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267
266화. 지팡이는 부러지지 않는다 (5)
김명희는 여전히 불길이 치솟아 있는 우리엘의 단검을 든 채였다.
격렬한 전투로 인해 그녀와 김해철의 옷은 많이 찢기고 피에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건 니스로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옷깃도 벨 수 없었던 그자를 그리 만든 것은 우리엘의 단검이었다.
‘이게, 깨어난 홀리 웨폰의 위력이라고?’
김명희는 우리엘의 단검이 이렇게나 엄청난 무기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니스로크와 싸우는 자신이, 자신이 아닌 것 같았다.
엄청난 빠르기는 기본이고 힘과 파괴력에서도 이전의 자신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점점 몸을 쓰는 것이 익숙해지며 김명희와 김해철 쪽이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니스로크의 표정이 어두워지며 뒤로 물러나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늘을 보았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그 상황에 김명희와 김해철 역시 어리둥절하며 힐끔 하늘을 보았고, 곧 그들의 눈이 커졌다.
게이트가, 닫히고 있었다.
니스로크는 게이트가 닫히고 있음을 금방 알아차렸다. 그를 이곳으로 오게 한 통로가 연결된 게이트였기 때문이다.
초조해졌다.
‘이, 이번 일이 실패하면 나는…….’
그는 이번 임무를 위한 새로운 마수를 얻었다.
개량된 늑대 마수라고 했지만, 으르렁거리며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그가 자신을 볼 때마다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던, 자신 보다 아래 서열의 족속 코발이라는 것을!
임무 실패로 감옥에 있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음을 깨달은 그는 그것이 왕의 경고라는 것 또한 깨달았다.
실패하면 자신 역시 코발과 같은 꼴이 될 것임을.
“왠지 그곳이 자꾸 나의 신경을 건드리는군. 나는 신경이 거슬리는 것을 싫어하지. 임무다. 그곳을 나의 성지로 만들어라.”
왕의 명령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뭐가 계기가 되었는지 홀리 웨폰 하나가 깨어나 심판하는 불을 활활 불태우고 있었다.
심판하는 불은 모든 부정한 것을 태우는 불길이었고, 그건 어둠의 족속에게 큰 고통을 주는 상극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 불길이 자신에게 닿을 때마다 섬뜩했다.
게다가 기껏 연 S급 게이트는 닫히고 있었다.
그것도 두 개가 동시에 닫히고 있었다.
이러다가는 이곳을 성지로 만들기는커녕 돌아가는 것도 힘들어질 판이었다.
게이트가 완전히 닫히기 전에 서둘러야 했다.
‘뭔가 유의미한 성과라도 내야, 처벌을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겠지.’
그는 자신이 발을 딛고 서 있는 땅을 보았다. 그가 굳이 이곳에 다시 게이트를 연 이유가 있었다.
10년 전 이곳을 자신의 영역으로 선포했었으니까.
몇 가지 조건이 있었지만 10년 전 당시 모든 조건을 충족했고, 훗날을 위해 영역으로 선포했었다.
니스로크는 10년 전의 자신을 칭찬하며 오러를 움직였다.
영역으로 선포한, 오염된 땅에 머무는 절망의 기운을 자신의 힘으로 끌어 쓸 수 있었고 그게 영역선포의 목적이었다.
“한 번에 끝내주지!”
갑자기 니스로크의 존재감이 커졌고, 김명희와 김해철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방금 전까지 그들이 몰아붙였던 니스로크가 아니었다.
니스로크는 그들을 향해 눈 깜짝할 사이에 달려왔고, 한 번에 그들을 베어 버릴 생각인지 크게 검을 휘둘렀다.
김명희 역시 단검을 들어 그 공격을 막으려 했지만, 갑자기 심장이 타는 듯이 아파 왔다.
“윽!”
그 바람에 제때 단검을 들어 올리지 못했고, 방어할 타이밍을 놓쳤다.
“김명희 과장!”
김해철이 간신히 그 공격을 막았다.
“크윽!”
하지만 이전과 다른 힘에 김해철은 뒤로 쭉 밀려나고 말았다.
그 충격에 검을 잡은 손이 덜덜 떨렸다.
니스로크가 김명희에게 다가왔고, 씩 웃었다.
그리고 검을 들어 그녀를 향해 내리치려는 그 순간!
텁-!
니스로크의 검이 움직이지 않았다.
“……!”
그의 검을 누군가 잡고 있었다.
“뭐, 뭐냐!”
“늦지 않아 다행이군.”
그렇게 말한 이는 강소였다.
게이트 안의 모든 마수를 처리하자마자 이곳으로 달려온 것.
