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303)
* * *
“이첨판 폐쇄 부전이라는 병입니다. 여기가 잘 닫히지 않아서 혈액이 역류하는 병이죠. 주로 보호자들이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요?”
“기침이요. 산책하고 나서, 아니면 밤에 기침이 더 심해집니다. 혀가 파랗게 되고, 헥헥거리거나 심하면 실신하기도 합니다.”
“맞습니다. 바로 그런 증상이 일어나면 곧바로 치료소로 데리고 오라고 보호자들에게 알려놔야 합니다. 심장병은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동물들도 조기 발견해서 치료하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요.”
사람들은 마커스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노트에 받아 적었다.
“대부분은 포션과 식이로 조절하는데, 그게 힘든 경우, 마커스솔루션에 의지를 해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수술할 실버폿도 그런 경우입니다.”
마커스가 사람들을 한번 둘러보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오늘 할 수술은 단열된 건삭을 재건하고 확장된 판막륜을 조여 주는 수술입니다. 굉장히 어렵고, 시도하기 힘든 수술입니다. 그러나 마나치료술과 힐의 능력을 빌어 해 볼 만한 수술입니다.”
잠시 후, 마커스솔루션이 시작되었다.
마커스가 카이에게 말했다.
-카이, 얘 안 아프게 기운을 살짝 불어 넣어줘.
[응,]카이는 대답은 했지만, 마커스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냥 손만 뻗어 기운만 쏴 주면 되는데 왜 저러지?’
카이의 궁금증은 수술이 시작되고 나서 더 커졌다.
‘음,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군.’
카이 눈에는 마커스가 힘들게 무언가를 하고, 또 그걸 수정구로 기록하기까지 했다.
어쨌든 시간이 지났고, 모든 게 다 끝났다. 카이가 봐도 죽어 가고 있던 실버폿이 살아났다.
-카이, 마나를 넣어 줘.
[알았어.]카이는 마취에 깨서 두리번거리는 실버폿에게 기운을 넣어 줬다.
실버폿은 즉시 일어나서 돌아다녔고,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박수치며 마커스를 칭송했다.
‘음, 다들 마커스를 우러러보는 것 같아 기분은 좋네.’
그러나 이상하다는 생각은 여전했다.
그 생각은 기숙사로 가서도 이어졌다.
마커스가 쓰던 방으로, 지금도 여전히 마커스가 치료탑에 올 일이 있으면 사용하는 방이었다.
[우와, 맛있는 냄새!] [카이, 여기 와서 이거 먹어 봐. 새로 나온 쿠키인데, 엄청 맛있어.]벨라가 입에 과자 가루를 잔뜩 묻힌 채 반겼다.
고개를 박고 쿠키를 먹고 있는 팅거는 날개를 한번 퍼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카이야. 네가 좋아하는 미트파이 사 왔어. 아투벡에도 생겼더라.”
세이건이 카이에게 미트파이를 건넸다.
“야, 나도 좀 챙겨 봐라. 카이만 입이냐?”
“에이 공자님도 질투할 걸 하셔야지. 얘들은 제가 안 챙겨 주면 못 먹잖아요.”
“못 먹긴 누가 못 먹어. 얘들이 지금까지 굶는 거 봤냐?”
“그거야 저랑 공자님이 챙겨 줘서 그렇죠.”
세이건은 마커스에게 대충 대답을 한 후, 카이, 팅거, 벨라에게 말했다.
“얘들아,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내가 다 챙겨 줄게.”
세이건의 말이 끝나자마자. 카이가 미트파이를 먹다 말고 말했다.
[꼬치구이, 그리고 마커스 그거 뭐지? 로이칸이 잘 먹는 거.]-육포.
“카이 너 꼬치구이 먹고 싶지. 아, 그리고 육포도 새로 나온 게 있는데, 로이칸이 그게 너무 맛있나 봐. 앉은 자리에서 엄청 먹었어. 스피카도 좋아하더라.”
