죠?”
창밖으로, 펜션이 보였다.
산과 잘 어울리는 운치의 목조건물이었다.
다 탄 모습만 사진으로 봤던 것 같…….
‘그만.’
하지만 택시의 사람들은 나란히 내려서 짐을 들고 펜션으로 들어갔다.
나는 여기 남았다.
‘그만하라고.’
하지만 시야는 순식간에 돌아갔다. 시간이 감겼다.
그리고 곧, 펜션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트드트트드드드득….
안에서 작은 불꽃이 튀었다. 밖에서 보니, 한낮이라 대단할 것도 없는 밝기였다.
하지만 사람은 저런 걸로도 죽더라.
특히 허가받지 않은 가연성 건축자재로 지은 건물에서는… 말이다.
유독한 연기가 발생해서.
자다가 미처 나오지 못해서.
삐이이이이이익-
뒤늦은 사이렌 소리가 뇌를 뒤흔들었다.
* * *
끝났다.
“허어억.”
입에 손을 밀어 넣었다. 그래도 소리가 샜다.
나는 이불을 얼굴에 처넣었다. 드디어 입이 틀어막혔다.
‘이게 뭐야.’
모르겠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내가 X발 이런 걸 왜 봐야 하지?
뇌가 이상했다. 생각이 제대로 안 돌아갔다.
진정해야 했다. 왜 진정해야 하냐면, 왜냐하면…….
‘내일 W라이브.’
맞아. 내일 스케줄이 있다. 호텔에서 노는 모습을 적당히 한국 저녁 시간대에 맞추어 송출할 건데, 그러니까…….
카메라 앞에 설 수 있나?
내가 이 상태로 과연 일을 할 수 있… 왜 이딴 걸 고민해야 하지?
“야, 너 왜 그래?”
카메라고 나발이고 내가 X발 왜 이런 걸 봐야 하냐고. 내가 그렇게 인생을 X 같이 살았냐?
“박문대 너 괜찮아? 뭐야.”
“말 걸지 마.”
“뭐?”
“말 걸지 말라고 X발…!”
이불 때문에 뭐라고 지껄였는지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말 걸던 놈은 알아들었나 보다. 말을 더 안 건다.
됐다. 좀 생각을… 생각을…….
[돌발!]상태이상 : ‘관객이 아니면 죽음을’ 발생!
“X발 진짜.”
나는 머리를 침대 협탁에 박았다.
“야!!”
“박문대!”
소리가 늘었다. 사람이 늘어난 모양이다.
침대가 푹푹 꺼지더니, 손 몇 개가 어깨를 잡았다.
“…지금 병원 갈래? 너 어디가 아픈데.”
“안 아파.”
“그럼 왜 그래. …무슨 문제 생겼어? 일단 얘기해 봐. 회사에 말 안 할 테니까.”
“…….”
피곤했다.
이…… 설명할 수 없으니, 좀 닥치고 나가줬으면 좋겠는데. 그게 최선인데 그걸 설명해도 비합리적으로 들리는 상황이.
“무, 문대야. 이거.”
누군가 손에 뭘 쥐여주었다. 잔이다. 그리고… 약인가.
나는 입에 털어 넣고 물을 삼켰다. 그대로 역류할 것 같았지만, 넘어갔다.
“…….”
주변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나도, 좀… 머리가 식었다.
“…진정제야?”
“…! 지, 진통제랑, 수면제…….”
아, 그래. 진정제는 처방 없으면 못 사는군.
그래도 뭘 입에 처넣으니 현실감이 돌아왔다. 그리고 익숙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니, 도리어 엉망진창인 머릿속에서 좀 벗어난 느낌이다.
‘침착하자.’
나는 기침을 몇 번 한 뒤에, 고개를 들었다.
“……좀, 안 좋은 꿈을 꿔서. 미안하다. 소란 피워서.”
“괘, 괜찮아!”
“…좀 진정됐어?”
하지만 긴장한 몇몇 멤버들의 얼굴 사이로 류청우가 보이는 순간, 나는 저 새끼 얼굴을 그대로 협탁에 꽂아버리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다.
‘안 되겠어.’
아직 내 머리는 맛이 간 상태인 게 분명했다.
나는 침대에 도로 누웠다.
“다시 한번, 미안하고……. 약도 먹었으니, 도로 자볼게.”
하지만 곧바로 반박당했다.
“…아니, 병원 가.”
“뭐?”
배세진의 목소리였다. 긴장한 기색이 느껴졌다.
“매니저 형 부를 테니까, 가서 진단서 끊고 진정제 받아오라고. ……할 수 있는데, 안 할 필요 없잖아.”
“…….”
부정할 수 없었다.
나는 결국 침대에서 일어났다.
놀라서 달려온 매니저의 동행하에, 나는 정말 이 미국 한복판에서 응급실을 거쳐서 진정제를 사 왔다.
적당히 불면증 핑계를 대고 받은 진정제는 제법 효과가 괜찮았다. 그날부터 큰 문제 없이 취침했다.
그리고 직후 건강 핑계로 빠진 W라이브 하나를 제외하고는, 스케줄도 문제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 그냥 다른 생각 안 하고 하면 되니까.
그렇게 정리하고 나니, 문제는 두 가지가 남았다.
하나는… 상태창을 부르기 더럽게 꺼려진다는 것.
이거야 유예기간이 넉넉하니 당장은 괜찮았다. 다른 한쪽이 훨씬 골칫거리였다.
바로 류청우와 상호작용을 못 해 먹겠다는 것이다.
간신히 인사 정도는 하겠는데, 더 들어가면 바로 그 X 같은 ‘진실 확인’이 생각나서 미치겠다고.
……그런데 하필, 다음 촬영 룸메이트가 류청우였다.
‘돌겠네.’
불화설과 정신건강 중 택일하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