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88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88화
…익스트림 공포체험 조는, 의외로…… 상식적인 구성으로 인원수를 묶었다.
“둘, 둘, 셋으로 나누면 되는군요.”
“휴…….”
일단 혼자는 아니라는 말에 겁쟁이들의 안색이 나아졌다. 특히 김래빈이.
“그, 그럼… 어떻게 나누면 될까?”
“전 청우 형과 가고 싶습니다!”
“나도!”
그리고 류청우의 주가가 갑자기 떡상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런 분야에서 특히 믿음직하긴 하지.’
류청우는 쓱 주변을 둘러보더니, 허허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하, 그럼 나 포함해서… 음, 래빈이랑 문대랑 이렇게 셋이 갈까?”
“감사합니다!”
“에이~ 그러면 재미없죠! 청우 형님은 무조건 2명 조여야 재밌지!”
큰세진이 다 된 밥에 초를 치기 시작했다.
‘저 새끼가 진짜.’
공포영화 보고 무서워하던 건 역시 다 컨셉질이 맞았던 것 같다.
“흠, 그런가?”
“그럼요!”
…그리고 큰세진에게 류청우가 설득되는 바람에, 가위바위보에서 마지막까지 이긴 사람이 조를 전부 지정해주는 구성이 되었다.
“이야~ 이렇게 됐네.”
‘X발.’
거기서 큰세진이 최종까지 살아남은 게 제일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보통 이런 건 말한 놈이 망하는 거 아니냐.’
큰세진은 히죽히죽 웃으면서 순식간에 조를 편성했다.
그래서 나는…….
“으아아아!!”
“나가요! 나가요!”
큰세진과 차유진이라는 미친 조합으로 흉가를 탐험하게 되었다.
나가기 전에 내 고막이 먼저 터져나갈 것 같은 조합이었다…….
나는 가까스로 차유진에게 물었다.
“……너 공포영화는 안 무서워했잖아.”
귀신은 안 무서워하고 징그러운 거에 약한 줄 알았다. 하지만 차유진은 완전히 발걸음마다 개구리를 산 채로 밟은 것처럼 튀어 오르고 있었다.
“보는 거 괜찮아요! 진짜는 싫어요! 가짜만 괜찮아요!”
“…….”
‘이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완전히 가짜가 아닌가…….’
하지만 이런 건… 설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넘어가자.
대신 큰세진에게 물었다.
“너 대체 나 왜 골랐냐.”
“뭐랄까… 양심의 부름이죠? 3명 조에 들어가고 싶은데 강심장까지 챙겨가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내 내면의 외침?”
“…….”
“그래서 쫄보 셋의 화려한 극복기를 보여주기로 했어!”
개소리한다.
…흠, 이마에 카메라가 달려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일단, 움직이자.”
“그래. 그러자~”
“빨리 가야 합니다…….”
…최단 거리를 생각해봐야 한다.
“근데 문대야, ‘수상한 징조’는 대체 어디 있을 것 같아?”
“…….”
그것도 문제였다.
이 ‘흉가의 초대’에서 각 조가 수행해야 할 미션이 있었는데, 바로 ‘수상한 징조’를 발견해서 사진을 찍어오라는 것이었다. 무조건 하나 이상!
“그거 많이 발견해서 찍어오면 선물 준다고 하셨잖아! 우리도 한번 탐험해서 도전해 보자!”
“…그건 좋아요!”
차유진까지 선물과 탐험 키워드에 꽂혔는지 만용을 부리기 시작했다. 답이 없다.
“…그럼, 일단 복도를 지나서, 제일 작은 문으로 들어가자.”
“오?”
제일 크고 눈에 띄는 방에 직원이 대기 중일 것 같으니까…!
“보통 이런 건 숨겨두잖아. 눈에 안 띄는 것부터, 봐야 할 것 같다.”
“와, 좋은 아이디어다~ 자 그럼 아이디어 제공자가 앞장서는 거지?”
“…….”
정말 때려치우고 싶다.
하지만 맨 뒤보다야 맨 앞이 나은 것은 맞았기 때문에, 차악을 선택하는 기분으로 앞에 섰다.
“그래.”
“와~ 멋있어! 난 무서우니까 맨 뒤에서 가야지~”
그래도 차유진을 맨 뒤에 놓는 악수를 두고 싶지는 않았는지, 큰세진은 알아서 맨 뒤로 갔다. 리액션 분량 뽑겠다는 굳은 의지가 보였다.
