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236
235화. 벚꽃놀이 (1)
강소는 철가방을 들고 삼거리에 있는 꽃길 아파트로 향했다.
그곳에서 주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꽃길 아파트 주변에는 커다란 벚나무 여러 그루가 있었고, 그 벚꽃 때문에 꽃길이라 불렀다.
그래서 아파트 이름이 꽃길 아파트였다.
‘이제 벚꽃이 피는구나.’
이제 곧 4월, 벚나무들이 꽃망울들을 터뜨릴 시기였다.
유순태의 말에 의하면 격변의 시대가 오기 전만 해도 전국에 벚나무가 무척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마수가 날뛰어 벚나무들이 뽑히고 불타 버려 그전보다 많이 줄었다.
그래도 아직 벚나무가 남아 있는 곳이 있었고, 식물 마법 각성자의 능력으로 복원을 한 덕분에 벚꽃놀이 명소가 몇 군데 생겼다.
하지만 강소는 벚꽃놀이가 뭔지 몰랐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벚꽃놀이는 물론이고 꽃놀이라는 것을 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딸랑.
강소가 배달을 마치고 양춘각으로 돌아오자, 고영민과 새로운 매니저 차현태가 짜장면을 먹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강소는 그들에게 물었다.
무척 바쁜 고영민이 고작 짜장면 한 그릇 먹자고 양춘각까지 왔을 리는 없었으니까.
그것도 차현태와 함께 말이다.
오늘 유하영은 스케줄이 없었기에 지금 유치원에 있었다.
“아, 식사도 하고, 하영 양의 스케줄에 관해 말씀드릴 게 있어서 왔습니다.”
“그렇군요. 시장하실 텐데 어서 식사하십시오.”
잠시 후.
강소는 문 앞에 브레이크 타임 팻말을 달았다.
고영민과 차현태는 앞에 커피 한 잔씩을 놓고, 유순태 부부와 대화를 나누었다.
“이번 유하영 양의 벚꽃시즌 싱글의 제목이 벚꽃놀이입니다.”
“아, 그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뮤직비디오의 컨셉을 벚꽃놀이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영민은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벚꽃놀이를 가실 생각 없으십니까?”
그의 말에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때 차현태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유하영 양과 노민아 양이 자유롭게 벚꽃놀이를 하는 모습을 찍어서 그걸로 뮤직비디오를 만들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자연스러운 모습이 중요하니까요.”
그러니까 유하영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위해서 진짜 벚꽃놀이를 하러 가자는 뜻이었다.
“뭐, 저희야 좋죠. 안 그래도 하영이 데리고 벚꽃놀이를 가려고 했으니까요.”
그의 말에 이어 임소영이 말했다.
“그래서 이번 양춘각 정기휴일인 4월 첫 번째 주 월요일로 날을 잡았거든요.”
고영민은 달력을 보며 말했다.
“그럼 그날 촬영을 진행하는 것으로 조율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때 그 말을 듣던 김지은이 눈을 반짝 빛내며 말했다.
“사장님! 저도 같이 가도 되나요?”
“뭐, 안될 건 없지.”
임소영이 말을 이었다.
“그러면, 이왕 이렇게 된 거 양춘각 단합대회를 하는 거 어때요?”
“오! 그거 좋은데?”
그렇게 해서, 다가오는 4월 첫 번째 주 월요일은 제1회 양춘각 전 직원 단합대회 날로 정해졌다.
유치원에서 집에 돌아온 유하영이 그 소식을 듣자 좋아한 것은 당연했다.
* * *
각성자 협회.
협회장 윤한종은 기지개를 켰다.
그의 나이는 올해 68세였지만 S급으로 올라서며 40대에 비견될 만한 체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인 만큼, 지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은탑이라 불리는 각성자 협회 건물 아래로, 분홍색의 솜사탕 같은 벚꽃들이 보였다.
‘이제 조금 있으면 만개하겠군.’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비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협회장님. 전략실장님 오셨습니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강은혜가 들어왔다.
올해 69세인 그녀의 눈동자는 언제나 맑았다.
“실장님이 먼저 오다니, 어쩐 일입니까?”
그의 물음에 강은혜는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봄이잖아요.”
“그것과 제 질문에 무슨 상관이 있다고…….”
“벚꽃놀이 가려고요. 은탑 직원들도 사람인데 봄바람에 마음이 싱숭생숭하지 않겠어요?”
“……그건 그렇지요.”
“그래서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 전 직원 야유회를 기획해 봤어요. 물론 은탑의 특성상 세 번 정도로 나눠서 가야겠지만요.”
각성자 협회의 직원들은 그 수가 많기도 했을 뿐만 아니라 그 업무에 공백이 생기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윤한종에게 자신이 들고 온 서류를 내밀었다.
