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380
379화. 수련을 시작하다 (2)
강소는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 그런데 말입니다. 그자에게 들으니, 어둠의 족속들은 마수들에게 손을 대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정말입니까?”
“네. 사실입니다. 제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지금 보니, 그들 역시 모르고 있던 사실 같았다.
“계약에 의해 왕의 피조물이나 마찬가지인 마수를 해하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아, 그래서 지금까지 그런 행동을!”
스텔라 함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는데 그게 사실이었군요.”
“그건 저희와 비슷하네요.”
윤진이 말했다.
“저희도 그분의 피조물에 손을 대기 위해서는 허락이 필요하거든요.”
“그럼 광휘의 족속도 계약에 의한 제약입니까?”
“그건 아니에요.”
그는 고개를 저었다.
“저희가 만들어질 때부터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사실 그들도 저희와 같은…….”
그때 스텔라 함이 고개를 저었고 윤진은 얼른 말을 돌렸다.
“아무튼, 아직 그들이 하영이의 정체에 대해서 몰라서 다행이네요.”
“그건 저 역시 숨길 생각입니다.”
스텔라 함과 윤진의 말이 사실이라면, 유하영의 정체는 앞으로도 영원히 숨겨져야 했다.
하지만 그래도 보험은 필요했다.
그 보험이 유하영을 지도하는 것이다.
스텔라 함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강소를 보았다.
그리고 말을 꺼냈다.
“이제 강소 씨가 누군지 말해 줄 수 있나요? 우리가 누군지 강소 씨는 아는데, 강소 씨가 누군지 우리가 모르는 건 좀 공평하지 않은 거라 생각되지 않나요?”
그녀의 말에 강소가 대답했다.
“정체라…… 뭐, 정체랄 것도 없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인간입니다.”
“하지만 네르갈을 마주하고도 그런 반응이라는 건 그자만큼이나 강하다는 건데요?”
틀렸다.
네르갈만큼이나 강한 게 아니라, 그보다 더 강했다.
하지만 강소는 굳이 그걸 지적하지 않았다.
“그래도 제가 인간인 건 맞습니다. 혹시, 인간이 강하다는 것이 믿기 힘든 일이라든지 그런 겁니까?”
“아, 그건 아닙니다.”
스텔라 함은 손을 저었다.
“인간은 그만큼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니까요. 그래도 이렇게 강한 인간이라니……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손을 좀 줘 보시겠습니까?”
그녀의 말에 강소는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강소의 손을 잡았고, 눈을 감았다.
강소는 그녀의 몸에서부터 오러가 흘러나와 자신의 몸을 살피는 것을 느꼈다.
그 오러는 무척이나 청명했다.
아니, 청명함을 넘어선 순수 그 자체의 오러였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광휘의 족속들은 모두가 그 오러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아는 자들 중 인간임에도 그런 오러를 지니고 있는 자가 있었다.
바로, 유하영이었다.
그때 스텔라 함이 눈을 뜨고 강소의 손을 놓으며 말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확실히 인간이 맞군요. 그런데 당신, 이쪽 세계 사람이 아니죠?”
“……!”
강소는 움찔했다.
설마 그걸 알아볼 줄은 몰랐으니까.
“네? 이쪽 세계 사람이 아니라고요? 그게 무슨 뜻입니까?”
윤진의 물음에 스텔라 함은 강소를 보았고, 강소는 그녀에게 말했다.
“설명해 주십시오.”
“그러니까…….”
스텔라 함이 설명을 시작했다.
“각 사람의 몸에는 그 사람이 나고 자란 곳 고유의 특질이 새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강소 씨의 몸에는 이 세상의 특질이 아닌 다른 세계의 특질이 새겨져 있군요.”
“그렇군요.”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그걸 모든 광휘의 족속이 알 수 있는 겁니까?”
그 말에 대답한 건 윤진이었다.
“아닙니다. 그건 스텔라 고유의 능력이거든요.”
“그렇군요.”
강소는 그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이미 유순태와 임소영, 그리고 하랑도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이들에게 얘기를 해 줘도 하등 해가 될 건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렇군요. 눈을 떠 보니 게이트 안이었고 그래서 그 안의 마수를 처리하고 나왔다는 거군요.”
“와! A-0128109게이트의 제로급 각성자가 당신이었다니! 놀랍네요.”
윤진이 감탄했다.
강소는 웃으며 남은 딸기 스무디를 마저 마셨다.
“그래서 말입니다. 스텔라 함…….”
“그냥 스텔라라고 불러 주세요. 저는 그게 좋아요.”
