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94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94화
“깼어?”
“잘 주무셨습니까?”
“어. 상쾌하네.”
나는 드물게 대놓고 말했다. 낮잠 푹 자고 목욕하고 나니 몸 상태가 정말로 괜찮았다.
“자, 다들 여기 보고 웃으세요~”
큰세진이 거실에 슬금슬금 모이는 놈들을 잡아다가 사진을 찍었다.
“업로드용?”
“응.”
알아서 보정 잘 넣는 것 같아 참견은 안 했다. 대신 실시간 반응 모니터링을 위해 스마트폰을 꺼냈다.
‘…느리네.’
보급형 중에서도 최저가를 집어왔더니, 일일 사용 시간이 너무 길었는지 슬슬 말을 안 듣는다.
뭐, 지금은 바꿀 돈도 없으니 더 생각하지 말자.
어쨌든, SNS 타임라인은 본방송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아, 시작했다.”
“차유진! 리얼리티 나온다!”
“네!!”
방송은 부엌에서 과자를 든 차유진이 뛰어올 때쯤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출발 준비를 하며 들뜬 테스타였다.
[류청우 : 이 정도 챙겨가면 되려나?] [차유진 : 여행 좋아~] [큰세진 : 잘 다녀오겠습니다!] [잠시 후…….]그리고 유유히 날아가는 스카이다이빙용 경비행기 컷이 등장했다.
카메라가 쓱 내려가며, 웬 시골 바닥에서 짐을 들고 멍하니 서 있는 테스타를 비췄다.
[정PD : 저기 위에 경비행기 보이시죠?] [테스타 : ……?] [정PD : 저기 타서 뛰어내리실 거예요.] [테스타 : (경악)]넋이 나간 테스타의 위로 거대한 흰 자막이 떴다.
[이 사태의 원인?]직후, 화면은 숙소를 비췄다.
[며칠 전 테스타의 숙소]풍선이 널린 거실 바닥 위에 ‘특집! 테스타의 1위 기념 여행’이라고 적힌 거대한 쪽지가 스포트라이트 CG를 받았다.
그리고 자막도 하나 붙었다.
[※이 사태의 원인 (스포일러)]이후로는… 테스타가 겪은 일이 별 가감 없이 나왔다.
[차유진 : 여행!]여행이라고 잔뜩 들떠서 룰렛을 돌렸다가 익스트림이 걸리고 당황하는 모습이 유머러스하게 잘 편집되어 나왔다는 뜻이다.
물론 화룡점정은 룰렛의 조작을 눈치채는 것에서 나왔다.
[짜잔! (또) 익스트림 여행] [짜잔! (또) (또) 익스트림 여행] [테스타 : ?!]인터뷰가 붙었다.
[박문대(천재 댕댕이) : 룰렛이 멈출 때 보니까 한번 튕기더라구요. 부자연스러운 것 같아서.] [박문대(사기당한 댕댕이) : 근데 정말 맞을 줄은…… (할 말 잃음)] [이세진(아주사에서 A 붙여줌) : 아주사에서도 조작은 안 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세진 말 개웃기네 아주사에서도 조작은 안 했대ㅋㅋㅋㅋ
└절절한 진심인 게 분명ㅋㅋㅋ
-지금까지 훈훈했던 건 여행편에서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던 거임
-아니 문대 진짜 능력치 극단적이네 잘하는 건 개 잘하고 못하는 건 개 못햌ㅋㅋㅋ
└못 하는 것 예시 : 공포, 그림
└이야 오늘 하나 보겠다^^
└아 귀신의 집 너무 기대돼서 미칠 것 같아
“…….”
왜… 못하는 걸 기대하시는 거지.
어쨌든, 화면의 테스타는 꼼꼼하게 스카이다이빙 교육을 받고, 경비행기에 탑승했다.
이 과정에서 멤버들이 태도가 꽤 주목을 받았다.
-래빈이 염불 외우는 데욬ㅋㅋㅋㅋ
└김래빗 : 이거슨… 완전히 안전… 암튼 난 안전함…….
-선아현 의외로 강심장이네 눈 하나 까딱 안 함ㅋㅋ 무서워하는 애들 이해는 못 하겠지만 위로해준다 <- 이 포인트가 진짜 웃겨ㅋㅋㅋ
-하 근데 다들 이런 것도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한다……. 얘들아 힘들 것 같으면 꼬장부려도 돼 이거 서바이벌 아니야ㅠㅠ
└아앗… 갑자기 마음이 아파…
-류청우 뛰는 거 진짜 멋있네 홀 강사도 감탄
나야 그냥 타서 뛰었다 보니 준비 분량은 별거 없었다.
