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266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66화
차유진은 모국어가 아닌 말로 대화하는 것에 익숙했다.
하지만 그것이 완벽하게 풍부한 표현력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언제나 약간의 오해가 생겼다.
그래서 차유진이 선택하는 단어는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그 사람들 나쁜 것만 물어봐요.”
“다큐멘터리 제작진들이?”
“맞아요!”
차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빠른 영어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교통사고가 어떤 흔적을 남겼는가, 콘서트 준비는 얼마나 힘든가, 부상이나 안전 문제는 없는가! 결국 이 일에 회의감을 느낀 적은 없나! 무슨 간수랑 인터뷰하는 것 같던데요?]박문대는 손가락을 까닥이며 대답했다.
“불행한지 계속 물어본 거네.”
“네!”
그의 말을 이해한 것이다. 그래서 이 사람과의 대화가 좋았다!
“왜 그래야 해요? [그러니까, 우리는 멋진 모습,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줄 시간도 부족하잖아요. 그리고 난 행복한데요!]”
그는 즐거움을 주고 싶은 것이지, 고통이나 부정적 에너지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차유진에겐 자신의 직업에 대한 철학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개인사를 명성을 위해 팔아먹는 몇몇 셀럽처럼 살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팔짱을 꼈다.
공교롭게도 맞은편의 사람과 똑같은 자세였다.
“그러니까, 저는 사과 안 해요.”
회심의 발언이었으나, 맞은편의 분홍 머리는 피식 웃었다.
“…이세진이 말한 게 많이 서운했나 보지?”
정곡이었다.
[당연하죠!]“이세진은 널 위해 한 말이야. 혹시라도 네가 카메라 때린 것만 나가면 무조건 네 손해잖아. 사람들이 오해할 텐데.”
“괜찮아요. 저는 신경 안 써요.”
“그러면 팀을 신경 써. 우리는 신경 쓰이니까.”
“…….”
박문대는 팀에 오는 피해와 차유진에 대한 걱정을 둘 다 의미하는 중의적 표현을 썼다.
하지만 차유진은 후자만을 이해했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걱정하는구나.’
언어적 오해의 순기능이었다.
“그리고 그 제작진은… 우리가 불행하고 힘든 일도 감당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던 거겠지. 잘 나가고, 멋진 건 이미 많이 보여주니까.”
박문대는 천천히 말의 경로를 틀었다.
“사람은 누구나 고통이 있고, 그걸 직접 보면 더 사람 같이 느껴지지. 진실하게 보이고.”
차유진은 이 영리한 팀원을 존중해 그 말을 다 경청했다.
그리고 박문대는 천천히 차유진을 존중했다.
“하지만 고통을 보여주라고 강요할 수는 없어.”
그게 정답이었다.
“네.”
차유진은 으르렁거렸다.
[그리고 그놈들은 다 망할 거짓말쟁이들이니까.]“거짓말?”
“…! 음.”
[그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주의하겠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형도 봤잖아요??]“그래, 봤지.”
차유진은 콘서트 내내 어떻게든 그의 아픈 모습을 찍으려 애쓰고, 자신의 ‘불편한’ 심정을 확인하려던 카메라를 떠올렸다.
그리고 끝도 없는 사고 이야기까지!
-저 그런 거 안 할래요.
-아, 죄송해요. 조심하겠습니다.
대답은 순순했다.
그러나 계속, 틈이 생길 때마다 비슷한 질문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건 이미 존중할 만한 모습이 아니었다.
“엄청 많이 그랬어요! 열 번 넘었어요!”
“…….”
게다가 결정적으로, 자신이 한 번 크게 화를 내니 표적을 바꾸는 것이 비열했다.
-유진 씨가 굉장히 평정심을 빨리 찾으시는데… 혹시 예전 사고에서,
그건 분명 박문대에게, 본인이 혼수상태였던 때를 물어보려던 의도였다!
‘콘서트 중인 사람에게, 의식불명이던 시절을 양해도 없이?’
감히 그런 걸 물어보다니!
“그건 너무 무례해요. 잘못한 거예요. 저는 그거 막았어요.”
