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in the Academy as a Warlock RAW novel - Chapter 225
224화
자일 지그하르트의 마기로 되살아난 고대의 재앙들이 돌진했다.
제각기 초월자 급의 힘을 지닌 괴물들.
“사, 살려줘!”
“심장! 심장을 노려라!”
8서클에 도달한 기사들이 손짓 한 번에 종잇장처럼 찢어지는 광경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로만과 일리야 또한 전장으로 향했다.
이미 살왕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강력한 힘을 지니게 된 로만은 금세 수 십 명의 목을 따버렸다.
경험이 풍부한 기사들도 급습해오는 로만의 일격을 버틸 수 없던 것이다.
심지어 그는 불사(不死)의 존재였기에 사실상 일방적인 대결이었다.
허나 마냥 유리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 또한 최강의 전력이라고 할 수 있었기에 순식간에 기세를 회복한 것이다.
게티아의 흑마술사들이 악마들을 소환하고, 황실의 정예 병력이 힘을 모아 내가 소환한 괴물들을 처치하기 시작했다.
그들 중에는 9서클을 넘어 초월자의 급에 도달한 이들 또한 존재했다.
“유성낙하(遊星落下).”
정체불명의 마법사가 영창을 외우자 하늘에서 거대한 운석들이 떨어졌다.
그 광경을 보며 새삼 그들이 얼마나 나를 죽이기 위해 혈안이었는지를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동료들을 부르지 않은 것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사망선고(死亡宣告).”
내가 직접 개발해낸 흑마술 중 하나인 사망선고.
마계의 사신을 불러내 상대방의 영혼을 베어버리는 즉사기였다.
서걱!
방금 전까지 영창을 외우던 마법사가 바람 빠진 인형처럼 쓰러졌다.
9서클이든, 10서클이든 어차피 얘네들은 전부 다 조무래기들에 불과했다.
여기서 가장 주의해야할 건 바로 소천마 천악천.
제논 카이사르까지 같이 죽여 버리는 게 가장 베스트 시나리오였지만 그게 가능할지는 미지수였다.
‘이 자리에서 저놈만큼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천악천 저 괴물 같은 새끼를 죽이는 것만이 나의 숙원이자, 해답이었다.
“멸창(滅槍).”
고농도의 마기를 정제하여 만든 멸망의 창.
그것을 천악천의 심장을 향해 던졌다.
──콰앙!
천지가 울릴 정도로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며 나아간 창은 천악천의 가슴을 뚫기 직전.
그의 손에 의해 멈추었다.
“……거슬리는 군,.”
천악천이 힘을 주자 마기로 만들어진 창이 그대로 소멸했다.
허나 나는 보았다. 그의 강철 같던 육신에 생채기가 나는 것이
역시 마지막으로 보았던 시점만큼에 강함을 지니고 있지는 않은 듯 했다.
깨달음이 부족한 것이겠지.
그러니 지금 이 순간 빨리 처치해야만 한다. 저 괴물이라면 지금 이 순간에도 시시각각 강해지고 있을 테니까.
“나와라. 말파스(Malphas). 할파스(Halphas.).”
공간을 비집고 나타난 한 쌍의 까마귀.
그 크기는 마치 태산과도 같았다.
얼마나 거대한지 하늘 전체를 가득 매울 정도.
보는 것만으로도 전율과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저건 화신체에 불과했다.
지옥에서는 저것보다 훨씬 더 큰 크기의 본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다.
【드디어 전쟁인가?】
【구도의 마신이여. 명령을 내려라.】
“전부 죽여라. 남김없이.”
명령이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학살을 시작하는 두 마신.
비록 화신체일지라도 그들이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재앙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것을 막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천악천과 게티아의 사도들, 그리고 황실의 인물로 추측되는 정체불명의 여인이었다.
“아가레스이시여!”
마신 서열 2위, 부정과 절망의 아가레스.
게티아의 일원들 중에 그의 사도가 있는 듯 했다.
“절망과 죽음을!”
콰직!
사방으로 터지는 살점과 피.
자신의 목숨을 제물로 바쳐 특정 인물에게 절대적인 저주를 거는 흑마술이었다.
