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325
326화
‘저놈이 비칼렌이 말했던 그 후인이구나…!’
교황은 언럭키를 보자마자 한눈에 눈치챘다.
전설 속 혼령술사의 능력을 온전히 갖추고 있는 그이기에, 언럭키의 몸 안에 잠자고 있는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느낄 수 있었다.
최고라고 불릴만한 힘들이 무려 5개나 개화되어 있었다.
‘저건 잘 엮기만 하면 초월자로 올라설 수 있을 거야.’
교황의 눈에서 욕심이 번뜩였다.
비칼렌에게 굳이 집착할 필요가 없다.
훨씬 더 잘 완성된 재료가 눈앞에 있지 않은가.
교황의 장점은 단순한 능력이 아니었다.
리바 델 레이라는 거대한 광신도 단체를 운영하려면 능력보다 더 중요한게 대화 스킬이었다.
치명적인 언어 구사 능력은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었다.
‘젊은 친구 한 명 구워삶는 건 아무것도 아니지.’
딱 10분만 이야기를 나눠도 입교를 권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비칼렌이 입을 열려고 했지만 언럭키가 검을 휘두르는게 먼저였다.
-슈와아악!
초월 스킬 ‘멸마천공섬’이 땅을 가르며 날아온다.
거대한 검기의 모습에 교황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거…그 초월자의…?”
그가 왜 부상을 입고 이런 곳에서 요양을 하고 있었던가.
초월자 유디스의 검기에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눈앞에서 정확히 똑같은 기술이 펼쳐지고 있었다.
위력은 다르겠지만 언럭키의 멸마천공섬은 유디스에게 전수받은 것.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르며 교황의 몸이 살짝 굳었다.
그렇기에 방어하는데 약간의 빈틈이 생겼다.
검기가 그의 상체를 사선으로 가르고 지나갔다.
“크흐읍…!”
교황이 큰 피해를 입고 몸을 비틀거렸다.
언럭키는 냉정한 눈으로 놈을 분석했다.
‘많이 아파 보이는 것 치고 HP는 별로 안 닳았네.’
겨우 10% 남짓.
아무리 늙어 보이는 외형에 사제 같이긴 해도 레벨 360짜리 보스몹이다.
스킬 한 방에 잡을 수는 없었다. 이렇게 레벨 차이가 난다면 더더욱.
‘많이 힘들게 싸워야겠어.’
언럭키는 검을 한 번 고쳐 쥐었다.
초월기는 다 좋은데 마나 소모량이 너무 커서, 한동안은 평타 위주로 싸워야한다.
그동안 파티원들이 자신의 빈자리를 최대한 커버해줘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큰 피해가 있을 듯싶다.
한편, 교황 역시 언럭키를 보고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어떻게 그녀의 기술을…!?’
유디스에게 당했던 경험은 트라우마처럼 머릿속에 박혔다.
그런 상황에서 똑같은 기술을 사용하는 언럭키가 두렵게까지 느껴졌다.
방금 전 일격은 상당히 아팠는데, 만약 계속 이런 기술을 써대면 이 자리가 묫자리가 될 수도 있었다.
‘탈출해야 한다!’
언럭키가 더 이상 초월기를 쓰지 못한다는걸 모르는 교황이었기에 그런 결론을 내렸다.
-따악
교황이 손을 튕기자 놈의 몸이 반투명하게 변했다.
“……?”
언럭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눈앞에서 보이는 교황의 정보가 변했던 것이다.
[보스 몬스터 : 리바 델 레이의 교황]-레벨 : 324.
360에서 324.
무려 10%가 줄었다.
체력도 아니고 레벨이 저렇게 줄어들 수가 있다니?
게다가 뭘 한 것도 아니고 손가락만 튕긴 것 아닌가.
“후우. 내가 또 이 기술을 쓰게 만들다니. 선배 후배 할 것 없이 올마스터들은 정말로 마음에 안 드는군요.”
반투명하게 변한 교황이 그리 중얼거렸다.
언럭키가 물었다.
“뭘 한 거지? 왜…”
“왜 약해졌나고요?”
교황이 씁쓸하게 웃었다.
“후후. 잠시 제 영혼을 다른 차원으로 피신시킨 겁니다. 그 대가로 힘의 1할을 영구히 손실했지만요.”
