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RAW novel - chapter 290
-놈은 혼자다! 서둘러 놈을 제거해야 한다!
길링엄의 충격적인 패퇴 이후 라이온하트 왕국은 곧장 대응에 나섰다.
“사자심왕 폐하의 대리인으로서 대성녀 아냑 프로텍시아가 비상선언을 공표합니다! 성배기사와 성배 기사단 및 3개 왕국 기사단을 긴급소집! 나이트 워를 발동하겠습니다!”
아냑은 긴급히 성배기사들과 기사단을 소집했으며 이 지휘를 왕국의 명장이나 레온의 친구 길두스에게 맡겼다.
길링엄을 패퇴시킨 뒤, 보란 듯이 국경선에서 버티던 불카누스를 향해 최정예 기사단을 보낸 것이다.
이에 짐승신들과 야만족들도 황급히 움직였다.
[대괴인을 홀로 둘 순 없다! 계획과 다르지만, 서둘러 모든 전사들은 전선으로 향해 불카누스를 지원한다!]신의 다급한 계시와 함께 야만인 부족들이 황급히 전사들을 이끌고 국경선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는 라이온하트 왕국에서의 추가대응을 불렀다.
“신성 감시자 부대를 추가로 배치! 제1군과 2군을 추가로 보냅니다! 소집된 성배기사와 기사단도 모이는 대로 투입합니다!”
라이온하트 왕국의 추가대응 소식을 듣자──
“부족연합을 결성한다! 철웅 부족, 마저 부족, 흑수리 부족, 백랑 부족! 계파 상관없이 다 동원해! 극지의 마수 사냥꾼들과 오크 용병들도 돈 있는 대로 다 고용해서 투입한다!”
야만족들도 지지 않기 위해 추가 부대를 투입했고──
“불신자 용병 나부랭이들까지 합류했습니다! 숲의 현자 군라르 님과 엘프 고참병들은 철산의 해머 브레이커 드워프 군단과 함께 전선으로 향해주십시오!”
라이온하트도 이에 질세라 동맹세력의 부대를 추가로 투입했다.
“저 새끼들 또 왔어! 더! 더 지원을 불러! 평소 라이온하트 이 새끼들 고까웠던 놈들 다 모여!”
“저 야만족 새끼들이 숫자만 불리기는! 이렇게 된 이상 총동원령이다! 성전사 군단과 신수들은 동원해! 내년 농노축제에 쓸 농노들은 고기방패로 내보내라!”
“저 새끼들 선 넘네! 이 망할 개자식들아! 감히 우리 동족을 고기방패로 던져?”
“농노 버러지들 목숨 알바냐? 느그 형, 아버지, 친구 잘 죽여봐라!”
불카누스 한 명의 분탕질로 시작된 이 전쟁은 점차 믿기지 않는 규모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라이온하트 왕국은 최소한의 국경 방어를 할 성배기사와 기사단들을 남겨두고 무려 다섯 개 성배기사단을 투입했으며 야만인들 또한 무려 백만에 달하는 야만전사들과 30만 용병 오크들과 불신자들을 동원했다.
그 전장의 규모가 대륙을 뒤흔들 규모가 되자 일단 지원군을 보냈던 제국군 은사자 단장 발터는 생각했다.
“······전쟁에 미친 놈들.”
미쳤다.
제국도 야만인들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지만, 이렇게 무지성으로 박멸하려 들지는 않았다.
야만인들 또한 평소 두들겨 맞기만 하다 한이 맺혔는지 이번에는 총력을 다하고 있다.
툭하면 농노 사냥하겠다고 야만인들을 뚜까패는 라이온하트의 혐오주의자들이나 그렇게 두들겨 맞고도 전쟁할 여력이 남아있는 야만인들이나······.
발터는 가끔 이 세상이 뭔가 단단히 잘못된 거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의외로군. 라이온하트가 밀리고 있다.’
그것은 놀라운 전황이었다.
아무리 백만 야만전사들이 동원되고 그 숫자가 라이온하트의 세 배에 달한다지만, 상대는 라이온하트다.
엄마 뱃속에서 튀어나올 때도 신들이시여, 만수무강하소서 외치는 미친 광신도 전쟁꾼들의 저력은 제국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저력이었다.
숫자가 세 배든, 열 배든, 스무 배든 야만인들은 감히 라이온하트에 대적할 생각을 못 했다.
그런데 이건 대체 무엇인가?
라이온하트가 밀리고 있다.
수천 년 역사에서 몇 안 되는 희귀한 장면이다.
‘저 괴인. 단 한 명의 괴인 때문에 이 지경으로 밀리다니.’
대괴인 불카누스.
그가 이 모든 전장을 휘어잡는 진정한 키 카드다.
“큭···! 놈들의 기세가 이전과는 전혀 다르다!”
“특히 저 괴물은··· 대체 어떻게 하면 저 악신들의 문신을 모두 품고도 멀쩡할 수 있단 말이냐!”
4대 짐승신들의 가호를 한 몸에 받는 악신의 그릇.
역사상 가장 강력한 괴인.
“나는 불카누스다! 내가 불카누스다···!!”
모든 짐승신들의 문신을 한 몸에 새기고도 멀쩡한 저 시대의 괴인.
그가 성배기사 길링엄도, 록슬리도, 제레아도 차례차례 패퇴시키고 있다.
그 무시무시한 성배기사들이 저 괴인 하나를 이겨내지 못해 밀리고 있었다.
