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64
164 불어오기 시작한 바람
* * *
빌보드 HOT 100 92위.
⌜Get back⌟의 첫 번째 성적이 드디어 공개됐다.
지난 일주일 동안, 잭 워커 가수님께서 꽤 빠듯한 스케줄을 소화하셨다는 이야기는 그랜트 이사님께 전해 들었다.
오프닝 액트로 수많은 공연장을 돌아다니시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시다고.
그는 밀러 아저씨와의 약속을 이행하고 계신 걸지도 모르겠다.
워커 가수님과 직접 통화를 해본 적은 없었다.
내가 지금 당장 미국으로 넘어갈 일도 없었기에, 당장은 이메일 정도로만 소통하고 있었다.
‘조만간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게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 그렇게 할 건 아니니까.
빌보드 차트인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워커 가수님께 가장 먼저 축하의 이메일을 받게 됐다.
좋은 곡을 써줘서 정말로 고맙다는 장문의 글이 포함된 이메일.
그 내용엔 밀러 아저씨와 워커 가수님의 이야기도 있었다.
신인 때 밀러 아저씨를 만났고, 12년 전에 결국 이행될 수 없었던 약속을 했었다는 이야기.
밀러 프로듀서를 떠올릴 수 있을 만한 곡을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는 내용도 이메일 안에 있었다.
‘밀러 아저씨는······. 확실히 대단한 분이었다니까.’
그런 생각이 드는 기분 좋은 이메일이었다.
잭 워커 가수님은 최근 몇 년간 빌보드에 차트인한 곡을 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이 정도 성적만으로도 조금은 놀랍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첫 시도 만에 빌보드에 차트인할 거라는 생각은 못 했지.’
그랜트 이사님께서야 내게 계속 ⌜Get back⌟의 가능성을 언급해주셨었지만, 최소 2, 3번의 시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보편적인 생각을 나는 하고 있었다.
빌보드에서 차트인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의미였다.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음원 차트가 빌보드다.
그곳 끄트머리에라도 이름을 올렸다는 소리는,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 음악을 ‘들어볼 가능성’이 생긴다는 의미와 같았다.
예를 들어, 빌보드 HOT 100의 100위의 경우 대중들이 ‘우연히’라도 음악을 들어볼 수 있겠지만.
101위의 경우 차트에 표기조차 안 되기에, 당연하게도 대중들은 곡의 존재 자체를 모르게 된다.
한 마디로 빌보드에 차트인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1과 0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한 사람은 내게 전화를 하자마자 돌고래 소리를 냈다.
– 빌보드 진입이라니! 서진아! 축하해! 이게 웬일이라니!
설하 누나는 나보다도 들떠 있었다.
“저도 조금은 얼떨떨해요. 아무래도 워커 가수님께서 이 곡을 잘 불러주신 덕분인 것 같아요.”
– 물론 그 말도 맞지. 하지만 일단 곡도 좋아야 하는 거잖아. 내가 보기엔 서진이 네 공이 조금은 더 큰 것 같긴 해. 크흠. 아마 누나 말이 맞을걸?
“무려 제 직속 선배님 말씀이니까요?”
– 큭큭. 그래! 아직도 안 까먹고 있었네. 누나가 한 번 너 만나러 가봐야 하는데 도통 시간이 안 난다.
최근에 한창 단독 콘서트 준비 때문에 바쁜 설하 누나.
거기에 예능에서도 꾸준히 모습을 보여주고 계신 터라 나보다도 훨씬 스케줄이 바쁜 분이었다.
우리는 근황 이야기를 가볍게 주고받았다.
그리고 전화를 끊을 때가 되었을 때, 설하 누나는 내게 다정하게 말을 건네줬다.
– 서진아. 누나는 네가 잘돼서 너무 뿌듯해. 고맙고. 너무 멋지다. 그냥 그렇다고.
“누가 보면, 설하 누나가 제 친누나인 줄 알겠어요.”
예전부터 드는 생각이었다.
– 뭐, 우리 사이가 그에 못지않긴 하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빌보드 차트인 정말로 축하해! ⌜Get back⌟ 좋더라!
“전화해 줘서 고마워요. 다음에 제가 진짜로 한 번 찾아갈게요.”
– 그래. 그때 우리 맛있는 거 사 먹자. 그러면 항상 몸조심하고!
“누나도요.”
설하 누나와 전화를 마치고 나서 내게는 꽤 많은 전화가 쏟아졌다.
⌜대성하자⌟ 형들, ⌜월광⌟분들, ⌜DreamSounds⌟의 그랜트 이사님.