차유진은 더 강하게 주장하고자 다시 한국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박문대는 생각에 잠기는 것 같았다.
“…….”
하지만 오래 가지 않아 대답이 나왔다.
기다렸던 답이었다.
“네 말이 맞아.”
“…!”
그렇지!
“좋아. 이해했다.”
박문대가 간단 명료히 정리했다.
“가서 사과받자. 그놈들이 잘못했네.”
“좋아요!”
차유진은 주먹을 부딪치고 악수를 하기 위해 손을 들었다. 박문대는 ‘굳이?’라는 생각을 했으나, 내색하지 않고 호응해 주었다.
‘이게 바로 팀의 기쁨이지!’
차유진은 손을 털며 시원하게 웃었다.
물론 앞서서 끝낼 일이 있었다.
“저 이거 다 먹고요.”
“그래. 많이 먹어라.”
차유진은 박문대와 바닷가에서 긴장을 푸는 오전을 보냈다.
꽤 기분 좋은 휴일이었다.
* * *
“피자 사요! 여기 피자 맛있어요!”
“그래.”
해가 중천에 뜨는 동안 차유진은 완전히 회복했다. 그리고 호텔에 복귀하는 내내 피자를 불러서 사가는 중이다.
‘됐다.’
오늘 하루는 이놈이 무슨 떼를 쓰든 얼추 들어줄 생각이었다. 감량이 필요한 놈도 아니니까 피자 정도야 뭐.
[89달러입니다.] [여기요.]나는 피자를 결제하며 머릿속으로 사태를 정리했다.
예상대로 인근 바닷가에 있던 차유진에게 단 걸 좀 먹이니 술술 전후 상황이 튀어나왔다.
‘차유진이 빡칠 만했군.’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한테 했던 것보다도 과했다.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차유진을 찍어놓고 살살 더 긁은 모양이었다.
이유는 바로 짐작했다.
‘차유진이 제일 덜 정제된 느낌이라 그랬겠지.’
우리 중에 제일 꾸밈없고 솔직해 보이니, 더 날 것을 뽑아내기 좋아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일단 다큐멘터리에 쓸만한 그림을 뽑기 위해 ‘들이댄’ 것이다.
‘거참….’
대학 다닐 때 사진학 교양 강의에서 강사에게 들은 소리가 생각난다.
‘인물 사진은 양해를 구하고 찍는 것 보다 일단 찍고 협상하는 게 낫다고 했던가.’
허락받는 사이에 포토 찬스가 다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 발언하고 난 뒤 학교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돼서 그런가, 기억이 났다.
어쨌든 그게 이 업계의 일부에서라도 만연한 정서라면, 이번 테스타의 다큐멘터리는 제작진 뽑기 운이 나빴던 거겠지.
정도를 모르니까.
‘한번 경고할 때도 됐어.’
마침 차유진이 피자를 들고 신나게 걷다가 물었다.
“형! 저 질문 가지고 있어요. 그 사람들 어떻게 이야기해요?”
“우리가 이야기할 필요 없어.”
나는 느긋하게 말했다.
“회사가 알아서 할 거야. 사과만 받아라.”
네가 이야기할 것 중에 이 구도를 역전할 만한 정황이 많아서 말이다.
“먼저 올라가서 먹고 있어. 나 통화 좀 할게.”
“Got it!”
나는 호텔로 복귀하자마자 회사에 연락했다.
최근의 딜 이후 매니지먼트 쪽도 싹 갈아치워지며 좀 빠릿해졌으니, 이런 걸 우리가 직접 나서서 손 쓰며 이미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안녕하세요. …예. 제가 유진이 만난 건 전달된 상황이 맞죠.”
-네네! 저희가 문대 씨와 유진 씨 소재지 들었습니다.
“네. 그럼 제가 유진이한테 들은 이야기가 좀 있어서… 그것도 지금 전달 드리겠습니다.”
나는 바닷가에서 들은 차유진의 말을 잘 엮어서, 명제 하나를 살렸다.
“…라는 건데, 이건 제작진이 하면 안 되는 게 맞죠?”
