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327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27화
처음에는 대상 소식과 소감 이야기, 테스타의 전망에 대한 이야기가 두루두루 기사화되었다.
모르긴 몰라도 이미 거의 완성해 놓고 수상 순간에 엔터만 누를 준비를 하고 있던 사람이 많았겠지.
고만고만한 내용이라면 먼저 노출되는 기사가 조회 수를 더 많이 얻을 확률이 높으니까.
이후로도 기껏해야 소감 시 이야기했던 내용을 그대로 받아적어 추가한 게 한두 시간 동안 쏟아졌다.
하지만 진정한 여론의 맛은 시상식이 끝난 이후에야 발휘되었다.
[테스타 단독 레이블 출범, T1의 KPOP 육성 전략의 새 시도?] [T1의 새로운 KPOP 아티스트 독립 레이블… 테스타가 시작한다]바로 테스타의 예외적인 대상 소감에 대한 리액션이다.
‘왜 레이블이 출범하는가.’
사실 아티스트를 위해 특성화된 레이블 분리 자체는 이제 그렇게 희귀한 사례도 아니었다.
그러나 보도 방식에 차이가 있었다.
회사의 사업 차원에서 발표된 게 아니라, 가수가 갑자기 직접 수상소감으로 이야기했으니까.
그것도 본사에서 주최하는 시상식에서 퍼포먼스처럼.
‘T1이 작정했구나.’
‘뭐 하려나 봐.’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돌아가는 판에 관심 있던 사람들은 기사를 클릭하자마자 냄새를 맡았다.
게다가 팬들의 반응도 한몫했다.
-드디어드디어드디어
-X소 자회사에 우리 애들 처박아두던 시절도 끝이구나 얘들아 자랑스럽다 진짜ㅠㅠ
-문대 저렇게 신난 거 처음 봐 대상 받고 계속 저 텐션이네 진짜 귀엽고 눈물난다
-내가 꿈을 꾸나
-와 재계약 시즌도 전에 단독 레이블… 제대로 푸쉬해줘라 인력 빵빵하게 넣고
회사 때문에 속 앓던 적이 많던 사람들인데, 심지어 대상을 타고 레이블 독립 소식까지 들은 팬들은 좋은 의미로 폭발했다.
그렇게 열광과 흥분의 용광로가 댓글과 글을 뒤덮자 팬이 아닌 대중도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어? 이거 대단한 일인가?’ 하고.
덕분에 2차 움직임이 일어났다.
바로 주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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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테스타 단독 레이블 소식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티원엔터 호재라고 볼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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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시즌 출신 남자아이돌인 스페이서가 테스타와 포지션이 겹칠 수 있으니 테스타에게 단독 레이블을 준 겁니다. 내년부터 새로운 플랜 나올 것 같습니다.
-ㅋ티원스타즈 올해 매출액 보니까 단독 레이블 이유 훤히 보임 호재 맞음
└정확한 말씀이십니다 테스타 국내에서는 탑급이지만 해외는 좀 약하지요 그리고 해외는 국내 잡으면 보통 따라옵니다^^ 분명 내년에 해외 커지면서 매출규모 네임벨류 몇 배 뛸 겁니다
-테스타 레이블 지분 티원 100%맞겠죠?
-엔터주 사는 게 아닌데.. 쩝 달달해보이는구먼유
‘T1에게는 빅플랜이 있다’는 소문이 대세가 되면서, 심지어 주가에도 다소 반영된 것이다.
그럼 그걸 또 분석하는 글이 몇 가지 올라오며 기정사실처럼 깔린다.
[티원엔터 주가가 뛴 이유?] [단독 레이블의 이점은 무엇인가. T1의 새로운 플랜]이쯤 되니, 모기업인 T1으로서는 굳이 당장 테스타 단독 레이블에 ‘금시초문’이라고 발표하기도 안 내킬 것이다.
자칫하면 악재로 해석되어서 긁어 부스럼이 될 뿐이니까.
그리고 우리가 독립한다고 해도 T1이 특별히 손해 볼 것도 없다. 어차피 자회사인 건 똑같기 때문이다.
결국 소속사는 우리를 어르고 달래고 윽박지를 때 쓸 가장 큰 패를 잃어버렸다.
‘티원하고 사이 나빠지고 싶냐는 은근한 위협이 안 먹히지.’
덕분에 이런 식으로 전개되었다.
수상소감 사흘 후.
“회사에서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된 사항은 없다’로 기사 내지 않겠냐는데?”
“헐.”
역시.
회사는 강경히 나오는 대신, 살짝 머리를 숙이고 온건히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의사를 물어보면서.
‘됐다.’
이제 협상 자리에 자진해서 앉을 준비가 됐겠지.
나는 류청우의 전달 사항에 내심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멤버 대다수도 좀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었으나, 어쨌든 이 새끼들이 당황해서 소통하자고 나왔다는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심지어 배세진은 슬쩍 엄지를 들어 올리더니 입 모양으로 말한다.