초월자인 유디스와 마주쳤을 때, 추기경은 온갖 신비한 마법의 힘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교황은 혼령술사였지, 마법사가 아니었다.
마법을 쓸 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어지간한 마법으로는 유디스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그 대신 완벽에 가까운 회피기가 있었다.
영혼 탈출.
몸을 영혼의 상태로 만들어 다른 차원으로 도망치는 것.
눈앞에 보여도 잡을 수도, 공격할 수도 없게 만든다.
그렇게해서 유디스한테 도망쳤는데, 이제는 그 제자 비스무리한 것에게도 이 능력을 쓰게 되었다.
영구히 소멸된 자신의 힘이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 없다.
그보단 목숨을 지키는 게 낫지 않나.
“오늘의 만남이 마지막일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언젠가 다시 보도록 하죠. 그때는 저 혼자가 아니라 우리들의 신을 모시고 다시 오겠습니다. 흐하하핫!”
교황은 그리 말하더니 연기처럼 사라졌다.
* * *
“후우…놓쳤네요.”
언럭키가 한숨을 쉬자 아세린이 그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너무 개의치 마세요. 다음에 또 잡으면 되죠.”
“음…아쉽지는 않습니다.
호르헤른의 퀘스트는 실패였다.
정확히 말하면 딜레이 되었다.
퀘스트 목표는 교황을 죽이고 놈이 모으던 고대 악신의 육체 파편을 불태우는 것이다.
둘 중 하나도 해내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놈이 도망가서 다행이기도 하고.’
올 때는 자신감이 넘쳤지만, 정작 만나보니 과연 지금 놈을 죽일 수 있었겠나 싶었다.
레벨 360짜리 보스몹은 아직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막판에 324로 떨어졌을 때는 무조건 이긴다고 확신했다.
겨우 20개 정도의 레벨 차이 보스몹 정도면, 언럭키 일행이 그리 어렵지 않게 잡아낼 만했으니까.
“일단 호르헤른님께 보고를 먼저 올리겠습니다. 놈을 놓쳤다고 말씀드리고 후속 조치를 들어야 하니까요.”
“예. 부탁합니다.”
안내 기사의 말에 언럭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잠깐만.]그런 기사를 막은 건 비칼렌이었다.
“왜 그래?”
비칼렌은 무언가에 집중하는지 눈을 반개한 채 집중하고 있었다.
가끔씩 미간을 꿈틀거리기도 하고 인상을 찡그리기를 몇 분.
녀석이 서서히 눈을 떴다.
[…아무래도 교황놈이 도망친 곳이 어디인지 알 것 같다.]“뭐? 그게 어디인데? 어떻게?”
[내가 놈에게 소환되어 여기로 불러왔지 않았나. 강제이긴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도 일종의 계약이다. 그런데 놈이 영혼 상태가 되어 사라지면서 나와의 미세한 선이 생겼다. 어느 방향으로 가면 녀석을 만날 수 있을지가 느껴져.]“!”
언럭키는 흠칫 놀랐다. 이건 좋은 기회였다.
교황과는 원한을 샀다.
녀석을 놓쳤고 잡을 방법도 없을 때는, 언제 놈이 다시 힘을 되찾아 돌아올지 걱정해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레벨이 324로 떨어지지 않았나.
쫓아가서 잡으면?
‘끝장낼 수 있어.’
“그게 어딥니까? 얼른 가죠. 놈이 회복하기 전에.”
[멀다는 건 느껴지지만 정확한 위치는 직접 가봐야 알 것 같군. 지금으로서는 방향만 가늠할 수 있어.]“그렇군요. 호야.”
“컹!”
“우리 좀 태우고 가줘. 할 수 있지?”
“컹! 컹!
호야가 펄쩍 뛰더니 자기만 믿으라는 듯 등을 내보였다.
그 후 전투폼으로 변신하며 목을 꺾어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거대해졌다.
언럭키 파티원들과 안내 기사까지 모두 타도 충분할 정도였다.
그렇게 호야의 등을 타고 지하를 빠져나가는데, 저 멀리서 악신의 사제 몇 명이 보였다.
문득 교황의 방 말고 다른 곳 구석구석을 돌아다니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우리 잠깐 내려서 사냥만 싹 하고 갈까요? 저놈들 경험치 많이 주던데.”
“교황 빨리 쫓아가야 한다면서요. 괜찮겠어요?”