-아~
매니저의 목소리가 약간 바뀌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묘한 자신감이 느껴지는 투였다. 알아들었다는 뜻이다.
‘이제야 좀 회사가 있는 것 같군.’
지금까진 류청우가 월급도 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나는 통화를 마치고 호텔 방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상태 확인 겸, 피자를 받기 위해 차유진의 방을 방문한 순간.
“문대 형!”
“문대 웰컴~”
여기저기서 피자 든 놈들이 손을 흔든다.
아무래도 차유진 귀가에 맞춰서 방에서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었다.
“형 와요!”
차유진은 기분 째진다는 얼굴로 가운데 앉아 있다. 이미 말 좀 하고 다 풀린 분위기였다. 통역은 선아현이 있으니 얼추 가능했겠지.
“여, 여기 문대 건 따로 뒀어…!”
“어, 고맙다.”
나는 손 흔드는 놈들 사이에 끼어 앉았다.
“이야기는 잘됐냐.”
“당연하지~ 아이고, 우리 유진이 형이 무슨 일인지도 안 물어보고 사과하래서 서운했어요?”
“네!!”
“사과 안 하면 큰일 날까 봐 그랬던 거야. 나도 당연히 유진이 편이지!”
“괜찮아요! 저도 상의 안 했어요. 많이 죄송해요.”
“그래 그래, 우리 더 잘하자!”
발 빠른 놈들답게 화해도 빨랐다. 배세진은 ‘이게 이렇게 빨리 퉁칠 일인가’ 고뇌하는 것 같았으나, 곧 포기하고 피자나 먹는 것 같았다.
그리고 김래빈은 아직까지 홀로 진지했다.
“차유진, 앞으로는 반드시 연락 후에 자리를 비우도록 해. 아무리 휴일이라도 우리는 공식 스케줄 중이니까 거동을 조심하는 거야.”
“음, 알았어!”
“…! 어어.”
김래빈은 잠시 당황했으나, 곧 뿌듯해했다. 잘 노는군.
다만 류청우는 이 광경을 보며 무언가를 유심히 생각하는 것 같긴 했다.
‘흠.’
표정이 편한 걸 보니 별일은 아니겠지.
그리고 진정한 별일은 잠시 뒤에 제작진에게 쏟아질 예정이다.
‘기대되는데.’
나는 피자를 먹으며, 그 광경을 예상했다.
그리고 저녁.
멤버들의 단체 인터뷰가 들어가기 전, 옆방에서 회사와 제작진이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희가 확인하기로는 완전히 계약 위반 사항인데요.”
“아니, 그게 오해가 있으세요.”
“오해라고 하기에는 너무 확실한 위반 사항이어서요. 저희 처음에 말씀드릴 때 다 이야기된 건인데.”
“후, 촬영하는 걸로 그렇게까지 빡빡하게 들어가시면….”
“아니죠. 아티스트가 회사에 이야기해 보라고 이미 수차례 말씀드렸다면서요. 다 레코딩도 됐다던데, 확인 좀 해볼게요.”
“…!”
그래. 이 부분이 문제다.
‘회사’ 이야기를 차유진이 이미 꺼냈던 것이다. 그것도 여러 번이나.
당사자가 특정 사항에 대해 발언을 거부하고 ‘회사’랑 이야기해 보라고 했는데, 무시하고 계속 달라붙었다?
계약 위반이다. 이 조항이 계약서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갑의 민감한 개인정보에 관련된 촬영 중 갑의 요청이 있을 시, 을은 해당 정보의 적시를 새롭게 합의한다.]그리고 조항 위반 시엔 손해배상 조항까지 딸려 있다.
T1이 이 소속사의 뒷배로 있다 보니, 방송사도 아닌 스튜디오 제작진으로선 회사가 강경하면 ‘설마’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같이 방에서 나는 소리를 엿듣던 놈이 어깨를 툭 쳤다.
“이야, 문대 머리 좋네.”
“뭐.”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제 이걸 빌미로 다큐멘터리 계약이 파기될 수도 있다는 겁을 줘서 데이터를 없애면 끝이다.
