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160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60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전 시즌 우승자가 출연하는 건 일종의 국룰이었다.
특히 테스타는 누가 봐도 의 성공의 산증인이었으니, 내가 제작진이라도 무조건 출연해달라고 요청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소속사도 T1 계열인 마당에 당연히 거절은 불가능하다.
“얘들아, 생각해 봐. 멋지지 않을까? 챔피언 등장이잖아!”
“오~”
큰세진이 매니저 말에 실실 웃었다. 개소리하지 말라고 대답하고 싶은데 참는 것 같군.
“저희 나가는 걸로 다 이야기된 건가요?”
“음, 좀 그렇게 된 것 같긴 해. 너희 그래도 같은 회산데 의리 지켜줄 거라고 생각하시지.”
의리 같은 소리 한다.
‘여기 악편으로 한 번 이상 박살 난 놈들이 절반인데.’
다들 비슷하게 생각했는지, 좀 어처구니없어하거나 쓴웃음 짓는 놈들이 몇몇 눈에 띄었다.
하지만 차유진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얼굴을 하다가 손을 들었다.
“형님! 이번에 여자분이에요??”
“어? 아, 참가자가?”
“네!”
“맞아. 여자애들!”
“오우.”
차유진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나를 남자친구로 생각하는 팬이 있어요. 싫어해요!”
“푸흑!”
선아현이 사레가 들렸다.
“야, 그거야 조심하면 되는 거지~ 너 걔네랑 연애할 것도 아니잖아!”
“좋은 사람 만나면 연애가 natural해요! 마음 몰라요!”
“촬영장에서 멋진 말 좀 해주고 오면 돼! 그렇게까지 기회도 없다 유진아!”
맞는 말이다.
‘특별히 화면에서 엮이게 만들진 않겠지.’
T1도 황금알 낳는 테스타의 배를 가르고 싶지는 않을 것 아닌가. 쓸데없이 테스타의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주진 않을 것이다.
다만, 참가자들이 편집으로 오해를 받을 여지는 있었다.
‘인기 아이돌 등장에 정신 팔려서 연습을 소홀히 하는 참가자….’
아주 익숙한 구도였다. 향수까지 불러일으키는군.
그냥 그런 거에 엮이는 것 자체가 피곤했다. 그리고 위험 요소는 그것뿐만이 아니다.
‘이 새끼들 헛짓할 것 같은데.’
우리가 했던 시즌3가 너무 성공했다 보니, 분명 시즌4에서는 각종 세력이 달라붙어서 좌지우지하려고 기를 썼을 것이다.
텀만 보면 작년에 벌써 시작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게 1년이나 미뤄진 것도 심상치 않았다.
‘10할의 확률로 논란 터진다.’
그 개판에 조금이라도 엮이고 싶지 않았다.
‘최대한 사린다.’
멋지게 보이는 것보다 보신에 초점을 두는 게 맞지 않겠냐고 조금 있다가 브리핑이라도 해야겠다.
내심 한숨을 쉬고 있는데, 옆에 앉아 있던 김래빈이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저, 그럼 이번에 제가 쓴 여성 키에 알맞은 곡을 미션곡으로 드리는 건…….”
“안 돼.”
“아니야 래빈아.”
“…? 알겠습니다.”
매니저가 대답하기도 전에 쏟아지는 만류에 김래빈이 다시 슬그머니 손을 내렸다.
고집이 안 센 놈이라 다행이었다.
‘프로듀싱 열정은 다른 곳에 써라.’
우리는 최대한 안 엮이는 기조로 간다.
“촬영이 언제래요?”
“어, 다음 주일걸? 오래 안 걸려서 사이에 짧게 잡았다더라.”
“오~”
나는 매니저와 큰세진의 대화를 들으며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아, 목요일이네. 문대 예능 스케줄 있는 날!”
아, 언제인지 알겠다.
* * *
“, 가장 최고의 가수 캐릭터는…….”
“박문대의 ‘5월의 신랑’님입니다!”
퍼퍼펑! 꽃가루 터지는 소리와 함께 환호가 울렸다.
패널들이 박수 치는 모습 위로 ‘3연승이라니!’ 같은 자막이 들어갈 모습이 벌써 눈에 선했다.
“축하드립니다!”
무슨 특집 프로그램 편성 때문에 4주 결방이 뜬 이후, 오랜만에 해본 ‘5월의 신랑’ 무대였다.
그리고 마지막 우승이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신선함 유지를 위해서 한 캐릭터가 해먹을 수 있는 회차를 3회로 제한해 놨기 때문이다.
‘끝이군.’
딱 적당한 타이밍이었다.
