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451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51화
큰달은 현재 예상치 못한 극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몸만 원래대로 다시 돌아오면 안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복병이 나타난 것이다.
“오랜만이다.”
갑자기 아는 척하는 옆자리 사람이라니.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누구에게라도 SOS를 보내고 싶을 만큼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상황이다.
심지어 이 카메라를 들고 무대 앞 관객석에서 도망칠 수도 없다.
“그런데 데이터 팔이가 취직한 후에 투잡으로 하기엔 좀 힘들 텐데.”
“…….”
“뭐, 너도 알겠지만.”
‘모르겠는데요…!’
대화 맥락을 모르겠다! 전혀 모르겠다!
아마도 류건우의 예전 지인 같은데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 데이터 파시는 분인가? 그때 인맥이신가?’
하지만 박문대를 호출할 수는 없었다. 이제 곧 테스타의 무대였다. 이런 걸로 첫 컴백무대를 방해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 되뇌었다.
‘내가… 건우 형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 것인가!
그는 목숨 걸린 시험 이후로 이렇게 순간 판단력을 써본 적이 없을 만큼 머리를 굴렸다.
‘…최대한 말을 아끼자!’
그리고 침착하게 대답했다.
“…돈 받고 팔려고 하는 건 아니고요. 이제는 그냥 취미입니다.”
“그래?”
적절한 것 같다!
다행히 상대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더 이상 신상 관련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
‘…넘겼다!’
큰달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으나, 사실 옆자리 류서진은 내심 ‘애가 좀 순해졌네.’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역시 주머니 잔고에서 여유가 나온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또 물었다.
“아, 너 테스타도 찍어?”
“…예.”
“누구 주로 찍는데.”
“문대요.”
이건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대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옆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았다.
“여전히 단가 안목이 좋네.”
“…….”
예사롭지 않은 어휘 선택이었다. 큰달은 거의 확신했다.
‘저분 데이터 파시는구나!’
그리고 류서진도 결론을 내렸다.
‘여전히 데이터를 팔긴 하는구나.’
절묘한 착각이었다.
그때였다.
[…지금 만나보시겠습니다!]MC의 멘트가 끝났다.
그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이 둘이 반응했다.
‘아, 시작한다.’
서로가 서로를 데이터 팔이라고 오해한 테스타 팬 두 사람은 나란히 무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시상용 하얀 조명이 꺼진 무대 위로, 드디어 전주가 흐른다.
‘Savior다!’
큰달은 두근거리며 카메라를 잡았다. 맨눈으로 보다가, 몇 컷만 건질 생각으로.
-달칵.
무대 위 푸르고 붉은 조명이 들어왔다. 그리고 어느새 중앙에서 대형을 갖춘 테스타에게 내리꽂혔다.
의상은 도포에서 영감을 얻은 화려한 코트다.
‘으흐흡.’
저걸 코앞에서 미리 봤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저기 애타게 부르는 소리
들어, 뛰어드는 내 발소리
이제는 외울 듯이 익숙한 도입부.
박문대가 거대한 무대를 큰 보폭으로 치고 나와 찌르듯 곡을 시작한다.
-가장 먼저 나타난
선두!
현장에서 듣는 고음의 짜릿함.
‘와….’
큰달은 심장이 찌릿해질 것 같은 기분으로 무대를 쳐다보았다.
이번 ‘Savior’는 좀 더 레트로한 락에 가깝게 편곡되어 묘하게 근대적인 느낌이 났다.
밴드 사운드와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교차하는 지점이 원초적으로 사람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래빈 씨는 정말 천재인가 봐….’
아이스크림 일을 계기로 나름 김래빈과 안면을 트고 관련 대화를 했던 큰달이 침을 삼켰다.
-That’s ma savior!
긴장은 버리고 즐겨
승리의 밤!
폭주하듯이 달려 새로운 댄스 브레이크까지 선보인 Savior는 시상식다운 화려한 리믹스로 마무리되었다.
“와아아아악!!”
귀가 터질 것 같은 환호에 큰달도 벅차올랐지만 카메라를 흔들 수는 없었기에 참았다.
