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with luck RAW novel - Chapter 324
325화
“…그렇군. 알겠다. 네가 고생하고 있는 걸 여기 있는 영주들이 다 알고 있다. 조금만 더 힘내주게.”
호르헤른은 그렇게 말하며 수정구의 연락을 끊었다.
지켜보고 있던 원탁의 영주들이 물었다.
“쉽지 않다고 합니까?”
“예. 전멸 직전이라더군요.”
“하아….”
호르헤른은 자신이 후원하던 강자들과 영주 휘하의 기사들 중에서 특출난 자들을 뽑아 10개의 결사대를 조직했다.
그들을 교황이 숨어있을 걸로 추정되는 은신처들로 보냈다.
진짜 은신처는 한 곳이고 나머지 9곳은 더미겠지만, 그걸 구별할 방법이 없었기에 병력을 나눌 수밖에 없었다.
안내로 붙은 기사들에게는 저마다 연락용 수정구가 있었다.
상황 보고를 받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참담했다.
무려 3곳은 전멸했는지 어려운 상황인건지 연락을 안 받고 있었고, 추가로 6곳은 은신처의 함정에 발이 묶여 전멸 직전이었다.
큰 부상을 입은 채 버티고 있거나 너무 강력한 함정에 좌절하고 있는 등.
결사대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
“…….”
자연히 회의실의 영주들의 표정도 어두웠다.
고작 영상 수정구였지만 그 너머에 있는 그들의 부정적인 감정 상태가 여실히 느껴졌다.
그들은 리바 델 레이의 병력을 상대하기 위한 군대를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교황이 죽고 난 뒤 놈들의 추기경과 대주교들을 어떻게 잡아내야 할까에 대한 의견이었다.
그런데 정작 교황을 잡아줘야 할 결사대가 이런 식으로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니?
“허허. 너무 걱정들 하지 마십시오. 그래도 아직 한 곳 남지 않았습니까. 거기는 언럭키 공입니다. 이번에 그가 큰 역할을 했다는 건 여러분들도 다 인정하셨죠?”
호르헤른이 영주들을 위로하기 위해 웃으며 말했다.
그럼에도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
“그가 악마들을 멸지로 보낸 것은 분명 대단한 업적이오. 하지만 머리로 쓰는 계략과 몸을 쓰는 결사대의 역할은 엄연히 다를지 않겠소.”
악마들을 물리친 언럭키의 세 치 혀는 인정할 만했다.
하지만 내로라하는 강자들이 파견된 결사대 9곳이 모두 저런 상태인데, 언럭키라고 과연 멀쩡할까?
호르헤른 역시 살짝 걱정하는 빛으로 언럭키 쪽 안내 기사의 수정구에 연락을 보냈다.
-충! 영주님을 뵙습니다.
“연락을 빨리 받는군?”
호르헤른은 거의 신호가 가자마자 바로 기사가 받았다는 점에서 살짝 놀랐다.
다른 곳은 몇 번이나 시도한 뒤에야 받았었다.
그만큼 정신이 없었다는 뜻이다.
-아, 예. 제가 지금 하는 일이 없어서요.
“하는 일이 없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아, 혹시 언럭키 공이 부상을 입으셨나? 함정들이 워낙 악랄하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이해할 수 있다.
안내 기사는 딱히 치유에 재능이 있지 않았으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겠지.
-아뇨. 멀쩡하십니다. 함정 구역은 이미 돌파하셨습니다.
“뭐라!!???”
호르헤른은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그건 옆에 있던 다른 영주들도 마찬가지였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수정구를 엿듣던 그들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하, 함정 구역을 돌파했다니?”
“그게 정말이란 말이오?”
이미 연락을 돌렸던 결사대들이 함정 구역. 그것도 초입부에서 힘들어하던걸 보지 않았던가.
근데 이미 거길 넘었다니?
“함정 구역을 넘었다니…그래. 자네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겠지. 그 다음엔 무엇이 나오나?”
-함정 구역이 끝날 즈음부터 악신의 사제들이 나타났습니다.
“으음…그 자들인가….”
안내인들은 함정 초입부에서 돌아갔기에 그 다음에 뭐가 있는지는 호르헤른도 모르고 있었다.
그 다음 영역을 확인했다는 기쁨도 잠시, 호르헤른은 침음성을 흘렸다.
악신의 사제는 리바 델 레이를 추적하면서 여러 번 봤다.
