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320)
운 대한민국(완결)
전석두는 부산 시청을 점령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산은 호락호락한 도시가 아니었다.
“왜 아직도 부산 시청을 점령하지 못한 거야!”
“부산 시내로의 진입이 어렵습니다. 현재 아군의 피해가 막심합니다.”
“그냥 탱크로 밀어붙여!”
“죄송합니다, 사령관님. 이대로 탱크를 시내로 밀어 넣는다면 그대로 적의 목표물만 될 뿐입니다.”
부산은 상당히 특이한 도시였다. 도심에 산이 많았다. 그 때문에 길이 복잡하고 좁은 편이었다. 특히 호리병 모양의 병목 구간이 많았다.
그런데 그런 곳에는 어김없이 산비탈을 따라 집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전술적으로는 매복하기 정말 좋은 곳이었다. 게다가 거기에 매복해 있는 시민군은 미래 그룹이 만든 정밀 대전차 로켓포를 가지고 있었다.
“이미 탱크 몇 대가 파괴되었습니다. 기갑병들이 시내로의 진입을 꺼리고 있습니다.”
부산 시내로의 탱크 진입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이미 여러 번 그런 시도를 했었다. 문제는 좁은 병목 구간마다 대전차용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탱크가 멈추면 어김없이 대전차 로켓이 날아왔다.
“아니, 부산 시청으로 가는 길이 하나뿐이야? 다른 길을 뚫어 보라고!”
“다른 길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중이나 해상으로 진입하지 않는 한 부산 시청으로의 진입은 불가능합니다.”
부산 시청은 중구 중앙동에 있었다. 외부에서 부산 시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산 사이의 좁은 길을 몇 군데 지나야 했다.
그곳에는 산복도로와 판자촌과 같은 집들이 가득했다. 감천 문화 마을도 그런 곳 중의 하나였다. 부산 시청으로 가는 길에 그런 마을을 몇 개나 지나야 했다.
시민군이 숨어 있을 곳은 많았고, 반란군의 군대는 눈에 다 드러난 곳을 거쳐 가야 했다. 지나가려는 시도만으로도 큰 피해가 발생했기에 결국 진입을 포기하고 후퇴했다.
부산은 차량을 운전하기 힘든 만큼 전차도 운용하기 힘든 지역이었다
반란군이 바다나 공중을 통하지 않고 부산 시청으로 나아갈 방법이 없었다.
“문제는 저희가 바다나 공중으로 진입할 방법이 없습니다.”
해군과 공군은 신군부를 공격하지 않았지만…… 돕지도 않았다.
“상륙선 몇 척만 있어도 쉽게 점령할 수가 있는데…….”
없는 것을 아쉬워해 봐야 소용이 없었다.
“공수 부대를 보내 주변을 청소한 후 탱크를 진입시켜!”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길이 복잡해서 마치 미로 같습니다. 잘못 들어가면 시민군에 당하기 십상입니다.”
부산의 길은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다 보면 막다른 곳으로 이어졌다.
부산은 현지 사람이 아니면 외지인이 길을 헤매기 딱 좋은 곳이었다.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흔했다. 사실 현지 사람도 종종 길을 잃기도 했다.
그렇게 복잡한 길을 가진 부산은, 시가전을 펼치기에는 최악의 지역이었다. 난이도로 본다면 베트남의 정글과 맞먹을 정도였다.
그런 곳을 베트남전을 경험한 용사들이 마음껏 활용하고 있었다.
시민군은 게릴라 전법을 사용했다. 산이 많고 시가지가 복잡한 부산만큼 게릴라전에 좋은 지형이 없었다.
“미치겠군. 헬기가 몇 대 있지?”
“헬기를 이용해서 공중에서 공격해.”
전석두는 탱크로 진입을 포기하고 공격용 헬기를 투입하기로 했다.
* * *
기관총으로 무장한 전투용 헬기 세 대가 부산 시청을 향해 날아갔다.
투― 투― 투― 투―
공격용 헬기에는 조종사와 몇몇 공수 특전사 장교가 타고 있었다. 그들은 부산 시청을 점령하기 위한 특수 부대였다.