그 말에 강소는 미소 지으며 물었다.
“스텔라. 혹시 제가 다시 돌아갈 방법이 있습니까?”
“글쎄요…….”
스텔라 함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미안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없는 거 같군요.”
“그렇군요. 그러면 한 가지 더 물어도 되겠습니까?”
“제가 대답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요.”
“어둠의 족속들을 다스리는 왕의 권능이 차원 이동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붉은 성주라 불리는 자가 가지고 있던 공간의 열쇠를 손에 넣었습니다.”
“네?”
“공간의 열쇠를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이걸로 제가 원래 제가 있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까?”
그 물음에 스텔라 함이 대답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불가능합니다.”
“……!”
그 대답에 강소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렇…… 습니까?”
하랑은 공간의 열쇠를 사용하면 원래 그가 있던 세상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스텔라 함은 불가능하다고 한 것.
강소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간신히 입을 열었다.
이유는 들어야 했다.
“어째서입니까?”
“왕의 권능 역시 제약이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어둠의 족속들은 모르고 있지만 말입니다.”
그녀는 피식 웃었다.
“안 그래도 통솔하기 힘든 족속들입니다. 자신의 힘이 건재하지 않다는 것을 일부러 알려 줄 필요성은 없죠.”
“그렇군요. 하지만 이상합니다. 저는 분명 게이트를 통해 이쪽 세상으로 왔습니다.”
강소는 말을 이었다.
“그 말은 즉, 왕의 권능으로 인해 왔다는 뜻 아닙니까? 그런데 불가능하다니요?”
“잘못 알고 있군요.”
“네?”
“방금 말씀드렸듯이 어비스에 갇혀 그 권능에 제약이 있는 자입니다. 그렇게까지 엄청난 권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어비스…… 가 어딥니까?”
“현재 어둠의 족속들이 머무는 곳. 그곳을 우리는 어비스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
“다른 자들과 달리 왕, 그자의 본체는 그곳에서 절대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
“그리고 강소 씨, 당신은 왕의 권능에 의해서 이 세계로 온 것이 아닙니다.”
“그렇군요.”
스텔라 함이 말했다.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뭔가 방법을 찾으면 반드시 알려 드린다고 맹세하죠.”
윤진이 말을 덧붙였다.
“약속과 달리 저희 광휘의 족속들에게 맹세는 구속력을 가집니다.”
“감사합니다.”
강소는 짙은 아쉬움을 털어 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도움을 준다니 고맙긴 했다.
그런 그의 머릿속에 갑자기 한마디가 떠올랐다.
자신의 생일 때 유하영이 했던 말.
“오빠. 우리랑 오래오래 같이 살아.”
그 말을 떠올리자 이왕 이렇게 된 것, 그냥 이렇게 지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스텔라 함이 말했다.
“저, 앞으로도 하영 양을 잘 부탁드립니다. 그녀는 이 세계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위해 행동할 수 없습니다. 그저 방관하도록 명령받았으니까요.”
그리 말하는 스텔라 함의 얼굴은 왠지 슬퍼 보였다.
“방관하는 존재치고, 저희는 오늘 제법 많은 대화를 나눈 것 같습니다만?”
강소의 말에 그녀는 웃었다.
“그분이 허락하신 거겠죠.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대화해도 우리의 목소리가 당신의 귀에 닿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그 말에 강소도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한 번 그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으니까.
꽃의 정령들의 여왕 플로나가 양춘각에 방문해서 유하영의 정체에 대해서 말해 줄 때 자신은 들었지만 유순태는 듣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자, 그럼.”
스텔라 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책상 위에서 줄자를 집었다.
그녀의 눈이 반짝였고 그걸 본 윤진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사이즈를 좀 재 볼까요?”
.
.
.
강소는 솜니움 아틀리에를 나섰다.
‘사이즈를 재는 데 1시간이나 걸리다니!’
왜 윤진이 두려워했는지 알 것 같았다.
스텔라 함은 며칠 후 다시 들려 달라고 했다.
‘그나저나…… 뜻밖의 것들을 알게 되었군.’
오늘의 만남에서 그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여러 시각으로 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건가?’
그는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저녁부터 유하영과 훈련하기로 했기에 많은 준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혁이나 김지은의 훈련에도 세심한 준비가 필요했지만, 유하영의 훈련은 그보다 몇 배 이상의 세심한 준비가 필요했다.
그리고 훈련장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 * *
유순태는 유하영과 함께 강소의 인벤토리에 들어왔다.