육체적인 무력은 약하지만 온갖 기괴한 디버프와 마법들을 사용하는 그들은 굉장히 까다로운 적이었다.
함정을 힘들게 뚫고 왔는데 그 앞에 악신의 사제들이 있다면, 그 위험성이야 말할 필요가 없었다.
“언럭키 공께서 고생하고 계시겠군….”
-예? 아뇨? 좋아하시는데요?
“……?”
-놈들에 대한 원망이 많으신가 봅니다. 일부러 더 전진하지 않으시고 사제들이 계속 나타나는걸 기다렸다가 처치하고 계세요.
기사는 그렇게 말하면서 수정구의 방향을 돌려 언럭키를 비춰주었다.
그는 웃는 얼굴로 연신 손을 흔들고 있었다.
새하얀 신성력이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내 경험치들! 더 데려와! 여기 있는 네 친구들 싹 다 데려오라고!
“…….”
“…….”
소리치는 언럭키를 보며 호르헤른을 비롯한 영주들이 할 말을 잃었다.
신성력으로 놈들이 뿌리는 디버프를 상쇄하다 못해 아예 약화시키고 해골들이 가서 마무리한다.
그것만으로 악신의 사제들이 아무런 반항도 못하고 픽픽 쓰러졌다.
“저, 저 놈들이 어떤 놈들인데 저렇게 쉽게…!? 조작된 영상 아니오?”
충격받은 영주 중 한 명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물었다.
한 번 악신의 사제가 만든 함정에 빠져 기사단을 통째로 잃은 경험이 있는 영주였다.
헌데 그런 사제들이 너무나 쉽게 쓰러지고 있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단순히 쌍방향 통신만 되는 수정구입니다. 이걸로 조작 같은걸 할 수는 없습니다. 할 이유도 없고요.”
“그건 그렇지만…. 믿기 힘들어서 그렇소.”
“저나 다른 영주님들도 마찬가지인 심정입니다.”
영주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수정구 속 언럭키의 사냥 모습에 집중했다.
* * *
-띠링!
[레벨업!]기어코 레벨 하나를 올린 언럭키가 만족스런 얼굴로 사제 사냥을 멈췄다.
슬슬 놈들의 숫자가 떨어져 가는지 줄기차게 나타나던 놈들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제야 안내하던 기사가 수정구로 자신을 찍고 있는 걸 발견했다.
“그건 뭡니까?”
“아. 연락용 수정구입니다. 영주님들께서 언럭키님을 지켜보고 계십니다.”
“!!!”
언럭키는 흠칫 충격을 받았다.
마치 자습 시간에 딴짓 하다가 걸린 학생 같은 기분이랄까.
결사대의 역할은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서 교황을 처치하는 것이다.
다만 악신의 사제들이 경험치를 너무 잘 줘서 꽤 오래 여기서 머물렀다.
‘다른 결사대는 어쩌면 벌써 끝을 봤을지도 모르겠는데. 내가 너무 지체했어.’
언럭키가 원망스러운 눈으로 기사를 쳐다봤다.
저 놈은 수정구가 있었으면 미리 말 좀 해주지.
아니, 하다못해 그냥 혼자 통화하면 됐을 것 아닌가.
왜 여기를 비춰서 들키게 만들었는지 의문이었다.
-언럭키 공.
“…예, 호르헤른님.”
-역시 공이오. 믿고 있었소. 여기 있는 영주들 모두가 공만 바라보고 있소.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언럭키가 수정구 속 호르헤른을 보며 고개를 푹 숙였다.
대놓고 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눈치를 주는 모습이 역력했다.
고개를 숙였기에 그는 호르헤른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호르헤른은 구세주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흐뭇하게 언럭키를 보고 있었다.
-이거 내가 너무 시간을 오래 잡아먹고 있었군. 공의 무탈함과 성공을 바라겠소.
그 말을 끝으로 통신이 끊겼다.
언럭키는 얕은 한숨을 쉬면서 다시 일행들을 데리고 앞으로 가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의 길은 기사도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무장을 잘 갖췄기에 탱커 역할을 겸해 계속 앞서 나갔다.
그러다 갈림길을 마주했고 기사는 고민하다가 어느 한 쪽을 택했다.
“하아. 아니 기사님.”
“네?”
“안내 똑바로 하세요. 길이 여기가 맞습니까?”
“어…여기는 저도 초행길이라…”
“그게 안내인이 할 말입니까?”