다만 착륙할 때 자막과 합성을 하나… 받았다.
[강아지 랜딩]그리고 뛰어내리는… 까만 웰시코기가 반투명 CG로 삽입되었다.
“으하하하!!”
“강아지! 강아지!”
“……그만해라.”
소파도 그만 때려라.
‘…리얼리티 제작진 놈들, 편집거리 없으면 적당히 강아지로 때우는 것 같은데.’
대체 저런 영상 자료는 또 어디서 찾아왔단 말인가.
어쨌든, 팬들도 폭소하며 재밌어는 했다. 그래도 간혹 티벳여우 어쩌고 하는 반응이 튀어나오는 걸로 봐서는… 큰세진 이놈의 그 인터뷰 하나가 정말 오래 간다 싶다.
[큰세진 : 하늘을 나는 느낌? 하하,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잖아요. 전 좋았어요.] [차유진 : 또 하고 싶어요!] [김래빈 : 막상 뛰어내리니까 상쾌한 해방감이 있었습니다.]화면에서는 ‘다짜고짜 스카이다이빙’의 충격을 수습하기 위해서인지 훈훈한 말 위주로 인터뷰가 삽입되었다.
그리고 다음은…
[정PD : 그럼 여러분, 지금부터 ‘흉가의 초대’에 입장할 조를 나눠주세요!]그놈의 익스트림 공포체험이다.
씨알도 안 먹힐 소리를 하는 테스타의 말에 팬들이 안타까워하면서도 즐거워했다.
-안 좋은 기억 드립ㅋㅋㅋㅋㅋ
-아주사 PTSD를 여기서?ㅋㅋㅋ
-대체 얼마나 무서운 거얔ㅋㅋ
-아 나 이것만 기다렸잖아 얘들아 얼른 들어가렴 (팝콘)
그리고 이분들의 바람대로… 흉가를 탐험하는 테스타의 모습이 방송을 탔다.
근데 어쩐지… 우리 조 분량이 제일 많았다.
‘…3명이라 그런 거겠지.’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민망해서 볼 수가 없다.
[큰세진 : 으허어억!!] [차유진 : 으아아아악!!] [박문대 : (기절)]기절?
‘멀쩡히 잘 움직이는데 저런 자막을 붙이냐.’
떨떠름하게 화면을 보는데, 큰세진과 차유진이 박수를 치며 웃었다
“맞아! 너 진짜 기절한 줄 알았잖아!!”
“영혼 없었어요!”
…차유진이 영혼 같은 고급 단어도 알고 있군.
“…그 정도는 아니었지.”
“어? 그래?”
큰세진이 실실 웃었다.
“너 그럼 저분 쫓아올 때 했던 말 하나만 대 봐.”
“…….”
말을… 하셨냐?
“기억 안 나지? 모르지? 기절해서 그래!”
오디오 안 비는 조를 짠 자신에게 감사하라며 큰세진이 낄낄 웃었다.
“야, 저기 봐. 이제 나온다!”
“…….”
고개를 돌리자, 화면에서 복도를 질주하는 직원분이 보였다.
…정말로, 소리를 지르고 있다.
[Bbbirrrrrrrddd…!]“봤지?”
큰세진이 의기양양하게 물었다.
하지만 직후, 화면의 내 양옆에서 차유진과 큰세진이 더 크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
이놈들 때문이었잖아.
이 와중에, 방송은 큰세진의 조용한 활약을 모아서 강조 편집한 뒤 내보내고 있었다.
[무서워하면서 할 건 다 함] [어? 찾았다?] [팀원 챙기는 큰세] [홀로 발견]-야 큰세진 좀 멋있는데?
-방금 보자마자 방향 트는 거 봄?
-뭐야 그냥 무서움도 즐기는 거였잖앜ㅋㅋㅋ 탐색 엄청 잘하네
-유능 그 자체
-문대 완전 얼어붙었어 너무 귀여워ㅠㅠ
-울 댕댕이 짖지도 못해 완전 순둥이야
“…….”
고개를 돌리자 큰세진이 활짝 웃었다.
“와, 큰세진이 탈출 시간을 줄였네? 역시 문대가 봐주는 걸로 하자!”
“…….”
직업상 힘들겠지만, 딱 한 대만 저놈 주둥이를 때릴 수 있다면 좋겠다.
* * *
‘흉가의 초대’는 백스토리를 방송에서 살짝 들려주며 끝냈다.
[테스타가 찍은 사진의 정체는…?]20세기 서양의 고전적인 귀신 들린 집에 인신 공양을 합친 스토리 라인은 제법 섬뜩했다.
“아, 저래서 거기 제단이 있었구나.”
“…좀 슬프네.”
“…….”