‘형이 응원봉을 안 챙겨오셨어…!’
그러나 아쉬움도 잠시.
무대 위에서 불빛이 바뀌며, 다시 음악이 흐른다.
가벼운 간주.
“흡.”
…신곡이다.
큰달은 눈을 부릅떴다.
-짝짝짝- 짝짝!
무대에서는 어느새 대형에서 빠져나와 한구석에 앉아 있는 금발의 차유진 위로 스포트라이트가 꽂혔다.
머리를 반쯤 포마드로 넘긴 그는 제법 감명받았다는 표정으로 막 ‘Savior’ 무대를 마친 나머지 멤버들을 쳐다보며 박수하고 있었다.
그러자 멤버들이 한숨을 쉬며 대형을 푼다.
“…?”
기지개를 켜거나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는 멤버들 사이로 배세진이 클립보드판을 들고 지시하는 듯한 동작을 하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경청하는 자세로 고개를 끄덕이는 선아현부터 귀찮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는 김래빈까지 다양한 반응이 카메라에 잡혔다.
‘연기?’
뮤지컬이나 연극적인 구성이었다.
그리고, 경쾌한 호루라기 소리.
-Phrrreeeeeee!
순간.
무대 위 모든 멤버가 움직임을 멈추고 관객석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전광판에 미국 코믹스에서나 볼법한 강렬한 대문자가 뜬다.
[PRACTICE IS OVER!!]학교 종소리 같은 효과음이 깔렸다. 그 사이로 신나는 리프 멜로디와 드럼비트가 치고 들어왔다.
테스타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코트를 집어 던지며 무대 앞으로 뛰어나왔다.
마치 놀러 나가듯이.
‘헙.’
그리고 코트를 벗은 안쪽으로 보이는 것은….
80년대 미국 하이틴스러운 의상들.
각자 맡은 역할이라도 있는 건지 니트부터 청바지까지 구성과 악세사리들이 조금씩 달랐다.
그리고 어느새 별무늬 점퍼까지 주워서 걸친 차유진이 건들거리며 합류하더니, 센터에서 정식 대형을 갖춘다.
“……후우.”
마지막으로 전광판 하단에 뜨는 자막.
[테스타 ? 포즈 (POSE)]기계음 섞인 미디 사운드가 템포 사이마다 다양한 높낮이로 물방울 튕기듯이 뛴다.
그리고 테스타도 스텝을 튕기듯 대형을 바꾼다.
-Make a pose
네가 원하는 걸로
각자의 개성을 찾아
멋을 부리는 듯한 차유진의 중저음 다음으로, 유사한 벌스 멜로디가 박문대의 긁는 고음으로 이어진다.
-(Make a pose!)
때론 과감한 것도
괜찮을지도 몰라
템포가 오른다.
무대 위에서 돌아가는 미러볼.
그 화려한 불빛 사이로 딱딱 맞아들어가는 가볍고 빠른, 복잡한 스텝.
그리고 그와 달리 손가락과 팔 전체를 써서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은’, 눈에 딱 들어오는 상체 동작들까지.
-춤추는 불꽃처럼 터지는
Melting hot summer night
이 밤을 질주해 끝날 것처럼
테스타는 완전히 색채와 빛과 어린 치기의 상징처럼 무대 위에서 번뜩였다.
곡은 끝없이 위로 치솟을 듯이, 디스코의 현란한 스탭을 따라 경쾌히 달려 나갔다.
그리고 프리코러스가 지나는 순간, 멜로디가 귀에 착 붙는 단조로 변하며 베이스가 드랍됐다.
-Drrrrrrrr-!
엔진소리.
그리고 힙합에 가까운 코러스가 절묘하게 현대적인 구성으로 레트로한 소리를 묶었다.
후렴구, 발을 차올리듯 스텝을 밟으며 앞으로 치고 나온 김래빈이 톡톡 튀기듯 랩을 한다.
이모(EMO)나 고스족 같은 검은 패션이 분위기를 더 잡았다.
-천천히 천천히
가까이 다가가
움직일 수 없도록 Grab this moment
묵직한 락 베이스 위로 춤추듯 엇박의 전자음이 날아다녔다.
