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165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65화
“오~ 아주사.”
“이번 주부터였구나.”
아주사 새 시즌 광고가 떴을 때, 드라마를 보던 녀석 중 몇 명이 성의 없이 감탄했다.
아마 썩 기대되진 않을 것이다. 그냥 촬영은 했으니 아는 척하는 거겠지.
하지만 30초짜리 광고가 다 지나갔을 때, 그 평정심은 황당과 부끄러움으로 바뀌어 있었다.
[가 만든 KPOP 국민돌] [한국을 넘어 세계로 향하는 글로벌 현상] [테스타(TeSTAR)] [그 뒤를 이을 아이돌 주식들을 만나보세요!]“세상에.”
홍보의 절반 이상이 ‘테스타가 얼마나 대단했고 시즌4에도 등장하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쉬운 방법을 썼군.’
시즌3가 방영 당시에도 어마어마하게 잘 나갔고, 데뷔한 그룹까지 기세 이상으로 잘되었으니 초반 어그로에 이만한 게 없었다.
‘이 드라마 끝에 광고를 넣은 것도 의도가 있었겠고.’
아주사 시즌3 출신 배세진이 깜짝 출연한 드라마 방영분 바로 뒤 황금타임에 시즌4 광고를 붙였지 않은가.
애초에 이 그림을 노렸다는 뜻이다. 회사가 제안을 거르지 않고 배세진에게 넘긴 이유가 있었다.
‘그러니까, 초반 시청자 견인층으로 꼽은 게… 테스타의 팬들이라는 거지.’
“……음.”
아무리 팬층이 깊게 겹치지 않는다지만, 팬덤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썩 좋진 않았다.
T1이야 어차피 시즌4로 데뷔할 애들도 자기 소속이니 환승을 유도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겠지만 말이다.
‘어차피 초반 화제성 몰이하고 나면 진짜 수요층을 끌어모을 테고.’
다만, 시즌 4가 생각보다 잘 되지 못하면… 또 테스타 찬스를 써먹으려고 할지도 모른다.
‘안 좋은데.’
내가 보기엔 시즌 4는 준비된 시한폭탄이다.
가뜩이나 류청우와 작가의 친척 논란으로 신인상 때 그 지랄을 봤는데, 혹시 시즌4에서 공정성 논란이 나는 순간 엮이는 건 십상이다.
안 그래도 테스타는 데뷔 이후에 크고 작은 잡음 때문에 피로도가 높아지기 쉬운 걸 앨범 퀄리티와 이미지로 누르고 있다. 더는 곤란하다.
‘이번 출연 분량으로 끝내야 한다.’
…그리고, 기왕이면 이번의 분량도 적었으면 좋겠다만.
나도 안다. 별 가망 없는 바람인 것을.
‘그 새끼들, 개인 컷도 따갔지….’
아마 자체 화제성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 최대한 우려먹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스마트폰을 뒤적거리던 큰세진이 피식 웃었다.
“오~ 다른 예고편에도 우리 나온다.”
소리만 들어도 인사하는 테스타와 비명을 지르는 이번 시즌 참가자들의 목소리가 긴박하게 잘 붙여 편집된 게 아주 잘 들렸다.
[선아현입니다….] [끄아아아아악!!!]“조, 조금 부끄럽다….”
“아현 형 굉장히 잘생기게 나오셨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 으, 으으응…….”
김래빈의 말이 제일 부끄러운가 보군. 잘 알겠다.
나는 이날 배세진의 드라마 출연 반응을 체크하고, 아주사 새 시즌에 대한 반응도 잠깐 확인한 뒤 일과를 끝냈다.
아직까진 별 갈등이 없이 화제성만 있었지만, 어쩐지 폭풍 전야 같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며칠 뒤, 아주사 새 시즌이 방영을 시작했다.
* * *
“러뷰어 안녕~”
“안녕!”
활기찬 인사와 함께, 큰세진이 스마트폰의 버튼을 눌렀다.
[W라이브가 종료되었습니다.]마침 약간 시간도 있고, 주기가 돌아와서 W라이브를 진행했다.
주제는… 솔직히 말하겠다. 레파토리가 다 떨어져서 간단히 요리나 좀 해봤다.
그래도 고기니까 괜찮았을 거라고 믿는다. 일단 먹는 놈들은 좋아했다.
“이거 먹어요?”
“그래. 먹어.”
오늘의 메뉴였던 비어 치킨의 마지막 반 마리가 차유진의 입으로 들어갔다.
‘잘 먹네.’
이놈이 오늘의 (스케줄이 마침 빈) W라이브 멤버 중에 제일 먹성이 좋긴 했다.
나, 큰세진, 차유진, 그리고… 배세진 중에서 말이다.
“고생하셨어요, 형.”