“정말로··· 이대로 야만인들이 승리한다고? 단 한 명 때문에?”
이는 세계역사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대사건이다.
그리고 이 분위기를 만신전의 신들도, 짐승신들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특히 짐승신들은 더욱이──
[부, 불카누스 떡상하나?] [오, 오른다뀌익! 오른다뀌익! 오른다뀌익!!] [존버는 승리했닥! 수천 년 존버 떡상 가즈아아아아악!] [불카누스! 불카누스! 불카누스으으으!!]드디어!
드디어!!
기나긴 핍박과 모멸의 시간이었다.
만신전의 신들에 눌려 기를 못 펴던 짐승신들이었다.
외차원의 악마와도 손잡았지만, 이놈의 라이온하트는 도무지 무너질 생각을 안 했다.
모지리 야만족들은 아직도 철기시대를 벗어나질 못해 저 깡통 괴물들을 밀어내지 못했고, 매년 수십 만씩 농노들을 헌납했다.
아직도 그라타스의 농노 대축제라면 이를 가는 짐승신들이다.
그런데 지금, 불카누스라는 호재로 인해 그들이 쥔 야만인 주식은 천장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불카누스! 불카누스!! 불카누스!!!]]시대의 대괴인 불카누스.
그가 새로운 시대를 열────
“흠···?!”
뭔가 온다.
불카누스는 솜털이 쭈뼛 서는 것을 느끼며 하늘을 보았다.
시간은 어느덧 저녁.
달이 보이는 시간.
행성으로부터 수십만 킬로미터 떨어진 저 머나먼 달에서.
“온다···!”
불카누스는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꽈아아아아아앙!!
그가 내려왔다.
저 머나먼 달에서, 한걸음에.
“천한 것이 날뛰어 신들의 옥음을 흘리게 했구나. 이 대가는 오직 피로만 치를 수 있으리라.”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
역대 최강의 사자심왕이 전장에 합류했다.
웹툰 기념외전 10화 불카누스의 난(2)
불카누스의 난이 발발하고 라이온하트와 백만 야만전사들의 일대결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신들은 그 전장을 지켜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 불카누스란 괴인 놈이 보통 놈이 아니구나!] [어찌 사람의 몸으로 저 악신들을 모두 받아낼 수 있단 말이냐.] [무시무시하구나. 불세출의 천재가 이 땅에 나타났어.]괴인 불카누스.
그는 짐승신들의 축복이자 문신을 모두 새기고도 멀쩡했다.
아니, 멀쩡할 뿐인가.
오히려 그 모든 힘을 활용하는 대범한 그릇을 보였다.
[저자의 무위가 역대 사자심왕 중에서도 수위를 다툰다.]끔찍한 일이다.
신들은 성배기사들을 차례차례 격파하는 불카누스의 무위를 목격하며 아찔함을 느꼈다.
저자가 백 년만 일찍 태어났다면, 세계의 패권이 격변했으리라.
[허나.우리에게는 레온이 있다.]
빛의 여신 아리아나가 한 말이었다.
그녀의 말에 만신전의 신들이 공감했다.
[저 괴인을 막아낼 자가 있다면 필시 당대의 사자심왕뿐이겠지. 지금 당장 사자심왕이 출정해야 함이다.]바다신 포마가 긍정했고 신들은 잇따라 동의했다.
[레온은! 레온은 지금 뭘 하고 있는가!]신들은 서둘러 레온을 찾았다.
그가 달에서 노역을 시작한 이후 레온은 온전히 달의 여신의 주관하에 있다.
당연하지만 지금 그는 신들과의 연결이 끊긴 채로 홀로 달에 신전을 세우고 있는 중이었고.
[달이여. 긴급한 일이다. 레온의 노역을 중지하고 서둘러 그를 불러야 함이다.] [······.]달의 여신 디나는 고뇌에 빠졌다.
레온은 자신의 신관을 납치해 순결을 깨드리고 아이까지 낳는 대죄를 지었다.
그가 그간 보인 위대한 업적과 신들에게 바친 영광이 아니었다면 그 영혼의 터럭 하나 남기지 않고 소멸시킬 대죄.
하지만 여러 타협 끝에 노역형에 그쳤고, 그가 달에 신전을 짓는 동안은 오롯이 달의 여신에게만 영광을 바치도록 되어 있다.
이는 신들 사이에서도 꽤 큰 매리트다.
사자심왕은 단순한 왕이 아니다.
그는 살아있는 반신이며 왕국민들이 섬기고 존경하는 우상이다.
신앙하는 대상에게는 또한 성력이 모이는 법.
사자심왕들의 명예와 영광이 드높을수록 왕국민들의 신앙이 모였고 이는 그대로 만신전에 바쳐졌다.
한데 지금 레온이 섬기는 존재는 오롯이 달의 여신 하나뿐.
온 국민들의 신앙이 모이는 레온이 달의 여신 디나에게만 그 신앙을 바치는 것이다.
제 신관의 순결을 빼앗기고 강령을 훼손당한 디나 여신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약 1년 전, 태양과 심판의 신이 내린 판결이었다.
[달이여! 어서 레온을 출정시켜야 하느니!]하지만 작금의 상황에 만신전의 신들은 그 노역을 중단하길 촉구했다.
물론 그것을 허락할 권리는 달의 여신에게 있었고.
[······하아. 사자심왕의 노역을 일시 중단하겠다.]여신의 결단은 빨랐다.
* * * *
“그리 상황이 심각한 겁니까?”