두 번째로 리드미컬한 탱고도 하나 불렀고, 이번에 마지막으로 추억을 회상하는 아련한 야상곡도 불렀다.
‘물론 클라이맥스를 길게 편곡했지.’
덕분에 깔끔하게 3번 우승하고 하차할 수 있어 마음이 편했다.
나는 준비한 마지막 소감을 적당히 패널과 주고받았다.
자, 시청자와 멤버들한테 고맙다는 이야기 좀 하고….
“문대 씨, 새 캐릭터로 나올 생각 없어요??”
“맞아! 보내기 너무 아쉬워요~”
말은 저렇게 하지만 그러면 또 뇌절이라고 할 거 다 안다.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또 찾아뵐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5월의 신랑으로 지내는 동안 정말 재밌고 행복했습니다.”
이건 진실이다.
‘덕분에 회복이 빨랐지.’
혼자 준비해야 하는 스케줄이 있는 게 가끔 류청우 만나기 찜찜할 때 도움이 됐다.
더 바빠지니까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것도 편했고.
‘…중간중간, 상담도 도움이 됐어.’
인정하자니 머쓱하지만, 확실히 겉핥기라도 전문가에게 털어놓는 건 효과가 있었다.
덕분에 지금은 별다른 생각이 없다. 상담 횟수도 줄였다.
‘슬슬 상태창도 큰 무리 없이 정산할 수 있겠다 싶고.’
내가 내심 현 상태를 정리할 때, MC는 열심히 진행을 계속했다.
나도 촬영에 집중하도록 하자.
“3회 연속 우승으로 명예의 전당에 오른 ‘5월의 신랑’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 아래 캐릭터 상품이 제작됩니다.”
참고로 이건 일종의 공익사업이라 나나 방송국에는 수익이 안 돌아오고 전부 기부된다.
“결식아동을 돕는 이번 상품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시청자님!”
그런데 기부 명의가 내가 아니라 이 프로그램명이다.
‘날강도 놈들.’
세제 혜택도 뺏어가는군.
물론 덕분에 깔끔하게 인지도 이득만 얻어가긴 한다. 혹시 상품화에서 문제가 생겨도 전부 방송국 탓이니까.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우리도 너무 좋았어요~”
“또 봐요!”
어디선가 나온 스탭이 내 품에 인형을 하나 안겨줬다. 얼굴에 꽃이 달린 ‘5월의 신랑’ 인형이다.
‘맙소사.’
홍보까지 알차게도 써먹는다.
나는 피식 웃으며 인형을 한번 흔들어 보이고는, 심사위원과 관객들에게 꾸벅꾸벅 인사한 후 스테이지 아래로 내려왔다.
위에서 MC가 엔딩 멘트를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문대 씨!”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성취감이 제법 괜찮았다. 나는 손에 들린 봉제 인형을 만지작거렸다.
‘…침실에 둘까.’
슬슬 룸메이트도 바꿀 참이니, 나중에 방 바꾸고 정리할 때 기념으로 어디 배치나 해둬야겠다.
‘자, 이건 됐고.’
나 혼자 시작했던 예능은 이제 끝났다.
이제 테스타의 고향 예능 방문 촬영을 끝내러 가볼 시간이다.
“문대 웰컴~”
“어땠어?”
차에 타자마자 질문부터 나왔다.
나는 인형을 흔들었다.
“이겼어요.”
“오오~”
박수가 벤을 울렸다. 자기 일도 아닌데 반응 한번 좋다. 이 기세로 촬영장에서도 리액션 봇으로 활약하고 오면 될 것 같다.
“이, 이게 상품이야?”
“어.”
“와…….”
“생각보다 괜찮은데? 우리도 이런 거 만들어서 앨범에 끼우자고 말씀드려도 괜찮을 것 같다~”
꽃대가리 인형은 비즈니스 분석을 당한 후 좌석 뒤의 창문 앞에 안착했다.
그리고 차는 쭉쭉 이동해, 외곽의 익숙한 거대 건물 앞에 섰다.
“우와… 하나도 안 변했어.”
“진짜 오랜만이다.”
저 말에 ‘다신 보고 싶진 않았는데’가 생략되어 있다는 데 꽃대가리를 걸겠다.
류청우마저 약간 떨떠름하게 중얼거렸다.
“음… 그래. 잘하고 오자.”
“넵.”
이미 숙지한 대본을 다시 되새김질하며, 테스타는 가 촬영 중인 세트장 안으로 입장했다.
그리고 고지받은 상황을 확인하게 되었다.
“헐! 얘들아!”
“오~ 안녕하세요!”
촬영장 안에는 골드 1의 그룹… 골든에이지가 있었다.