“한 것도 없는데 뭘….”
배세진이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아뇨. 형이 제일 조리에 도움이 됐는데요.”
“…그래?”
“네.”
“뭐, 크흠, 뭐 그렇다면야.”
큰세진은 웃기는 데 집중했고 차유진은 먹는 데 집중했으니 사실 보조는 배세진뿐이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게다가 오늘 배세진은, 큰세진의 표현을 빌리자면 제법 ‘협조적’이었다.
리액션을 많이 하고 진행과 관계없는 친목용 대화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노력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배세진의 이런 노력은 본인 생각보다도 큰 성과로 돌아올 것이다.
아주 적당한 타이밍이었기 때문이다.
‘배세진이 드라마에서 연기를 너무 잘했어.’
배세진이 아역배우 출신이라는 건 유명한 사실이었지만, 에서의 분량 때문에 다른 멤버들보다 기량이 떨어진다는 이미지가 전반적이었다.
그래서 이번 드라마 출연에서 ‘연기력’이라는 기량이 재인식되며 주가를 꽤 회복했다.
이런 식이다.
-배세진 진짜 개놀랐다 신들린 줄
-11살에 천만배우 짬 어디 안 갔네ㅋㅋㅋ
-같이 보면 엄마가 그 꼬마 이렇게 컸냐고 너무 즐거워했음
-더 길게 보고 싶었어요 작품해주세요~ㅠㅠ
아주 센스 있는 카메오 역할이라 출연이 짧아도 인상 깊고, 연기력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본인에게 이득이지.’
그래서 굳이 따지자면, 배세진의 개인 팬과 안티가 모두 ‘연기하는 게 낫지 않겠어?’라는 생각이 들었을 법하다는 게 문제의 전부였다.
하지만 이벤트성 단발 출연이라 그 소리가 도마 위에 오르지는 않았으니, 지금 정도면 된다.
‘자체 컨텐츠에서 의좋은 모습을 이런 식으로 계속 보여주면 괜찮겠지.’
그룹 활동에 즐거움을 느낀다는 분위기로 충분했다.
‘본격적인 연기는 도의상 이삼 년 후에 시작하면 딱 적절할 것 같고.’
뭐, 사실 당장 내년 말부터도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내 상태이상도 이번으로 끝이 맞다면, 그때쯤이면 이렇게 아득바득 성과에 집중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지금은 집중해야지.’
그래서 지금 팔자에도 없는 아주사 새 시즌 모니터링을 진행하려고 하지 않는가.
분명 테스타의 1화 분량은 낚시일 것 같아서 2화까지 쌓아뒀다.
“문대문대 뭐 해~?”
“이번 아주사 좀 보려고.”
“오~ 좋은 생각인데?”
나는 마침 비어 있는 거실 TV를 선점해서 위튜브로 이동했다. W라이브를 같이 찍은 놈들이 슬금슬금 주변에 자리 잡았다.
‘내심 궁금했나 보군.’
마침 메인에서 바로 해당 방송 클립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국민대주식 테스타★ 등장 | 1, 2화 테스타 Clip]이런 건 보통 시간이 좀 지나야 풀어주는데, 어지간히 당장 화제성이 급했나 보다.
“오~ 썸네일 문대!”
공식 1등이잖냐.
어쨌든, 바로 클릭해 보았다.
[내게 란?]화면에서는 어두운 배경으로 진지한 얼굴을 한 테스타 멤버들의 단독샷이 나왔다.
[제가 다 떨리네요!] [저한테, 아이돌 주식회사는…….] […새로운 기회?] [내 인생의 전환점]‘우리 아주사가 이렇게 대단한 프로그램이에요’라고 분위기 잡는 용의 컷인가 보다.
“으으윽~ 장난 아닌데?”
“cheesy 해요!”
“……하.”
오랜만에 맛보는 아주사의 쇼비즈니스 맛에 정신을 못 차리는 놈들을 두고, 영상은 쭉 직진했다.
자신의 시즌3 출연 컷들을 보고 회상하며 민망해하는 테스타의 모습이 훈훈한 BGM과 함께 나왔다.
“야~ 문대 고개를 못 드네. 닭발이 창피해? 저렇게 맛있게 먹던 닭발이 창피한 거야?”
“시끄러.”
그리고 테스타의 이 아주사 출연 컷들과 활동 모습을 보고 있던 이번 시즌 참가자들로 장면이 연결되었다.
[진짜, 저도 저런 무대를 만들어보고 싶다.] [도전욕이 불탔던 것 같아요.]“…좋을 때다.”
“Cheer up, guys~”
“잘됐으면 좋겠네.”
나름대로 동정과 공감의 눈으로 이 장면을 보던 멤버들은, 다음 장면에서 탄식하게 된다.
