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in the Academy as a Warlock RAW novel - Chapter 227
226화
나의 마기로 인해 더욱 강력해진 천악천이 펼치는 완성된 천마신공은 신살(神殺)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아마 전대 천마(天魔)들의 무공을 아득히 뛰어넘었을 천하제일의 절기.
이미 천악천은 과거의 아카데미를 쳐들어왔을 때보다도 훨씬 더 강력해진 상태였다.
내 마기의 영향도 있을 터였지만 진짜 이유는 바로 쉴 새 없는 전투. 그것도 종족 자체가 다른 태고의 신들과의 미친 듯한 전투로 인해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어쩌면 그가 그토록 바라던 것이었을지도 몰랐다.
피와 광기의 물든 전투는 그를 더욱 뛰어난 경지로 이끌었고, 만약 그가 나에게 종속된 사역마가 아니었다면 이미 진즉 우화등선(羽化登仙)하여 새로운 차원의 세계로 올라갔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가 발을 움직이면 지진이 났고, 검을 휘두르면 공간이 갈라졌다.
천지(天地)를 압도하는 절세의 무공.
황망한 지옥에서조차도 그의 무력은 빛을 발휘했다.
그와 아주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던 바르바토스는 무공의 흥미를 느꼈고, 마신임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배움을 청했다.
워낙 강해지는 것에 한계를 두지 않은 성정을 지니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안다고 했던가.
그녀는 열이 아니라 백, 아니, 천을 깨달았다.
그 경지가 너무 뛰어나 천마신공이 아닌 스스로의 무공까지 창조할 정도였으니까.
마신 바르바토스는 자신만의 무공을 만들어냈다.
개파 조사가 된 것이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재앙이었던 존재가 기술을 습득했다. 더욱 날카롭게 검을 휘두르는 법을, 더욱 위협적으로 주먹을 뻗는 법을 깨달았다는 얘기였다.
이러한 기연들이 있었기 덕분에 최흉(最凶)의 마신인 아가레스를 굴복시킬 수 있었다.
10년.
정말 쉬지 않고 싸웠다.
팔이 잘리고, 머리통이 박살나고, 사지가 재생되기를 수 만 번 반복하고, 반복하고, 반복하고 나서야 끝이 보였다.
이 싸움 때문에 지옥의 3분의 1이 소멸했다. 허나 그런 것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라지면 만들면 되는 것이고, 지옥은 애초에 누군가 살아가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니까.
서열 2위, 마신 아가레스까지 손에 넣은 나는 사실상 지옥에서 가장 큰 세력을 지닌 이가 되었다.
1000개 넘는 악마들의 군단.
1000명의 군단장.
500명의 악마대공.
100만이 넘는 악마귀족.
71명의 마신과 1명의 무신.
이 모든 것들이 나의 세력이었다. 넓디넓은 지옥에서 내가 가지지 못하는 것은 딱 하나.
가장 높은 왕좌에 앉아 우리를 굽어 살피는 절대자이자 방관자인.
서열 1위의 마신왕, 바알 뿐 이었다.
태곳적부터 존재하던 태초의 마신.
아가레스에게 들은 얘기에 의하면 그는 자신보다도 먼저 이 세상에 존재했다고 한다.
모든 별이 태어나기도 전에 세상에 있던 것이 아가레스였다.
그렇다면 바알은 사실상 이 모든 것을 창조한 조물주와 같은 시기, 어쩌면 그 전부터 이 세상에 있을지 몰랐다.
뭐가 됐건 드디어 그 존재와 조우하게 된다.
이 세상 모든 비밀을 품고 있을 지고한 존재를.
지옥에 존재하는 가장 높은 산.
그곳에 위치한 비밀의 방.
10억 톤이 넘는 무게를 지닌 문을 열고서 들어서면 모든 마신들의 왕.
바알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을…….
“드디어 이곳에 왔구나.”
바알의 방에 들어선 나는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풍경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만난 마신들의 본체가 그러하듯 당연히 거대한 무엇인가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내 눈앞에 있는 것은 나와 별 반 차이 없는 크기의 인간이었다.
그리고 그 인간은 이미 나를 알고 있었고, 나 또한 그를 알고 있었다.