[그래, 이미 길링엄과 록슬리, 제레아가 당했다. 승천한 이가 없는 것이 기적이지.]달의 여신이 전한 전황에 레온은 고개를 기웃거렸다.
“천한 야만족 놈들이 어찌 그런 강자를··· 아니, 이는 성배기사들의 기강이 해이해진 것입니다. 신을 대리하는 성자가 어찌 패배할 수 있단 말입니까.”
쯧쯧, 나 때는 패배라는 걸 모르고 살았는데 말입니다.
[되었다. 서둘러라. 이미 전장이 밀리고 있으니 시간이 갈수록 병사들이 입는 손해가 클 것이야.]“서둘러야겠군요. 하지만 그 전에······.”
레온은 뼈대가 완성된 신전을 다듬던 정과 망치를 두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여신이시여. 달과 순결을 관장하시고 짐승과 사냥꾼을 가호하시는 여인이시여. 당신의 불충한 수호자가 내리신 벌을 완수하지 못하고 자리를 떠나옵니다.”
[······너를 떠나게 한 건 만신전의 의지다.]“소인이 더 빨리 완수하였더라면 신들께서 이런 불편을 겪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디나는 레온이 용서를 구하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알았다.
그는 전대 사자심왕의 뒤를 이어 당대의 성배 수호자로 임명받은 만신의 대리인.
그것은 비단 강함뿐 아니라 그가 가진 고결함과 신앙심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흥, 아직 너를 용서한 것이 아니다. 너의 노역이 이대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착각하지 마라.]“물론입니다. 왕국의 변을 해결하고 나면 즉시 돌아올 것입니다.”
[서두르거라. 세계수의 가지를 타고 전장까지 향하려면 족히 칠주야는 걸릴 것이니.]그때까지 왕국의 전선이 밀리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이미 유력한 성배기사들이 부상을 입고 퇴각한 마당에 얼마나 버틸지는 모르겠지만.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달의 여신이시여.”
[그것이 무엇이냐?]“저를 그릇 삼아 강림해주십시오. 그리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전장으로 향할 수 있습니다.”
레온이 권한 방법은 간단했다.
신성강림.
그 기적을 이용해 강림한 달의 여신이 쏜 화살과 함께 전장으로 단숨에 쏘아진다.
그것이 얼마나 무모한 방법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성자와 성녀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신성강림.
그것은 성자를 그릇 삼아 신을 강림시키는 가장 위대한 성법이다.
하지만 인간의 몸에 신을 강림하는 대가는 컸다.
대부분의 성자와 성녀들이 신성을 강림한 대가로 승천하게 됐으니 제 기사와 신관을 아끼는 신들은 이를 허락지 않았다.
물론 거대한 성력 저장소이자 생산소인 사자심장을 가진 레온이라면 신성을 강림시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기권 강하도 레온이라면 능히 견뎌낼 것이다.
[허나, 그리하면 내가 전장에서 싸울 기력이 남겠느냐? 이미 한 번 신성을 강림시키고 행성대기를 통과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능할지언정 너는 역대 최강의 괴인과 싸워야 한다.]디나의 물음에 레온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답하였다.
“제가 왜 인류사 최강의 존재인지 신들께 증명하겠습니다.”
* * * *
-꽈아아아아아아앙!!
여신 디나가 직접 강림해 쏜 화살과 함께 레온은 달에서부터 쏘아져 전장 한복판에 정확히 내리꽂혔다.
그것이 어떤 기적인지,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
지금, 이 순간, 전장에 강림한 그의 존재가 그 모든 불가능함을 깨부쉈으니까.
“천한 것이 날뛰어 신들의 옥음을 흘리게 했구나. 이 대가는 오직 피로만 치를 수 있으리라.”
레온의 이글거리는 시선을 마주하고 야만족들이 우수수 무너졌다.
그가 진심으로 흘리는 살기에 심정지가 왔음이다.
“크라라라라! 과연, 깡통들의 왕 노릇 할 정도는 되는군!”
그러나 이를 정면에서 마주하고도 불카누스는 태연히 견뎌냈다.
그는 시대 최강의 괴인.
초월자가 뿜어내는 강기에 짓눌려 짜부라질 벌레들과는 다르다.
‘괴물이군.’
불카누스는 저 시선만으로도 느꼈다.
저자는 범상치 않은 강자라고.
‘나와 동급일지도 모르겠군.’
불카누스가 검과 도끼를 들었다.
하나하나가 짐승신들의 신기가 깃든 신병.
어지간한 대전사는 드는 것조차 버거울 거병들이었다.
“자, 싸우자! 깡통들의 왕! 내가 불카누스──!?”
-꽈앙!
무언가, 거대한 충격.
불카누스는 자신의 몸이 붕 뜨더니 세상을 비행함을 경험했다.
-꽈앙! 꽝! 꽈앙! 꽝!
수십만 전사와 기사, 병사들이 격돌하는 대전장.
그 전장을 일직선으로 구르며 대참사를 일으킨 불카누스의 비행은 수백의 사상자를 낳고서야 그쳤다.
이 모든 것이 불카누스를 ‘가볍게’ 발로 후려친 사자심왕의 노성 탓이다.
“더러운 악신의 추종자가, 누구의 허락을 맡고 추잡스러운 입을 여느냐.”
검조차 들지 않고 맨발로, 성배기사조차 압도한 괴인을 날려버린 사자심왕.
모두가 ‘전쟁이 끝났다’라고 생각했을 때──
-콰아아아아아!!