[시즌3 참가자들의 촬영장 등장!] [까아아아아아악↗!!] [※까마귀 소리 아닙니다※]세 번쯤 리플레이를 하면서 등장씬을 조명해 주는데, 테스타를 거의 멤버 별로 잡아줬기 때문이다.
화룡점정은 참가자들의 인터뷰였다.
[제 원픽이셨거든요. 미치겠어요…!] [막… 비명이 목구멍에서 그냥!] [주체가 안 되던데요. 으허허허허!] [문댕댕 실물!! 진짜! 저 심장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저 불쌍한 마지막 참가자는 직속 선배를 존칭도 안 붙이고 별명으로 불렀다며 인터넷에서 뜯기고 있을 것이라는데 비어치킨을 걸겠다.
“음, 생각보다 민망한데?”
“왜?? 전 좋아요!”
멤버들의 평이 갈리는 가운데, 화면의 격한 환영은 테스타의 멤버들이 한 명씩 돌아가며 덕담과 응원을 전할 때야 조금 진정되었다.
우선 차유진.
[WOW! 다들 힘내요! 긴장하지 말고, 지금 순간을 즐기고, 열심히 해요!]넌 한 번도 악편을 안 받아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라며 언짢은 척하는 놈들이 몇 명 있었을 것 같다만, 그 정도는 차유진이 무슨 말을 해도 나왔을 테니 괜찮다.
그다음은 배세진.
[…여기서 원하는 걸 얻어가실 수 있길 바랍니다.]음, 실력 없는 놈이라 이런 뻔한 말밖에 못 하는 거라며 선동하려다 역공당해서 망했겠고.
다음은… 큰세진이다.
[가 큰 오디션이잖아요. 그렇다 보니 참 예상대로, 생각대로 안 된단 생각도 들 수밖에 없는 곳인 것 같아요.]‘실패할 수도 있다’ 밑밥 깔아주고.
[하지만 기회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으니까,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응원하겠습니다!]성취보다 도전 자체에 초점을 뒀다.
음, 여긴 흠 잡힐 곳이 없다. 프로그램도 심기 안 거슬릴 선에서 위상을 살짝 치켜세워주기까지 했다.
‘눈치 빠른 놈이 뭐가 다르긴 하군.’
어쨌든, 여기까진 전체적으로 괜찮았다. 이상한 편집이 들어가지도 않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을 것 같다.
다만, 내 순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제일 마지막이었으니까.
“문대 형!”
“오~ 라스트!”
재생 바가 거의 끝까지 가서야 화면의 박문대는 마이크를 들었다.
[이곳에 출연하면서….]그리고 갑작스럽게 소리 없는 회상 영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
[저는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자주 생겼었어요. 제 능력이든, 상황이든.]박문대가 팝콘을 추는 모습, 등급 평가 때 잠도 자지 않고 연습하는 모습, 안무 연습하고 뻗어 있는 모습이 연달아 지나갔다.
그리고… 혼자 침대에 앉아서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컷도.
“…….”
미방영분. 아마 ‘박문대’의 과거를 깨달았을 때의 컷인 것 같았다.
[하지만 또, 가끔은 그런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 때도 있더라구요.]박문대의 무대 위 모습과 같은 팀 참가자들 속에서 구호를 외치며 살짝 웃는 모습이 짧게 잡혔다.
[여러분도 이 촬영이 끝났을 때, 더 넓은 시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다시 돌아온 화면, 테스타가 된 박문대가 고개를 숙였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그 컷 이후, 눈시울을 붉히는 이번 시즌 참가자들이 잡혔다. 물론 감동적으로 편곡된 이번 시즌 주제곡 BGM과 함께다.
“…….”
“……그.”
배세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런 느낌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맞다. 순 날조였다.
난 ‘1등이니까 조금만 더 길게 부탁드려요!’라는 부탁을 받고, 참가자들의 호의 속에서 매우 무난한 투로 응원을 마쳤다.
저런… 박문대의 지난 시즌 행적을 파노라마처럼 펼치며 연관 짓는 뉘앙스는 전혀 없었다는 뜻이다.
물론 참가자들의 눈물도 없었다. 그 애들은 그냥 즐거워했다.
다만 놀랍진 않았다.
“아주사잖아요.”
“그건… 그래.”
이 대화로 이 자리의 모두가 상황을 납득 했다.
다만 인터넷에 있는 ‘모두’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문대야, 기사도 좀 떠 있는데?”
“……그래?”
[ 새 시즌 출격. 다크호스에서 우승까지… 박문대의 역전극이 재현되나] [일반인 출신 1위, 박문대의 현명한 조언. ] [ ‘부실주’였던 박문대의 급등 비결 전수?]‘이 새끼들이 진짜.’
오랜만에 먹는 아주사의 어그로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