단순히 파괴력도 파괴력이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마신 서열 2위인 아가레스의 능력을 빗대어 만들어졌다는 사실.
그것은 말파스와 할파스조차 단번에 무력화시킬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허나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내가 아니다.
“무의 경계. 공간 지정.”
권능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면서 더 이상 무의 경계를 전체 범위로 늘려 사용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즉, 내가 원하는 범위 내에서 원하는 만큼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
그것이 얼마나 사기적인 얘기나면…….
“뭐, 뭐야!”
아가레스의 힘을 본떠 만든 흑마술을 단번에 무효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제파르(Zepar). 자간(Zagan). 무르무르(Murmur). 오리아스(Orias).”
네 명의 마신이 추가로 소환됐다.
“자, 시작은 지금부터다.”
* * *
정확히 1시간이 흘렀다.
전장에 남아있는 것은 자일 지그하르트와 그가 추가로 소환한 16명의 마신.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소천마 천악천 뿐이었다.
바닥은 시체와 피로 흥건했고, 주위는 온통 불바다였다. 본래 있던 지형 자체가 바뀌었다.
자일은 방금 전투에서 죽은 이들을 되살려 자신의 사역마로 삼았다.
이제 더 이상 사역마를 만드는데 생명력 따위는 필요치 않았다.
그저 바라는 대로,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뿐이다.
“어떠냐? 약자가 되어본 소감이.”
“……마치 내가 처음부터 강자였던 것처럼 얘기하는 구나.”
“안 그래? 너 처음부터 존나 강했잖아. 하늘이 내린 무재.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기술을 읽고, 따라할 수 있는 사기캐면서 왜 아닌 척해?”
“이 몸에 대해서 뭘 안다고 지껄이는 것이냐. 나는 언제나 철저한 약자였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이지.”
제 아무리 천악천이라도 열 명이 넘는 마신이 합심해서 공격을 하니 쉽게 버틸 수 없었다.
아니, 어떻게 보면 마신들을 상대로 지금껏 버틴 것이 오히려 말도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해냈고, 아직까지도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저 미친 호신강기는 대체 어떻게 되어 먹은 거야…….’
“이제 좀 죽어라. 이 괴물 새끼야.”
“……내가 여기서 죽을 것 같은가? 웃기지 마라. 나는 어떻게든 살아남아 네놈의 머리통을 부술 것이다.”
“피투성이로 그런 말 하니까 웃기네. 와, 그래도 오래 살고 볼일이다. 너 같은 괴물이 피투성이가 된 것도 보고 말이야. 처음에는 진짜 어떻게 죽여야 될지 막막하기만 했는데…….”
“닥쳐라!”
“그럼 죽어라.”
내가 신호를 보내자 모든 마신들이 일제히 천악천을 향해 달려들었다.
공간 전체가 일그러질 정도로 강력한 마기들이 뿜어져 나왔다.
안간힘을 다해 저항하던 천악천이었지만 결국 힘이 딸렸는지 호신강기가 무너지고 그의 육체에 상처가 생기려고 할…….
【이 몸의 사도가 이렇게까지 힘들어 할 줄 이야. 이거 정말 재미있겠구나!】
공간을 비집고 걸어 나오는 작은 소녀.
【오랜만이구나. 나의 사도여. 이거 천마치고는 너무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니냐?】
“…닥쳐라. 바르바토스.”
【하하! 여전히 호기롭군. 오늘 딱 한 번만 내가 도와주도록 하지. 이대로 있다간 그대를 영영 보지 못할 것 같으니.】
“…네놈의 도움 따위 필요 없다!”
【다 죽어가는 몸으로 그런 소리를 해봤자 신뢰가 가지 않는다네.】
서열 8위.
투쟁의 마신 바르바토스.
그녀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압도적인 기운.
본체가 아님에도 이곳에 있는 모든 존재를 아우를 만큼 초월적이었다.
“하필. 이 타이밍에 바르바토스가…….”
【호오. 네놈 나를 아느냐?】
“알다마다. 내가 지옥에서 너를 얼마나 찾으러 다녔는데.”