“우선 계획은 이래요.”
윤한종은 그 서류를 살펴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좋군요. 이대로 진행해도 될 것 같군요. 장소가 관악산 호수공원이라…….”
“제가 찾은 곳인데, 아직 알려지지 않아서 사람들이 많이 없어요. 그래서 직원들의 야유회 장소로 적격이죠.”
“과거에는 유명했던 곳인데…….”
“어쩔 수 없죠. 최근까지 마수들이 날뛰던 곳이니…….”
“그건 그렇죠. 그럼 이 서류는 보안상 문제도 있으니 파기하죠.”
“그렇게 하세요.”
그 말과 동시에 윤한종은 능력을 사용했고, 손안의 종이는 순식간에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그의 능력인, 분해였다.
하지만 강은혜는 그 능력을 눈앞에서 봤음에도,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윤한종이 그런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조금만 방심해도 무법지대가 될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이 상황에서 각성자 협회가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윤한종을 위시한 직원들의 힘이었으니까.
강은혜는 웃으며 물었다.
“협회장님도 참석하실 수 있나요?”
“나는…….”
그는 결재 대기 중인 문서들을 보았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봐서, 결정하죠.”
* * *
4월의 첫 번째 주 월요일.
강소는 설렘에 간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후우…… 오늘이 벚꽃놀이를 하러 가는 날이군.”
그는 운기조식을 하고 방에서 나왔다.
가게 문 앞에는 어젯밤 미리 ‘정기휴일’ 팻말이 붙여 놓았다.
“꼬뀨!”
“뽀뽀! 뽀뽀뽀!”
꼬롱이와 뽀뽀는 아침부터 텐션 높게 식당 홀을 이리저리 누비고 다녔다.
‘도순이와 논다고 신났나 보네.’
이번에 도순이가 깨어났고, 다시 이혁의 베이커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봄에 이혁과 백현미는 결혼식을 올린다고 했다.
그래서 청첩장도 받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 이혁 사장님과 현미 씨도 온다고 했었지.’
나중에 들으니, 그들 역시 그날로 꽃놀이 날을 잡았다고 했다.
그래서 꼬롱이와 뽀뽀 그리고 도순이는 강소의 인벤토리에서 놀기로 했다.
벚꽃놀이 장소는, 작은 반려동물들이 마음껏 놀기에 그다지 좋은 곳이 아니었으니까.
벚꽃을 보지 못해 아쉬워할까봐, 강소는 자신의 인벤토리 안에 벚나무도 몇 그루 만들어 놓았다.
그때 위에서 유순태가 내려왔다.
“좋은 아침이다!”
“그래, 잘 잤냐?”
“당연히 잘 잤지. 하하하.”
유순태는 웃으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강소 역시 따라 들어갔다.
오늘 벚꽃놀이에 가져가서 먹을 음식들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메뉴는 어제 이미 정했다.
김밥과 샌드위치, 그리고 주먹밥과 과일 조금이었다.
그 밖의 간식은 김지은과 노민아의 어머니가 준비한다고 했다.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다오.”
“우선 재료 먼저 준비해야 해.”
유순태는 차근차근 방법을 알려 주었고, 강소는 유순태와 함께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김밥은 햄을 잔뜩 넣고, 계란 지단은 다져서 밥과 함께 비볐다.
“하영이 엄마가 햄하고 계란 지단을 많이 넣는 것을 좋아하거든.”
“전에 추모주간 때 먹었던 그 방법이구나.”
“맞아.”
김이 비쌌기 때문에 김밥은 많이 싸지 못했다.
샌드위치는 양배추를 채 썰어 계란과 함께 섞어서 부쳤다.
유하영은 아직 어리기에 먹을 때 양배추가 밑으로 다 빠져 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배추를 익히는 편이 유하영이 소화하기 좋았으니까.
“그런데 주먹밥은 어떻게 만드는 거냐?”
“아, 그거?”
유순태는 씩 웃으며 말했다.
“남은 재료들 몽땅 다져서 밥에 때려 넣고 뭉치면 돼.”
그리고 과일은 종류별로 꼬치에 꽂았다.
그렇게 약 두 시간 동안 열심히 움직인 결과, 상당한 퀄리티의 도시락을 만들 수 있었다.
그 도시락을 보며 뿌듯해 하고 있을 때, 강소가 유순태에게 물었다.
“그런데, 우리가 오늘 벚꽃놀이 가는 장소가 어디라고 했었지?”
“아, 관악산 호수공원이야.”
그리 대답한 유순태가 말을 이었다.
“그럼 어서 옷 입고 준비하자.”
“알았다.”