엄청난 신력을 뿜어내며 그가 일어섰다.
“크카카카카카카! 대단하군! 대단해! 이 몸에 상처를 입히다니!”
불카누스는 레온의 발차기에 멍든 육신을 팡팡 후려치면서 호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천둥늑대 아사곤의 뇌기 서린 송곳니도, 부동거인 카타카의 수백 톤에 달하는 발바닥도, 천 개의 다리를 가진 종말.
소용돌이 바다의 아라카의 촉수발도 자신을 상처 입히지 못했다.
짐승신들이 그에게 시련으로 내린 대괴수들은 그의 한 끼 식삿거리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지 못했던 것이다.
“성배기사란 것들은 더 나았지! 그놈들은 꽤 싸울 만하더군! 죽이지 못한 적은 녀석들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꿈과 죽음의 기사 제레아도, 하늘과 천둥의 기사 길링엄도, 태양과 심판의 기사 록슬리도.
모두 불카누스의 상대가 되진 못했다.
인간의 몸으로 신을 받아들여 초월자가 된 기사들조차.
종국에는 대성녀 아냑의 빛의 봉인과 달과 순결의 신관장 이사벨의 저격조차도 용력으로 떨쳐낸 불카누스다.
허나.
“방금 일격으로 알았다. 네 녀석이 그 모든 것을 합한 것보다 강하다는걸!”
“호오······.”
레온은 제 일격에 즉사하지 않은 불카누스를 보며 피식 웃었다.
선대 사자심왕을 살해한 대악마 중의 대악마 그레이트 올드 원을 쓰러뜨린 이래 이만하면 지상 최강의 생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허나, 결국은 짐승을 섬기는 짐승. 네놈이 짐의 눈에 들려면 그 피를 흩뿌리며 무참히 죽는 모습을 길게 보여줘야 할 것이야.”
레온이 성력을 전개했다.
그러자 천지만물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대성법
대성법
대성법
대성법
대성법
대성법
일거에서 쏟아지는 대성법.
성자 또는 수십의 기사와 신관들이 합세하여 사용할 수 있는 대성법을 단번에 여섯.
그것도 손짓 하나로 다루는 사자심왕.
천지가 흔들리는 그 광오한 기적의 연속 앞에서 야만인들은 그 혈통에 새겨진 분노를 되새겼다.
그들이 끝없이 사냥당하고 학살당하던 굴욕의 기억을.
“빗자루질에 날아갈 먼지 터럭이라면 실망스러울 것이다.”
쏟아진다.
하나하나가 별의 분노, 자연재해와 같은 것들이.
수십 만 야만 전사들이 괴성을 지르며 도망쳤다.
하지만 어찌 자연재해를 사람의 발로 피해낼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명확한 의지를 가진 재해라면 더더욱.
-크아아악!
-사, 살려줘!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폭풍와 소용돌이가 휩쓸고 지나가는 자리.
생명이 무참히 사라지는 대학살극 속에서 불카누스는 그 모든 것을 견뎌냈다.
‘강하군! 이것이 성배 수호자! 이것이 사자심왕인가!’
그는 짐승신들의 권능으로 대성법들의 재해를 버텨냈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찢어지고 그을리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점이 아닌 면의 공격일진대 이토록 무시무시한 파괴력.
하지만 짐승신의 권능 중에는 재생이라고 부를 정도로 초고속의 회복력 또한 존재한다.
“흠···! 이 정도라면···!”
이 대재해만 빗겨낸다면 나머진 자신의 반격이다.
불카누스가 끝내 모든 성법에서 살아남은 그때──
“제법 튼튼하긴 하구나.”
“······?!!”
섬뜩한 기운과 함께 내리치는 별빛.
그것이 검날의 차가운 섬광임을 깨닫고 불카누스가 대검을 들었다.
꽝!
하고 파동이 터지며 성법의 재해가 흩어진다.
그 안에서 멀쩡히 서 있는 건 불카누스와 레온뿐이었다.
아니, ‘서 있는’ 건 레온뿐이다.
“끄으···!”
레온이 내리친 일검을 받아낸 불카누스는 관절에 가해진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한쪽 무릎이 꿇려진 것이다.
‘무, 무슨 힘이···!’
곱상한 도련님같이 생긴 주제에 이 무슨 괴력이란 말인가?
하지만 불카누스는 부동거인조차 들어 올린 용력의 전사다.
“크하하하하! 겨우 이거냐!”
그가 기어코 레온의 검을 밀어 올리자 레온의 가차 없는 발차기가 그의 턱을 후려 찼다.
“컥···!”
아찔한 충격과 함께 시야가 흔들린다.
하지만 그는 초월적인 의지로 정신을 부여잡았다.
“아직이다!”
내리치는 도끼.
하지만 그것은 레온의 검날에 부딥치며 손쉽게 빗겨나갔다.
“형편없군. 네놈은 짐승 사냥밖에 해보지 않은 것이냐?”
“크아아아아!”
“시끄럽다, 짐승아.”
후려친 검을 막은 불카누스가 지면을 굴렀다.
그는 충돌의 순간, 본능적인 위기를 느끼고 스스로 뜀박질을 해 검격을 피했다.
“마, 마검?”
방금까지 별빛처럼 빛나던 레온의 성검이 시커먼 자색어둠을 뿜어내며 기운을 흘리고 있었다.
척 봐도 닿으면 끝장난다는 직감이 떠오르는 마의 기운이다.