“헬기로 시민을 공격한다는 것은 그다지 내키지 않습니다.”
“이건 전쟁이야. 적은 시민이 아니라 폭도야. 전쟁에서 적을 봐주면 어떻게 되지?”
“저희가 죽습니다.”
“그걸 알면 똑바로 해!”
그래도 선임 장교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그에게 한마디 했다.
“정 싫으면 이 이후의 보상을 생각해. 5·13에 성공해서 선배들이 어떻게 되었지?”
“잘 먹고 잘살았습니다.”
성공한 쿠데타는 보상이 막대했다. 대위가 영관급이 되고 별 다는 것은 손쉬운 일이었다. 별을 달고 난 후 정계에 진출하면 한 자리를 따놓은 당산이었다.
돈과 지위, 여자들까지 한 번에 거머쥘 수 있었다. 그래서 위험을 무릅쓰고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들에게 구국의 사명이란 눈곱만큼도 없었다. 막대한 보상에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것이었다.
“이번 작전에 성공하면 장관 정도는 할 수 있을 거야. 그러면 공기업 사장 짓을 하면서 말년을 편하게 보낼 수가 있어. 그걸 생각해.”
“저는 국회 의원을 한번 해 보고 싶습니다.”
기분 좋은 상상하던 후임 장교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어, 어, 뭔가 이쪽으로 옵니다.”
“뭔데 그래?”
선임 장교가 돌아보자 조그만 점이 점점 커졌다.
“시X.”
쾅― 퍼엉―
산비탈의 판자촌 사이에서 날아온 로켓포가 헬기에 적중했다. 미래 그룹은 상당히 정밀한 로켓 발사기를 개발했다. 대전차용뿐만 아니라 헬기용으로…….
저공 비행을 하던 세대의 헬기 중의 하나가 공중에서 폭발했다.
다른 두 대의 헬기는 공격자를 찾아 부지런히 움직였다.
“망할, 적들을 찾아. 동료의 복수를 해 줘…….”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반대편 산비탈에서도 로켓이 날아오고 있었다.
쾅― 콰캉―
옆구리를 맞은 헬기는 맥없이 추락해서 폭발했다. 그 모습을 본 마지막 헬기는 급하게 꽁무니를 말고 왔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쾅―
“망할. 이렇게 된 이상 총공세다.”
전석두는 모든 부대를 한 번에 시가지로 갈아 넣기로 했다.
* * *
드륵― 드륵―
전석두는 남은 전차와 병력을 이끌고 사하를 지나 대티고개 쪽으로 향했다. 그 길이 부산 시청으로 가는 최단 코스였다.
펑― 펑― 펑― 쾅― 쾅― 쾅―
중간에 몇 번의 게릴라 공격을 받았지만, 그것을 격퇴하고 나아가고 있었다. 그는 국민을 대상으로 시가지를 초토화하는 청야 전술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부산 시청을 점령하고야 만다.”
시가지를 파괴하며 힘으로 밀어붙이는 전술에 시민군도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었다. 반란군은 큰 피해를 입었으나, 마지막 고비인 대티고개 방어선도 뚫어 내었다.
대티고개에서 부산 시청까지 쉬운 길은 아니지만…… 지나온 길에 비하면 훨씬 수월한 길이었다. 우선 대티고개에서 부산 시청이 눈에 보인다는 것이 그들의 힘을 북돋고 있었다. 조금만 가면 고지였다.
“부산 시청으로 가면, 그곳을 아예 평지로 만들어 버려.”
전석두는 시민군에게 본때를 보여 주고 싶었다. 다시는 감히 덤빌 생각을 못 하도록…….
동네 깡패 생활을 할 때부터 익힌 자신만의 지혜였다. 그는 부산에 현세의 지옥을 만들 생각이었다.
* * *
그 시각 부산 시청사는 시민군의 철수로 분주했다.
“이렇게 시청을 포기하고 간다는 것이 억울합니다.”
“괜찮아. 시청은 다시 지을 수 있지만…… 사람은 한번 죽으면 살아나지 못해.”
“그래도, 그동안 지키고자 한 노력이 아깝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지키고자 한 것은 이깟 건물이 아니야. 자유민주주의지.”