“네. 그렇게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그 딜이 제대로 먹힌 것 같았다.
결국 촬영에 들어가기 전, 제작진은 차유진에게 변명에 더 가까운 사과까지 했기 때문이다.
“불쾌하셨다면 정말 죄송해요.”
‘악성 편집을 하려던 것은 아니었으며, 단지 더 진솔하고 좋은 컨텐츠를 만들려는 욕심이었다.’라는.
“…Okay~ 하지만 제 컨텐츠니까 제 의견 들어줘요.”
차유진이 쿨하게 넘어가며 일은 더 커지지 않았지만, 제작진들의 행동은 조심스러워졌다.
멤버 모두에게 이득이었다.
‘됐네.’
나는 차유진이 내 쪽으로 슬쩍 엄지를 치켜드는 것을 제지했다.
그렇게 남은 다큐멘터리 촬영은 테스타의 전문성에 좀 더 초점을 둔 채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인터뷰가 끝난 뒤 밤.
테스타는 각자의 독방을 떠나 거대한 호텔 방에 모이게 되었다.
“굉장히 넓습니다!”
“오~ 시설 좋네요. 청우 형이 쏘시는 거예요?”
“음, 오늘만.”
이 일을 추진한 장본인인 류청우가 문을 닫으며 대답했다.
“앞으로는 회사가 비용 처리할 것 같거든.”
“앞으로… 요.”
앞으로가 있다고?
“응. 투어 다니면서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이렇게 같이 지내는 게 어떨까 하는데, 다들 어떻게 생각해?”
류청우는 제법 진지한 얼굴이었다.
“생각해 봤는데, 이번 투어에선 독방을 쓰고 스케줄이 거의 없다 보니까 우리가 서로 대화할 일이 적더라.”
“그건… 그렇죠.”
지난 몇 주간 적당히 혼자 살았던 놈들은 멀뚱히 류청우를 쳐다보았다.
“이번 유진이 일도 그래서 더 복잡해졌던 거라고 생각해. 서로의 생각을 알 시간이 없었잖아.”
류청우는 미소 지은 채로 말을 마무리했다.
“우리가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상태를 챙길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내 의견이야.”
진심이 느껴졌다. 그리고 순식간에 감화된 놈들이 튀어나왔다.
“형…….”
“흑흑, 너무 감동적인데요!”
“저, 저는 좋아요…!”
“그, 나쁘진… 않지. 하루면.”
배세진까지 동의했다. 독방에 환호를 내지르던 놈까지 이러니, 결국 만장일치나 다름없었다.
“문대는?”
“…좋죠.”
괜찮은 판단이었다. 돌발 행동을 예방할 수 있을 테니까.
나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갑자기 현실을 깨달았다.
‘잠깐, 좋게 말했지만… 결국 주에 한 번 워크숍 아닌가.’
결국 이놈들 모아놓고 헛생각 없는지 점검하면서 앨범, 활동, 콘서트 이야기할….
아니다. 벌써 바닥에 퍼졌군.
“우리 완전 Teamwork 최고예요. 저 감동했어요.”
“다음 모임에선 빔프로젝터를 챙겨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 룸서비스 시킬까요?? 먹으면서 카드 좀 하죠?”
“…….”
그래, 이런 걸 그냥 직장동료 취급하기엔 멀리 왔다. 일은 무슨.
‘동아리방 같군.’
나는 소파에 드러누워서 인정했다. 이젠 워크숍을 들먹이기엔 이놈들이 불편하지가 않았다.
‘…아니, 그 이상이다.’
부정하지 않겠다. 이 많은 인원 사이에 끼어 있는데도… 썩 편안했다.
나는 힘을 빼며 생각했다.
‘한동안은 이대로 투어만 신경 쓰면 되겠지.’
…다만, 나는 하나 간과하고 있었다.
차유진의 민감한 촬영분은 강력한 회사의 조치로 빠졌으나, 내 촬영분은 별다른 항의가 없어 그대로 나갔다는 것을 말이다.
‘후유증을 이겨내며 최선을 다하는 완벽주의자 아이돌’ 파장은…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