“자, 그럼 출발!”
“출발!”
“…….”
나는 천천히 복도에서 걸음을 옮겼다. 어두침침한 목재 건축물 내부, 쾨쾨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문대야! 저기 피!”
“……!!”
욕할 뻔했다. 나는 고개만 돌려서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소리 좀 지르지 말아라…!”
큰세진은 순순히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알았어, 미안해애액?!”
“으아아아!!”
“……?!”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웬 여자가 있다. 한 50년 전 배경 영화에나 입을 법한 고용인 복장이었다.
근데 발이 없었다.
그리고 눈도 없었다.
피만 흥건했다.
“…갸아아아악!!!”
“허어어어으아!! 도망쳐!”
……비명 지르는 놈들과 같이 옆방으로 뛰어들어 가면서, 나는 이 조는 이미 망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 * *
“…….”
밖으로 나오니 노을이 지고 있었다.
저 미친 흉가에서 나오는 데 한 시간이나 소요됐다는 뜻이다.
‘25분짜리 코스였는데.’
대체 방송에 얼마나 쪽팔리게 나올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목이 아파요.”
“너도? 나도.”
실컷 비명을 지른 두 놈은 제작진에게 이온음료를 받아서 미친 듯이 마시고 있었다.
물론 큰세진이야 반쯤 재미로 소리를 지르던 놈이니 자업자득이며 자신의 업보다.
선아현은 예상 시간의 두 배나 쓴 오합지졸들이 신경 쓰였는지 말을 걸었다.
참고로, 선아현과 이세진 2인조는 20분 만에 사진을 세 장 찍고 출구를 찾아 나왔다.
……여러 의미로 현타가 왔다.
“괘, 괜찮았어?”
“……뭐. 그냥.”
이거야말로 정말 왜 돈을 내고 하는지 알 수 없는 경험이었다.
‘아니, 돈을 받아도 그래.’
최저시급 정도 받는 거라면 다신 안 들어가고 싶다.
“문대가 고생했지~ 야, 고맙다.”
“감사합니다!”
카메라에 다 찍혀서 그런지 자기가 하드캐리했다고 주장하는 얼토당토않은 일은 없군. 나는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사진 찍어서 나왔으니, 도망친 것보다야 훨씬 나은 상황이긴 했다.
“후우우우…….”
“다녀왔습니다.”
마지막 팀인 류청우와 김래빈이 35분 만에 귀환하자, PD가 또 입을 털기 시작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저녁 드셔야죠!”
“설마…… 저녁도 익스트림인가요?”
“그럼요!”
“어어어억.”
카메라 없으면 폭동이 났을 텐데 카메라가 있어서 탄식 리액션만 난무했다.
“익스트림한~ 돼지 통구이입니다!”
“허어어어억!!”
“통구이!”
다행히 제작진도 눈치가 없진 않았는지, 이쯤 해서 풀어줘야 할 타이밍이라는 걸 아는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흉가 옆 공터에서 새끼 돼지 통 바베큐가 불 위에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미 다 구운 거군.’
화력을 보아하니, 저 모닥불 같은 건 고기를 뜨끈뜨끈하게 유지하는 용도인 것 같았다.
어쨌든 어마어마한 비주얼에 멤버 대부분이 행복해했다. 아직도 혼이 나간 것 같은 김래빈만 빼고.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보이는 것만큼 압도적인 맛은 아니었지만, 고기는 언제나 그렇듯이 맛있었다.
* * *
흉가에서 찍은 사진으로 받은 선물은… 동물 잠옷이었다.
‘이렇게 또 한 벌 늘어났군.’
선물 받은 것만 합쳐도 다섯 벌이 넘어갔다.
어쨌든 7벌을 준 걸 보니, 사실상 리얼리티 여행 중에는 멤버 모두 이걸 입고 자달라는 소리다.
‘어렵진 않지.’
그래서 저녁 8시, 펜션 거실에 앉아 있는 테스타는 전부 동물 잠옷 차림이었다.
“겁 많은 세 사람이 잘해줘서 같이 입어보네.”
“마음에 듭니다.”
“귀, 귀엽고 좋아요.”
혹시 PPL일까 봐 열심히 말하는 놈들을 보니, 벌써 방송인 다 됐구나 싶다.
어쨌든, 지금부터 잘 때까지 통으로 자유시간이었다.
그러나 진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걸 하라는 뜻은 당연히 아니다.
‘자율적으로 컨텐츠 하나 뽑아달라는 뜻이지.’
