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in the Academy as a Warlock RAW novel - Chapter 226
225화
총 10일 간에 사투(死鬪).
격렬한 전투 끝에 이곳에 남아있는 승자는 단 한 명.
자일 지그하르트 뿐이었다.
“하아…하아…지긋지긋한 새끼. 너 아직도 살아있냐?”
“……어째서 쓰러지지 않는 거지.”
그의 발밑에서 격한 숨을 내쉬고 있는 사내는 바로 소천마 천악천.
이 세계에 멸망을 가져오게 될 최악, 최강의 빙의자.
회귀 전과 비교하면 완전한 힘을 되찾은 것도 아니었지만 홀로 자일 지그하르트가 소환한 마신 수 십 명을 죽여 버리는 기염을 토했다.
허나 아무리 괴물 같은 그여도 한계는 있는 법이었다.
양팔이 전부 잘려나간 것도 모자라 전신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
그럼에도 그는 화마가 깃든 눈빛으로 자일 지그하르트를 담담히 바라봤다.
“이질…감이 들더군. 마치…내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나라는 인간에 대해서 전부 알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네놈…시간을 되돌린 것이냐?”
“풉. 그걸 이제야 알았냐? 내가 니 새끼 때문에 했던 개고생을 생각하면 진짜……. 하아……. 200년 전으로 돌아가서 준비해도 이 지랄이었는데 정석적인 방법으로는 대체 어떻게 이기라는 거냐고.”
“비겁하기 짝이 없군. 그런 식으로 이 몸을 죽인다 한들…….”
서걱!
“닥쳐 좀. 평소에는 존나 당당하게 말하다가 지 뒤질 때 되니까 말 존나 많네. 구질구질한 건 너나나나 다 똑같구나, 역시.”
천악천의 머리통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 옆에는 사지가 조각 난 바르바토스의 시체가 뒹굴고 있었다.
비록 화신체일 뿐이지만 천악천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힘을 보여주었던 그녀였다. 만약 파이몬과 맹약을 맺지 않았더라면 이 전쟁에서 분명히 패배했을 거라고 확신하는 자일이었다.
“하아……. 진짜 끝났네……. 내 손으로 죽이고 나서도 믿기지가 않는 구만. 이러다가 갑자기 살아나서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지랄 하는 건 아니겠지?”
괜히 플래그를 꼽는 말을 하는 것 같아 자일은 확인사살을 위해 마기를 담아 천악천의 머리통을 짓밟았다.
푸직!
이 정도면 천악천 할애비가 와도 살아날 수 없을 것이다.
“바르바토스. 약속을 지켜라.”
이미 부서져버린 화신체가 아닌 그녀의 본체를 향해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딛고 있는 공간이 일그러지며 거대한 손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에 즐거웠다. 어린 마신이여. 약속대로 너에게 힘을 빌려주마.】
레메게톤의 페이지가 저절로 넘어가며 그녀의 이름이 새겨졌다.
투쟁의 마신, 바르바토스.
그 호기로움과 무력은 지옥에서도 손꼽히는 인고의 마신.
드디어 그녀를 손에 넣었다.
【정말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군. 이제는 처음 봤을 때처럼 어리숙한 모습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구나. 하긴, 너도 이제 최강의 마신 후보들 중 한 명이니 이런 생각을 하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지.】
“고맙다. 아스모데우스. 네가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는 건 불가능했어.”
【나도 알고 있다. 잊지 마라 우리는 계약을 한 것이라는 사실을.】
“물론.”
그녀가 내게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지옥의 왕이 되는 것.
왕이 된 그녀를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자신을 지옥 밑바닥으로 떨어트린 창조주를 향한 복수?
모르겠다. 허나 그것을 내가 알아야 할 이유 또한 없다.
그녀 말처럼 우리는 철저한 계약관계니까.
나는 그녀를 위해 노력하고, 그녀는 나를 위해 노력할 뿐이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겠지.”
