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464
463화. 세르핀 (3)
강소는 3층으로 향했고, 우선 허만철의 방문을 두들겼다.
쾅쾅쾅-!
곧 문이 열리고 허만철이 졸린 눈으로 물었다.
“무슨 일이세요?”
“지금 즉시 전투 준비를 하십시오.”
“네?”
“곧 김명희 과장에게 연락이 올 겁니다.”
홀리 웨폰은 어둠의 족속들에 대한 강력한 대항마였다.
그러니, 홀리 웨폰 사용자인 허만철은 당연히 소환될 터였다.
소환되어 이동하기까지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 강소는 미리 그를 깨운 것.
강소는 곧 2층으로 내려갔다.
문을 두들기자, 유하영이 우는 바람에 깨어 있던 유순태가 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대피해야 한다.”
“뭐?”
“이곳까지 피해가 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상황은 모르는 거니까.”
강소는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유순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척 빠른 속도로 필요한 것들을 챙겨서 지하의 대피소로 향했다.
강소는 울고 있는 유하영을 다독여 주었다.
“울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라.”
“응.”
그렇게 유순태 가족들이 안전하게 대피하는 것을 확인한 강소는 건물 전체에 펼쳐진 진법을 다시 확인했다.
‘이 정도면, S급 마수가 나타나도 안전하겠군.’
강소는 몸을 돌렸다.
“……!”
순간 그 뒤에 서 있던 허만철은 흠칫했다.
평소 항상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던 강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세는 다리에 힘이 풀리게 할 정도였다.
‘이, 이것이 공포인가?’
게이트에서 마수들을 마주했을 때도 이 정도로 두렵지 않았다.
홀리 웨폰을 사용하게 되면서 신체가 재구성된 그가 그럴 정도였으니, 다른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아, 미안합니다.”
강소가 허만철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기운을 갈무리하지 않았다면, 못 볼 꼴을 보였을 터.
“괘, 괜찮습니다.”
“하영이를 울리고 사람들을 두렵게 만드는 자가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화가 나는군요.”
“이, 이해합니다.”
방금 허만철은 김명희의 전화를 받았고, 즉시 각성자 협회로 집합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리고 상황에 관해 설명을 들었기에 현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럼 각성자 협회로 가십시오.”
“아, 네.”
강소의 신형이 사라지고, 허만철은 손에 난 땀을 옷에 문질러 닦았다.
‘그냥 잘생긴 형님이 아니었네…….’
* * *
애애애앵-!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렸다.
그 사이렌은 울진의 자랑 중 하나인 덕구 온천 지구에도 울려 사람들의 잠을 깨웠다.
그들 중에는 신혼의 단꿈에 푹 빠져 있는 황진혁과 최예진도 있었다.
“왜 경보가?”
“무슨 일이죠?”
호텔 내에 안내 방송이 들렸다.
[긴급사태! 긴급사태! 손님 여러분들께서는 지금 즉시 호텔 지하 대피소로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손님 여러분들께서는 지금 즉시 호텔 지하 대피소로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전 직원들은 손님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게 안내해 주십시오.]안내 방송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각성자 협회 및 정부에서 각성자들에 대한 징집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지금 즉시 각성자들은 호텔 로비에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각성자들은 평소 세금 혜택 같은 것을 받고 있었기에 이런 긴급한 상황이 터질 때는 징집의 의무를 가지고 있었다.
황진혁과 최예진은 각성자.
그렇기에 그들 역시 징집의 대상이다.
“가죠.”
“네.”
그들은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필요한 물품을 챙겨 작은 가방에 담아 들고는 객실 밖으로 나섰다.
사람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평소 종종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에, 훈련은 건성으로 받지도 않았고 말이다.
그래서 아이부터 노인까지 전부 흐트러짐 없이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이쪽으로 대피하십시오.”
직원의 그 말에 황진혁이 대답했다.
“저희 둘 다 각성자입니다.”
“그러십니까? 각성자는 로비로 가시면 됩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직원은 그들에게 경례를 했다.
황진혁과 최예진은 직원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서둘러 로비로 향했다.