“자유민주주의 말입니까?”
“그래. 그리고 무엇보다 부산은 싸울 곳이 많아. 이곳은 그 거점 중 하나일 뿐이야.”
부산은 산과 바다로 분리된 대표적인 다핵 도시였다. 부산 시청이 있는 남포동 외에도 서면과 동래, 수영, 해운대 등에 시민군의 거점이 있었다. 부산은 봉쇄와 점령이 상당히 까다로운 도시였다.
진압군이 와도 바다나 다른 지역으로 대피하기 좋았다.
“네. 그럼 다음 거점에서 뵙겠습니다.”
“그래. 조심해서 다시 만나자.”
시민군이 철수한 부산 시청으로 탱크와 반란군이 들어왔다.
* * *
펑― 펑― 펑― 쾅― 쾅― 쾅―
전석두는 부산 시청을 점령할 생각이 없어졌다. 아예 탱크의 포탄으로 흔적도 없이 날려 버릴 계획이었다. 그 안에 누가 있는지는 관심도 없었다.
시청을 바라보고 일렬로 세워 둔 탱크가 차례로 불을 뿜었다.
“깨끗하게 쓸어버린 후 진입한다.”
이 일대를 초토화한 후 그 뒷자리를 수습할 생각이었다.
두두두두― 두두두두― 두두두두―
그때 어딘가에서 헬기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나는 바다를 보자 파리 같은 수십 개의 작은 점들이 보였다. 그것은 헬기였다.
“망할, 후퇴한다.”
수십 대의 헬기 뒤에는 상륙선으로 보이는 작은 점들이 수평선에 보였다.
전석두와 반란군은 급격히 그 자리에서 퇴각했다. 하지만…… 탱크와 사람의 발, 지프가 헬기만큼 빠를 수는 없었다.
쾅― 쾅― 쾅― 쾅― 쾅― 쾅―
헬기의 미사일에 탱크들이 터져 나갔다. 마음이 급한 이들은 탱크를 버리고 바닥에 엎드렸다.
전석두는 지프를 타고 급하게 시가지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헬기는 그를 추격해 왔다.
다, 다, 다, 다―
헬기에서 발사된 기관총이 전석두의 몸을 갈랐다. 하늘을 쳐다보던 전석두가 본 마지막 글자는 헬기에 쓰인 미래 경호라는 글자였다.
베트남에서 출발한, 미래 경호의 103경비단을 포함한 해외 경비단이 부산에 상륙한 것이었다.
그렇게 전석두는 욕심으로 벌인 쿠데타에서 생겨난 핏값을 목숨으로 치렀다.
* * *
전석두가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후 1군단은 서울로 향한 압박을 강화했다.
전석두의 죽음은 반란군의 사기를 꺾었다. 반면에 서울 시민의 가슴에는 불을 지폈다.
―부산을 보아라. 싸우면 이길 수 있다. 일어나자, 시민들이여!―
이런 벽보와 삐라들이 서울 시내에 뿌려졌다. 동시에 시민군이 형성되고 그들에게 무기가 보급되었다. 무장한 시민군들이 반란군을 습격하기 시작했다.
반란군은 무너지고 그들은 시민군에 의해 쥐잡듯이 잡히기 시작했다.
“헉, 헉. 인천까지 가야 해. 거기까지 가면 무슨 수가 생길 거야.”
하X회 간부인 장수동은 시민군을 피해 거리를 달리고 있었다. 그의 배낭에는 금괴와 달러가 가득 들어 있었다. 인천으로 가서 배를 수배하여 해외로 도망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의 수상한 움직임은 금방 시민군의 눈에 포착되었다. 그는 시민군에 둘러싸였다.
“제발 이 돈을 줄 테니, 그냥 보내 주시오.”
가방을 열자 달러와 금괴가 수북했다.
“이 X끼, 돼지처럼 많이도 챙겼네.”
“그럼…… 이제 가도 되겠소?”
“가긴 어딜 가? 심판을 받아야지. 너, 장수동이지?”
“나는 그런 사람 아니오. 사람을 잘못 봤소.”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네 놈의 얼굴은 똑똑히 기억해.”