‘잘했어…!’
“…….”
이 방법을 제일 먼저 듣고 동의한 놈다운 발언이군. 나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여 줬다.
하지만 멤버 하나는 얼굴이 붉어지더니 씩씩대기 시작한다.
“조, 좀 너무하신 것 같아…!”
“…?”
…선아현이다. 갑자기?
녀석은 자신의 손을 불끈 쥐더니 설명까지 시작했다.
“그때, 문대한테는 그렇게, 못되게 말하셨잖아…!”
아. 시상식 당일 말이군.
맞다. 그날은 본인들도 주체가 안 되는지 직접 전화까지 해서 몇 마디 하긴 했다.
‘경솔했다, 신뢰를 잃어버리셨다, 뭐, 그런 소리를 했던 것 같은데.’
그럴 줄 알았던 데다가 그래 봤자 말뿐인 짓이라 대충 듣고 흘렸지.
그래도 앞으로 협상에 꼬투리 안 잡히려고 ‘당황하셨을 순 있겠다. 다음엔 먼저 말씀드리고 이야기하겠다.’ 정도의 사과 제스처는 했다.
결국 다 예상된 퍼포먼스나 다름없었다는 건데, 그걸 신경 썼나 보다.
선아현은 주먹을 쥐며 말했다.
“무, 문대는 사과했는데… 그런데 그쪽은, 사과도 안 하고, 무, 문대가 거짓말한 것처럼 발표하려고 하고… 이러면, 안 되는 것 같아.”
“저도 그런 생각 해요. 회사 못됐어요. 정의의 맛을 봐야 해요!”
차유진이 동의한다. 얼마 전에 히어로 영화 더빙판을 보더니 관용구를 하나 익혔나 보군.
류청우는 곰곰이 생각하는 것 같더니, 부드럽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고 싶어?”
“항의, 했으면 좋겠어요. 그, 다수결로 투표해서… 아, 안 될까요??”
“아니, 나야 괜찮지. 그럼 투표 부칠게.”
“…??”
나한테는 안 묻냐?
그렇게 욕먹은 당사자를 제외한 놈들끼리 다수결을 붙여서 결론을 내려놨다.
결과는 깔끔한 찬성.
선아현이 굳세게 말했다.
“항의, 하자…!”
“…….”
나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야 고맙지.”
“아, 아냐…! 으음, 문대는 어떤 말이, 하고 싶어?”
어떤 말?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당사자 의견을 따라주겠다는 의사를 암묵적으로 표현 중이다. 입 다물고 날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야.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그냥 그대로 이야기할까.”
“으응?”
“네가 한 이야기 말이야.”
뭐 더 붙일 것도 없었다. 나는 선아현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솔직한 답장을 작성했다.
대충 편하게 정리하자면 이런 내용이다.
-회사의 이번 요구에 굉장히 당황했다. 계약서가 뻔히 있는데 왜 ‘진행된 게 없다’고 말하려는 것인지? 설마 이행 안 할 생각이었나?
-시상식에서 이야기한 것도 언론 때문에 회사가 당황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사과했는데, 이제 보니 그것도 불안하다.
-우린 당연히 회사가 계약을 이행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소감에서 말한 것인데, 설마 그게 아니라 더 화를 낸 건 아니라고 믿고 싶다.
요약하자면 ‘헛짓 말고 당장 플랜이나 내놔 새끼들아’다.
“그, 그럼 이렇게 보낼게…!”
“Okay~~”
“저희가 느낀 서운한 점을 충분히 잘 담아낸 것 같습니다! 대단하십니다!”
선아현은 멤버들의 환호 속에서 해당 내용을 회사 경영진 측으로 전달하게 되었다.
그리고 큰세진은 내 쪽으로 고개를 숙이더니 속삭였다.
“안 통하겠지?”
“안 통하지.”
소속사가 저걸 보고 갑자기 정신 차리고 내일부터 ‘죄송합니다! 당장 레이블 독립 추진하겠습니다!’ 같은 소리를 할 리가 있나.
그냥 기분 나쁘고 더 초조해질 뿐이다.
‘뭐 하나 원하는 대로 안 되니 빡치지.’
그 와중에 우릴 달래기는 해야 하니 더 열 받고, 달래야 하니 케어를 소홀히 하는 식으로 은근히 티 낼 수도 없다.
졸지에 모든 방면에서 을이 된 상황.
어떤 방향으로도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막다른 길.
나는 피식 웃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보통 실수가 나오더라고.”
“…….”
큰세진이 말없이 나를 쳐다보더니, 곧 등을 툭툭 쳤다.
“문대야 우리 테스타 오래 가자. 아니, 우린 평생 테스타야. 알지?”
“그러든가.”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인정받는 기분이 썩 괜찮았다. 그리고 저 말에 그러자고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것도 제법 유쾌한 일이었다.