마커스와 동시에 세이건이 말했다.
“세이건, 너 얘들 말 알아듣냐?”
마커스가 세이건을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냥 얼굴 보면 아는 거 아니에요? 배가 고픈지, 기분이 좋은지, 어디 아픈지.”
세이건의 입에서 에른이 했던 말과 같은 말이 튀어나왔다.
그 말에 카이는 입꼬리가 슬며시 풀어졌다.
‘인간들은 참 착한 존재야.’
카이는 자신을 생각해 주는 세이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애들에게 말했다.
[인간들은 참 착해. 우리가 잘해 주자.] [그래. 기운돌도 많이 만들어 주고.] [그래. 아, 맞다. 마커스.]-왜?
-나? 힘든 거 없는데?
[조금 전에도 힘들게 살았잖아. 그냥 마나만 흘려 주면 바로 나을 애를 삼십 분이나 고생했잖아.]카이는 조금 전까지 궁금했던 걸 물어봤다.
-아, 수술한 거?
[응.]-그거? 애들 훈련시키는 거야.
[훈련이라니?]-우리는 마나로 환자들을 고칠 수 있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못하잖아. 나중에 내가 죽으면 누가 환자들을 고쳐 주겠어?
[주, 죽는 말 하지 마. 안 죽는다. 그리고 내가 있다.]-당연하지. 네가 나 대신 고쳐 주리라 믿어. 그런데 네가 대륙 모든 곳에 동시에 나타날 순 없잖아.
[그, 그렇긴 하지.]카이는 마커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아무리 분신을 쓴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이런 방법을 알려 주면 백 명, 아니 천 명, 어쩌면 만 명도 넘는 치료사들이 동시에 아픈 애들을 고쳐 줄 수 있지. 사람도 마찬가지고.
[그럼 분신술을 가르쳐 주는 거야?]-비슷해. 생각해 봐. 네가 쉘터를 백 개 만들고 싶다고 했잖아.
[나중엔 더 많이 만들 거다. 나도 천 개 만들 거다.]-그래, 그래라. 나는 거기에 치료소도 함께 세울 거야. 그런데 거기에 내가 천 명이 될 수는 없잖아.
마커스의 말에 카이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분신을 만드는 건 마나가 굉장히 많이 쓰인다.
[그건 안 돼. 마커스 네가 힘들다.]-그러니까, 실력 좋은 치료사를 많이 기르려고. 그래야 내가 없어도 아픈 애들이 맘 편히 치료받지. 사람도 마찬가지고. 너 그때 가테지 마법사님이 아팠을 때, 싫었지?
[응, 화났다.]-그때 우리가 있어서 그랬지, 우리가 없었더라면 가테지 마법사님은 돌아가셨을지도 몰라.
[그건 안 된다. 그러지 않아도 인간은 백 년밖에 못 사는데, 그보다 더 짧게 사는 건 안 된다.]-그러니까, 백 년을 온전히 살게 하려고 치료사가 있는 거야.
[역시 마커스는 멋있어. 친구들까지 아프지 말라고 고생하는 거잖아. 하긴 나도 마커스가 아니었다면 죽었을지도 몰라.]벨라가 말했다.
[나, 나도. 마기그물에 갇혔을 때, 너희가 나를 구해 주지 않았으면 죽었을 거야.]카이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때, 식당에서 마물에게 잡혔을 때가 생각난 거였다.
[나, 나도. 그때, 너희들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난 배고파 쓰러졌을 거다.]카이도 목장에 갇혀 있었을 때를 떠올리곤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래, 마커스가 날 구해 줬지.
그리고 보니, 제일 조금 사는 마커스에게 도움을 받은 거다.
[마커스는 참 착해.] [마커스 주변 인간들도 착해.] [맞아. 가테지도 착하고, 올보그도 착해. 아. 발로우도 착하고, 오늘 보니까 블록도 착하던데?]* * *
-야, 널 좋아해 주는 사람들은 다 착하냐?