* * *
관악산 호수공원.
격변의 시대 이전에는 벚꽃 명소로 유명했던 곳이었지만, 최근까지 마수가 날뛰어 사람들에게는 공포를 심어 준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곳의 벚꽃이 무척 예쁨에도 사람들은 출입을 꺼렸다.
그리고, 그 점을 노린 자들이 있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오늘 일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야.”
“영만아! 그쯤은 나도 알아. 오늘 일 실패하면, 모가지 날아간다는 거쯤은.”
그들은 젊은 두 명의 남자였다.
그들 중 한 사람의 손에 상자 하나가 들려 있었다.
“성탁아. 물건 다시 한번 확인해 보자.”
“알았어.”
그 말에 상자를 들고 있던 성탁이라는 남자가 상자 위에 손을 가져다 댔고, 뭔가를 중얼거렸다.
달깍.
그 소리와 함께 상자가 열렸고, 그 안에서 찬란하게 빚나는 마정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꿀꺽.
이게…… C급 마정석?”
“맞아. 오늘 내가 배달해야 할 마정석이지.”
그들의 뒤에는 똑같은 상자 수백 개가 쌓여 있었다.
그들이 있는 곳은 관악산 호수공원 근처의 동굴.
게이트가 열리며, 그 충격으로 만들어진 동굴이었다.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만들어진 일종의 창고로서, 그동안 탈취한 마정석을 보관하고 있었다.
그랬다.
그 마정석들은 모두 도난품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보관할 수 있는 마정석은 최대가 C급이었다.
왜냐하면, 특수한 상자가 막을 수 있는 오러는 C급이 한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C급 마정석이라 해도 비쌌고, 그것도 여러 개였다.
그 말은, 오늘의 배달에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
“그동안 잘해 왔어. 이번 배달만 성공하면 우리의 레벨이 상승할 거야.”
성탁은 상자를 닫으며 말했고, 영만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먹고 사는 게 이렇게 힘들어서야. 그런데 윗분들은 이 마정석 가지고 뭐 하시는 거래?”
“난들 어찌 알겠어.”
“정말 몰라?”
영만의 추궁에 성탁이 뺨을 긁적였다.
“뭐, 듣자 하니 어디 연구에 쓰인다는데?”
“그래?”
“뭐, 무기를 연구한다나?”
“대단하다! 거기까지 말해 준 거야?”
영만의 말에 성탁이 피식 웃었다.
“말해 줬겠냐? 내가 우연히 엿들은 거지.”
그 말에 영만은 웃었고, 성탁 역시 함께 웃었다.
“그럼 가자. 그런데 아무도 없겠지?”
“지난 몇 년 동안 온 사람이 없는데, 누가 오겠어? 덕분에 예쁜 벚꽃은 우리 차지잖아.”
“그건 그렇지.”
영만이 먼저 문을 열었지만, 순간 굳은 얼굴로 얼른 문을 닫았다.
“뭐야? 왜 그래?”
그런 영만을 보며 성탁이 물었고, 영만이 얼빠진 표정으로 말했다.
“왜…… 사람들이 많냐?”
“뭐?”
그 말에 이번에는 성탁이 문을 열고 조심스레 밖을 내다보았고, 파랗게 질린 얼굴로 문을 닫았다.
“왜, 카메라가 있어?”
“…….”
“그리고, 전에 봤던 각성자 협회 집행과의 직원이 왜 있는 건데?”
“뭐?”
그때 그들의 귀에 확성기 소리가 들렸다.
[오늘 각성자 협회의 야유회를 기획하신 전략실장님께 감사의 박수를 보냅시다!] [와아아아아!] [그럼 각성자 협회 야유회를 시작하겠습니다!]그 확성기 소리에 영만과 성탁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왜 하필 여기서 야유회를 하는 건데!”
* * *
한편, 야유회가 벌어지고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양춘각의 단합대회 팀이었다.
사실 먼저 자리를 잡은 건 그들이었다.
그래서 야유회를 위해 온 각성자 협회 직원들은 살짝 당혹해 했었다.
설마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왔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 해결을 위해 나선 자가 바로 백은호였다.
무려, 양춘각의 단골이었으니까.
협의 끝에 유순태과 촬영팀은 자신들이 안쪽으로 들어가고, 넓은 장소는 각성자 협회에 양보하기로 했다.
그 결정에 백은호와 전략실장이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나중에 저희 직원들 회식하러 한 번 가겠습니다.”
그 말에 유순태는 활짝 웃었다.
강소가 조금 전을 떠올리고 있을 때, 유하영이 노민아와 쪼르르 달려왔다.
“우리 꽃잎 잡기 해!”
무림에서 온 배달부 23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