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410
409화. 기다림 (4)
하지만 아직 각성하지 않았으니, 나중에 생각해도 될 일이었다.
강소는 복도 쪽을 바라보았다.
다급하게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안주인의 오라버니께서 오시는군.’
혼자가 아니었다.
‘세 명인가? 전부 익숙한 기운이군.’
곧 세 명의 남자가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고, 강소는 그들을 맞아 주었다.
“오셨습니까?”
그들은 임송규와 백동호 그리고 함진평이었다.
임송규는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소, 소영이는?”
“방금 예쁜 따님을 낳으셨습니다.”
“그래?”
“네.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하다고 합니다. 순태는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때 유순태가 나왔다.
눈에 물기가 있었지만, 표정은 웃고 있었다.
그는 임송규 일행을 보며 얼른 고개를 숙였다.
“아! 형님들 오셨습니까?”
“아이는 봤어?”
“네. 무척 예쁩니다.”
그때 강소가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부모님에게는 연락 드렸냐?”
“헉! 잊고 있었다. 워낙 상황이 긴박하다 보니까.”
“어서 연락 드려라.”
그 대화에서 임송규는 뭔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유순태가 서둘러 부모님에게 연락을 드리려고 자리를 비운 사이 임송규가 강소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별일 없었습니다. 우연히 안주인께서 진통이 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그랬나?”
임송규는 뭔가 더 있음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강소로서도 더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자초지종을 설명하면 자화자찬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강소는 자화자찬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때 백동호가 말했다.
“소영이는 언제 볼 수 있는 겁니까? 사실 회의 도중에 달려와서 말입니다.”
마침 그때 문이 열리고, 임소영이 누운 침대가 나왔다.
“소영아!”
“오빠.”
“괜찮니?”
“응.”
“수고했다. 정말 고생 많았어.”
“헤헤.”
나오면서 얘기를 들은 모양인지 임소영은 웃으며 말했다.
“회의 도중에 왔다면서. 얼른 가 봐. 오빠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데! 빠지면 안 되지.”
“그래. 알았다. 몸조리 잘해라.”
임소영은 병실로 옮겨졌고, 부모님과 통화를 막 끝낸 유순태가 돌아왔다.
그를 보며 임송규가 말했다.
“자네는 잠시 나와 이야기 좀 하지.”
“네.”
* * *
임송규는 함진평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다시 회의 장소로 돌아가고 있었다.
뒷좌석에 앉은 임송규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아까 병원에서 유순태에게 자초지종을 들었다. 그 말이 의미하는 건 한 가지였다.
정말 큰일 날 뻔했단 것.
“큭!”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런 임송규의 모습에 운전하던 함진평이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형님.”
“어. 안 괜찮다.”
그 말에 조수석의 백동호가 물었다.
“소영이도 건강하고, 아이도 건강히 잘 태어났는데 뭐가 문제입니까? 형님?”
그 말에 임송규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 자신이 한심해서 말이다.”
“네?”
“사실 소영이가 해산 때까지 내 집에서 머물게 한 것은 소영이가 편하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내 품 안에 있으면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
“…….”
“하지만 내 오만이었지. 만약 순태와 강소가 없었다면 나는 소영이와 조카 둘 다 잃었을 거야.”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백동호의 물음에 임송규가 대답했다.
“어젯밤, 순태가 뭔가 불안해서 강소에게 불안하다고 말했나 봐. 그래서 강소가 밤새 탐지 아티펙트로 탐지를 하던 도중에 이상을 발견했다고 하더라고.”
“그랬군요. 그런데 그자는 무슨 그런 아티펙트까지 가지고 있답니까?”
“뭐, 그럴 수도 있지. 워낙 신비한 자니까.”
그 말에 함진평과 백동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역시 강소의 정확한 정체는 알 수 없었기에 신비하다는 임송규의 말에 동의한 것.
사실 강소는 그런 아티펙트의 도움을 받은 것이 아니었지만, 그게 더 설명하기 쉬웠기 때문에 유순태는 그렇게 설명한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늦지 않게 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다고 하더라.”
“그랬군요.”
그때 함진평이 입을 열었다.
“제가 추가로 알아본 게 있습니다. 병원으로 옮겨질 당시 이미 양수가 터져 있었고 과다출혈로 인해 위험할 뻔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급하게 지혈 전문 힐러가 투입되었고요.”