재킷을 벗어 던진 차유진이 라틴 댄스 같은 스탭을 밟으며 대형을 바꿨다.
-In the pose!
지나친 건 신경 쓰지 마
지금만 생각해 come in now
가장 캐치한 멜로디를 쓴 그 부분은 누가 들어도 후렴이었다.
-In the pose!
오늘을 너무 아끼지 마
지금이 중요해 Right now
(yes) Right now!
그리고 다시 노래 없이 리프 멜로디가 질주하는 구간.
머리를 넘긴 이세진이 씩 웃으며 나왔다. 그리고 류청우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것 같더니, 센터에서 솔로 댄스를 했다. 그건….
‘앗.’
정말로 데뷔곡 ‘하이파이브’의 동작이었다!
그렇다. 테스타는 자신들이 번갈아 가며 애드립을 넣을 수 있는 간주 구간을 아예 퍼포먼스에 따로 떼어둔 것이다.
그리고 멤버들이 이세진의 동작을 폭소하듯 즐겁게, 하지만 능숙하게 따라 하며, 자연스럽게 다음 동작으로 이어졌다.
-Yes, I’ll remember
지금 너의 moment
느리게 빠르게 더 자유롭게
밝은 청바지에 짧은 청재킷을 걸친 박문대가 무릎으로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안무와 함께 센터로 나오며, 마지막 소절을 부른다.
-So hold on- and pose!
펑!
폭죽이 터진다.
전광판으로 불꽃놀이처럼 LED가 빛난다.
마지막까지 안무는 경쾌하며 깔끔했다. 그리고 힘이 넘쳐흘렀다.
당연하게도, 조건반사처럼 찢어질 것 같은 함성이 관객석에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
“아악!”
파티 같은 곡이었다.
사람들이 대중적인 남자 아이돌에게 기대할 법한 모든 요소를 다 갖춘.
날리는 꽃가루가 미래를 예견하는 것 같았다.
‘…진짜 좋다!’
큰달은 새삼스럽게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한 박자 늦게 깨달았다.
옆자리의 사람은 미친 듯이 카메라로 연사를 갈기고 있었고, 자신은 손에 멍하니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것을.
‘아아 맞다 사진!’
지금이라도 찍어야겠다!
그가 카메라를 눈가로 허겁지겁 들어 올렸을 때였다.
[큰달.]어어?
큰달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팝업이 담담히 빛나고 있었다.
[보여주고 싶은 게 있는데.]문대 형이었다.
……지금 저 무대 위에 있는!
* * *
‘됐다.’
컴백은, 성공적으로… 한 것 같다.
나는 엔딩포즈 그대로, 무대에 무릎을 댄 채 앉아 있다. 다른 놈들도 마찬가지다.
“후욱.”
숨이 차올랐으나, 누구 하나 여기서 헉헉대는 놈은 없을 것이다.
시상식이 아무리 시간에 쫓기더라도 오늘의 헤드라이너나 다름없는 그룹의 엔딩 샷에 줄 몇 초는 있었다.
그리고 그 엔딩 샷 직후에 무대 불이 꺼진 후에도 몇 초.
내가 큰달에게 팝업을 보낸 건 그사이 어디쯤의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어, 저한테 보여주실 게 있는 건가요?]그래.
나는 심호흡을 하며 읊조렸다.
‘시야 공유 좀 해볼래.’
팝업은 의아해하는 듯 흔들렸지만, 곧 내 말대로 감각에 접속한 것 같았다.
그리고.
[…와!]드디어 내 시야를 본 것 같았다.
‘이건….’
장엄하다고 해야 할지, 압도적이라고 해야 할지.
스탠딩을 포함해 2만에 가까운 불빛이 온 사방에서 출렁거리고 있었다.
거의 자연이 주는 경외감에 가까운 풍경이다.
불이 꺼진 무대 위에서 보는 시야는 더 환하게 번뜩였다. 흡사 한밤중에 망망대해에서 쏟아지는 별 속에 있는 느낌일 것이다.
‘내가 이런 비유를 들 줄이야.’