뭐… 노래방 게임을 하든, 보드게임을 하든, 그것도 아니면 각자에게 진심 어린 편지를 쓰든. 뭐라도 편하게 하는 것처럼 해달라는 뜻이다.
“흐~ 저희 심심한데 진실게임이라도 해볼까요?”
저렇게 말이다.
“지, 진실게임?”
“응. 아까 보니까 거짓말 탐지기도 있더라고.”
“그래? 그거 괜찮다.”
하지만 거기서,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김래빈이 끼어들었다.
“흠, 모처럼 놀면서 낮 시간을 보냈으니, 저녁에는 약간 생산성 있는 활동을 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불길한 키워드에 멤버들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생산성…?”
“래빈아 설마 우리 뭐 만들자는… 그런 이야기야?”
“예!”
“…….”
순간 짧은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의외로 이세진이 툭 말을 던졌다.
“…뭘 만들자는 건데.”
“아, 신곡입니다.”
“…!? 뭐?”
“시, 신곡?”
“예. 사실 얼마 전에 작업한 곡이 있습니다! 혹시 몰라서 휴대용 녹음 장비도 챙겨왔고요.”
김래빈이 신나서 자신의 가방을 가져왔다.
“…!”
그 순간, 모두가 극구 나서서 김래빈을 뜯어말리기 시작했다.
“어허, 래빈아! 이거 잘못하면 스포일러지~”
“그래. 그리고 이런 건 이번 활동 마무리하고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 그렇습니까?”
김래빈은 당황한 얼굴로 스마트폰을 내렸다. 이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얼굴이다.
‘…저놈이 사회성은 없지만, 바보는 아닌데.’
한번 아귀를 맞춰볼까.
“신곡이라는 게 다음 앨범 타이틀 목표는 아니지.”
“아, 네!”
김래빈은 그제야 감을 잡았다는 얼굴이 되었다.
“제가 만든 건 팬송용입니다!”
“……아!”
가불기가 등장했다.
여기서 ‘그건 좀’ 같은 반응이 나오면 마치 팬들을 위한 곡을 만들기 싫다는 식의 교묘한 편집에 당할 수 있다.
물론 이제는 제작진의 편집이 아니다. 어그로의 편집을 의미한다.
[오늘 테스타 리얼리티에서 말 나오는 장면] [괜찮다 VS 좀 그렇다 갈리는 테스타 발언]…이런 식으로 커뮤니티에서 인기글을 점령할 게 벌써 눈에 선했다.
다행히 당장 큰세진이 입을 열었다.
“팬송 너무 좋은데? 꼭 만들어보고 싶었어!”
지원 사격하자.
“재밌겠어. 지금 타이밍도 맞고.”
“…괜찮겠지.”
“조, 좋을 것 같아.”
순식간에 일어난 태세 전환에 김래빈은 그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감사합니다…!”
절대 노린 건 아니겠다만, 내가 본 중 유일하게 김래빈이 정치로 승리하는 장면이었다.
* * *
한가로운 평일 오후, 테스타의 팬들은 활동기에 쏟아진 컨텐츠를 복습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위튜브에 뮤직비디오 해석 뜬 것 중에 이게 제일 나은 듯 (링크)
-클래식 뮤지션들의 마법소년 리액션 영상 떴다!
-혹시 빨간 야잠 입고 한 하이파이브 언제 음방인지 알려주실 분?ㅠㅠ
└지난 주 뮤직밤이요!
└헉 감사합니다ㅠㅠ
뮤직가요에서 VTIC을 이기고 1위를 한 뒤, VTIC 팬들과 어떻게든 싸움을 붙여보려는 어그로가 날뛰었으나 큰 문제로 번지지는 않았다.
어차피 VTIC이 국내 활동을 끝낸 뒤의 일이었기 때문에, 그쪽 팬덤에서도 적당히 넘어갈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비교적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던 테스타의 팬들은, SNS 알림을 하나 받았다.
테스타의 계정이었다.
‘누구지?’
멤버들이 제법 자주 찾아오는 탓에, 팬들은 큰 긴장감 없이 그저 즐겁게 알림을 클릭했다.
[제 마음을 받아주시죠 (위튜브 링크)]‘마음을 받아?’
‘……??’
‘연애… 연애 관련 아니지?’
팬들은 걱정 반 혼란 반으로 링크를 클릭했다.
그리고 동물 잠옷을 입은 7명의 썸네일을 확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