“그랬나.”
그걸 보호자인 유순태가 모르고 있었을 리 없었다.
분명 자신이 걱정할까 봐 말하지 않은 것일 터.
“들었던 것보다 훨씬 위험했었군.”
“예, 그래도 문제없이 출산까지 했으니 다행입니다.”
“그러게. 소영이가 사람 복은 참 많은 것 같아.”
임송규는 눈을 돌려 먼동이 터오는 하늘을 보았다.
* * *
유하영은 신생아실 밖에서 통유리를 통해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바라보고 있는 대상은, 간호사의 품에 안긴 아이였다.
보드라운 천에 쌓여 얼굴만 내민 채 입을 오물거리고 있는 아기를 보며 유하영이 말했다.
“내 동생이에요?”
“맞아. 하영이 동생이야.”
유하영은 아기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신기해요. 엄청 작아요.”
“하영이도 저렇게 작았어.”
아기를 보며 대화를 나누는 부녀를 보며 강소는 미소 지었다.
출산 예정일보다 일찍 태어났지만, 아이는 건강했다.
“우리 둘째 어떠냐?”
유순태의 물음에 강소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예쁘다. 옛말에 씨도둑질은 못 한다고 했다. 두 눈은 안주인을 닮았고 입은 너를 닮은 것 같다.”
“그러냐?”
“그래. 누가 봐도 너희 부부의 딸이다.”
강소는 아기를 보았다.
그는 다시 미소 지었다.
지켜줘야 할 존재가 한 명 더 늘어났다.
* * *
이혁과 백현미도 임소영의 출산 소식을 들었다.
“언니가 딸을 낳았대요.”
“그래? 축하할 일이네!”
“출산 선물로 뭐가 좋을까요?”
이혁과 백현미는 서로 상의했고, 예쁜 아기 옷을 선물하기로 했다.
그날, 백현미는 반차를 썼고, 이혁은 오전 장사만 했다.
그리고 도순이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해요.”
“당연히 와야죠.”
“출산 축하드려요.”
“그런데 도순이는요?”
그 물음에 이혁이 말했다.
“잠시 어디 다녀온다고 하더군요.”
그 시각.
도순이는 병원 신생아실에 있었다.
정령들은 무균 상태였기 때문에 신생아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 깨끗한 오러는 신생아들을 튼튼하게 해 주었기 때문에 신생아실에 찾아가면 환영을 받았다.
장난을 좋아하는 정령들도, 신생아실에서는 절대 장난을 치지 않았다.
아니, 장난을 치지 못했는데 정령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그것이 정령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맹약 중 하나라고 했다.
세상의 모든, 갓 태어난 생명을 존중하는 것 말이다.
신생아실에 들어온 도순이는 포로록 날아 신생아실의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유순태와 임소영의 아이를 찾아냈다.
오러를 감지하는 데 태생적으로 S급인 꽃의 정령에게는 쉬운 일이었다.
도순이는 입을 오물거리는 아이를 보았다.
– 이 아기구나.
오늘 밤, 첫눈이 오면 도순이는 겨울잠을 자야 했다.
자신이 겨울잠을 자야 하는 날 태어난 아이가 궁금해져 이렇게 온 것이다.
그때, 아기가 눈을 떴다.
– ?
그런데 그 아기는 도순이를 보더니 배시시 웃었다.
그 순간 도순이는 자신의 가슴에 뭔가 콕 하고 와서 박힌 기분이 들었다.
– 아…….
그 아이는 오늘 새벽에 태어나 시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음에도 도순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지 눈동자가 움직였다.
– 너 나를 인식하는 거야?
참 신기한 일이다.
시력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아이가 자신을 인식한다는 건, 오러를 감지한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이 아이는 평범한 아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굳이 알리진 않을 생각이었다.
– 강소 님도 알고 계시겠지.
도순이는 자신을 알아봐 준 아이에게 선물을 해 주고 싶었다.
축복 중에 가장 강력한 축복은 정령의 노래였지만, 그건 꽃의 정령을 다스리는 여왕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차선으로 선택한 것이 있었다.
정령의 표식.
그건 정령의 친구라는 표식을 남기는 것으로 어떤 해악이 다가왔을 때 정령의 표식을 받은 자를 지키기 위해 정령들이 움직여야 했다.
도순이는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 잘 자라서 내년 봄에 봐.