“살몬……?”
“오랜만이네. 자일 지그하르트. 얼굴을 보니 상당히 놀란 듯 하군.”
당연히 그럴 수밖에.
애초에 당신은 죽었잖아?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 하군. 일단 앉아서 얘기하지.”
그의 잔류사념과 얘기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나는 테이블에 앉아 그를 마주봤다.
정말 살몬이다.
잔류사념 따위가 아닌 살아있는 살몬.
최초의 초월자.
최초의 흑마술사.
72마신을 지배하여 인간계를 침범할 수 없게 맹약을 걸어놓은 인물.
그런 그가 마신 바알의 영역에 있었다.
“당신이 설마 마신 바알입니까?”
“그렇다네.”
살몬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생각해보게나. 아무리 뛰어난 인간이 있어도 홀로 모든 마신들을 제압할 수 있다는 게 가능하다고 보는 가? 스스로 초월자의 격에 오르고, 스스로 마기를 다뤄 흑마술을 다룬다고? 하하하하! 그게 어떻게 인간이겠는가.”
그의 눈동자가 섬뜩하게 번뜩였다.
“신이지.”
“……그러니까 마신 바알이 살몬과 동일 인물이라는 말씀이십니까?”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 없나? 살몬이라는 인간이 보여준 행보에 대해서 말이지. 그 대단한 마신들이 왜 고작 인간 따위를 따르는 것인지, 모든 마신들의 왕이라는 바알과도 계약을 맺고, 인간들을 위해 차원을 넘어올 수 없게 제약을 걸었다. 한낱 인간 따위가 말이지. 이 세상 어떤 인간도 그런 짓을 하지 못해.”
“…….”
“최초의 초월자? 최초의 흑마술사? 어째서 최초라는 이름이 붙었겠는가! 본디 흑마술이란 마신들의 마기를 다루는 것인데 인간 따위가 어찌 마신의 힘을 다루었을까! 어떻게 인간의 한계를 넘어 초월자가 될 수 있었을까! 답은……간단하네. 그것이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이지.”
그가 말한 대로다.
때때로 이런 생각을 했었다.
살몬이 제 아무리 뛰어난 인간이라고 하여도 모든 마신들을 제압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중에는 태곳적 마신들과 모든 마신들의 지배자인 바알도 포함되어 있었고.
그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일까?
나조차도 완전한 마신이 되고, 살몬의 유산이 있었기에 이 정도로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바알이다. 모든 마신들의 아버지이자, 태고의 마신이며, 최초의 초월자이자, 최초의 흑마술사인, 살몬이기도 하지. 또한 천계와 11명의 신을 만든 창조주의 대리자 라파엘이기도 하다. 아직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나?”
그가 180도 고개를 돌리자 뒤통수에 있던 새로운 얼굴이 드러났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선하게 생긴 얼굴이었다.
태초의 악이라 할 지라도 이 얼굴을 보면 교화될 정도로 인자한 얼굴.
“마신이자 선신, 그리고 이 세상을 창조한 조물주. 그것이 바로 나 아브락사스다.”
지옥과 천계를 만든 두 명의 신.
마신왕 바알과 주신 라파엘.
그리고 그 모든 얼굴을 가지고 있는 양면의 신.
아브락사스.
그것이 그의 진정한 정체였다.
그가 다시 고개를 돌리자 이번에는 악귀나찰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것이 마신왕 바알의 얼굴이었다.
“살몬으로서의 시간은 일종의 유희였다. 길고 긴 나의 시간 속에 한 줄기 빛이었지. 내가 어떠한 존재인지 스스로도 결코 자각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인격을 창조했다. 인간으로서의 인격이었지. 그것이 살몬이다. 즉, 너희가 알고 있는 살몬은 정말 인간과 다름이 없다는 얘기다. 인간계와 지옥의 경계를 만들어낸 것도 전부 ‘살몬’ 스스로가 행한 일이지.”
“그러니까 요약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 혼자서 만들어낸 자작극이라는 얘기네요? 진짜 창조주님?”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군. 이 세상 모든 것을 만들어낸 내가 얼마나 따분할 것인지 생각해본 적은 있느냐? 그렇기에 나는 여러 얼굴을 가지게 된 것이다. 지옥의 왕 바알, 천계의 주신 라파엘, 인간들의 영웅 살몬 등등.”
