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65
165 콧노래가 나오는 상황
* * *
방송국 인근의 어느 카페.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고 한 사람이 말한다.
“노래 좋네. 이거 MJ 작곡가 노래라고 했었지?”
“맞아. 빌보드까지 차트인에 성공했다나? 미국에서도 반응이 꽤 좋은 것 같더라고.”
“한국 반응은?”
“음원 차트 10위권 입성. 오늘 아침에 주간 차트가 떴더라고. 꽤 오랜만의 신곡인데도 한국에서 MJ 인기는 여전하더라.”
“그런데 섭외는 감감무소식이야?”
“⌜월광⌟에 메일 10통은 넘게 보내봤는데 다 거절당했어. 가면 같은 걸 쓰고 출연해도 된다고 했는데도 말이야. 출연료도 많이 챙겨준다고 그랬는데.”
“어렵네.”
“그러니까 말이야. 이러다간 MJ 영영 못 찾겠어. 어디 탐정이라도 고용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더라니까?”
음료를 받기 위해 내 앞에 서 있던 두 사람의 대화.
방송국 근처 카페라 그런지, 꽤 재미있는 이야기가 들려오기도 했다.
“아이고! 미안. 부딪힐 뻔했네. 괜찮아?”
“괜찮아요.”
“다행이다. 그러면 우린 가볼게. 음료수 맛있게 마시고~”
“네.”
바쁜 듯 서둘러 스쳐 지나가는 두 사람을 잠시 보다가, 주문한 바닐라 크림 핫초코를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미국에서 순항 중인 ⌜Get back⌟은 한국에서도 어느 정도 반응이 나와주고 있었다.
대한민국에선 익숙하지 않은 잭 워커라는 외국 가수, 그리고 영어 가사라는 장벽이 있는데도 한국 음원 차트 7위에 올라섰다.
박훈 과장님 말씀으로는 MJ 팬층이 점점 두터워지고 있는 거라는데······.
방금 방송국 관계자의 반응으로 미뤄봤을 때, 한국 차트도 조금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방송국의 관심은 언제나 대중의 관심을 따라가니까 말이다.
‘물론 지금은 빌보드 차트가 더 중요하지만.’
현재 빌보드 HOT 100 차트 61위.
잭 워커 가수님께서 본격적으로 미국 방송에 출연하시면서 유의미한 성적이 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그랜트 이사님의 말씀으로는 2, 30위 권에 진입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이미 내 손을 떠난 노래였기에 내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지만,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그때, 어떤 남자가 내 테이블 건너편에 털썩 앉았다.
박훈 과장님이었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엄청 잘나가고 있어. 다들 욕심이 생겨서 그렇지. 지금만 해도 훌륭한 성적이야. 너도 잘 알지?”
과장님께서는 교묘하게 주어와 목적어를 생략하셨다.
“네. 알아요.”
“그래서. 그 건은 어떻게 하려고?”
“광고요?”
“그래. 그쪽에서 너한테 선택권을 줬다면서. 생각은 해봤어?”
⌜Get Back⌟을 광고 음악으로 쓰고 싶다는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들었다.
⌜DreamSounds⌟와 잭 워커 가수님께서는 내 뜻대로 해도 된다고 하셨고, 그 때문에 어제 워커 가수님과 직접 통화도 하게 됐다.
“조금 재미있게 일이 풀렸어요. 제가 하기 나름으로 일이 흘러가게 됐거든요.”
“너 하기 나름으로?”
“네. 그게······.”
그때.
저 멀리서 누군가가 박훈 과장님께 손을 흔들더니, 종종걸음으로 테이블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20대 초반의 여성.
알고봤더니 ⌜월광⌟ 소속의 김가온 가수님이었다.
“안녕하세요! 박훈 과장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권설하 가수님하고 잠깐 볼 일이 있어서. 지금은 여기에서 대기 중이야.”
“······ ‘이분’ 하고 같이요?”
나를 보며 눈을 깜박이는 김가온 가수님.
내가 무어라 이야기하기도 전에 박훈 과장님께서 능청을 떠신다.
“어. 얘가 차 대리 사촌 동생의 친구의 친구쯤 되는 애 거든. 그래서 서로 알음알음 아는 사이야.”