그는 왼손으로 니스로크가 잡은 칼날을 잡고 있었다.
“너는 웬 놈이냐!”
니스로크의 말에 강소는 미소 지었다. 왠지 강소의 그 미소가 섬뜩해 보였다.
“반갑다. 우리 초면이지?”
강소는 니스로크의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툭, 쨍그랑!
“어, 어어…….”
니스로크는 당황했다. 한낱 인간이 맨손으로 부수어 버릴 검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산산조각이 나 버리는 자신의 검은, 현실이었다.
그의 두 눈이 보았고, 그의 손에는 아무 것도 들려 있지 않았으니까.
“초면에 이런 말 하는 건 좀 실례지만, 좀 맞자.”
“뭐? 뭐라는 거냐?”
“너 때문에 애가 울었다고! 이 자식아!”
퍼억-!
니스로크는 강소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대체 몇 대를 맞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맞으며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대로 맞고만 있지 않았다.
니스로크는 간신히 강소에게서 벗어났고, 그와 멀찍이 떨어져 숨을 헐떡였다.
“헉, 허억! 너는 대체 뭐지? 어, 어떻게 인간이 이런 힘을!”
“그게 궁금한가?”
“아니, 아니지. 그건 너를 굴복시키고 천천히 알아내면 되겠지.”
니스로크는 다시 자신의 영역으로 선포한 죽음의 땅에서 힘을 끌어올렸…….
“어?”
그는 당황했다.
힘이, 끌어 올려지지 않았다.
“이게 영역 선포라는 것이군.”
강소는 피식 웃었다.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냥 놔둔 것인데 네가 너의 목적을 위해 이 땅을 이렇게 만든 거라면 그냥 놔둘 이유는 없지.”
강소는 자신의 기운을 풀었고, 그의 기운은 순식간에 죽음의 땅 전체를 덮었다.
검은빛을 띠었던 땅의 색이 정상적인 땅의 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죽음의 땅은, 생명의 땅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이제 이곳에서 힘을 얻는 것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니스로크의 유일한 희망은 게이트 안의 마수들이었다.
그는 남은 힘을 끌어올렸고, 점차 닫혀 가는 게이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사악-!
검에서 뻗어 나간 기운이 게이트를 베었고, 게이트가 더 벌어지며 그 안에서 A급과 S급 마수들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으하하하! 내가 이대로 당할 줄 알았냐? 저 마수들은 A급과 S급 마수들! 10년 전 이 땅에 절망을 주었던 마수들이지! 어디 신나게 발버둥 쳐 봐라! 으하하핫!”
그 말에 김명희와 김해철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10년 전의 공포를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강소의 표정은 심드렁했다.
“뭐 하는 거지? 저것들 다 죽었는데?”
“……뭐?”
“다 죽었으니까 게이트가 닫히고 있지. 나도 알고 있는 것을 너는 왜 모르지?”
“거, 거짓말!”
“사실이다. 나는 3초도 안 되어서 들통 날 거짓말 같은 거 하지 않는다. 그나저나 고맙게 되었군. 빠르게 처리하고 오느라 마정석을 회수하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마정석들을 선물로 주다니 말이야.”
니스로크는 뭔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자신 앞의 인간 같지 않은 인간에게서 도망가야 했다.
목숨이라도 부지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다.
도망가려던 그의 어깨가 누군가의 손에 잡혔다.
그리고 강소의 목소리가 가까이서 들렸다.
“그럼, 이제 우리 둘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게 어떨까?”
“…….”
니스로크는 생각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자신은 지금 완전 ×됐다고.
강소는 니스로크의 멱살을 잡고, 김명희와 김해철을 돌아보며 말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갈색 약병을 꺼내 김해철에게 던졌다.
“그거, 김명희 과장에게 먹이십시오.”
“알겠네.”
“그럼 저는 이자와 둘만의 대화를 나누어야 할 것 같습니다.”
곧, 강소와 니스로크는 김명희와 김해철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음…….”
김해철은 침음을 흘렸다.
자신보다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방금 본 강함은 자신의 상상을 넘어서고 있었다.
“저자의 능력, 김 과장도 알고 있었나?”
“어느 정도는요.”
“그렇군.”
김명희는 자신의 손에 들린 단검을 보았다.
불길이 타올랐던 단검은 이제 평상시의 단검으로 돌아와 있었다.
저벅, 저벅.
그곳으로 누군가 다가왔다.
김명희는 몸을 돌렸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진호야.”
성진호가 미소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먼저 김해철에게 말했다.
“상황 종료입니다. 먼저 땅으로 내려 온 마수들은 다 처리되었고, 나중에 내려 온 마수들의 마정석은 지금 회수 중입니다.”