오랜만에 들어온 인벤토리 안에서는 호족들이 각자 맡은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유순태를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전에 유순태가 대접한 짜장면은 아직도 그들의 뇌리에 깊게 박혀 있었다.
“뭔가…… 또 하나의 세계를 보는 기분이다.”
“하하하.”
유순태의 말에 강소는 멋쩍게 웃었다.
오늘 유순태가 강소의 인벤토리에 들어온 것은, 유하영의 훈련을 참관하기 위해서였다.
강소가 눈으로 보지 않으면 불안할 것 아니냐면서 참관을 권유했기 때문이다.
유순태는 그런 강소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강소를 믿었고 또 어련히 잘 할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마음이란 게 있었으니까.
“와! 분홍이 방이다!”
유하영의 말에 유순태는 고개를 들어 자신 앞의 공간을 보았다.
인벤토리의 한 부분을 할애하여 만든 500평이 넘어가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 공간은 전부 진한 분홍색, 연한 분홍색, 분홍색이었다.
“하영이가 분홍색을 좋아해서, 인테리어를 분홍색으로 해 봤다. 다행히 좋아하는 것 같군.”
강소가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자, 그럼 하영아.”
“응.”
“오늘부터 나랑 훈련이라는 것을 할 거야.”
“훈련?”
“응.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전에 내가 했던 말 기억하지? 사람들은 누구나 한 가지씩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거.”
“응. 기억해.”
유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특별함을 좋은 일에 쓰면 좋은 거고, 나쁜 일에 쓰면 나쁜 거라고도 했어.”
“맞다. 그걸 기억하다니! 하영이 정말 똑똑하구나!”
“헤헤.”
칭찬받은 유하영이 기분이 좋은 듯 헤 웃었다.
“오늘부터 나랑 할 것은 그 특별함을 좋은 일에 쓰기 위한 것이다.”
“알았어. 나에게 있는 특별한 것을 좋은 일에 쓸 거야.”
“좋아! 하영이, 율동 좋아하지?”
“응. 좋아해.”
“그럼 율동을 해 볼까?”
강소는 핸드폰으로 음원을 재생했다.
인벤토리 안에 있어도 핸드폰에 다운받아 놓은 음원은 제대로 재생이 되었다.
[쫑쫑! 쫑쫑! 내 친구 쫑이! 두 귀는 쫑긋!]그 음원은 다름 아닌, 유하영이 제일 좋아하는 내 친구 쫑이 만화영화의 주제가였다.
그리고 강소는 그 음원에 맞추어 율동을 보여 주었다.
“이렇게 하는 거야! 하영이도 할 수 있지?”
“응! 할 수 있어!”
유하영은 앙증맞은 두 팔다리를 열심히 움직여 강소를 따라서 율동을 했다.
사실 그건 단순한 율동이 아니었다.
그건 강소가 유하영을 위해 만든 ‘유하영 맞춤 명정심법’이었다.
유하영은 열심히 율동을 하며 까르르 웃었다.
강소는 자신이 훈련을 받았던 때를 떠올렸다.
“저쪽에 도착할 때까지 오직 포복 자세로만 이동해라! 중간에 머리가 올라오면 잘릴 거다. 그리고 한 식경 이내에 들어오지 못하면 죽는다. 죽고 싶지 않으면 빨리 움직여라!”
당시 바닥을 박박 기어서 30분 이내에 들어온 강소의 눈에 보이는 건 30분 이내에 들어오지 못해 목이 잘려 죽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사, 살려 줘!”
“살려 주세요! 살려 주…….”
“으악!”
그때 보았던 모습과 아이들의 비명 소리는 아직도 귓가에 선명했다.
결국, 살아남았고 강해졌지만 강소는 자신이 아끼는 유하영을 절대 그런 식으로 훈련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열심히 고민해서 만든 것이 바로 이 율동이었다.
“좋아! 한 번 더 해!”
“알았다. 그럼 한 번 더 해 볼까?”
“응!”
신나는 만화영화 주제가가 울려 퍼졌다.
옆에 마련되어 있는 의자에 앉아 유순태는 그 모습을 보며 눈을 깜박였다.
그에게 훈련이란, 기초군사훈련 당시 빡세게 받았던 훈련과 짐꾼으로 게이트에 들어가기 전에 받았던 기본 훈련 같은 것들이었다.
그래서 걱정했던 건데.
이건…… 자신이 생각했던 훈련이 아니었다.
그냥 노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강소의 눈이 진지하다는 것에서, 이게 훈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강소야. 너 하영이에게 정말 진심이구나.’
그래서 유순태는 강소에게 무척이나 고마웠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38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