“아~ 그렇구나. 그런데 사촌 동생의 친구의 친구쯤이면······. 거의 남 아니에요?”
“사람 인연이 어떻게 그렇게 단순하겠어? 이 정도면 내 조카라고 봐도 무방한 거야.”
“······ 그런가요?”
“그래. 그런데 가온이 너는? 오늘 방송이 있던가?”
“네. 음방 나가는 것 때문에 미팅이요. 사전녹화를 해야 해서 일정을 조정해야 했거든요.”
“너도 바쁘구나. 좋은 일이야.”
“과장님 덕분이죠. 그보다 반가웠어. 이름이······.”
“저는 한서진이라고 합니다.”
“서진이구나. 오늘 하루 재미있게 보내고~ 또 보자~”
내게 손을 흔들어 주시며 다른 테이블로 가시는 김가온 가수님.
박훈 과장님의 설명을 들어봤더니······.
“과장님께서 발굴하신 분이었다고요?”
“어. 3팀에 뺏긴 아티스트이긴 하지만 말이야. 내가 ⌜월광⌟이랑 있는 일 없는 일을 다 겪은 사람이거든.”
“그런데도 ⌜월광⌟에 남기로 결정을 하신 거였어요?”
⌜DreamSounds⌟의 이직 제안.
박훈 과장님과 차리나 대리님은 모두 ⌜월광⌟에 남기로 최종 결정을 하셨다.
과장님께서는 피식 웃으셨다.
“그러다 보니까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었거든. 거기에다가 이젠 1팀에 내가 필요한 아티스트들도 많아졌으니까.”
나와 설하 누나.
그리고 작년에 1팀으로 데려온 몇몇 아티스트들을 언급하신다.
“그 사람들을 두고 내가 어딜 가겠냐. 그냥 이곳에서 내 앞가림이나 잘해야지.”
언제나 사람을 더 중요시하는 박훈 과장님이었다.
과장님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는 방송국 안으로 들어갔다.
“서진아아아~”
“누나. 꽤 오랜만이죠?”
“그러니까! 너 그사이에 또 엄청 컸네! 몰라보겠어! 이러다가 누나보다 커지는 거 아냐?”
“빨리 그래야죠.”
마침 방송이 끝난 덕분에 설하 누나와 금방 만날 수 있었고, 약속대로 우리는 맛있는 밥을 먹으러 갔다.
무척 즐거운 하루였다.
* * *
대기실에 앉아 있던 남자, 잭 워커가 어제를 회상하며 말을 이어간다.
조금 어이가 없다는 듯 말이다.
“MJ. 어제 직접 통화를 해봤는데 잘 해봐야 고등학교에 다닐 것 같은 목소리였습니다. 그랜트 베이시스트님은 이미 알고 있었던 거죠? 그가 그렇게 어리다는 걸요.”
“허허. 그래. 나도 MJ를 처음 봤을 때 너처럼 똑같이 놀랐었지. 그러니 내 앞에서 네가 굳이 ‘또’ 놀라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없을 것 같구나.”
“그게······. 아니! 최소한 그가 몇 살인지 정도 말씀은 해주셨어야죠! 제가 얼마나 당황했었는 줄 아세요? 저는 MJ가 최소······.”
“최소?”
“40대는 된 줄 알았어요. ⌜Get back⌟ 같은 가사를 쓰려면 최소한 그 정도 연륜은 필요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나도 처음엔 그럴 거라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네게 미리 말해주지 않은 덕분에 재미있는 일이 하나 생긴 것 같구나. 그거면 된 것 같은데.”
“······.”
“그래서. MJ와 통화를 해본 소감이라도 내게 말해주고 싶어서 나를 부른 거니?”
“후우. 그런 것도 있고요. 제가 해줘야 할 것도 있어서요. 그랜트 베이시스트님 도움도 필요하고요.”
⌜Get back⌟ 작업 당시.
원래대로라면 조금은 가벼운 느낌의 가사를 쓸 예정이었던 MJ는 워커의 사연을 듣고, 그에 맞춰서 새로이 작사를 해줬다.
무척 고마운 일.
그래서 이번에 기업들에게 ‘광고 음악 사용’ 제안이 들어왔을 때도 워커는 MJ에게 전권을 일임했다.
