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281
280화. M‘s 베이커리의 요정 (1)
딸랑.
문 앞에 달아 놓은 종이 울렸다.
문이 열리며 들어온 사람은 고영민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아, 어서 오세요.”
그가 두리번거리더니 물었다.
“유하영 양은 유치원에 갔나 봅니다.”
“본업은 유치원생이니까요.”
강소의 말에 다른 사람들 모두 웃었다.
“커피 드릴까요?”
“주시면 감사하죠.”
강소는 커피를 뽑아서 고영민 앞에 놓았고,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하아, 역시 커피가 들어가니까 정신이 드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리 말하며 웃는 것이, 왜인지 웃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많이 바쁘신 모양입니다.”
“요즘 헤븐스 차일드도 그렇고 탑 크라운도 컴백을 앞두고 있어서요. 한 시간밖에 못 잤습니다.”
“저런,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래도 제가 한가해지면 슬퍼지는 녀석들이니 어쩔 수 없지요.”
고영민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이렇게 온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전에 계약했던 M’s 베이커리의 광고 콘티와 일정이 나왔거든요.”
“그거 때문에 오셨군요. 많이 바쁘신데, 차 매니저에게 전달해 주시지…….”
“그럴 수는 없지요. 유하영 양은 저희 RD엔터의 VIP 인재 아닙니까? 하하하하!”
고영민은 유쾌하게 웃으며 슬쩍 강소의 눈치를 살폈다. 사실 진짜 VIP는 강소였지만 강소는 연예계에 뜻이 없다고 밝힌 상황이었다.
고영민은 가방 안에서 봉투에 담긴 뭔가를 꺼내 식탁 위에 놓았다.
“이게 이번 광고 콘티입니다.”
유순태는 봉투 안에서 콘티를 꺼내 확인했다.
표지에 광고 제작 스튜디오와 광고주의 이름 등등이 쓰여 있었다.
제목은 [행복해지는 시간이 왔어요!] 였다.
“보통은 콘티가 먼저 나오는데, 이번에는 모델이 먼저 정해져서 그런지 유하영 양에게 아주 딱 맞는 컨셉의 콘티가 나왔습니다. 저희 RD엔터에서도 호평이고요.”
“그렇군요.”
“촬영은 돌아오는 월요일로 스케줄을 잡을까 합니다. 아무래도 그 날이 사장님 내외분도 그렇고 강소 씨도 시간을 비우기가 쉬울 것 같아서요.”
“네?”
고영민의 말에 유순태가 고개를 갸웃했고, 고영민은 장난스런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날, M 푸드의 박훈길 이사님께서 만나고 싶다고 하셔서 말입니다. 뭔가 인연이 있다고 하시던데요?”
그 물음에 유순태와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국립 푸른 생태수목원에 갔다가 다칠 뻔한 박훈길의 아들을 구해 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인연으로 이렇게 광고를 찍게 되었고 그거로도 모자라 직접 만나자니,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
“이사님이 직접 양춘각으로 찾아오고 싶지만 자신이 움직이면 이곳에 폐가 될 것 같다면서 초청하셨습니다. 차도 보내 주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걸 왜 직접 말하지 않고 고 실장님을 통해서…….”
“연락처를 주기만 했지 받지를 않았는데 연락하는 건 실례되는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그러고 보니 당시 박훈길 이사는 강소에게 자신의 명함을 주었을 뿐, 강소의 연락처를 묻지 않았었다.
“아무튼, 좋은 일인 것 같으니까 모두 함께 가시죠.”
* * *
박훈길 이사의 자택.
“다녀오셨어요?”
그의 부인 최선자가 퇴근하는 그를 맞아 주었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어요.”
“당신도 고생 많았소. 들으니 오늘 봉사 모임이 있었다던데?”
“괜찮아요. 별로 어렵지 않았어요.”
M그룹에서는 사장과 이사를 비롯해 고위직에 있는 임원들의 부인들이 주축이 된 봉사단체가 있었다.
물론 M그룹의 이미지를 위해 만든 단체였지만, 그래도 나름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었다.
“형우아, 아빠 오셨는데 인사해야지.”
최선자의 말에 그제야 거실에서 태블릿으로 뭔가를 보고 있던 박형우가 고개를 돌려 박훈길을 보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아빠, 다녀오셨어요?”
“그래. 오늘도 잘 놀았니?”
“네.”
그리고 얼른 태블릿으로 시선을 돌렸고, 그걸 본 박훈길은 호기심이 들었다.
“우리 아들이 뭘 보기에 이리 열심일까?”
“하영이요.”
“응?”
태블릿의 화면을 유하영의 얼굴이 가득 채우고 있었고, 박형우의 입가에는 시종일관 미소가 걸려 있었다.