천악천을 죽였지만 그건 이 세계에 멸망을 막은 것일 뿐. 내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건 아니다.
아스모데우스의 소원을 들어주며, 이 세상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을 유일한 존재.
마신왕 바알.
결국 그와 계약을 맺지 않는 이상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와 계약을 맺기 위한 마지막 조각들이 모두 모였다.
“푸핫! 이런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군.”
나는 마기를 끌어올려 천악천을 되살렸다.
이 세상 최강의 인간이 나의 사역마로 되살아난 것이다.
무신(武神)이라 불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최고의 기재(奇才).
드디어 그를 얻었다.
지금 내가 지니고 있는 마기는 이 세상 그 어떤 마신보다도 많았다.
아마 마신왕 바알을 제외하면 내가 지닌 마기와 비교를 할 수 있는 존재는 없을 것이다. 이만한 마기를 지니고 있는 나의 사역마가 된 천악천은 이전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힘을 얻었다.
“…….”
“정신이 드냐?”
“결국 사특한 주술을 부려 나를 네놈의 꼭두각시로 만든 것이냐.”
“어. 괜한 생각 하지 마. 네가 반항하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반복할 거니까.”
이미 그는 나의 마기로 인해 되살아난 몸.
아무리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한들 내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다. 초월적인 정신력을 발휘해 일시적으로 결속력을 끊어낼 수는 있을 테지만 그래봤자 다시 그를 죽이고, 다시 되살리면 그만이다.
“웃기는 군. 형제들을 죽여 겨우 차기 교주의 자리를 받아냈건만 처음 보는 세계에 몸뚱이만 떨어져 결국에는 사술을 부리는 교주 놈의 노예가 되다니.”
“……그렇게 생각하면 너도 억울하긴 하겠다. 그래, 너나 나나 사실 여기 온 것부터가 꼬인 거지. 너무 그렇게 억울해마라. 모든 게 끝나면 너도 네가 살던 세상으로 돌려보내줄 테니까. 네 육체는 죽어 사라졌지만 영혼은 아직 남아 있잖아? 그러니까 돌려 보내줄게. 가서 마교주도 하고, 마도천하(魔道天下)도 만들고, 우화등선(羽化登仙)도 해.”
“그 말 진심이냐?”
“물론이지. 나도 너처럼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강제로 빙의된 몸이니까. 너도 열 받지 않냐? 하필 우리가 왜 이딴 개고생을 해야 되는지. 너는 그저 책을 열었을 뿐인데 이곳에 오게 된 거고, 난 댓글 하나 잘못 달았다고 이 고생을 하는 거거든. 그러니까 나는 나를 여기로 보낸 새끼. 찾아서 따져야 속이 후련하겠다.”
“…네놈도 이곳 인간이 아니었군.”
“그래. 그러니까 나 좀 도와라. 내가 내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니까. 결국 서로에게 좋은 조건 아니냐?”
“……모든 게 끝나 내가 살던 세계로 돌아가면 반드시 널 찾아가 죽일 것이다.”
“미친 새끼. 그냥 좀 평화롭게 가면 안 되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천악천도 자기 주제를 잘 알고 있었다.
자일 지그하르트의 대해와 같은 마기로 인해 되살아난 몸. 신체를 이루고 있는 구성조차 전부 마기였다.
자일 지그하르트가 마기를 거두는 것만으로도 육체를 잃어버린다는 사실을.
“지옥으로 가야겠지.”
남은 마신들과 계약을 맺기 위해 결국 다시 지옥으로 향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이곳에서 처리해야 될 일들이 있었다.
우선 제논 카이사르의 죽음.
그는 천악천이 패배할 것을 예감하고 아티팩트를 이용해 탈출을 강행했지만 당연하게도 실패했다. 이미 이곳 전체는 내 구역이라고 해도 무방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차기 황제로 내정된 제논이 죽었으니, 제국은 또 다시 흔들릴 것이다.
“이든을 황제로 만든다.”