[응, 당연한 거 아니야?]하여간에 드래곤은 제멋대로이고 이기적이라더니.
착한 기준도 제멋대로이군.
그런데, 그 기준이 나름 맞긴 한 것 같다.
모두를 위해 고생한 사람들이니까.
후우웅.
갑자기 기운이 소용돌이쳤다.
카이가 창가에 서서 내뿜고 있는 기운이었다.
-카이 너 뭐 해?
[여기엔 성물이 없어.]-없지.
[그래서 기운돌을 심으려고.]그러고 보니, 카이가 기운을 기운돌에 흘려 넣고 있었다. 어느새 팅거, 벨라까지 나란히 서서 카이와 같이 기운을 돌에 흘려 넣고 있었다.
가서 보니까, 카이는 볼프탑주를 그려넣고 있었다.
팅거, 벨라는 음…….
[마커스, 멋있지?] [히힛, 하니까 되는데?]-카이는 볼프 탑주님을 그렸고, 너희는 아. 숲을 그렸구나. 하긴 여기 산들이 좀 근사하긴 하지.
[아닌데? 슈미트 교수님인데?] [난 세이건을 그렸는데?]-그, 그래?
추상화도 있으니까. 뭐가 됐든 기운돌을 만들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지 뭐.
[마커스]-응?
[성물들 좀 소환해 봐.]-성물?
[응, 여긴 아픈 사람들과 동물들이 많이 오는 곳이니까 성물들의 기운을 넣어 주면 좋을 것 같아서.]-아, 그래, 그거 좋겠다.
나는 곧바로 성물을 소환했다. 순식간에 신성력이 충만해졌다.
신기한 일도 생겼다.
“어? 이거 제 얼굴 아니에요?”
세이건이 벨라가 그린 자기 얼굴을 알아본 거다.
물론 내 눈에도 세이건처럼 보였다. 슈미트 교수는 물론이고.
마침, 기척이 들려왔다.
발자국 소리를 들으니 슈미트 교수님이시군. 그리고 뒤이어 볼프 탑주님도.
“세이건 교수님들께서 오고 계셔. 문 열어 드려.”
“예.”
한두 번 들은 것도 아니고, 세이건은 익숙하게 걸어가 교수님 두 분을 모시고 들어왔다.
“탑주님, 교수님.”
“오늘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대장 덕분에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다들 본인의 비기는 숨기고 보여 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대장은 그냥 모든 걸 다 공개하니……. 이거 말이 짧아서 고맙다는 말 외에는 생각이 나지 않는군요.”
“아닙니다. 탑주님. 다 저를 위한 일인걸요. 많은 치료사님들이 그런 수술을 할 수 있으면 제가 오늘처럼 불려 다닐 일은 없을 거잖아요.”
“하하하, 역시 사람들에게 부담을 안 씌우려는 그 다정한 마음은 여전하군요.”
아니 정말입니다요. 얘들도 들어서 알고 있어요.
“그건 그렇고 방금 기운을 펼치셨더군요. 입원한 환자들이 갑자기 상태가 좋아졌습니다. 이번 주 내로 모두 퇴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걸 바로 알아차리다니. 역시 볼프탑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카이가 톡, 테이블 위에 돌을 내려놓았다. 볼트 탑주 그림이 그려진 기운돌이었다.
이어 슈미트 교수 기운돌까지.
“이거 뭡니…… 아, 이런!”
“허어…….”
두 사람이 말이 없어졌다. 그리곤 기운돌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입에선 계속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한 10분 정도 지났을까. 볼프 탑주가 입을 열었다.
“성물이군요. 마나가 굉장히 충만합니다.”
“예.”
맞지. 세상에 좋은 기운이 모두 모여 있는 돌이니까.
“내가 능력이 부족해 이렇게밖에 느낄 수 없는 게 안타깝고 미안할 지경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이런 귀한 돌에 제 얼굴이 새겨져 있는지, 영광일 따름입니다.”