“하영이가 그렇게 좋아?”
“네.”
“왜 좋은데?”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행복해요.”
“그래?”
최선자가 웃으며 말했다.
“요즘 형우가 하영이만 보고 싶어 하더라고요.”
“녀석도 참…….”
“아, 그 일은 어떻게 되었어요? 광고 건이요.”
“이야기는 잘 되고 있어. 그리고 이번 월요일에 만나자고 RD엔터의 고 실장님을 통해서 전달했고.”
“잘 하셨어요. 저번에는 너무 경황이 없어서 그냥 보낸 것이 마음에 걸리네요. 우리 형우가 큰일 날 뻔한 것을 구해 줬는데 말이에요.”
“안 그래도 아버지께 한 소리 들었어.”
나중에 들으니, 박형우의 얼굴에 박힐 뻔한 선인장 가시에는 신경마비를 일으키는 독이 있었다.
다른 곳은 괜찮은데 만약 눈에 독성이 작용하면 실명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국립 푸른 생태수목원에서는 그 선인장의 전시 위치를 좀 더 깊숙한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그 선인장의 가시가 만약 박형우의 눈에 박혔다면!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다.
최선자는 유하영의 영상에 집중한 박형우를 보며 피식 웃었다.
“형우가 좋아하겠네요.”
* * *
유하영이 콘티를 받은 다음 날, 강소와 유순태는 이혁의 베이커리에 방문했다.
“어서 와!”
– 어서 오세요.
이혁과 도순이가 그들을 맞이해 주었다.
“롤 케이크 사러 왔지?”
그 말에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리고 또 다른 용건이 있습니다.”
“뭔데?”
그 말에 유순태가 말했다.
“형님, 우리 하영이에게 빵 만드는 것 좀 알려 주세요.”
이혁은 유순태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음? 하영이에게 제빵을 알려 달라고?”
“네. 형님.”
유순태는 말을 이었다.
“이번에 하영이가 M‘s 베이커리의 광고를 찍게 되었거든요.”
“아, 그래? 축하해! 이러다가 하영이가 광고계의 요정이 되는 거 아니야?”
“하하하.”
도순이는 테이블 위에 앉아 꿀빵을 냠냠 먹고 있었다.
꽃의 정령들은 꿀 이외에는 먹지 못했는데 왜인지 이혁이 만든 꿀빵이나 롤케이크는 섭취가 가능했다.
그래서 전에 도순이가 강소의 특제 생크림 롤 케이크를 먹을 수 있던 것.
무슨 이유에서인지 궁금했는데, 이혁이 빵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이해가 되었다.
유기농 밀가루로 반죽을 하고 좋은 우유와 설탕 그리고 자연산 꿀 등을 넣어 만들었으니까.
그래도 도순이가 특별한 식성을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인간계에 있었기에 그리된 것 같았다.
도순이의 입을 물티슈로 닦아 주며, 이혁이 궁금한 듯 물었다.
“그런데 M‘s 베이커리 광고와 하영이가 빵 만드는 것을 배우는 게 무슨 관련이 있는데?”
“그게 말이지요.”
유순태는 이혁에게 콘티의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하영이가 제빵사로 나오거든요. 그래서 빵을 굽고 해야 해서 미리 해 보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궁금해하는 것도 있고요.”
“준비성이 철저하네.”
“하하하.”
이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그 정도는 당연히 들어줄 수 있지. 그래서 언제 시간이 되는데?”
“내일 가능하세요?”
“내일 4시쯤이면 한가해질 것 같은데.”
“그럼 그때 찾아오겠습니다.”
이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하영이가 초코빵을 좋아했지?”
.
.
.
다음 날 오후 4시.
평소보다 일찍 하원한 유하영은 유순태와 강소의 손을 잡고 이혁의 베이커리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어서 와라.”
“도순이 안녕.”
– 안녕.
유하영은 이혁뿐만 아니라 도순이에게도 인사를 했다. 그리고 이혁에게 말했다.
“오늘 빵 열심히 만들어 볼게요.”
머리에 노란색 머릿수건을 쓰고, 앞치마까지 두른 유하영이 두 주먹을 불끈 쥐는 그 모습에 강소와 유순태는 물론이고 이혁까지 아빠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 만들 빵은 초코빵이야.”
“와! 저 초코빵 엄청 좋아해요.”
어제 이혁이 유하영이 좋아하는 빵에 대해서 왜 묻나 했더니 이유가 있었다.
“우선 손을 닦아야 해. 첫째도 위생, 둘째도 위생이니까.”
“그러니까 깨끗해야 한다는 거죠?”
“그렇지.”