내가 MJ라는 걸 아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내게 전화를 해줬다.
그리고 이렇게 이른 아침 시간에, 내 방까지 직접 찾아온 한 사람도 있었다.
“오빠 축하해!”
그건 수연이였다.
언제 준비했는지 색종이를 접어 만든 목걸이를 내 목에 걸어준다.
알록달록한 색종이 목걸이 한 가운데에는 ‘빌보드 작곡가 우리 한서진 오빠!’라는 글자도 쓰여있었다.
“이런 건 언제 준비했어? 만드는 데 오래 걸렸겠는데?”
“엣헴. 자기 전에 틈틈이 접어봤어. 오빠가 잘될 것 같아서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거야. 5일쯤 걸리긴 했어.”
“고생했네.”
“대단한 건 아니야. 오빠가 좋아해 주니까 손가락도 금방 풀린 것 같아.”
허공에 색종이 접는 시늉을 하는 수연이.
나는 한참 동안 웃다가 기념으로 수연이와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가족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며, 빌보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여보. 우리 집에 빌보드 작곡가가 있어. 지금 사인이라도 받아 놔야 하는 거 아냐?”
“그러니까. 나중에 유명해지면 사인 비싸질 수도 있잖아. 지금부터 모아놔야겠어.”
“큭큭. 말은!”
왁자지껄해진 우리 집.
부모님께서는 내게 잘했다고 몇 번이나 칭찬을 해주신 뒤에 먼저 집을 나가셨다.
오늘 수연이는 내가 보기로 했다.
부모님께서 바쁘시기도 했고, 수연이가 내게 ‘방학 숙제’ 중간 점검을 받고 싶다고 했다.
“오빠라면 믿을 수 있거든.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잘 해가고 싶어서 그래.”
“유치원 방학 숙제인데도?”
“응. 할 수 있는 만큼은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우리 수연이는 정말 대단하구나.”
“히히. 오빠한테 그런 소리를 듣고 싶어서 열심히 하는 걸지도 모르겠어.”
우리 집 성실의 아이콘인 수연이였다.
그래서 우리 남매는 겸사겸사 함께 설화 예중에 가기로 했다.
나도 방학 숙제를 하긴 해야 했으니까.
우리 남매는 외출 준비를 마친 뒤 집을 나섰다.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길에, 이제 막 2월에 들어선 새봄동의 풍경을 함께 구경했다.
길은 잘 정돈이 됐지만, 나무에는 아직도 쌓여있는 눈들이 보인다.
책보는 걸 좋아하는 수연이가 한마디를 한다.
“마치 설탕을 뿌린 케이크 같아. 달콤할 것만 같아.”
“그렇다고 진짜로 먹으면 큰일 나.”
“배탈이 나려나?”
“아마도?”
“아쉽네.”
눈길을 따라 나 있는 고양이 발자국을 보고도.
저 멀리서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고도.
우리 남매는 비슷한 대화를 나눴다.
도착한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그때, 약속 시간에 맞춰 이하은이 나타났다.
제일 먼저 수연이와 살갑게 인사를 나누는 이하은.
곧이어 빌보드에 대한 이야기를 내게 슬쩍 꺼낸다.
“축하해. 나는 이번 곡도 잘될 줄 알고 있었다니까.”
“아직도 얼떨떨하긴 해.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 잘 와닿지도 않고.”
“만약 나였다면 폴짝 뛰었을 텐데 말이야.”
“그리고 너무 좋아만 하는 것도 조금은 일러. 잭 워커 가수님 입장에서 92위가 큰 의미가 있는 성적은 아니거든.”
음원을 공개한 지 이제 막 첫 주가 지났다.
앞으로 차트인 기간이 얼마나 될지, 순위가 어디까지 오를지, 또는 순위가 떨어질지, 아무것도 예단 할 수 없어 한동안은 상황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런가? 나는 빌보드에 대해 잘 모르니까 감이 안 오네. 그래도 축하해줘도 되는 건 맞지?”
“그건 맞아.”
내 말을 들은 이하은이 ‘크흠’하고 목을 가다듬는다.
“솔직히 ⌜Get back⌟은 충분히 빌보드 들어갈 만한 노래였다니까. 어제 스트리밍으로 하루 종일 들었는데도 들을수록 더 좋아지는 노래였어. 가사도 인상적이었고 말이야. 이런 곡은 당연히 주목받게 되어 있는 거야.”
그러면서 이하은은 내 ⌜Get back⌟으로 영어 공부까지 하게 됐다며,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기도 했다.
“네 덕분에 영어 실력까지 늘게 생겼어.”
