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304
303화. 자귀꽃 필 때 (3)
포장마차 주인의 말에 유순태와 강소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러십니까?”
유순태의 물음에 포장마차 주인이 말했다.
“저 녀석들 말입니다.”
강소는 그 주인이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거기에 다섯 명 정도 되는 젊은 남자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딱 봐도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얼마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녀석들인데, 여기서 술 먹고 진상 부리는 건 기본이고, 허구한 날 이곳 상인들에게 시비를 거는 녀석들이죠.”
“경찰에 신고는 하셨습니까?”
“하면 뭐 해요? 그 전에 튀어 버리는데.”
“저런…….”
“문제는 저자들 중 몇 명이 각성자라서 말이죠. 에휴.”
“각성자라고 하셨습니까?”
그 말에 강소의 눈이 빛났다.
그의 물음에 포장마차 주인이 다시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한 녀석은 불을 일으키는 각성자고, 한 녀석은 주먹이 쇠처럼 단단해지는 각성자라고 하더라고요.”
“그 정도면 각성자 협회에서 조치를 취할 것 같습니다만?”
“그렇기는 한데, 이상하게 번번이 훈방조치 되니…….”
강소는 근심이 느껴지는 그 말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참 심려가 크시겠습니다.”
그때였다.
“아! 지금 뭐라는 거야? 이 아줌마가!”
뒤에서 큰 소리가 들린 것은.
그 소리에 강소는 다시 뒤를 돌아보았고, 그 다섯 명의 불량배들과 시비가 붙은 상대를 보았다.
‘어? 저 여성분은?’
그녀는 아까 공원에 도착했을 때 봤던 중년 여자로, 강소가 광휘의 족속이라 짐작하고 있는 자였다.
강소는 가만히 그 상황을 보았다.
“담배를 폈으면 담배꽁초를 곱게 쓰레기통에 버려야지. 왜 나무 아래에 버리는 건가요?”
“아, 내 맘이야! 아줌마가 뭔데 상관이야? 아줌마가 이 공원 관리인이야?”
“관리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당신들의 행동은 그냥 두고 볼 수가 없네요.”
“아! 개 짜증 나네! 이런 개××!”
그 불량배들은 자신의 엄마뻘이 되는 그녀에게 쌍욕을 하고 있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담배꽁초를 나무가 아닌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했다는 이유로.
그 모습에 강소는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이곳도 왈패 같은 쓰레기들이 있군.’
포장마차 주인이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찼다.
“오늘은 저분이 시비에 휘말리셨네요. 저런!”
“아시는 분입니까?”
강소의 물음에 포장마차 주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부터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오시는 분입니다. 그냥 하루 종일 저 나무를 바라보다가 가시곤 하시더군요.”
강소는 왜 그녀가 불량배들과 시비가 붙었는지 알 것 같았다.
다른 곳도 아닌 자신이 아끼는 나무에 담배꽁초를 버린 것이 그녀의 무언가를 건드린 것.
‘대체 무슨 나무이기에 저리도 아끼는 거지?’
그 잠깐 사이 다툼은 더 격해졌고,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말이 불량배들에게서 나오기 시작했다.
“저런! 저저!”
결국 참다 못한 유순태가 그들의 싸움을 말리기 위해 나섰다.
“더는 두고 볼 수가 없네.”
그는 포장마차 주인에게 말했다.
“경찰에 신고 좀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는 그 불량배들에게 다가갔고, 강소는 한숨을 내쉬며 그의 뒤를 따라갔다.
‘나에게는 이런 싸움이 있으면 몸을 사리라고 하더니 네가 몸을 사리지 않으면 어쩌자는 거냐?’
그들이 가까이 갔을 때, 불량배 중 한 사람이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아! 그러니까 이 나무가 소중하다는 거지? 하! 그러면 태워 버리면 되는 거 아니야?”
그리고 손을 휘저었다.
그의 손에서 불꽃이 피어올랐고, 순식간에 만들어진 불의 공이 그 나무를 향해 던져졌다.
“안 돼!”
그녀는 소리를 지르며 불을 끄기 위해 나무로 향하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위험합니다!”
유순태가 얼른 그녀를 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무가…… 지용 씨의 소중한 나무가…….”
그녀는 괴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나 때문이야. 내가 그걸 참지 못한 바람에 소중한 나무가 사라지게 된 거야.’
그런데…….
“어? 뭐냐?”
“너 뭐 한 거냐?”