【나를 찾으러 다녔다고? 어째서지?】
“너를 굴복시켜서 계약하려고.”
【하하하하하! 그거 재미있는 말이구나. 나를 굴복시킨다고? 네놈이? 그래! 굴복시킬 수만 있다면야 얼마든지 그대의 노예가 되어주마.】
“그 말 꼭 지켜.”
바르바토스는 한 자리수의 서열을 지니고 있는 마신들 중에서도 무력만큼은 손에 꼽을 정도의 괴물이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그녀를 아군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그 이사의 마신들도 넘볼 수 있다는 말이었다.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었다.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어디 한 번 보여 봐라. 너의 힘을!】
자일은 지금껏 아껴두었던 모든 힘을 일제히 해방했다.
“극마지체(極魔肢體).”
초월적인 마기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며 자일 지그하르트의 전신을 타고 검보랏빛의 기류가 형성되었다.
압도적인 존재감.
그가 이 자리에서 힘을 내뿜는 것만으로도 대지가 갈라지고, 공기가 요동치며, 하늘이 비명을 질렀다.
온전한 마신(魔神).
그것도 수많은 마신들과 계약을 맺어 그들 모두를 사역하는 으뜸 중의 으뜸.
그것이 바로 구도(求道)의 마신 자일 지그하르트였다.
‘처음이다. 파이몬 이후에 전력을 해방해본 것은.’
아공간에 손을 집어넣어 완전한 형태가 된 악시온을 꺼내든다.
자일 지그하르트의 마기를 받고 자란 악시온은 창이라고 부르는 게 민망할 정도의 크기를 자랑하게 되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자일은 악시온에게 한 가지 의지를 부여했으니…….
“눈을 떠라. 악시온.”
콰과과광──!
악시온이 의지를 해방하자 사방에서 벼락이 내리쳤다.
오로지 신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신살(神殺)의 창.
그것이 바로 지금의 악시온이었다.
“르네. 아그니.”
이제는 정령왕이 되어버린 두 정령들 또한 주인의 부름에 응답했다.
과거에는 성체조차 되지 못한 작은 정령들이었지만 현재는 정령계를 양분하는 왕이 된 존재들.
불꽃 그 자체와 얼음 그 자체가 현현하자 주변 지형이 그들과 같은 속성으로 변화한다.
【호오. 어린 정령왕들까지 계약한 건가? 내 계약자가 애를 먹을 만 하군.】
“…애를 먹은 적 없다. 바르바토스.”
레메게톤의 맹약에 의해 계약된 모든 마신들을 전원 소환한다.
마신들의 대규모 소환에 일순 상공이 붉게 물들며, 인간계가 잠시 진동했다.
“파이몬(Paymon). 부에르(buer). 구시온(Gusion). 벨레드(Beled). 레라지에(Leraje).”
갈라진 공간 사이로 각 마신들이 화신체의 몸을 이끌고 걸어 나온다.
본체의 100분의 1조차 되지 않는 크기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마신들 사이의 이야기.
화신체의 모습만으로도 주변을 압도하기에는 충분했다.
16개의 팔을 지닌 레라지에와 3개의 머리를 갖고 있는 부에르.
【아아, 바르바토스의 냄새가 난다.】
【배고프다. 배고파. 당장 먹어치울 게 필요해.】
그리고 이 모두를 합친 것보다 커다란 거인(巨人).
화신체의 모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머리는 구름 위에 걸려 있었다.
본체는 무려 작은 행성과도 비견되는 태초의 여인.
“파이몬.”
【어머. 숙녀를 이렇게 함부로 불러대는 건 실례라고~】
“맹약을 이행할 때다. 바르바토스를 죽여라.”
【그거 5천년 만에 듣기 좋은 얘기네~예전부터 바르바토스는 정말 죽이고 싶었거든. 7죄악 애들은 뭐해? 놀고 있니?】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습을 드러내는 7대 죄악의 마신들.
폭식의 레비아탄.
격노의 아스모데우스.
나태의 벨페고르.
탐욕의 마몬.
질투의 벨제부브.
교만의 루시엘.
색욕의 리리스.
“지긋지긋하다. 이제 끝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