그리고 계획대로 일이 풀리면, 더 좋아지겠지.
며칠 후, 소속사는 예상대로 엄청난 사고를 쳤다.
직속 모기업인 T1 엔터 본사와 싸운 것이다.
* * *
모기업도 테스타도 설득하지 못한 소속사는 입장을 단독으로 이야기할 힘이 없어졌다.
그렇다고 그냥 입장 표명 없이 미적거릴 수도 없었다. 팬들도 한소리 거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소속사 왜 아무 말이 없냐
-기사도 아직 공식 입장 안 나왔다고만 하니까 좀 그렇네
-시상식 시즌 다 끝나면 본격 출범하더라도 제스처는 보여줘야지 애들이 결정도 안 된 걸 소감으로 이야기했을 리도 없잖아
기간을 넘겨서 미적거리면 금방이라도 소속사로 시위 트럭을 보낼 것 같은 기세였다.
음, 그리고 이때 보니, 내가 발표한 것도 팬들 사이 버즈량 키우는 데 한몫한 것 같고.
물밑에서 자기 멋대로 떠드는 놈들이 ‘왜 박문대가 저걸 말했느냐’를 좀 억측한 것 같더라고.
-음습댕이 마이크 꿰찬거 보니까 레이블 X나 투자 많이 들어갔나 본데ㅋㅋㅋ
-대표이사라도 하시나
-이런 건 리더한테도 양보 안 하지 역시 곰머야
이런 말들은 ‘문대가 신나서 소감을 말한 것까지 꼬아보는 악성 안티들’이란 메이저 여론에 떠밀려 욕이나 먹긴 했으나, 원래 논란은 언급량을 늘리니까.
게다가 이런 부정적인 말들까지 ‘테스타의 레이블은 어마어마할 것이다’를 전제로 하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이 소식을 접한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돈 주고도 못 살 사업 화제성이야.’
그래서, 결국 T1 엔터 자체가 이 떡밥을 물었다.
[T1이 제안하는 KPOP의 새로운 비전, “아티스트 전문 레이블 출범부터”]자기들이 먼저 기사를 띄웠거든.
사실상 T1 Stars가 테스타를 놓아주지 않기 위해 미적거리는 것에 절대 도움을 줄 생각이 없다는 선언이었다.
그리고 이걸 보고 우리 소속사 경영진들이 포기했냐고?
아니. 소문 듣자 하니 눈이 뒤집혀서 좀 강경한 입장문 따위를 모기업에 보낸 것 같다.
‘멍청한 판단이었지.’
평소라면 아무리 그래도 바보도 아니고 그런 짓을 하진 않았겠지만, 이 계약 문제에 며칠이나 매몰된 탓에 순간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그렇게 제대로 검토도 안 된 그 입장문은 모기업에 가버렸고….
소속사 경영진들은 T1의 높으신 분들에겐 이 건에 대해선 제대로 괘씸죄로 찍혔다.
그 결과는?
“…그래서, 잘하면 내년 초엔 독립할 것 같다.”
뭐긴 뭐야. 항복 선언이지.
-대박!!
스마트폰의 화상통화 화면에 뜬 놈이 눈을 번쩍였다.
지난 시상식에서의 수상소감 이후로 하도 상황을 궁금해하기에 궁금증을 풀어주는 중이다.
원래 통화로 하려다가, 이 새끼 상태도 체크할 겸 화상통화로 진행해 봤다.
‘다행히 아직은 다른 기미는 없군.’
연수도 잘 받고 있고, 건강한 것 같다.
-형, 거기 너무 춥지 않아요? 베란다 같은데…….
나는 피식 웃었다. 그러고 보니 멤버들 피해서 하는 일은 매번 여기로 나오는 것 같군.
그리고 사실 이런 손바닥만 한 화면으로 하는 화상통화 정도야 그냥 방에서 해도 괜찮은데, 습관적으로 나왔을 뿐이다.
“괜찮아. 집이 비싸서 여기도 외풍 차단을 잘해놨어.”
-와… 다행이에요. 진짜 좋네요!
“그래.”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레이블 정말 축하드려요, 팬으로서 다음 앨범도 너무 기대되고…….
‘류건우’의 몸을 쓰는 큰달은 자신의 소감을 늘어놓기 시작했고, 나는 그것을 말없이 들어줬다.
그때였다.
옆에서 인기척이 났다.
드르륵.
“박문대, 회사에서 연락 왔…!”
“예?”
고개를 돌리자, 손에 스마트폰을 든 배세진이 급하게 베란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 눈에 보인다.
‘뭐야.’
회사 연락?
나는 일단 귀에 끼고 있던 이어폰 한쪽을 뺀 뒤 놈과 대화하려 했으나, 그보다 배세진이 움직인 게 먼저였다.
놈이 뜬금없이 내 스마트폰에 삿대질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
“어어… 어어어??”
마치 누군가를 알아본 것처럼.
“…….”
-형? 형?
야,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