불량배들은 당황했다. 분명 불의 공을 던졌음에도 나무가 멀쩡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뒤에서 경찰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삑! 삑삑-!
호루라기를 불며 달려오는 경찰의 모습에 불량배들은 얼른 도망가려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몸이 너무 무거웠고 결국 그들은 경찰에 체포되었다.
“아, 우리 각성자거든요?”
“그러니까 각성자 협회 소관이니까 그냥 그곳 불러 주시고 가시면 될 것 같은데요?”
“그리고 저희는 비각성자이지만, 그냥 서 있기만 했어요. 그것도 죄인가요?”
오히려 뻔뻔하게 나오는 모습에 경찰들은 기가 찬 표정을 지었다.
그때 강소가 경찰들에게 말했다.
“각성자라 주장하는 저자들, 각성자가 아닙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경찰의 반문에 강소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저도 우연히 알게 된 것인데, 저들 중 각성자라 주장하는 자들은 각성자가 아니라 아티펙트로 각성자 흉내를 내고 있는 것뿐입니다.”
그게 바로 그들이 각성자 협회에 끌려가도 훈방조치 되는 이유였다.
각성자 협회로 갈 때 아티펙트는 빼놓고 갔으니까.
강소의 말에 경찰이 반문했다.
“지금 아티펙트라고 하셨습니까?”
“네. 저자의 귀고리, 그리고 저자의 목걸이가 바로 그 아티펙트입니다.”
강소가 정확하게 아티펙트를 지적하자, 불량배들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리고 그것으로 저 나무를 태우려고 했습니다.”
그 말에 경찰들의 눈이 스산하게 빛났다.
“당신들이 사용하는 아티펙트, 그거 등록은 된 것입니까? 등록된 것이면 등록증을 보여 주십시오.”
현행법상, 모든 아티펙트는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각성자 협회에 등록을 해야 했고 또 카드 크기의 등록증을 지참해야 했다.
하지만 애초에 비각성자가 아티펙트로 각성자 흉내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등록증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 그러니까, 이거 제 아티펙트가 아니라…….”
“빌린 겁니다! 그냥 딱 한 번만 써 본다고 빌린…….”
경찰들 중 한 사람이 일언반구도 없이 옆의 경찰에게 말했다.
“각성자 협회에 연락해. 아티펙트 불법 사용자가 있다고.”
“히익!”
“하, 한 번만 봐주세요!”
강소가 알기로 아티펙트를 불법으로 사용하면, 징역 5년이었다.
물론 불법으로 사용하던 아티펙트는 회수되었다.
그렇게 불량배들은 애처로운 표정으로 경찰서로 끌려갔고, 그 모습을 보던 포장마차 주인들은 속이 후련하다는 표정이었다.
“아, 저 모습을 보니까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네.”
“속 시원하네요. 하하하.”
그리고 순대를 팔던 포장마차 주인이 강소에게 물었다.
“그런데 저들이 아티펙트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안 겁니까?”
“아, 그건 말입니다.”
사실 능력이 아티펙트를 통해 발휘되는 것인지, 아니면 본연의 능력인지는 그냥 척 보면 알았다.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순 없었기에 둘러댔다.
“전에 배달하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때 불량배와 시비가 붙었던 중년의 여자가 강소에게 다가왔다.
“감사합니다.”
“제가 한 일은 본 것을 본 대로 말했을 뿐입니다.”
그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소중한 나무가 타지 않게 지켜 주셨지 않습니까?”
“아…….”
역시 그녀는 그 나무를 강소가 보호했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했다.
“제 이름은 배연화예요.”
“강소입니다. 그리고 옆에는 양춘각의 사장님입니다.”
“유순태입니다.”
유순태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강소가 그녀에게 말했다.
“그리고, 저희는 오늘 초면이 아닙니다. 며칠 전 상담실에서 심정필 헌터와 함께 계신 것을 봤습니다.”
그 말에 배연화는 ‘아!’ 하는 소리를 내었다.
“그때 그 배달부이시군요.”
“맞습니다.”
“인연이라는 것이 참 신기하네요.”
그리고 그녀는 자신 옆의 나무를 보며 말했다.
“사실 저는 제가 결혼하게 될 것을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인연은 저를 결혼까지 하게 만들더군요. ……사실 이 나무는 제 남편이 저를 위해 심어 준 나무예요.”
유순태가 말했다.
“이 나무, 자귀나무인 것 같습니다만.”