그는 장수동의 얼굴을 기억했다.
“내 동생이 수방사에 있었거든. 착한 녀석이었는데……. 그 일 후로 네놈들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해 두었다고.”
시민군은 총을 장수동을 향해 겨누었다.
“이건 불법이오. 법대로 합시다. 법대로!”
“그래서 법대로 내 동생을 죽였나?”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소.”
“그런가? 내 손가락도 내가 어쩔 수가 없어. 유감이군.”
땅―
장수동의 머리에 바람구멍이 났다.
“인과응보야. 그렇지, 변호사 양반?”
그때 시민군의 일원인 변호사가 한마디 했다.
“그렇습니다. 이번 일은 자위권 발동에 해당합니다.”
변호사의 동생도 이번 일로 목숨을 잃었다.
“이것은 저들이 주장한 논리와 똑같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죠.”
* * *
미래 그룹 부회장실에서 서울 시내 곳곳에서 피어나는 연기를 보았다.
“부회장님, 반란군들은 다 정리되었습니다.”
“수고했어.”
이학수 실장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부회장님…… 생각보다 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굳이 이렇게 어렵게 해야만 했냐고 묻고 싶은 거지?”
“네. 좀 더 쉽게 갈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렇지.”
“그런데 왜 그러셨습니까?”
이학수는 이 모든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었다. 대통령이 사살된 이후에 빠르게 사태를 수습할 수 있었다. 그런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다. 하지만…… 이강철 부회장은 그러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경험이 필요해.”
“무슨 경험 말입니까?”
“군인들도 쿠데타가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야 해. 그리고 언제든지 시민들이 자신들을 몰아낼 수 있다는 것도…….”
“그것치고는 너무 많은 피가 흘렀습니다.”
그의 말이 맞았다. 너무 많은 피가 흘렀다. 하지만 그것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시민들도 자신의 힘으로 독재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경험을 얻었어. 그 경험은 두고두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힘이 될 거야.”
그런 의미도 있지만…… 다른 의미도 있었다.
“무엇보다 미래 그룹이 국민을 위하여 일하는 이상, 그 누구도 위협이 될 수가 없어.”
앞으로 독재 정권에 의해 기업이 휘둘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 기업이 당당하게 행동하는 한…….
“하지만…… 미국이 이번 일로 대한민국에 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미국이 이번 일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군과 정치에……. 안 그래도 강한 영향력이 더 강해졌다.
“괜찮아. 그들에게도 목줄을 채웠어.”
“그들에게 목줄을 말입니까?”
“내가 준 꽃신을 신었어. 한 번 신으면 절대로 벗지 못하는 것이지.”
선물은 함부로 받으면 안 되었다.
“아! 원숭이 꽃신 이야기이군요.”
표, 유권자라는 꽃신을 주었다. 그것은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유용했다. 미국의 대권 주자들은 표를 위해서 무엇이든 다했다.
그것은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대한민국에 더 이상 군사 독재는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표를 얻어야 했다.
거기에 기간제 권력인 그들에 비해서, 미래 그룹의 힘은 기한이 없었다. 정치권의 변화와 상관없이 대한민국과 미국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그 말을 듣고 이학수는 살짝 몸을 떨었다.
“부회장님이 원하시는 것은 무엇입니까?”
“나? 최고의 재벌이 되기 위해, 대한민국을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만드는 것.”
“그렇다면…… 부회장님이 말씀하시는 최고의 재벌이란 무엇입니까? ”
“사실 그건 나도 잘 몰라. 하지만…… 그런 만큼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 봐야겠지. 그러다 보면 최고의 재벌이 되어 있지 않을까?”
게임의 Mission인 최고의 재벌이 무엇인지는 나도 잘 몰랐다. 알 수 없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것도 그렇고, 나로 인해 변할 미래가 어떻게 될지도 궁금하군.’
나와 미래 그룹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결과, 미래는 내가 아는 것과 상당히 달라졌다.
앞날을 모른다는 것은 때로는 축복이었다.
나는 4회차에 들어서 처음으로, 그 축복을 기대 속에서 맞이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