사람 감성은 제각각이니 넘어가자.
어쨌든, 여행 1편은 돼지 통구이로 포식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런 컷에서 스탭 몫까지 챙기는 건 이제 거의 국룰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그 장면도 훈훈하게 잘 뽑혀 나왔다.
-잘 먹어서 보기 좋다 얘들아ㅠㅠ
-와 돼지 한 마리 뚝딱 사라짐ㅋㅋㅋㅋ
-관리 안 해? 매번 고기 처먹네
└뭐래 테스타 다 개말라인간인데
└본인 돌이나 관리하세용
-W앱으로 먹방해줘ㅠㅠ
흠, 마지막은 고려해 볼 만한 의견이다.
‘이제 리얼리티도 다음 주로 종영이군.’
7화가 사실상 끝이고, 8화는 그냥 하이라이트 모음 특별 편성으로 감독컷 같은 부제를 달고 나오는 모양이었다.
사실 아이돌 리얼리티 대부분이 4화 내로 마무리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것도 뇌절 수준으로 길게 뺀 거긴 했다.
가 최종회 막 끝냈을 때 기세에 더해서, 동 시간대에 타 케이블에서 엄청난 드라마 하나가 나오는 통에 Tnet 편성이 빈 덕에 벌어진 일이었다.
‘거의 활동 기간보다도 길군.’
이제 음방도 이번 주로 마지막이다. 데뷔 앨범 활동은 사실상 마무리라고 볼 수 있었다.
‘활동 마무리 기념으로 W앱이라도 해야 하나.’
나는 침실로 돌아가서, W앱의 테스타 계정에 확인차 접속했다.
그리고 약간 놀랐다. 마지막 라이브가 바로 몇 시간 전이었다.
[시험]그런데 영상 길이가 1분 2초였다.
‘……1분?’
대체 뭘 한 건지 알 수 없었다.
별말 못 들은 거 보니 사고 난 건 아닌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누구지.’
일단 가장 유력한 후보는 큰세진이긴 했다. 하지만 그놈이 1분 동안만 했을 리는 없을 텐데.
나는 검은 썸네일을 클릭했다.
약간의 백색소음과 함께, 어두운 화면이 출력되었다.
그리고 잠시 뒤.
불쑥 팔뚝이 화면에 가득 찼다.
[아…, 이, 이렇게…….] [어?] [……헉!]영상은 그걸로 끝났다.
‘선아현이네.’
딱 보니 뭘 잘못 건드려서 연습하다가 실제 라이브를 틀어버린 모양이다.
댓글을 보니 다들 귀엽다고 울고 있었다. 재정비해서 밤에 틀어줄 거라는 즐거운 추측을 하는 분도 꽤 있었다.
다만 좀 이상했다.
‘음, 그놈 성격에 SNS에 장문 사과라도 올렸을 것 같은데.’
오늘 몇 번 테스타 SNS 계정에 접속했을 때는 그런 흔적도 못 본 것이다.
‘어차피 W라이브는 해보려고 했으니, 말이나 꺼내 봐야겠군.’
혼자 하는 것보다는 한 셋 정도가 같이하는 편이 진행하기도 편했다. 의욕 있는 놈이 끼면 내 부담이 덜하겠지.
나는 일단 옆방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들어가도 되냐?”
“……어, 어!”
문은 금방 열렸다. 김래빈은 아직 거실에 있는지, 방에서는 선아현 혼자 있었다.
“왜, 왜…?”
근데 얘 왜 눈치를 보지?
원래도 좀 그런 타입이긴 했다만, 말 좀 걸었다고 이럴 시기는 벌써 지났다.
‘그러고 보니 오늘 선아현이 말하는 걸 못 들어본 것 같은데.’
근래에는 꽤 말이 많아졌었는데 말이다.
태도고 말투고 순 초반 수준으로 돌아온 수준이다.
“너 무슨 일 있어?”
“아, 아니.”
선아현이 꿋꿋이 부정했다. 허이고.
“너 지금 식은땀 흘리는데.”
“……!!”
“나한테 말하기 싫으면 청우 형이나 매니저 형한테라도 이야기해 봐라.”
“자, 잠깐.”
선아현이 여전히 식은땀을 흘리는 채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나, 나… 시, 실수를 해서.”
“W라이브?”
“봐, 봤구나…….”
“어. 실수로 튼 거. 근데 뭐… 아무 문제 없던데.”
다들 댓글에서 즐거워한다고 말해줬으나, 선아현이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그, 그거… 시, 실수로 튼 거, 아냐.”
“…?”
선아현이 침을 삼켰다.
“하, 하려고 튼 건데, 끈 거야.”
“…….”
“너, 너무 무, 무서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