“그럼 저를 이곳에 초대한 것도 당신입니까? 당신이 ‘흑화망’입니까?”
‘살몬’, 아니 ‘그것’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창조한 이곳이 아닌 다른 차원의 세계에는 나와 같은 따분함을 지닌 이들이 수도 없이 존재한다. 지고한 존재이기에 필연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나른함이지. 그들은 그것을 견디지 못하기에 다른 차원을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나와 조우했다. 같은 것을 공유한 우리는 금세 이해관계를 확립했다. 서로가 서로의 따분함을 풀어주기 위해 차례대로 유희를 보여주는 것이었지.”
그의 얼굴에 흥미로운 기색이 감돌았다.
“이것은 그래, 놀이였다. 내가 살몬이 되어 보여주었던 여정은 많은 이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지. 허나 더 이상 그것을 넘어선 것을 보여줄 방법이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 세계를 무대로 새로운 배우를 초대하기로 했지. 그것이 바로 너다. 이 세계는 네 머릿속에 있던 이야기와 닮은 것이 아니다. 내가 이 세계를 본떠 만든 이야기를 너에게 전달해주었을 뿐이지. 너는 그것을 자신의 것이라 착각하고 소설을 집필했을 뿐이다.”
그러니까 그의 말을 요약하자면 처음부터 끝까지 저 개새끼의 손에 놀아났을 뿐이라는 얘기였다.
내가 이 세계에 오게 된 것도.
원래 살던 세계에서 이 빌어먹을 소설을 집필하게 된 것도.
저 관심종자가 지 친구들에게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
“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하! 야, 천악천. 들었냐? 이 모든 게 결국 저 괴물에 자작극이었다네? 우리는 그냥 그 무대 위에 올라온 꼭두각시일 뿐이고.”
“…….”
천악천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가 미친 듯이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너희들은 잘해주었다. 정말 이곳까지 당도할 거라 아무도 생각지 못했건만 그 모든 걸 깨고 너는 이 자리에 올 수 있었지. 덕분에 외신(外神)들이 내게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은 너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지. 지금 이 순간이야 말로 진정한 피날레니까.”
“아……. 지금도 보고 있다고? 그럼 내가 얘기하는 것도 다 들리겠네? 그래. 그럼 잘 봐봐. 이 개새끼들아. 너희들이 원하는 건 결국 재미잖아? 그럼 여기서 내가 그냥 뒤져주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얘기를 보여준다면 그것도 열광하겠지? 안 그래?”
그 말을 들은 아브락사스가 히죽 웃었다.
“그대는 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군.”
“본래 독자들은 말이야. 자신이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는 스토리를 좋아한단 말이야. 그럼 여기서 네가 내게 패배해서 사역마가 된다는 스토리는 어떨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텐데 말이지.”
“……이야기는 나쁘지 않다만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나는 이 세계의 창조주인데?”
“야. 창조주를 이기는 이야기가 얼마나 흔한지 아냐? 이 세계의 주인공은 네가 아니야. 바로 얘지.”
검은 머리칼에 붉은 눈동자.
화룡이 그려진 검은색 도포.
그의 전신을 뒤덮고 있는 검붉은 마기(魔氣).
천마신교의 살아있는 무신(武神).
천마(天魔), 천악천.
그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비로소 도달했군. 이 모든 일의 원흉 앞에.”
“그래. 저 새끼 하나 때문에 너와 내가 이렇게 개 고생한 거라니까? 지랑 지 친구들 재미있자고 우리를 여기 부른 거라고!”
천악천의 몸이 하늘 위로 떠올랐다.
상공에 떠오른 그의 몸 위에 우주를 뒤덮은 별처럼 수놓아있는 수 억 개의 검들.
그의 내공과 나의 마기로 이루어진 강기의 검들이었다.
“파천(破天).”
이제는 의지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심즉살(心卽殺)의 경지에 도달한 천악천.
“심검(心劍).”
그가 손가락을 움직이자 지옥이 사선으로 갈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