그게 도리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MJ는 통화 중에 핵심을 찔러왔었다.
⌜Get back⌟은 이제 잭 워커의 노래라며, 더 이상 자신의 노래가 아니니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만약 MJ 자신이 워커 입장이었다면, 개인적인 사연이 담긴 노래를 특정 광고에 사용하고 싶진 않았을 거라고.
그러니.
진심을 말해달라고 말이다.
10대 작곡가에게서 나온 말 덕분에, 워커는 자신이 ⌜Get back⌟을 부르는 심정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됐다.
결국 한참을 고민하다가, MJ에게 ⌜Get back⌟을 광고에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솔직히 대답했다.
MJ는 잭 워커를 이해해주고 있었다.
잭 워커는 MJ가 고마웠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마움.
그래서 잭 워커는 그 고마움에 대한 대가로 MJ에게 작은 보답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워커는 그랜트 앞에서 개인 수표에 일정 금액을 기재했고, 그 모습을 보던 그랜트는 미소를 짓고 말았다.
“MJ에게 잘 전해주세요.”
“내 친구 현필도 MJ에게 보답의 형식으로 수표를 써줬다고 들었는데, 너도 똑같은 행동을 하는구나.”
“그의 노래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에게 손해를 끼치기도 싫었고요. 오히려 이 정도는 약소하다고 봐요.”
“광고 음악 사용료에 버금가는 금액이구나. ⌜DreamSounds⌟가 MJ에게 지불한 작곡 개런티에 버금가는 금액이기도 하고.”
“빌보드의 신인 작곡가 입장에서 봤을 때 역사적인 금액일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하나도 아깝진 않아요.”
잭 워커는 혹시나 MJ가 이 수표를 거절할까 싶어 약간의 꾀를 냈다.
⌜Get back⌟이 빌보드 Hot 100, 50위 안에 들면 지급되는 인센티브 형식으로 이 수표를 전달해달라고 말이다.
‘돈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작곡가인 것 같으니, 이렇게라도 해야 내 수표를 받아 줄 확률이 올라가겠지.’
거기에, ⌜Get back⌟의 순위 상승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잭 워커였다.
“그리고 또 하나 해주실 일이 있어요.”
“내가?”
“지금 이 내용을 기업들에게 빠르게 전달해주신다면, 몇몇 기업들은 MJ에게 개인적으로 곡 의뢰를 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미 한 곳하고는 그렇게 이야기가 끝나기도 했고요. 나머지 회사에 대해서는 그랜트 베이시스트님께서 일을 처리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네가 기업 관계자하고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고?”
“네. 사실, 그 때문에 오늘 그랜트 베이시스트님을 부른 거예요. 저 혼자 이 일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기업들에게 이메일을 돌려주세요. MJ가 또 다른 이득을 볼 수 있도록 이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MJ가 다시 ‘선택’할 수 있게 되겠죠.”
기업들이 MJ에게 새로운 작곡 의뢰를 하게끔 만들어달라는 뜻이었다.
워커는 자신이 MJ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을 모두 해줬다.
그렇다면 이제는······.
⌜Get back⌟의 흥행을 위해 더 노력하기만 하면 됐다.
워커는 무대 위로 올라갔다.
수많은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방송국의 무대 위에서 생각을 정리했다.
잭 워커는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Get back⌟의 가사처럼.
그는 나아갔다.
* * *
일주일 뒤.
⌜Get Back⌟이 빌보드 HOT 100 차트에서 47위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을 때.
그랜트 이사님께서 직접 한국을 찾아오셨다.
박훈 과장님을 포함해 3자 대면하는 자리에서 그랜트 이사님은 내게 거액의 수표를 내밀어주셨다.
일종의 인센티브라면서 말이다.
내가 얼떨떨하게 있자, 박훈 과장님께서는 그 수표를 챙겨 내 손에 슬쩍 쥐여주셨다.
“정당한 대가인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워커가 MJ를 무척 마음에 들어 했거든요. 진작에 인센티브를 걸어놓았던 건데 제가 말씀드리는 걸 깜박했었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게 됐네요.”
“빌보드의 순위권에 들 수 있는 곡을 계속 쓸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기꺼이 내어드릴 수 있는 인센티브입니다.”