“어둠의 신의 권능이다. 네놈들의 피에 절은 검과 비교하지 마라.”
어둠과 복수의 신 벤타시스.
그가 축복한 사자심왕의 성력이 절대절삭의 권능을 부여하고 있을 뿐이다.
“흐흐흐··· 강하군. 당신이 이 세계 최강자라는 걸 알 것 같다.”
“당연. 짐이야말로 유사 이래 최강이자 정점. 짐승이 어찌 짐에게 대적할까?”
“그라라라라···! 허나, 이쪽에도 신은 있다! 이 힘을 보이는 것은 당신이 처음이외다!”
그 순간, 불카누스에게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네 마리 짐승신들의 문신을 새긴 악신들의 그릇.
최강의 괴인은 짐승신들의 힘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싸우는 맛이 없다며 한사코 사용하길 거부하던 신의 권능을.
“철웅의 강피! 백랑의 준족! 흑수리의 날개! 마저의 돌파력! 과연, 이 힘에 대적할 수 있겠소이까!!”
불카누스는 현재 짐승신들의 화신이 된 상태다.
그 힘은 그야말로 초월적.
역대 사자심왕들을 비교해봐도 최상위에 둘 수 있는 기적적인 존재.
레온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대단하구나. 과연, 성자와 성녀들이 네놈에게 패할 만해.”
“GRARARARA──! 네 명이나 되는 신의 힘을 담을 수 있는 존재는 나 정도가 아니면──”
신성강림
신성강림
신성강림
신성강림
신성강림
신성강림
신성강림
신성강림
신성강림
“어디 한 번 신들의 힘을 겨뤄보자꾸나.”
“······좀 많지 않소?”
불카누스는 휘몰아치는 신성의 폭력 앞에 휩쓸렸다.
······
···
“허억···! 허억···!”
결과는 불카누스의 처참한 패배였다.
불카누스는 자신이 자랑스레 내놓았던 화신강림이 레온의 신성강림 앞에 철저하게 짓밟힌 것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제법이긴 했구나. 뭐, 결국 짐승에 불과했다만.”
그럼 이제 죽어라, 레온이 성검을 휘두르려는 순간이었다.
“난 인정 못 하겠소이다!!”
“음?”
뜬금없는 불카누스의 불복에 레온의 검이 멈췄다.
불카누스는 진심으로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무엇이 그리 인정하지 못하겠느냐?”
“사 대 아홉이라니! 쪽수가 딸려 진 것 아니외까! 신들의 숫자가 엇비슷했다면 나는 지지 않았을 것이외다!”
“허······.”
이놈 봐라.
레온이 가당찮은 표정을 짓자 불카누스가 서둘러 말을 이었다.
“사 대 사! 정정당당하게! 쪽수 내려놓고 동수로 맞춰서 싸워봅시다! 그럼 내가 이길 것이외다!”
패배를 인정 못 한 불카누스의 재전 신청에 레온은 기가 막히면서도 불카누스에 대해 크나큰 흥미를 느꼈다.
그가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함이 아니라 정말로 패배를 인정 못 해 이런 제안을 건넸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허··· 좋다. 내 네놈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마.”
“흐흐흐···! 과연, 기사들의 왕이요! 호탕하구만! 지금은 좀 지쳤으니 사흘 만 좀 쉬고 다시 싸웁시다!”
“허허··· 그래, 그러거라.”
그리고 사흘 뒤.
“크아악!”
불카누스는 또다시 패배했다.
이번에는 강림할 신성을 동수로 맞췄음에도 말이다.
“난 인정 못 하겠소이다!”
“또 뭔 소리냐.”
“신들은 바쳐진 신앙을 모아 신력이 강해지는 것 아니오!”
“그렇지.”
“한데 짐승신을 섬기는 신도 수와 만신전을 섬기는 신도 수에 차이가 있으니 당연히 내 쪽이 후달릴 수밖에!”
“그건 네놈 신의 문제가 아니냐.”
“그래도! 우리가 정정당당하게 싸우려면 신도 수도 맞춰야 하지 않겠소!”
“······.”
불카누스는 이번엔 신도 수도 맞춰서 대결하자 했다.
네 짐승신을 섬기는 부족원의 수가 2천만 남짓이니 레온도 그 숫자와 비슷한 신을 데려오라고.
“가장 신도 수가 적은 신성 한 분만 모셔도 그 숫자가 3천만이다만?”
“그 정도는 내가 양보하겠소!”
레온은 자신이 대범하게 양보하겠다는 불카누스의 태도가 기가 막혔지만, 한 번 더 맞춰주기로 했다.
그리고.
“나, 나는 인정 못 하겠소이다!”
레온은 이제 또 뭔 개소리를 하나 들어보자는 듯 팔짱을 끼었다.
“신 없이! 사내 대장부라면 신 없이 싸워봅시다! 전사와 전사의 대결에 신이 끼어든 것부터가 문제였소!”
레온은 어째 이 대결이 오래갈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웹툰 기념외전 11화 마지막 完
그 뒤로도 불카누스는 계속해서 덤벼왔다.
“검술! 검술이라면 내가 해볼 만 하오! 무릇 기사라하면 검 하나만 들고 맞다이를 까야──”
“짐이야말로 라이온하트 왕국 기사검술의 정점이니라.”
“음··· 검 말고 다른 못하는 거 없으신지?”
검으로만 싸웠다.
패배했다.
“도끼이이! 도끼술이라면···!”
도끼로 싸워줬다.
패배했다.