“죄, 죄송합니다!”
“똑바로 하세요. 똑바로.”
“넵!”
기사는 군기가 바짝 들어 대답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언럭키가 보여주었던 일들이나 무력을 보면 무조건 자기가 잘못한 것이 맞았다.
“길은 이 쪽으로 가겠습니다.”
“넵! 다시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군기가 바짝 들어 대답한 기사가 언럭키가 지시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쿵!
-콰앙!
“무언가 충돌하는 소리 같군요.”
저 멀리서 아스라이 폭발음이 들리자 언럭키가 귀를 쫑긋거렸다.
“예. 아마 제가 아까부터 말씀드렸던 소리 같습니다.”
언럭키가 사제 사냥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기사는 저 미세한 소리를 들었었다.
“얼른 가보죠.”
언럭키가 손짓해 일행들을 이끌었다.
* * *
[후욱…후욱….]“비칼렌이여. 당신은 나를 이길 수 없습니다. 이만 포기하고 항복하십시오.”
한쪽 무릎을 꿇고 거친 숨을 내뱉는 비칼렌의 앞에 교황이 오연한 자세로 서있었다.
비칼렌과 달리 그는 손톱만한 부상도 없고 숨결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둘의 실력 차이도 있지만 상성 차이가 컸다.
혼령술사인 교황에게 비칼렌의 공격 대부분은 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비칼렌이 여기까지 버틴건, 교황이 아직 그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후. 굴복하십시오. 그러면 지금의 반항은 용서해드리겠습니다.”
유디스에게 크게 당해봤기에 비칼렌에게 더욱 욕심이 났다.
그를 키워 초월자로 만들기만 하면 리바 델 레이의 앞길은 더욱 탄탄할 것이다.
‘그 자식은 왜 이렇게 안 와? 혹시 여기가 같은 공간이 아니었던 건가?’
비칼렌은 힘들어하면서도 계속 언럭키를 떠올리고 있었다.
이렇게 시끄럽게 싸웠으면 분명 소리가 멀리까지 퍼졌을 것이다.
언럭키의 감각이라면 분명 알아채고 곧장 달려올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오지 않는 걸 보면, 그가 있는 곳과 교황의 은신처는 완전히 달랐던 모양이다.
[교황. 우리 올마스터에 대해 별로 많이 알지는 못하나보군.]비칼렌이 연기로 만들어진 검을 다시 치켜 올리며 말했다.
[설사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는 않는다. 나도 그렇고 내 후인 놈도 그렇고 선대들도 그러했지. 그게 우리의 자긍심이다.]“…크흐흐. 그렇다면 그 머릿속까지 완전히 휘저어 개조해드리지요.”
교황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금 손을 뻗었다.
좀 더 과격하게 행동할 셈이었다.
-콰앙!
[!!]“?”
그때 커다란 소리와 함께 둘이 싸우고 있던 공간의 문이 부서졌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먼지를 뚫고
[놈! 왜 이렇게 늦게 왔나!]비칼렌은 화색이 되어 소리쳤다.
반가운 마음과 짜증나는 마음이 섞여 곱지 않은 말이 튀어나왔다.
“아아. 오다가 길을 좀 헤맸어요.”
[복잡했던 건가. 하긴. 이런 놈의 은신처이니 그럴 수도 있었겠지.]뻔뻔한 표정으로 대답한 언럭키는 살짝 양심에 찔렸다.
여기저기 부상 입은 비칼렌과 눈을 마주치기가 민망했다.
악신의 사제들 상대로 경험치 파밍만 하지 않았어도 훨씬 더 일찍 왔을 텐데.
시선을 돌려 교황을 쳐다봤다.
교황은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당황하고 있었다.
“…침입자? 아니 잠깐만. 너. 그 힘은 여기 있는 비칼렌과 같은….”
놈이 무슨 말을 꺼내자, 언럭키는 곧장 검을 빼들었다.
[보스 몬스터 : 리바 델 레이의 교황]-레벨 : 360.
무려 레벨 360짜리의 보스몹이다.
지금껏 만났던 그 어떤 보스몹보다 강했으며, 이제 300을 간신히 넘긴 언럭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적이었다.
그렇다고 저런 놈을 두고 후퇴할 수도 없으니 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방심하고 있을 때 선빵이지!’
그가 가진 최강의 필살기.
초월 스킬인 ‘멸마천공섬’이 무슨 말을 하려던 교황에게 쏘아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