“그렇군.”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의 노고에 대해서 협회에서 보상이 있을 것입니다.”
“기대하지.”
“기대하셔도 됩니다.”
성진호는 몸을 돌려 김명희를 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엉망이 된 모습에 씁쓸하면서도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도 수고 많았어.”
“내가 싸우는 거 봤지? 어땠어?”
“멋있었다.”
“우리엘의 단검이 깨어났어. 이제 다른 홀리웨폰들도 깨울 수 있…….”
순간 김명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
“헉! 허억!”
다시 심장이 불타는 듯 아파 왔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통증의 강도가 심했다.
“우욱!”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입을 막았지만, 피가 새어 나와 손가락 사이로 흘렀다.
“명희야!”
놀란 성진호가 얼른 그녀에게 달려가 부축했다.
“왜, 왜 그래? 명희야!”
“이거! 이걸 먹이게!”
김해철이 강소가 준 약병을 건넸다.
“이건?”
“그자가 준 약이네. 이걸 왜 줬는지 이제야 알겠군.”
성진호는 김해철이 말한 ‘그자’ 가 강소라는 것을 알았다. 다른 자가 준 거라면 의심하겠지만 이 상황을 종료시킨 강소가 준 약이었다.
그는 얼른 그 약병 안의 약을 김명희에게 먹였다.
김명희는 통증이 사라진 듯했지만, 쉽게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성진호는 그런 김명희를 두 팔로 안아 들었다.
“가자. 명진이가 기다리고 있어.”
“……응.”
성진호는 김명희를 안은 채 각성자 협회로 향했고, 김해철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청춘이군. 허…….”
* * *
RD예술센터의 대피소.
윤진은 대피소에 마련되어 있는 매트에 앉아 피식 웃었다.
‘드디어 깨어났군! 이 기운으로 봐서는 우리엘 녀석이 쓰던 단검인데?’
그의 매니저 역할을 해 주는 이의 말에 의하면 각성자 협회의 김명희라는 직원이 그 단검을 쓰고 있다고 했다.
‘우리엘의 사명은 심판이지.’
그때 옆에서 누군가가 과자를 내밀었다.
“아저씨. 이거 먹어요.”
윤진은 옆을 돌아보았다. 유하영이 고사리손으로 길쭉한 과자를 내밀었다.
“어? 나 주는 거야?”
그 말에 유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이건 아꼈다가 먹어야지. 여기서 언제 나갈지 모르는데…….”
“이따가 나가서 은하 언니한테 사달라고 하면 돼요.”
“이따……?”
윤진의 물음에 유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녀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윤진이 볼 때, 이번 사태는 아무리 빨리 수습한다고 해도 일주일은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짐작한 사람들도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기껏 준비한 뮤지컬인데…….”
“일주일 뒤에 이걸 공연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다른 아이들도 그런 어른들의 표정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애초에 갑자기 대피소로 대피하라는 말을 듣고 겁에 질리지 않을 아이는 없었다.
그 대피소가 RD예술센터 내에 있는, 무척이나 튼튼한 대피소라 해도 말이다.
윤진은 다시 유하영에게 물었다.
“정말 이따가 나갈 수 있다고 보는 거니?”
“네.”
“그래, 그렇구나.”
윤진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유하영이 내민 과자를 받아 입에 넣었다.
오독, 오도독.
초콜릿과 과자의 맛이 잘 어우러졌다.
‘이 상황에서도 초코과자는 맛있네.’
유하영이 어떤 존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윤진은 유하영의 말을 믿어야 했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믿기 어려웠다.
그때였다.
대피소의 문이 열리고, 제복을 입은 경찰이 들어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기쁨과 환희가 담겨 있었다.
“이제 나오셔도 됩니다. 상황 종료입니다.”
“그게 진짜입니까?”
“S급 게이트가 두 개가 열렸다면서요?”
믿기 힘든 사람들의 질문에 그 경찰이 말했다.
“네. 이신 헌터님이 힘써 주셨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발표하지 않고 있었지만, 적룡길드의 길드장님께서도 S급이십니다. 그래서 빨리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와! 살았다!”
“어서 나가자!”
사람들이 서둘러 대피소를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던 윤진은 고개를 돌려 유하영을 보았다.
그는 매트에 앉아 초코 과자를 뇸뇸거리며 먹고 있는 유하영을 보았다.
그는 유하영의 말을 믿지 못한 자신을 반성하며 피식 웃었다.
그런 윤진을 보며 유하영이 배시시 웃었다. 그리고 초코 과자 하나를 더 내밀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26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