아세린의 대답에 언럭키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악신의 사제는 쉽게 처치할 수 있는 것에 대비해 경험치 효율이 심할 정도로 좋았다.
그런 사제를 두고 그냥 가기에는 너무 눈에 밟혔다.
“…지금은 일단 가고. 나중에 꼭 다시 찾아옵시다.”
언럭키는 눈물을 머금고 그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 * *
[이쪽으로 조금만 더. 약간만 더 가면 도착할 것 같다.]“아까부터 그 얘기 하셨잖아요.”
[이번엔 진짜다.]언럭키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조금 전부터 똑같은 얘기만 몇 번을 더 했다.
“한 번만 더 믿어보는 겁니다. 아니 그 전에 교황이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 멀리 가는 게 말이 돼요?”
그들은 호야를 타고 한참을 날아왔다.
호야는 전력으로 질주하면 눈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다.
그런 호야가 몇 시간을 내리 달렸는데도 아직까지 목적지에 닿지 않았다니.
벌써 도시를 몇 개를 지나친 건지 모르겠다.
[교황이 말하지 않았나. 다른 차원으로 영혼만 도망쳤다고. 차원의 틈을 이용하면 전혀 다른 곳에 나타나는 것 정도는 쉽지.]“전혀 쉬워 보이지는 않지만 일단 믿어보겠습니다.”
[그래. 내 말은 분명 맞… 잠깐! 여기다 여기!]비칼렌이 다급히 말하자 호야가 그대로 정지했다.
그들이 있는 곳은 짧은 풀이 나 있는 초원이었다.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뻥 뚫린 공간에 있는 거라고는 듬성듬성 존재하는 바위와 풀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라고요? 확실히 뭐가 없어서 숨어있기 좋은 곳 같기는 한데…”
[확실하다. 저기 보이는 큰 바위 밑인 것 같다.]‘교황놈은 지하를 엄청 좋아하는군.’
가만 보면 본거지도 그렇고 은신처도 그렇고 하나같이 지하에 있었다.
“고생했어 호야.”
“크릉!”
호야는 살짝 지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전력으로 몇 시간을 넘게, 그것도 여러 사람을 등에 태우고 달렸으니 아무리 호야라도 지칠 수밖에 없었다.
일행은 내려와 바위 근처를 살폈다.
비칼렌이 가리킨 곳 주변을 서성거리다 보니 교묘하게 숨겨진 입구를 찾아냈다.
-띠링!
[교황의 은신처를 발견하셨습니다.] [최초로 발견한 던전입니다.] [48시간 동안 던전 내에서의 경험치 획득량과 골드 획득량이 +150% 상승합니다.]그리고 놀랍게도, 발견한 던전은 그냥 던전이 아니었다.
“여긴 내가 먼저 찾은 곳인데. 누구요?”
먼저 그 입구 앞에 서 있던 유저가 있었던 것이다.
잘생긴 흑발의 유저는 날카로운 표정으로 언럭키 일행을 보고 있었다.
“어, 어!???”
그를 먼저 알아본건 컵라면이었다.
눈을 부릅뜬 그가 설마설마하다가 입을 열었다.
“지존칼…?”
“반갑소.”
“!!!”
그러다 언럭키를 포함한 다른 파티원들도 눈을 크게 떴다.
유저 지존칼.
촌스러운 이름이었지만 그는 월드 사가 최고의 유명인 중 한 명이었다.
월드 사가가 오픈하자마자 시작했으며, 최초로 레전더리 직업인 ‘검왕’을 습득한 남자.
하이 랭커 중에서도 최상위권이고, 랭킹 1위를 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최상위권의 랭킹은 하루마다 변하기 때문에 왔다 갔다 하지만, 그래도 탑10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언럭키라고 합니다! 팬이에요!”
언럭키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지존칼에게 다가갔다.
지존칼은 한 때 그의 목표이기도 했다.
월드 사가를 하기 전에는 린니지라는 게임에서 성주를 했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는 현실에서도 많은 인터뷰를 하면서 본인의 정보를 풀었었다.
덕분에 그의 직업은 세상에 잘 알려져 있었다.
“지존칼님처럼 되고 싶었어요!”
현실에서 그는 강남과 서초, 역삼쪽에 빌딩을 열 채 넘게 가지고 있는 건물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