“말! 말이다! 생각해보니 사자심왕 당신의 말은 신에게 선물 받은 신수가 아닌가! 나는 북부에서 쓰레기나 주워 먹고 살던 비루한 말뿐인데!”
“그 말은 북부의 괴마라 불리는 말인듯 하다만.”
“아무튼, 급수가 다르다 이거요!”
말에서 내려 싸웠다.
역시 패배했다.
“역시 남자는 주먹이다! 맨주먹으로 싸운다면 내가 질 리가 없──”
패배했다.
괴력을 자랑하는 괴인 불카누스였지만, 레온은 인류의 정점이다.
“잠깐!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보시오!”
“정말 질리지도 않고 바라는 것이 많구나. 이번엔 또 무엇이냐.”
“음··· 잠깐만. 생각 좀 하겠소이다.”
불카누스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신성과 신성의 대결은 물론이고 마창술, 도끼술, 검술, 말없이 싸우기, 심지어 맨손격투까지 졌다.
여기서 뭘 더 끄집어내는 것도 추잡한 것이라는 걸 그도 알았다.
‘하지만 이쯤 되면 오기가 생기는데?’
불카누스는 나면서부터 타고난 용력으로 세상에 두려울 게 없는 존재였다.
그는 그 어떤 전사도 해내지 못한 짐승신 모두의 문신을 새긴 전사이며, 수많은 대괴수들조차 그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심지어 지상 최강의 생명체들이라는 성배기사들조차도.
‘대체 이놈은 뭐지? 인간이 이리 강할 수 있는 건가? 너무 불합리하지 않은가!’
불카누스는 이 불합리의 극치인 존재를 상대로 어떻게든 승리를 따내고 싶다!
[레온아. 내 어찌 끝장을 내지 않느냐.]‘죽이려고 휘두른 일격입니다. 헌데 또 살았군요.’
한편 레온 또한 불카누스를 보며 당황스럽긴 매한가지다.
분명 레온은 불카누스를 끝장낼 생각으로 검과 창을,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때마다 살아남고, 기어이 이겨보자고 추하게 발악하는 불카누스를 보며 흥미가 돋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네놈. 잘도 신앙을 저버리고 맨몸으로 싸우자는 이야길 하는구나. 네놈들 야만족들은 그 짐승신들에게 끔뻑 죽는 모양이다만. 최후의 발악이라도 해보면 어떠냐?”
레온이 말하는 것은 짐승신의 대전사들이 최후에 발현하는 짐승화를 말함이다.
몸에 문신을 새기는 수준을 그쳐 육신 그 자체를 짐승신들에게 바침으로서 얻게 되는 폭발적인 전투력 강화.
안 그래도 강력한 불카누스라면 짐승화를 통해 더욱 강해질 수 있을 터.
“엑. 싫소. 그거 하면 정신이 훼까닥 돌아서 별로요.”
“흐음······.”
[보면 볼수록 방자하고 해괴한 괴인이로다.]여신의 평가대로였다.
불카누스는 모든 짐승신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타고난 그릇이면서 기이할 정도로 신들에 대한 경외감이나 신앙심이 없다.
필시 부족 내부에서 신의 그릇으로서 애지중지 단련되어왔을 터인데도 말이다.
‘타고나기를 올곧은 놈이다.’
레온은 불카누스에게서 순수성을 발견했다.
제물을 원하고, 피와 폭식을 권장하는 짐승신들은 교화시킬 수 없는 어떤 순수성이 말이다.
‘신들이시여. 제가 이 자를 한 번 교화시켜보겠나이다.’
그 의지에 신들은 조용했다.
불카누스라는 괴인이 괘씸하면서도 내심 욕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한낱 짐승 놈들 밑에 있기에는 아까운 재목이다. 저자의 용력이 역대 성배 수호자들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음이야.]전쟁과 불꽃의 신은 냉큼 찬성표를 들었고.
[야만의 신분으로 신의 기사들에게 상해를 입힌 천박한 것. 그 죄는 영혼의 터럭 하나 남기지 않고 소멸함이 법이 내리는 판단이다.]태양과 심판의 신은 반대표를 던졌다.
이렇듯 신들의 판단이 갈리는 가운데, 아리아나가 결론을 내렸다.
[그럼 한 번 해보아라. 네 여신이 보건대 저자의 심성이 그리 악하지만은 않더구나.]그렇게 해서 불카누스를 때려눕히고 풀어주는 열세 번의 대결이 이어졌다.
결과는 어찌 되었느냐?
·········
······
···
“흠. 그때의 대결은 실로 신화로 남을 웅대한 대결이었지. 폐하께서도 이 불카누스를 상대로 결코 녹록치 않은 싸움을 반복했음이야.”
“와아~”
“그 폐하와 막상막하로 싸우시다니···! 역시 불카누스 경이십니다!”
주변의 감탄에 불카누스는 GRARARA, 호쾌하게 웃어댔다.
“하지만 우린 직감했지. 이대로는 끝이 없다고 말이야.”
[뭐, 확실히 끝이 없긴 했지. 추하게 열네 번째 결투를 신청했으니까.]불카누스는 페토스의 합당한 비판을 못 들은 척 무시했다.
“열세 번의 싸움을 반복하며 우린 서로를 인정했고, 서로 힘을 합친다면 그 무엇도 두려울 게 없다는 걸 알았다!”
[······내가 기억하는 역사와 다른 버전이 있더냐?]태클을 걸어오는 페토스에게 불카누스는 자리를 피하곤 걸걸한 목소리로 반론했다.