당사자인 MJ의 대화 참여 없이도 이야기를 이어가시는 두 분.
조금 과한 돈이 아닌가 싶어 이야기를 꺼내자, 박훈 과장님께서 살짝 귓속말을 하신다.
그것도 한국어로.
“이런 건 일단 받고 보는 거야. 어차피 ⌜DreamSounds⌟랑 너랑 직계약이 돼있어서 ⌜월광⌟이 따로 커미션을 청구하지도 않을 수표란 말이야. 그런데 뭐가 고민이야?”
“그거야 너무 큰 금액이니까요?”
“야. 너 이제 참고로 빌보드 작곡가거든? 무려 47위라잖아! 이럴 때 몸값을 팍팍 올려 두는 거야.”
“······ 그런가요?”
“그래! 그리고 아티스트가 받는 돈을 거절하려는데 가만히 있을 레이블이 세상에 어딨어? 쓸데없으면 일단 받은 다음에 은행에라도 넣어둬. 알겠어?”
“으음.”
“아니면 이참에 장비라도 싹 바꾸든가. 너 녹음 장비는 변변한 게 없지 않아? 그러면 되잖아.”
“······.”
솔깃한 이야기에 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박훈 과장님께서는 내 끄덕임을 보고, 주제를 살짝 바꾸셨다.
“그런데 그랜트 이사님, MJ에게 광고 음악 제작 제안이 들어왔다고요?”
“아, 네. ⌜Get back⌟을 탐내던 기업 중 몇몇 곳에서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다만, 일종의 오디션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하긴 할 겁니다. 반려가 있을 수도 있고요. 검증되지 않는 OST(Original Sound Track)는 어쩔 수가 없거든요.”
“알겠습니다. 제가 MJ랑 차분히 검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랜트 이사님께서는 언제 미국으로 돌아가시나요?”
“이번엔 잠깐 일본에도 들려야 해서 일주일쯤 뒤에 돌아가게 될 것 같습니다. 일본 쪽 아티스트하고도 일하는 게 있어서요. 겸사겸사 한국에 온 거라서요.”
“확실히 ⌜DreamSounds⌟가 글로벌 기업이긴 하네요.”
“그게 저희 회사의 장점이긴 하죠.”
모든 이야기가 끝난 뒤.
내게 러브콜을 보낸 기업 명단을 박훈 과장님과 살펴보다가 나는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엇. ‘써니 딜라이트’가 있네요?”
“아는 브랜드야? 나는 처음 들어보는 곳인데.”
“미국 사탕 브랜드에요. 다른 곳도 좋은데, 여기가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너 사탕 좋아했었나? 먹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말이야.”
나는 단번에 한 사람을 떠올리며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사탕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을 한 명 알아서요. 이번엔 정말로 순수하면서도, 행복한 느낌이 나는 멜로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 * *
주섬주섬 곰돌이 가방을 뒤적이던 여자아이는 서점 직원에게 손을 내밀었다.
“혹시 레몬 사탕이 필요하진 않으세요?”
“응?”
“제게 책을 찾아주셨잖아요. 조그마한 보답을 드리고 싶어서 그래요.”
“······.”
아이의 행동을 유심히 바라보던 직원은 큭큭 웃으며 그 사탕을 받았다.
“고마워. 너는 예의가 참 바르구나.”
“히히. 감사합니다.”
곧바로 엄마 곁으로 도도도 걸음을 옮기는 여자아이.
엄마에게 레몬 사탕 하나를 건네주면서, 자기 입에도 사탕을 하나 넣고 우물우물 거리던 여자아이는.
여느 때처럼 행복한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오빠 일 끝나면 수고했다는 의미로 사탕을 하나 줘야겠어. 오빠도 내 사탕을 언제나 좋아하니까 말이야.’
‘그런데 우리 오빠는 일이 언제 끝나려나? 오빠한테 새로운 책 샀다고 자랑도 해야 하고, 서점에서 오빠 노래가 나왔다는 이야기도 해줘야 하는데.’
‘오늘 오빠, 빨리 집에 돌아왔으면 좋겠다. 빌보드 차트도 다시 물어봐야 하니까. 오빠랑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
“흐흐흥~”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한수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