나는 실소했고, 큰달은 좀 흥분한 것 같았다.
[진짜 멋지네요! 와! 근데 저게 다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좀 무섭기도 하고… 아무튼 감사합니다! 이런 건 처음이에요!]그래.
그리고 나는 해야 할 말을 했다.
‘고맙다.’
[…!] [왜, 왜요? 어… 오늘 연기를 잘해서?]그거라기보다는….
‘네 덕분에 본 풍경이니까.’
나는 어깨를 살짝 두드리는 손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다시 무대를 응시했다.
그리고 새삼스럽게 깨달은 사실을 복기했다.
‘영린은 나를 왜 기억하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 본인의 프로다운 성품이나, 당시엔 무명이어서 카메라가 별로 없었기 때문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아마 그 직캠이 주는 의미가 컸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이돌로 성공할 기회.’
그 기회를 밀어준 사람에 대한 인상과 감정.
그런 의미에서, 이 녀석은 사실 내가 아이돌로 이 풍경을 볼 기회를 밀어준 가장 직접적인 후원자이다.
내가 이렇게 될 것이라고 상상도 못 했던 그 시절부터.
나는 천천히 말했다.
‘너는 내가 가진 것 중에 내가 못 이룰 건 없었다고 말했지만… 사실 아니지.’
난 죽으려고 했으니까.
저놈이 내 생존을 원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끈질기게 상태창으로 남아서까지 내가 아이돌 미션을 통과할 수 있도록 지원하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을 풍경이었다.
‘그러니까, 이건 한번 보여주고 싶었는데.’
[…….]‘네가 준 풍경이라는 걸.’
이 녀석에게 무대를 시킬 순 없지만, 이 정도는 같이 좀 봐도 되지 않나 싶어서 말이다.
[…….]팝업은 몇 초간 아무런 글자도 띄우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어쩐지 그 녀석이 관객석에서 작게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대야, 내려가야지.”
“네.”
나는 고개를 돌리고, 관객석을 뒤로하고 무대에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큰달의 팝업은 그 후에야 다시 떴다.
[엄청 행복해요.]나는 피식 웃었다.
모든 것이 다 올바르게 돌아갈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모니터링도 전에 이것부터 확인한 것은.
‘…미션 실패 팝업.’
그리고 결과는….
‘박문대 (1 / 2)’, ‘류건우 (2 /2)’
[목표 대상 ‘박문대 (1 / 2)’?상실] [목표 대상 ‘류건우 (2 / 2)’?상실] [해제]성공했다.
승리 : Player 박문대(류건우)
보상 : ■■■의 파편 2 (2/4)
나는 손을 움켜쥐었다.
‘좋아.’
그러나, 팝업 위로 새로운 팝업이 떠올랐다.
내가 확인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의 파편 2/4] [조건 충족!] [■■■ 형성 중]“…!”
…형성?
나는 순간, 대단히 불길한 예측 하나를 떠올렸다.
■■■는 정황상 어딜 보나 내가 시스템이라고 부르는 그것 같았다. …그렇다면.
‘설마 이대로 시스템이 다시 생겨나는 건….’
그래서 이 새끼가 다시 활개 치고 다닐 수 있도록 내가 정성스럽게 도왔다는, 그런 개같은 결과로 끝난다고?
‘X발.’
설마.
나는 발을 멈췄다.
“박문대?”
“형 아파요??”
잠깐.
나는 심호흡하며 팝업을 응시했다.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확인을 해야 했다.
그러나, 그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구로 바뀌며 끝났다.
“…….”
‘소유?’
시스템이… 내 거라고?
* * *
같은 시각.
인터넷의 한 주식 종목토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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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탈출기회]티원 엔터
2월 중 대형 악재 터집니다 지금 다 파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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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타 컴백 대박 예정 아닙니까
-세력 붙나
-나가 뒤지십쇼ㅋㅋ
글은 몇 개의 추천을 받은 뒤 그 이상의 비추천을 받으며 별 논란 없이 쓸려 나갔다.
그러나 얼마 후, 캡처본이 성지순례로 온 사이트를 돌아다닐 것이라곤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태풍의 징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