“그럼 페토스 님의 기사가 어디 가서 맞고 다녔다고 설명하오리까?”
[······.]“요즘 스피너 경의 그 해괴한 매트릭스 무결점 버전이니 뭐니 하면서 기계교단 같은 해괴한 우상숭배를 하는 마당에 거 포교 좀 도와주십시다!”
[우리 교단은 네놈이 툭하면 퍼부어대는 신성강림만 아니었어도 이 꼬라지는 안 났다! 이번 주 긴급 기도회가 네놈의 맨몸으로 우주 비행하기 윱튜브 영상을 찍기 위해 열렸음이야!]“국위선양을 위해 이 한 몸 희생한 것이외다!”
[국위선양은 개뿔!]그 영상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우주에서도 멀쩡히 작동하면서 불카누스의 성력을 견뎌낼 카메라가 없었음이다.
“이게 다 스피너 경이 태양권 별철 카메라를 만들어주지 않은 까닭이외다. 그 치킨집 미소녀로 쇼츠 클립이나 만들어대는 짝퉁 기계가 나의 불타누스쵝오 채널을 시기질투하며 견제하는 것이오!”
[네 녀석 구독자 수가 야피 백분지 일 수준이거늘 무슨 견제냐. 하리만도 못한 놈. 꼴에 전쟁의 성자라고 강제 콜라보 영상까지 찍어놓고선.]“스피너 경은 분명 ‘주작’을 행하고 있음이 틀림없소! 댓글 3천만 개에 비추수 제로는 아주 대놓고 하고 있구만!”
불카누스는 최근 성배기사들 사이에서 유행 중인 윱튜브 챌린지에서 꼴찌를 달리고 있음을 떠올리며 분한 표정이었다.
불카누스의 왕국썰 풀기는 그의 채널 구독자 수를 떡상시켰지만, ‘농노썰’을 풀다가 혐오 문제로 채널이 일시정지되었던 게 크다.
때마침 사자심왕께서 지구판 농노 대축제를 열며 ‘농노는 사람이 아니다. 고로 인권도 없다.’라고 공표하시며 유엔 인권위원회가 굴복하지 않았더라면 불카누스는 꽤 오랜 법적 문제에 시달렸을 것이다.
“그나저나 이제 첫 번째 월드와이드 농노 대축제인가. 흐흐흐, 옛날 생각이 납니다.”
[기사로 서임 받고 바로 농노대축제를 석권하던 네놈의 빠른 손절에 신들도 경악했음이야.]“나는 그 야만족 놈들 동족으로 생각 안 하오. 약한 놈들이 도태되는 거야 당연하지.”
불카누스는 애초부터 동족애라는 것이 희박했다.
짐승신들도 힘을 주니까 이용했을 뿐, 딱히 신앙의 대상도 아니었고.
“그러고 보면 카스티야 형수님과 폐하가 만난 것도 농노 대축제였지요.”
[그래, 그때는 난리도 아니었다.하필 그 타이밍에 네놈이 쳐들어온 것도 있고.]
“GRARARARARA──!! 생각해보니 그것도 있었군! 결국 폐하에게 항복해서 교화랍시고 이것저것 배울 때 말이외다.”
불카누스는 석양이 저물며 점점 모습을 드러내는 달을 향했다.
그의 눈동자에는 지금도 과거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자신을 제압하고서 신의 형벌을 마저 끝내야 한다며 달로 떠났던 사자심왕의 모습을.
불카누스는 일꾼으로서 끌려갔기에 그곳에서 레온이 신전을 짓는 걸 도왔더랬다.
“또 신전을 짓고 계신다 들었소만.”
[그래, 이곳에서도 달에 그녀의 신전을 짓겠다는 모양이다. 이제 지구도 완전히 안정되었으니 말이야.]“폐하도 사서 고생을 하는 타입이시군.”
[그게 네놈이 성배기사고 레온이 사자심왕인 이유다.]껄껄껄, 그라라라!
신과 그 성자는 호쾌한 감정을 공유하며 저 머나먼 달을 향했다.
그곳에는 수백 년이 지나고서도 여전히 한 여인을 기억하는 사내가 길을 걷고 있었다.
* * * *
지구와는 다른 감각.
부유감은 부담을 덜하기도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힘겹다.
“흠··· 역시 성법을 좀 써가면서 지을걸 그랬습니다.”
레온은 여신의 옥음에 피식 웃었다.
충분히 그리해도 됐으나 거부한 건 자신이었으니.
달에 새 신전을 쌓는다.
이전과 달리 성법의 제약도, 일꾼의 제약도 없다.
하지만 레온은 그저 경건하게, 누구도 따져 묻지 않을 제약을 스스로에게 부여하며 과거의 형벌을 반복하고 있다.
아니, 이는 형벌이라 부르기엔 어폐가 있겠지.
과거에는 신을 향한 속죄를 위해 지었다면, 지금은 기억을 떠올리며 추억하기 위한 자기만족으로 짓는 것이니.
여신의 신전을 세우면서 이런 사적인 감정을 싣다니 신자로서 이처럼 이기적인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그러나 레온은.
레온 드라고니아 대공.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
스스로에 대한 형벌을 반복하며 언젠가 자신이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 실감했던 때를 떠올린다.
사랑을 했고.
아이를 낳았고.
행복을 만끽했다.
그 과정 하나하나는 분명 아름다웠을 것이다.
그는 기사도를 추구했으며.