이미 로비에는 십여 명의 이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서 긴장과 초조함이 눈에 보였다.
“각성자이십니까?”
로비에 서 있던 한 남자의 말에 황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저는 각성자 협회 강원도 지부 집행 1과 직원 김용태입니다.”
“황진혁입니다.”
“최예진이에요.”
“대체 무슨 상황입니까?”
황진혁의 물음에 김용태가 대답했다.
“상황이 제법 심각합니다. 갑자기 언데드들이 땅속에서 튀어나와 남하하고 있습니다. 그 수는 군단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유가 뭡니까? 게이트가 역류한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김용태가 말을 이었다.
“확실한 건 알 수 없지만, 게이트 역류로 인한 상황은 아닙니다.”
그는 말을 이었다.
“그럼 각성한 능력을 말씀해 주십시오.”
이에 최예진이 먼저 대답했다.
“제 능력은 식물의 마법입니다. D급입니다.”
“식물의 마법이라! D급이지만 제법 유용하지요. 그럼 황진혁 씨는…….”
“제 능력은 마리오네트입니다. 등급은 B급입니다.”
각성자는 드물었고, B급 이상 각성자는 더더욱 드물었다.
황진혁의 말에 김용태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럼, 지금부터 전선으로 향하겠습니다.”
황진혁과 최예진은 서로 손을 꼭 잡았다.
이제야 그들은 아직 마수와 게이트 등등의 위협이 아직 도사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랬다.
아직 세상은 안전하지 않았다.
.
.
.
“세상에…….”
전장 가까이 가며 들려오는 소리와 보여지는 광경에 최예진은 기절할 것 같았다.
“막아! 베어 넘겨!”
“으아악! 죽어! 제발 죽어! 죽었으면 그냥 죽으라고!”
“젠장! 젠장! 젠장!”
각성자들이 욕설을 내뱉으며 최선을 다해 막고 있지만, 그 앞에는 수만 마리도 넘을 것 같은 언데드들이 계속해서 밀려오고 있었다.
좀비, 스켈레톤 등등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난 그 모습은 끔찍했다.
웬만한 공격은 무시하고 진격하는 파도 같은 모습이었다.
앞에 있는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그런 거대한 파도 말이다.
쐐애애액-!
콰과광-!
삐이이익-!
콰광-!
저 멀리서 사격 각성자가 쏘는 포탄이 그나마 좀 유의미한 결과를 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밀려드는 언데드 군단에 의해 그 자리가 다시 메워졌다.
“보조계 각성자는 이쪽으로!”
“전투계 각성자는 여기로 와 주십시오!”
식물의 마법은 B급 이상이 되어야 전투계로 속했기에 최예진은 보조계에 속했다.
“예진 씨! 조심하세요.”
“네. 진혁 씨도요!”
그렇게 두 연인은 애절한 표정으로 이별을 했고, 황진혁은 다른 전투계 각성자들과 최전선으로 향했다.
“애인입니까?”
옆에 있던 남자의 물음에 황진혁이 대답했다.
“부인입니다. 어제 결혼했습니다.”
“……아.”
그는 측은한 표정을 짓더니 손을 내밀며 말했다.
“살아 돌아갑시다.”
그 말에 황진혁이 손을 마주 잡으며 말했다.
“네. 그래야죠. 같이 살아 돌아갑시다.”
현재 황진혁과 다른 각성자들이 마주한 언데드들은, 이 땅에서 죽은 이들의 유골이다.
하지만 그게 각성자들이 싸우는 것을 주저할 이유가 되지 못했다.
빨리 끝내주는 게, 그들을 위한 것이니까.
그리고 언데드가 된 이상, 저들은 마수에 지나지 않았다.
죽이지 않으면 나를 죽이는 그런 마수 말이다.
최전선에 투입된 황진혁은 자신의 능력을 사용했다.
마리오네트 능력.
그건 팔다리가 있는 인간 형태를 한 것들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 대상에는 언데드 역시 포함되었다.
좀비와 스켈레톤 역시 팔다리가 있는 인간의 형태였으니까.
황진혁은 오러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스켈레톤 하나를 조정하여 다른 스켈레톤을 공격했다.