“그런데 하루 종일 스트리밍을 들었었다고?”
“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일주일 동안 그렇게 했었어. 한 0.0000001%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
그런데 그때.
수연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은이에게 묻는다.
“어? 스트리밍을 들으면 오빠한테 도움이 돼요?”
“응. 빌보드 차트가 아마 그렇게 집계가 되는 걸걸? 맞지 서진아?”
“맞아. 스트리밍도 집계가 된다고 들었어.”
“헙! 그러면 오빠. 우리 일단 집부터 가봐야 하는 거 아냐? 집 컴퓨터가 놀고 있잖아!”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게 아주 큰 의미가 있진 않아. 그래서 괜찮아.”
“그래도······.”
이하은은 큭큭 웃으며 수연이에게 말했다.
“수연이는 언제나 오빠 걱정이구나? 일단 지금은 언니가 집 컴퓨터로 ⌜Get back⌟ 틀어놓고 나오긴 했거든? 그러니까 수연이는 나중에 그렇게 하도록 하자. 알았지?”
“앗. 그러면 그렇게 할게요. 고마워요, 하은 언니!”
“이 정도 가지고 뭘.”
나는 이하은에게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너······. 집에서 ⌜Get back⌟을 틀어 놓고 나왔다고?”
“응. 소리랑 화면은 꺼두고. 잘했지?”
“스트리밍 수 때문에?”
“당연하지. 친구 노래인데.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 할 거 아냐?”
“그러면 전기요금은 어쩌려고?”
“으음. 그건······.”
이하은은 버스가 왔다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대답했다.
“나중에 나한테 떡볶이나 사주든가. 요즘엔 로제가 인기라더라.”
그 대답에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이하은, 너는 한결같구나.”
“그렇지? 그리고 서진이 너는 예전하고 많이 바뀌었고. 물론 좋은 쪽으로 말이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우리는 버스에 올랐고, 금방 설화 예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는 빈 교실을 찾았다.
이하은은 영어 숙제를 꺼냈고, 나는 화성학 숙제를 꺼냈으며, 수연이는 그림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물론, 이 상황에서도······.
이하은은 ⌜Get back⌟의 빌보드 순위 상승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을 해줬지만 말이다.
“너 ⌜Get back⌟ 계속 틀어놓을 거야?”
“응. 노래 좋잖아. 참. 혹시 수연이는 불편해?”
“아뇨! 저도 좋아요! 우리 오빠 노래인걸요~”
“봐봐. 2대1. 이미 다수결로 우리가 이겼어. 그치 수연아?”
“네!”
“하여간······.”
이 곡의 원작자는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잠시 후, 어디선가 나타난 백소연이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수, 수연아!!!”
“와! 소연 언니다!”
백소연은 오랜만에 가족을 상봉하듯 수연이부터 끌어안았다.
그러곤 우리가 듣고 있는 음악이 무엇인지부터 묻는다.
수연이와 하은이의 시선이 순간 허공에서 만난다.
이미 오래전부터 내가 MJ로서 활동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두 사람은 뻔뻔하게 대답했다.
“아~ 이거 요즘 빌보드를 들어보는데 좋은 노래가 있더라고. 제목이······.”
“하은 언니. ⌜Get back⌟이었어요.”
“맞아. 맞아. 외국 가수인데 목소리도 좋고, 작곡을 아마······.”
“MJ라는 작곡가님이 만든 곡이라고 들었어요.”
“그, 그래? MJ라면 나도 좋아하는 작곡가이긴 한데. 신곡을 낸 건 처음 알았네.”
“으음~ 그랬구나~”
“소연 언니도 노래 한 번 들어 보실래요?”
“어? 수연이가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그래볼까?”
백소연은 두 사람에게 붙잡혀, 실시간으로 ⌜Get back⌟의 음원을 즐겨찾기까지 해놓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다행히 곡이 좋다는 호평을 들었으니, 아슬아슬하게 강매(?)를 한 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학교에서 시간은 금방금방 지나갔다.
나는 수연이의 일기를 검수해줬고, 수연이는 어느샌가 책상에 엎드려 코 낮잠을 잤으며, 우리는 점심시간이 되었을 때 로제 떡볶이를 먹으러 갔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평범한 일상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일주일 뒤.
잭 워커가 본격적으로 ⌜Get back⌟ 프로모션에 돌입하면서, 미국에서는 꽤 많은 상황이 바뀌려고 하고 있었다.
빌보드 차트인 2주차 만에 ‘61위’까지 올라선 ⌜Get back⌟을 대중들이 서서히 들어주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을 가장 먼저 읽은 것은······.
미국의 기업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