또한 나라를 지키기로 맹세했고.
신들의 대행자로서, 악과 싸웠다.
그리고 그 결말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폐하의 판단을 인정합니다. 드라고니아 대공으로서는요.」
아이의 날선 시선을 받아내며 얼마나 오랫동안 홀로 삼킬 수밖에 없었던가.
살아있는 반신은 세상을 위해 모든 걸 바쳤지만, 그렇기에 사랑하는 이를 잃어야만 했다.
그것을 부정하기에는, 레온이라는 존재가 너무나 올곧고 짊어진 짐이 크다.
결국 세상의 악의를, 끝내 베어낸 뒤에서야 그는 쉴 수 있었다.
언젠가 그 악의 모두를 벌할 날이 올 때까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다.
차곡, 차곡 돌을 쌓는다.
손수 깎고 다듬고 깨끗하게 씻어낸 하얀 대리석이다.
수백 년 만의 석공 노릇이었지만, 그리 힘겹지는 않았다.
신전의 골자를 짜고, 벽돌과 대리석을 쌓고, 여신에게 어울리는 격의 보물을, 성물을 장식한다.
하나하나, 한 걸음 한 걸음.
반복하는 한 번마다 한 여인을 추억했다.
웃고, 울고, 안았던.
내 인생의 아름다운 추억을.
“우리가 새롭게 자리 잡은 지구는 내 고향이기도 해. 천애고아로 죽었던 스무 살 젊은이의 과거가 담긴 세상이지.”
“수많은 악의를 베고 지구에서의 일도 마무리되었네. 그 과정에서 참 많은 이들을 만났어.”
“게오브릭 경의 명예를 보았고, 제레아 경의 승천을 지켜볼 수 있었네. 나는 못 봤지만, 우리들의 최후를 지켜본 아이들도 있어.”
들을 리가 없지만, 그래도 듣기를 바라며 반신은, 반신이기에 할 수 있는 인간적인 감정을 털어냈다.
“그거 아시오? 카리나 말이야. 우리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스스로 제국을 세웠다더군. 드라고니아 제국 말이오. 하하, 대공가가 제국이 되었으니 이 또한 가문을 빛낸 것이라 봐야 할까?”
글쎄, 제국이 붙은 것들과는 그리 좋은 기억이 없어서.
“이건 깜짝 놀랄 거요. 카리나 그 아이 말이오. 이번에 혼인을 한다지 뭐요.”
조금씩 낌새가 있었지만, 그 대상은 새로이 성배기사가 된 생명과 풍요의 성자 구대성이라고 한다.
“크큭, 그 아이의 혼사를 막겠다고 숱한 구혼자들을 쓰러뜨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구대성 경은 내 어찌해야 할까?”
딸 가진 아비로서 훈육해야 할까?
아니면 딸 채가는 도둑놈을 주살해야 할까?
나잇살 먹은 딸아이의 혼사를 순수하게 축하하는 것은 아무래도 부아가 치민다.
“이 땅 위에서도 좋은 인연들을 만났으나, 나도 나이를 먹었나 보오. 그립구려.”
레온이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는 죽은 자들의 세상으로 향하는 법뿐이다.
레온은 그럴 수 없었다.
이 땅 위에서 새롭게 쌓은 많은 인연들이, 레온을 필요로 하니까.
“그럼 가끔 보러 와요.”
“······?!”
레온이 뒤돌아보았다.
완성한 달의 신전의 너머에서 또각또각 걸어오는 검은머리의 여인.
카리나가 제 어미를 똑 닮아 요요한 검은빛 머리카락은 기억하던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어찌.”
“달에 있는 신전도 관리할 이가 필요하지 않겠어요? 디나님께서 절 이곳의 신관으로 임명하셨어요.”
그것은 부활과는 다른 종류였다.
신전은 신들의 세상과 연결된 공간.
그곳에서 신들은 저마다 자신을 경배했던 영혼들을 안배하곤 했다.
죽어서도 신들과 가까이하고 싶어 하는 충성스러운 신도를 위해.
“달의 여신께서, 그대를 완전히 용서하셨구려.”
오랜 시간, 레온과의 혼사를 용납받았으되 결코 달과 순결의 여신을 섬길 수 없게 된 카스티야였다.
하지만 이것은, 그녀가 자신의 신전에 직접 그 영혼을 안배했다는 것은 달의 여신의 분노가 완전히 흩어졌음을 의미했다.
“폐하. 아니, 레온. 여전히 날 사랑해요?”
그 답을 알면서도, 카스티야는 레온에게 직접 듣고 싶다는 듯 안온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리고 레온의 대답 또한 영원토록 같았다.
“언제나.”
외전 完
안녕하세요, 사람살려.입니다.
웹툰화를 기념으로 시작한 외전이지만, 이로써 완결을 알립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았고,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도 많았지만 은 이렇게 마무리를 짓게 되었습니다.
레온과 카스티야의 과거 이야기는 즐겁게 보아셨는지요?
저는 언제나 해피엔딩을 추구하기에 새드엔딩으로 끝났던 두 사람의 이야기를 어떻게 해피엔딩으로 바꿀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여 이렇게 조금은 억지스러울 수도 있는 엔딩이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억지와 무리를 반복해온 소설이니까요!
이로써 은 끝을 맞이했습니다.
지금까지 즐겁게 봐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새로운 작품도, 앞으로 연재할 작품들도 즐겁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명예를 위하여!
영광을 위하여!
라이온하트를 위하여!!
사람살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