그 나무에는 분홍색 꽃이 피어 있었는데, 가로등 아래에 보이는 그 모습이 참으로 화려했다.
“맞아요.”
배연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원래도 평소 남편이 이 공원에 나무를 많이 기부했는데, 어느 날 이 자귀나무를 심더군요. 그리고 그날은 저희가 결혼한 지 1년째 되는 날이었고요.”
“그럼 부군께서는…….”
유순태의 물음에 배연화가 대답했다.
“11년 전, 대격돌 때 전사했어요. 헌터였거든요.”
“그러셨군요.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그 말에 강소는 그녀가 왜 그 나무를 그리 소중하게 생각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 나무는 세상을 떠난 남편이 그녀를 위해 남긴 흔적이었다.
“자귀나무는, 이파리가 서로 벌어져 있다가도 밤이 되면 서로 합쳐지죠. 그래서 낮에는 나가 있어도 밤이 되면 들어와 함께 잠자리에 드는 부부와 같다고 해서 부부의 금술을 상징한다고 해요.”
그녀는 말을 이었다.
“남편이 저 나무를 심은 이유가 금술 좋은 부부로 살자는 뜻도 있지만…… 위험한 전장에 나가 있어도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의미도 담겨져 있어요.”
“…….”
“결국은 제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지만요. 하지만 언젠가 제가 그이 곁으로 가겠지요.”
배연화는 웃으며 말했다.
“제 소중한 나무를 지켜 주셨으니, 보답을 하고 싶네요.”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 힘든 일도 아니었으니까요.”
“그래도 꼭 보답을 하고 싶습니다.”
그 말에 강소가 말했다.
“그러면, 순대 조금만 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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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는 배연화가 사 준 순대를 들고 양춘각으로 향했다. 그리고 유순태는 손에 떡볶이와 튀김을 들고 있었다.
“네 덕분에 순대와 떡볶이에 튀김까지 얻었네.”
“이렇게라도 안하면 절대 물러나지 않으실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딱히 원하는 것도 없고 말이지.”
“하하하.”
양춘각을 향해 걸으며 문득 강소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광휘의 족속들도 결혼을 할 수 있나? 그리고 정말 아무런 능력도 없는 건가? 남편의 유품과도 같은 나무가 불타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아무래도 뭔가 사정이 있는 것 같았다.
사실 그녀가 보답을 말했을 때 그 의문에 대해 답해 주기를 원했지만 아무래도 그건 어려울 것 같았기에 순대를 사 달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순대에 떡볶이 그리고 튀김까지 사 주었다.
“안사람이 좋아하겠네.”
“그러고 보니 안주인께서 떡볶이를 좋아하셨지?”
“순대도 좋아해. 안 그래도 갈 때 사 가려고 했는데 잘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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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임소영이 떡볶이에 순대 그리고 튀김에 환호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 * *
다음 날.
배연화가 블랙베어 길드에 갔을 때 부길드장이 그녀에게 달려왔다.
“들었습니다. 공원에서 큰일을 당할 뻔하셨다고요.”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마침 그곳에 저희 길드원이 있었습니다. 큰 사모님께서 곤란해하시는 것을 보고 달려갔는데 이미 상황이 정리되었다고 하더군요.”
“한 젊은이의 도움이 있었지요.”
어제 만났던 양춘각의 배달부는 여러모로 참 특이한 사람이었다.
그녀가 입은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순대를 사 달라고 했고, 그래서 그녀는 순대에 떡볶이 그리고 튀김까지 사 주었다.
유순태 사장이라는 자를 보자 강소가 왜 순대를 사 달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강소가 평범한 인간이 아님 역시도 눈치챘다.
짜장면 배달을 왔을 땐 몰랐는데 그가 나무를 지키기 위해 능력을 쓸 때 간신히 알 수 있었다.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그 안에 담긴 힘이 너무나도 크다는 것을.
“정말 다행입니다. 그래서 길드장님께서 그분에게 선물을 보내라고 하셨습니다.”
“신경 써 줘서 고마워요.”
그는 선물 같은 것에 연연할 사람은 아닌 것 같았지만, 배려를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기에 고맙게 받아들이고는 물었다.
“아, 그리고 심정필 헌터는 어떻게 하기로 했나요?’
그녀의 물음에 부길드장이 대답했다.
“협회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다행이네요.”
설득한 보람이 있었다.
“그럼 이제, 한미중 헌터 특별 훈련 준비를 하면 되겠군요.”
무림에서 온 배달부 30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