물론 저 그룹뿐만이 아니다. 당장 저기서 골드 2가 힐끔힐끔 이쪽을 보고 있었다.
“오~ 희승이 진짜 오랜만인데? 모델 한다며, 잘 지내?”
“헤헤, 그럼요! 세진 형님은 잘 지내셨어요?”
제작진은 시즌3에 출연한 뒤 어느 정도 활동을 하는 참가자를 싹 모아둔 것이다.
‘무리수 아닌가.’
뽕을 한껏 끌어올린 뒤에 출범할 생각인 것 같은데, 성별이 달라서 시청자층이 제법 갈릴 상황이라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싶었다.
‘뭐, 나랑 상관은 없다만.’
우리야 시즌4가 망하는 게 차라리 좋았다.
시즌3만큼 잘된다면, 아무리 다른 성별이라도 서바이벌 그룹 좋아하는 층이 갈아타서 유출이 없진 않을 테니까.
공정성 논란이 아니라 노잼으로 망한다면 최상의 결과인 것이다.
‘음, 어떠려나 모르겠군.’
촬영이나 무사히 마치자.
“아, 테스타 왔어~ 잘 왔어요! 고맙네.”
테스타는 한껏 친절해진 PD와 악수를 하고, 작가진들과 인사했다. 그중에는 예의 그 류서린 작가도 있었다.
“안녕하세요.”
나한테 노래방에서 명함을 준, 류청우와 친인척 논란이 났던 그 작가 말이다.
그리고 아마 높은 확률로 원래 나와도 친척…….
‘이런 건 됐고.’
어쨌든, 류서린 작가는 특별히 누구에게도 알은척하지 않고 상황을 넘겼다. 제법 현명한 판단이었다.
PD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간단히 브리핑했다.
“여러분, 지금 연출은 다 숙지 되셨죠?”
“네!”
“멋지게 부탁드려요~ 멋지게!”
브리핑받은 등장 연출은 이렇다.
‘ 시즌3의 업적 동영상’을 이번 참가자들한테 틀어준 뒤, 갑자기 당사자들이 직접 그들 앞에 등장해서 응원 한 마디씩하고 질문받고 퇴장한다… 는 식 말이다.
‘손발이 오그라드는군.’
하는 건 괜찮다. 다만 이걸 기획한 쪽에서 무슨 효과를 노린 건지 또렷하게 보여서 민망했다.
“초, 초콜릿 먹을래?”
“…어. 하나 줘.”
“저도 주세요!”
당이라도 충전해야겠다.
그렇게 선아현이 내미는 초콜릿을 우적우적 씹어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촬영 시간이 왔다.
“5초 뒤에 들어갑니다~”
순위 발표식 세트장 앞 장치에서 대기 중이던 시즌3 참가자들은 다 함께 리프트를 타고 시즌4 참가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벌써 비명이 들렸다.
“우아아아악!!”
“진짜야? 이거 진짜야??”
나도 이 연출이 믿기지 않지만, 진짜다.
‘설마 1위라고 더 과하게 편집하는 건 아니겠지.’
벌써 모니터링이 걱정됐다.
* * *
“후우.”
“아, 생각보다 이거 떨렸다.”
비하인드로 풀 생각인지,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카메라가 따라왔다.
대충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응원 멘트를 또 던져뒀다.
“화이팅!”
“시즌4 대박 나시길 바랍니다.”
어차피 내가 대박 나길 바란다고 진짜 대박 나는 것도 아니니, 말이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
다만 좀… 촬영이 쪽팔렸기 때문에, 손에 땀이 찼다. 좀 씻고 올까.
“아, 나 잠깐 화장실 좀.”
어디론가 자리를 비운 매니저 대신 큰세진이 스마트폰을 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참가자들 번호 물어보러 가는 건 아니지, 문대야? 믿는다~”
“어 그래.”
마침 옆에서 번호 땄다고 시시덕거리는 다른 시즌3 참가자 놈을 봐서 그런지 미쳤냐고 대꾸할 마음도 안 든다.
‘안 들킬 자신 있나 보지.’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복도를 걸었다.
소란한 세트장에서 점점 떨어져서 걷고 있자니, 갑자기 뒤에서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설마?’
고개를 돌리자, 예상과 다른 인물이 있었다.
최원길이다.
“…?”
이놈이 날 쫓아올 이유가 있던가?
“저, 형.”
최원길은 갈등하는 얼굴로 말을 걸었다.
“왜.”
“…이걸,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는데요. 조심하세요.”
“뭘 조심하는데.”
“저희, 소속사요.”
“…!”
이 이야기를 본인이 꺼낸다고?
일단 지난번 같은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실히 확인했다.
