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168
167화. 세레나데 (3)
“정말 죄송합니다.”
유순태는 그 청년에게 연신 사과를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윤경호라고 소개했다.
방금 유순태는 화장실에 다녀오기 위해 문을 열었고, 문 앞에 서 있던 윤경호는 유순태가 연 문에 부딪혔다.
그 결과.
윤경호는 코피가 터져 한쪽 코에 휴지를 집어넣은 모습이었다.
강소는 윤경호가 1번 방 앞에 서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참 타이밍이 공교로웠다.
“저는 괜찮습니다.”
윤경호가 애써 웃으며 말했다.
“문 앞에 서 있던 제 잘못도 있으니까요.”
그때 눈치를 보던 고영민이 물었다.
“그런데 왜 저희 방문 앞에 서 계셨던 겁니까?”
강소도 그게 궁금했기에 윤경호의 입에 주목했다.
“그게 말이죠.”
윤경호가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쪽 코에 붉게 물든 휴지를 꽂고, 수줍어하는 그 모습은 다른 의미로 귀엽게도 보였다.
윤경호가 입을 열었다.
“노래를 너무 잘 부르셔서…… 보컬 트레이닝을 부탁드리려고 그랬습니다.”
그 말에 오창수와 홍석원의 두 눈이 반짝였다.
그렇지 않아도, 그 둘도 강소에게 노래에 감정을 담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했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부탁에 김지은이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고 모처럼 노래방에 왔으니까 지금은 우리 신나게 놀아요!’ 라고 해서 애써 아쉬움을 감춘 채 놀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 대답에 강소가 물었다.
“보컬 트레이닝이 뭡니까?”
“아…….”
“그러니까…….”
그때 유순태가 얼른 끼어들어 설명했다.
“노래를 가르쳐 달라는 거야.”
“아, 그렇군.”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왜 저에게 보컬 드레…….”
“트레이닝.”
“험험, 보컬 트레이닝을 부탁하는 겁니까?
“그게 말이죠.”
윤경호의 얼굴이 빨개졌다.
“사실 제가 이번 달 말에 결혼을 하거든요.”
“아, 그러시군요!”
“축하드립니다!”
사람들의 축하에 윤경호는 일일이 감사하다고 말을 한 후에야, 말을 이어 갈 수 있었다.
“아무튼, 제가 결혼식 때 축가를 불러야 하거든요.”
“보통 축가는 다른 사람이 부르는 거 아닙니까?”
그 말에 김지은이 답했다.
“신랑이 신부를 위해 부르기도 해요.”
“그렇군요.”
“그런데 제가 노래를 좀…… 아니, 심각하게 못 불러요.”
그 말에 고영민이 상황을 이해해서 정리했다.
“그러니까, 이번 달 말의 결혼식 때 신부에게 노래를 불러 줘야 하는데, 노래를 못 불러서 창피를 당할까봐 보컬 트레이닝을 부탁한다는 겁니까?”
“아! 네! 바로 그거에요!”
윤경호는 열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소는 딱히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유순태를 쳐다봤다.
원인 제공은 윤경호가 했지만 직접적으로 코피가 나게 만든 건 유순태라 그런지, 그는 무척 미안한 표정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 죄책감을 덜어 줘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양춘각의 단골이기도 했고.
“알겠습니다.”
“네?”
윤경호는 고개를 들어 강소를 보았다.
“보컬 트레……이닝이라는 것, 해 드리지요.”
“저, 정말입니까?”
“네.”
“가, 감사합니다!”
윤경호는 무척 감격한 모습이었다.
사실 강소가 노래를 잘 부르는 건, 타고난 것도 있었지만 그의 과거와도 관계가 있었다.
그는 살수였을 때, 살행을 수행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 수단 중 하나가 노래나 공연을 통해 경계심을 낮추는 것이었다.
상대방의 경계심을 낮추는 건 물론이고 공연자로 잠입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안 된다.
그 때문에 강소는 꽤 자세하고 수준 높은 가르침을 받았었다.
그래서 노래를 잘하는 것은 물론 남을 지도할 수도 있는 것이다.
유하영의 보컬 지도 역시 강소가 맡았을 정도니.
그 말에 오창수와 고석원도 다급하게 외쳤다.
“저, 저희는요?”
“저희도 지도해 주세요.”
강소는 그들을 보았다.
사실 그들에 대해서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유하영이 본격적으로 녹음에 들어가게 되면, RD엔터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될 터.