도순이는 포로록 날아서 이혁과 백현미에게 향했다.
도순이는 내년이 더욱더 기다려졌다.
.
.
.
첫눈이 오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유순태 가족이 병실에서 임소영과 함께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사탕이 이름은 생각해 두었던 것으로 할까?”
“네.”
이미 유순태 부부는 사탕이의 성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름을 지어 놓고 있었다.
유채영.
그들 부부의 둘째 딸 이름이었다.
“그런데 눈이 참 예쁘게 내리네.”
“그러게요.”
한편,
이혁과 백현미는 도순이가 겨울잠을 자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11월이 지나고 있었다.
* * *
며칠 후.
새싹 유치원은 모처럼 북적북적했다.
오늘은 새싹들의 날이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을 비롯한 내빈들은 카메라를 필수로 지참하고 강당으로 향했다.
새싹 유치원은 일반 유치원과 달리 무척 규모가 컸다.
그래서 그 안에 강당도 있었다.
유순태 부부와 함께 새싹 유치원 안으로 들어갔다.
임소영은 따로 조리원에 가지 않았고, 임송규의 집에서 고혜미가 해산관을 해 주었다.
간다고만 하면 임송규가 최고의 시설로 보내 줄 수 있었지만, 임소영이 그건 불편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임소영은 오랜만에 외출했다.
“저곳에 앉을까?”
“그래요.”
그들은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고, 새싹들의 날 행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한 5분 정도 기다렸을 때, 새싹 유치원의 주임이자 원장 대리인 서명선이 나왔다.
“그럼 지금부터 새싹들의 날 행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순서는 보리반 아이들의 귀여운 율동입니다. 제목은 꽃동산입니다.”
곧 아이들이 무대로 올라와 귀여운 율동을 선보였다.
학부모들은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물론, 학부모들의 ‘내 아이만 보여’ 능력이 자동 발휘되고 있었다.
그 시각.
뮤지컬을 맡은 아이들은 각자 의상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강소는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돌발 상황에 대비하여 주의를 기울였다.
“선생님!”
각종 물고기와 해마, 문어 의상을 입은 아이들이 그에게 도도도 달려왔다.
그중에서도 유하영은 눈에 확 띄었다.
분홍색 문어 의상을 입은 유하영은 상상보다 훨씬 더 귀여웠다.
“의상들이 무척 잘 어울리는구나.”
강소의 칭찬에 아이들은 해맑게 웃었다.
“선생님! 저도 의상 입었어요.”
“저도요.”
유치원 아이들의 특징이라면, 한 아이가 하면 덩달아서 한다는 것.
강소는 모든 아이에게 칭찬을 해 주었다.
“그동안 열심히 연습했지?”
“네!”
“그래, 연습한 대로만 하면 된다. 혹시 대사 까먹거나 하면 나를 봐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자신감 있게 하면 된다.”
“네!”
그때 고소라가 강소에게 말했다.
“이제 뮤지컬 순서예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뮤지컬이 시작되었다.
“나는 크리스털 왕국의 여왕.”
음악이 들리고, 그녀는 노래를 불렀다.
“이곳은 아름다운 곳, 크리스털처럼 반짝이는 곳~”
박소은은 여왕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그리고 박소은의 아버지 박문석은 그런 딸을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강소는 생각했다.
‘더 자랑스러워하셔도 됩니다. 아버지의 목숨을 구한 훌륭한 딸이니까요.’
그때, 뒤쪽에서 사람들이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영이다!”
“까아! 귀여워!”
뒤를 돌아보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무대를 보며 좋아하고 있었다.
문어 의상을 입은 유하영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에헴!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천재 문어 박사이지.”
유하영의 대사는 정말 적었지만, 그 존재감은 빛났다.
그걸 보며 강소는 씩 웃었다.
정말이지 유하영은 타고난 스타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뮤지컬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아이들은 부모님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유하영 역시 유순태 부부와 함께 임송규의 집으로 향했다.
그들 부부의 둘째 딸 유채영은 잠시 고혜미가 돌봐 주고 있었다.
아직 외출하기에는 일렀기 때문이다.
“얼른 채영이 보고 싶어요.”
유하영의 말에 임소영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어서 가자.”
강소는 하늘을 보았다.
또다시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 눈이, 모두를 축복해 주고 있는 것 같아서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41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