그 놈이라면 어떻게든 제국을 잘 이끌어 갈 것이다. 자일은 이든에게 지금까지 있던 일들을 간략히 설명한 전령을 보냈다.
그리고 게티아 놈들.
그 버러지 같은 놈들을 이 세상에서 전부 쓸어버려야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혹시라도 자신이 지옥에 간 동안 그 미친놈들이 자신과 계약을 맺지 않은 서열 한 자리 수에 마신들을 이곳에 소환할 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로만, 일리야. 동료들을 도와 게티아 놈들을 쓸어버려라. 한 놈도 살리지 마.”
“알겠습니다. 주인.”
게티아의 토벌은 요한과 구원교, 그리고 창천문의 세력을 이용한다.
프레이는 이미 자일 지그하르트의 사도였기 때문에 그가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모를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자신이 무사하다는 사실과 이제 지옥으로 향할 것이라는 사실들을 전달했다.
프레이는 자신이 없는 동안 일행들과 함께 게티아 녀석들을 청소할 것이다.
채비가 끝났다.
이제 마지막 여정을 위해 다시 한번 지옥으로 향할 때였다.
허나 그 어느 빼보다 자신감이 넘쳤다.
왜냐고?
지금의 내게는 이 세상에 진정한 주인공이었던 천악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강해지고 있었다.
내 마기를 통해, 그리고 스스로의 깨달음을 통해.
내가 그를 상대하는 것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그가 기연을 얻어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더라면, 나는 무슨 수를 써도 그를 이길 수 없었을 테지.
허나 그 괴물이 지금은 나의 아군이 되었다.
“가자.”
나는 마기를 해방하여 지옥문을 열었다.
* * *
천악천과 바르바토스.
두 명의 전력은 내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던 천악천은 이제 바르바토스와 겨루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덕분에 서열 3위인 바사고까지 손에 넣었다.
이제 남은 것은 지옥 최강의 마신 바알과 언제나 그를 견제하던 지옥의 대장군 아가레스.
둘 다 이 세계가 만들어진 시점부터 존재했다고 여겨지는 태초(太初)의 마신으로서 지옥을 양분하는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드디어 아가레스를 만났다.
본체의 크기는 행성을 넘어, 태양계 전체를 아우를 정도.
불가해(不可解)의 지네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지옥이 태동한다.
【아가레스가 이렇게 화난 건 처음 보는데…….】
【저 괴물 같은 늙은이를 진짜 이길 수 있는 거야?】
【마신이라는 것들이 지금 겁을 먹은 것이냐?】
【하하하하! 좋구나, 좋아! 저 늙은 지네와 싸워본 지도 수 만 년이 지났었지. 이번에는 다리를 전부 찢어주마. 아가레스!】
【어머, 흉측해라. 저 같이 아름다운 소녀가 상대하기에는 너무 무서운 얼굴이랍니다. 호호호.】
【파이몬. 너 정도의 덩치를 지닌 이가 아니면 대체 누가 저걸 상대하겠느냐.】
【그 입 다무세요. 아몬.】
서열 2위.
죽음과 파괴를 상징하는 마신, 아가레스.
“다들 쫄지 마. 너네도 이미 겪어봐서 알잖아? 다굴 앞에 장사 없다. 그치, 아스모데우스?”
【물론. 제 아무리 아가레스라 한들 이만한 인원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리고 우리 쪽에도 진짜 괴물이 한 명 더 있거든. 가라, 천악천!”
“……명령하지 마라.”
하늘 위로 날아오른 천악천의 전신에서 붉은 마기가 폭발적으로 피어올랐다. 그의 손에 마기로 우리어진 거대한 검이 모습을 드러냈고.
“천마신공(天魔神功).”
지옥 전체를 뒤덮고 있는 거대한 지네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절기(節氣).”
쭉 뻗어져 나간 검기가 쉴 새 없이 커지더니 이내 공간 전체를 베었다.
“공허검(空虛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