유하영은 옆의 세면대에서 손을 닦으려고 했지만 키가 작아서 닿지 않았다.
유하영과 이혁 그리고 유순태가 곤란한 표정을 짓는 그때,
강소는 수줍은 표정으로 인벤토리에서 뭔가를 꺼냈다.
“혹시……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챙겼다.”
그건, 유하영을 위한 발판이었다.
“너, 이 녀석! 이렇게 기특할 수가!”
“하하하! 강소 청년이 센스가 좋단 말이지.”
강소가 가져온 발판 덕분에 유하영은 도움을 받지 않고 손을 닦을 수 있었다.
“그럼 이제 계량을 할 거야. 이 저울에 밀가루를…….”
유하영은 진지한 표정으로 저울 위에 올린 커다란 그릇에 밀가루를 담았다.
그리고 채를 쳐서 밀가루를 곱게 만들고 설탕을 준비하고 거품기로 계란의 거품을 내는 등 일련의 과정들을 진행했는데, 서툴지만 유하영이 최대한 직접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띵-!
오븐의 타이머가 정지하는 소리에 유하영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다 구워졌어요. 이제 먹을 수 있는 거예요?”
“응.”
이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하영이가 좋아하는 초코빵은 한 가지 공정을 더 거쳐야 해.”
그리고 미리 준비한 초콜릿 그릇을 가져와 그 옆에 놓고 중탕하여 녹였다.
그 초콜릿에 유하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초, 초콜릿이다! 세상에! 초콜릿이 꼭 물처럼 많아!”
“하하하하.”
그 모습에 이혁은 웃으며 오븐에서 빵을 꺼냈다.
“이렇게 빵을 집게로 잡고, 요렇게 초콜릿을 묻혀서 식히면 끝이지.”
유하영은 조심스럽게 집게로 빵을 잡았다.
빵에 자국이 나면 안 되기에 그 힘 조절을 하는 게 어려웠지만 제법 잘 해낼 수 있었다.
“다 만들었다.”
“와! 완성했어요!”
이혁은 먼저 초콜릿을 묻혀서 적당하게 식은 빵을 접기에 담아 주었다.
유하영은 그걸 들고 유순태와 강소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이거 봐요! 제가 만들었어요.”
“와! 잘 만들었네?”
“진짜 파는 것 같네.”
그들의 감탄에 이혁이 피식 웃었다.
“하영이가 생각보다 센스가 있어.”
유하영은 접시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이혁을 향해 배꼽 인사를 했다.
“오늘 빵 만드는 거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나도 즐거웠다.”
“그럼 이제 먹어도 돼요?”
유하영의 말에 이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이혁은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주었고, 유하영은 자신이 직접 만든 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부드러운 빵 안에 가득 들어 있는 초코잼.
그리고 빵의 반쪽의 초코 코팅은 유하영에게 새로운 감동을 주었다.
“음! 맛있어!”
“그렇게 맛있어?”
“네!”
“오늘 빵 만드는 거 어땠어?”
유순태의 물음에 유하영이 대답했다.
“빵 만드는 거 힘들었어요. 빵집 아저씨 대단해요! 앞으로 빵 먹을 때 감사하면서 먹을 거예요.”
얼굴에 밀가루를 묻힌 채 배시시 웃는 유하영을 보며 이혁은 진지하게 생각했다.
자신도 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 * *
월요일 아침.
유순태 가족과 강소는 약속 시간에 맞추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M푸드의 이사가 만나자는 자리였기에 아무 옷이나 입을 수 없었다.
하여 유순태와 강소는 정장을 입고 임소영은 어제 산 원피스를 입었다.
배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면서 원래 입던 원피스가 맞지 않았기에 어제 임부 원피스를 구입했다.
그리고 유하영은 귀여운 원피스를 입었다.
어차피 광고 촬영을 위해서는 준비된 옷을 입어야 했기에 오늘 박훈길 이사를 만나는 자리에 맞는 옷을 입은 것.
모든 준비를 마치고 1층으로 내려오자 어느덧 약속 시간 5분 전이었다.
“하영아, 콘티는 다 읽었어?”
유순태의 물음에 유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 읽었어요.”
오늘 촬영할 광고의 콘티의 내용은 다들 알고 있었다.
유하영은 꼬마 제빵사가 되어서 빵을 구워야 했다.
그래서 이혁의 베이커리에서 하루 특훈도 했고, 그 경험은 유하영이 콘티를 읽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어느덧 약속한 시간인 오전 7시 30분이 되었다.
그와 동시에 양춘각의 문이 열리며,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들어왔다.
“실례하겠습니다. 박훈길 이사님의 지시로 모시러 온 기사 박태훈이라고 합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28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