임소영과 하태복이 함께 한다고 하지만 누군가 해코지를 할 수도 있다.
그럴 때, 자신에게 상황을 알려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아까 노래방으로 오면서 김지은이 살짝 이야기해 준 내용을 떠올렸다.
“알바 오빠가 이해하세요. 연습생들은 회사에 지박령처럼 붙어 있어서 그런지 회사의 동향이나 소문에 상당히 민감하거든요.”
그런 이들이기에 유하영이 RD엔터에 다니는 동안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강소는 두 사람을 보았다.
“창수 씨와 석원 씨라고 불러도 됩니까?”
“네. 형!”
“그렇게 하세요. 형!”
“고 실장님이 허락하신다면, 두 분도 보컬 트레이닝을 해 드리겠습니다.”
“없는 시간이라도 만들어야죠!”
“실장님 괜찮으시죠?”
이를 지켜보던 고영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별 문제는 없을 겁니다.”
사실 그건 고영민이 아니라 신인개발팀의 소관이었지만, 그 정도는 자신이 신인개발팀장에게 양해를 구하면 가능했다.
‘꽃등심 비싼 걸로 사 먹여야겠지만…….’
무려 강소와 인연이 생기는 일이었다.
게다가 RD엔터의 아티스트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런 기회를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터.
“알겠습니다. 그럼 매주 일요일 저녁에 만나는 거로 하죠. 대신에 저도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네?”
“부, 부탁이라면?”
긴장한 표정으로 뒷말을 기다리는 그들을 보며 강소는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
“초코빵이 되어 주셔야겠습니다.”
.
.
.
약간의 오해가 있었지만, 오창수와 홍석원은 순순히 유하영의 팬클럽에 가입했다.
이어서 강소는 윤경호를 보았다.
“그러면 보컬 트레이닝을 시작하기 전에 지혈이 되셨으면 먼저 노래를 들어 볼 수 있겠습니까?”
유순태가 윤경호의 상태를 살피고 답했다.
“지혈은 다 된 것 같아.”
지혈 효과가 있는 포션을 쓴 덕분에 빠르게 지혈이 되었다.
윤경호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저, 사람도 많은데 여기서 바로 노래를 하는 건…….”
“지금 바로 들어봐야 앞으로 어떻게 할지 정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결혼식 축가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 앞에서 불러야 하잖습니까?”
“그, 그러면…… 알겠습니다.”
윤경호는 체념한 표정으로 태블릿을 들었고 노래를 선곡했다.
‘너와 함께 걷는 길’이라는 프러포즈 송으로 유명한 노래.
“제가 결혼식 때 이 노래를 해야 해서…….”
“알겠습니다.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불러 보세요.”
기계에서 반주가 흘러나오자 윤경호는 마이크를 들었다.
그리고 입을 열자.
“……!”
그 노래를 들은 사람들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피식 웃던 것도 처음, 잠깐이었다.
‘내가 지금 뭘 듣고 있는 거지?’
‘이거 내가 아는 그 노래가 맞는 거지? 맞는 거겠지? 아, 아닌가?’
‘처음부터 음정과 박자가 없는 노래…… 는 아닐 텐데.’
‘헐…….’
충격과 공포를 넘어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강소는 다른 의미로 놀랐다.
‘서, 설마…… 음공인가? 각성자도 아닌 자가 이런 파괴력을 가진 소리를 낼 수가 없는데……. 다행히 몸 내부를 공격하는 것이 아닌 심리적으로 공격하는 그런 종류의 공격 같은데, 대체 어디 문파의 음공인 거지?’
강소가 심각하게 고민할 때, 유순태가 작게 중얼거렸다.
“음…… 심각한 음치였군.”
그 말에 강소는 뭔가 무안해져 고개를 돌렸다.
음공은 아니었다.
그건 다행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게 더 문제인가?’
.
.
.
노래가 끝났다.
윤경호는 마이크를 내렸고, 사람들은 어색한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그는 사람들의 표정이 말하는 바를 알고 있었다.
그때, 강소가 윤경호에게 다가왔다.
“제게 보컬 트레이닝을 요청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십니까?”
“네.”
“정말로 어떤 일이 있어도 제 보컬 트레이닝을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강소가 재차 물었고, 윤경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 순간 윤경호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왜인지 모를 한기가 느껴진 것.
‘나, 잘못 선택한 건……. 아, 아니겠지?’
* * *
그 시간.
노래를 연습하던 유하영은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5살 답지 않은 집중력으로 노래 연습을 했지만, 그래도 몸은 어린아이의 몸이다.