두 사람은 작은 돌을 손에 올리곤 더없이 경건한 모습으로 감탄사를 읊었다.
그 모습에 우쭐해진 녀석들은 그때부터 계속 초상 기운돌 그리기에 박차를 가했다.
[마커스, 가자.]-이번엔 누굴 그렸는데?
[여기.]카이가 건네준 기운돌에 레온 주교가 웃고 있었다. 이어 클리몬트 대주교와 카발라 제국의 황제까지.
-그래, 가자 가.
나는 녀석들과 함께 카발라 제국의 황도, 크루아를 방문했다.
신성력이 강한 세 사람이니, 그 기운돌이 얼마나 대단한지 곧바로 알아봤을 거다.
세 사람은 기절하듯 좋아했다.
[히힛, 신기해. 원래도 좋았던 곳인데, 더 좋아졌어.] [그러게. 성물들 기운이 끝내주게 좋나 봐.] [여기 온 김에 난 로나인에 가서 친구들 그려줄 거야.] [가자.] [우리 로나인에도 건물을 하나 더 지을까?]-거긴 던피 영감님이 계셔서 안 지어도 돼. 그냥 기운돌만 심어놓고 오면 돼.
[그래? 그럼 베랑토에 가야겠네. 거긴 겨울에도 엄청 추운데.] [거기 어디지? 토끼들 엄청 많았던 곳.]-크루아 왕국?
[응, 거기도 가자.]-거긴 한번 가서 정화를 해 줄 필요가 있긴 해.
[가루다 사막도 가자. 거기도 찝찝해.] [그럼 데스케이드도 가야지.]처음엔 그저 지인들에게 기운돌을 선물해 준다는 명목으로 돌아다녔는데, 이제는 거의 대륙 모든 지역을 다 돌아다니게 되었다.
좋았던 곳은 더 좋게, 마기가 가득 찼던 곳은 다시 정화해 준다는 기분으로.
[반갑다. 친구.]판테라 대장, 탄이 우리를 반겼다.
[이거 받아라. 선물이다.]카이가 탄에게 기운돌을 건넸다.
[이거 내 얼굴이잖아?]역시, 똑똑한 몬스터라더니, 탄은 자신의 얼굴을 정확하게 알아봤다.
[고, 고맙다. 이렇게 귀한 걸 받아도 되나?]탄은 자기 얼굴이 그려진 기운돌을 매만지며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앞으론 아플 일이 없을 거다.
[고맙다. 친구, 우리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라.]-그래. 너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날 불러라.
* * *
“여기 온 것을 후회합니까?”
레가시는 오랜만에 만난 마커스에게 물었다.
“아니.”
“그렇죠?”
레가시는 마커스를 보며 싱긋 웃었다.
“뭐 잘났다고 웃고 있냐?”
“잘났죠. 이렇게 훌륭한 분을 모셔왔으니까요. 그리고 알죠?”
“뭘?”
“제가 공자님께 너무 고마워하고 있다는 걸요.”
마커스는 그런 레가시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레가시가 무슨 뜻으로 말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까.
만약, 그때, 그 자리에 자신이 없었다면, 그래서 마신을 죽이지 못했더라면, 지금 이 세계는 멸망했을지도 모른다.
그랬더라면 마커스가 동료라고 생각하는 그들은 지금쯤 소멸하고 없었을 거라는 것.
“시끄러워. 대륙에 오가는 소문이나 말해.”
“네네, 그럽죠.”
“우리 동물병원 이야기도 빼먹지 말고.”
마커스가 무슨 동물병원을 뜻하는 지 이 방 안에 있는 카이, 팅거, 벨라, 그리고 레가시는 알고 있다.
“당연하죠.”
“빨리 시작해.”
말투는 퉁명스러웠지만, 마커스가 레가시를 쳐다보는 눈빛은 따뜻했다.
카이와 팅거, 벨라, 그리고 레가시 역시 마커스를 더없이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수의사 드루이드
지금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