“아무도 없어요. 저도 확인했어요.”
어쭈.
‘나름대로 좀 배웠다는 건가.’
나는 픽 웃으며, 완전히 최원길 쪽으로 뒤돌아섰다.
“그래. 너희 소속사가 왜.”
“…저희 메인보컬 아세요? 저 말고, 그 형.”
“아, 그분.”
내가 에서 ‘5월의 신랑’ 할 때 리본 단 통닭 했던 골든에이지의 그놈을 말하는 것 같다.
“그래. 알지. 왜?”
최원길은 우물쭈물 말을 이었다.
“형이랑… 비교한다는 것 같은데.”
“나랑? 뭐로?”
에서 K.O 당했으면서 그런 무모한 짓을 왜 한단 말인가. 그것도 서바이벌 1위 출신하고 말이다.
최원길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 학력으로요…….”
“……!”
“그 형, 한국대생이거든요.”
맙소사.
‘이게 있었군.’
맞다. 이 ‘박문대’는 고졸도 못 했지.
대졸자로 산 다음에는 바로 아이돌로 사느라 ‘박문대’의 가방끈은 거의 잊고 있었다.
가끔 긁는 소리로만 나오는데, 그마저도 요새는 잘 안 나오니까.
‘그만큼 약한 소재라는 뜻인데.’
애초에 학업을 중간에 그만둔 아이돌이 나만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때 가정사 털리면서 너무 부각됐을 뿐이다.
‘박문대’ 캐릭터성의 백그라운드를 두텁게 해주는 역할도 하니 특별히 단점만도 아니었다.
이 말뜻은, 잘못 건드렸다가는 골든에이지만 애먼 사람 핍박한다는 식으로 역풍 맞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말 좀 그렇지만 내가 인기가 없는 건 아니지 않은가.
‘거기 솜씨가 이런 건 이미 짐작했을 것 같은데.’
나는 일부러 최원길을 한번 떠봤다.
“그런 건 시도하기엔 지나치지 않나? 확실한지 알고 싶은데.”
“…모르겠어요. 저한테 알려주시는 건 아니고, 그냥 회사에서 어쩌다 들은 거라… 그 형을 막, 도련님 같은 이미지로 밀고 가자고 하면서, 그랬거든요. 거기 박문대 형도 소재로 쓴다고 말해서…….”
“…….”
그러니까 나랑 일대일로 붙이는 게 아니라, 그놈을 ‘유난히 학력과 집안 좋은 엘리트’ 느낌의 금수저 이미지로 밀려는 건가.
그리고 그렇지 못한 수많은 반례 중 하나로 나도 슬쩍 쓸 생각이었나보다.
‘별짓을 다 한다.’
물론 진짜 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언플 잘 쓰는 소속사라면 해볼 만한 시도긴 했다.
“자, 잘 몰라서 죄송해요. 그냥… 제가 폐를 많이 끼쳤으니까… 사과드리고 싶어서, 말씀드렸어요. 죄송합니다.”
“…그래.”
나는 한숨을 참았다.
“일단… 고맙다.”
“…!”
최원길은 화들짝 놀란 것 같았지만, 좀 편한 얼굴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저, 그, 가보겠습니다…….”
“어. 잘 들어가고.”
나는 뛰어서 사라지는 최원길을 잠깐 보다가, 내심 혀를 찼다.
‘애매한데.’
이건 내가 안다고 뭘 어쩔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당장 수능 다시 봐서 대학을 가는 쓸모없는 짓을 할 생각도 없으니까.
‘일단 미리 알았다는 것에 의의를 둘까.’
그리고 만일의 경우에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좀 짜증은 나겠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한 뒤, 복도를 계속 걸었다.
‘화장실 들를 시간은 없겠어.’
꽤 많이 걸어온 탓에 반대편 출입구가 더 가까워졌다. 그래서 그쪽으로 돌아서 세트장을 나갈 생각이었다.
그리고 반대편 출입구에서 예상치 못한 만남을 봤다.
“…꼭 생각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선배 진짜 괜찮은 분이에요.”
“…….”
웬 스탭과 배세진이 대화를 끝내고 있었다.
‘PD?’
정확히는, 굳은 표정의 배세진이 의 PD 중 한 명에게 뭔가 받은 상태였다.
PD는 곧 자리를 떴고, 나는 배세진에게 다가갔다.
“형.”
“……어, 어.”
배세진은 좀 얼이 빠진 것 같았다.
“무슨 일 있어요?”
“그…….”
배세진은 좀 갈등하는 얼굴이었으나, 곧 침을 꿀꺽 삼키고 말했다.
“나한테, 드라마 해볼 생각 없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