금방 지칠 수밖에 없었다.
“하영아. 초코 과자 먹어.”
“고마워. 언니.”
유하영은 노민아가 건네는 초콜릿 쿠키를 받았다.
이미 그녀는 유하영의 취향을 파악하고 있었다.
“하영아. 너 노래 되게 잘한다.”
“아니야. 언니가 더 노래 잘 불러.”
“너는 어디서 노래 연습해? 나는 학원에서 노래를 배우는데.”
“학원?”
“응. 엄마가 노래 학원 보내 줘서 거기서 노래 연습해.”
“그렇구나.”
유하영은 초코 과자를 욤욤 거리면서 말했다.
“나는 발레만 배워.”
“그럼 노래는?”
“노래는 오빠가 알려줘.”
“오빠? 하영이 오빠 있어?”
“응. 같이 사는 오빠야.”
노민아는 아까 유하영이 아빠에게 소개한다면서 영상 통화 중인 핸드폰 앞으로 끌고 갔을 때 화면 너머로 봤던 잘생긴 남자를 떠올렸다.
“아, 누군지 알겠다. 잘생긴 오빠.”
“그리고 엄청 대단해. 못하는 거 없어.”
“그래?”
“그래서 신기해.”
하지만 정작 노민아는 유하영이 더 신기했다.
자신보다 동생인데 어째선지 가끔은 자기보다 더 언니 같았으니까.
그때 임소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 쉬었으면 다시 연습 시작할까?”
“네!”
둘은 벌떡 일어났고, 연습실로 쪼르르 달려갔다.
* * *
멜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빛 한 점 없음에도 어둡지 않은, 보라색과 붉은색이 기묘하게 섞인 하늘은 언제 봐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 하늘이 싫었다.
그래서 고집을 피워 두 번째 인간계에 있는 것이기도 했다.
가장 큰 이유는 보기 싫은 얼굴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었지만.
그래서 호출을 받은 건 한참 전이었지만, 밍기적대다가 지금에야 왔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보기 싫은 얼굴을 봐야 한다는 불쾌감 때문이다.
“으아아악!”
“사, 살려 주세요!”
병사들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가는 자들이 보였다.
멜콤은 그들이 어떤 꼴을 당할지 알고 있었다.
알고 있음에도 자신은 저들을 구할 수 없었다. 자신은 힘이 없으니까.
그런 그의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그런 표정이지?”
그에 멜콤은 뒤를 돌아보았고, 얼른 부복했다.
“왕을 뵙습니다.”
그 말에 왕이라 불린 이가 손을 내밀자 멜콤은 그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완전한 복종의 의미.
“고개를 들어라.”
멜콤은 고개를 들어 자신 앞의 그를 보았다.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아 보이는군.”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사소한 고민 때문입니다.”
“그런가.”
“어쩐 일로 저를 부르셨는지…….”
그 물음에 왕이라 불린 이가 말했다.
“두 번째 인간계의 대한민국이라 불리는 나라에 파견 했던 콜렉터들에 대해서 들었나?”
“……네. 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호되게 당했다는 것은 물론, 자신의 눈앞에 있는 자는 그에 대한 죄를 물어 그들을 처리해 버렸다는 것도 말이다.
공식적으로 지금 그들은 화염지옥이나 빙설지옥에 수감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웬만해서는 죽지 않기에, 상당 시간 동안 고통을 주는 방식의 처벌이었다.
하지만 멜콤은 알고 있었다.
이미, 수하인 뮐렝에 의해 처리되어 게이트 안의 마수가 된 지 오래라는 것을.
뿐만 아니라 사소한 죄를 지은 이들 역시 그런 꼴을 면치 못했다.
‘대체 무엇을 위해 그렇게까지 하는 것이지?’
하지만 멜콤의 의문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왕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
“광휘의 족속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그 꼭두각시들이 말입니까?”
“그게 아니면 그렇게 쉽게 당했을 리 없지. 그대가 대한민국으로 가도록. 가서 광휘의 족속이든 뭐든 내 앞길을 방해하는 것들을 치워 버리도록.”
왕이 내린 명령이었다.
좋든 싫든, 멜콤에게는 거부권이 없다.
“명을 받듭니다.”
그리 말하며, 멜콤은 생각했다.
‘이번에는 나를 처리할 생각이신가 보군.’
하지만 자신은 순순히, 마수의 재료가 될 생각은 없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16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