그렇게 황진혁과 다른 각성자들이 공격을 이어 나가고 있을 때,
스켈레톤이 서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수십 구의 스켈레톤이 합쳐졌을 때, 나타난 건 뼈로 만들어진 대검을 든 거대한 스켈레톤이었다.
그걸 본 누군가 외쳤다.
“스, 스켈레톤 워리어다!”
스켈레톤 워리어들의 분노는, 스켈레톤을 가장 많이 없앤 이들에게 향했다.
그들 중 하나가 바로 황진혁이었다.
[죽인다! 우리의 적! 죽인다!]스켈레톤 워리어는 황진혁에게 달려왔고 그를 향해 대검을 내리쳤다.
“피해!”
깡-!
대검이 황진혁을 베기 바로 직전, 대검은 뭔가에 부딪혀 튕겨 나갔다.
“……!”
공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깡! 깡깡!
하지만 스켈레톤 워리어의 공격은 황진혁을 해할 수 없었다.
“어, 어떻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자신을 죽이려고 드는 스켈레톤 워리어의 처리가 더 시급했다.
그는 정신을 집중했고 마나를 끌어올렸다.
스켈레톤은 D급 마수였지만, 스켈레톤 워리어는 B급에 필적하는 마수였다.
황진혁이 그저 그런 B급이었다면 힘든 상대였겠지만, 그는 강소에게 훈련을 받은 덕분에 능수능란하게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게다가 명정심법 역시 익혔기에, B급이라 하더라도 A급에 가까운 B급이었다.
즉, 황진혁에게 그리 어렵지 않은 상대였다.
[컥! 커헉!]자신의 생각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자 스켈레톤 워리어는 당혹스러워했다.
어느새,
그의 몸은 황진혁이 조종하는 대로, 같은 편인 스켈레톤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내 손으로 동족을 죽이게 하다니!] [내 너를 용서치 않으리! 크아악!]그렇게 스켈레톤 워리어는 수백의 동족을 파괴하고, 동족의 손에 의해 파괴되었다.
“하! 하아!”
황진혁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방금 전의 죽을 뻔한 상황이 떠오르며, 다리에 힘이 풀린 것.
“대체 어떻게…….”
황진혁은 자신의 팔찌에서 희미한 빛이 감돌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강소가 그걸 줄 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티펙트입니다. 실드 기능이 있습니다.”
이제 보니, 실드도 그냥 실드가 아니었다.
‘이 정도면 A급 아티펙트잖습니까!’
그렇게 푸념했지만, 그렇게 속 편한 투정을 부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황진혁은 몸을 일으켰고, 앞을 보았다.
솔직히,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았다. 적들이 끊임없이 밀려오고 있었으니까.
체력이 버틸 수 없는 그런 상황이다.
그때.
“어, 뭐, 뭐야…… 저거?”
옆에서 곤봉을 들고 있던 한 각성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이곳에 올 때 최예진이 애인이냐고 물었던 남자였다.
황진혁은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들었고, 이내 그의 눈이 커졌다.
콰과과과과과-!
수백, 아니 수천의 언데드들이 서로 합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합쳐진 언데드는 거인이 되었다.
30층 아파트 정도는 될 법한 크기는 싸우던 각성자들의 사기를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저, 저거, 설마…… 언데드 자이언트?”
“13년 전 죽음의 땅을 짓밟았던 그거?”
사람들의 뇌리에는 13년 전, 그때의 공포가 되살아났다.
“S급 마수를 우리가 어떻게 이겨!”
“나, 나는 죽기 싫어!”
[우오오오!]스켈레톤과 좀비가 합쳐져 탄생한 그건, 참으로 기괴했다.
손에 든 몽둥이를 휘둘렀고, 풍압에 각성자들이 뒤로 날아가 버렸다.
“으악!”
“큭!”
모두가 전의를 상실한 그때,
쌔애애액-!
서걱-!
누군가 나타났고, 단칼에 언데드 자이언트를 베어 버렸다.
“어? 누, 누구?”
“이신? 이신 헌터다!”
“살았어! 이신 헌터야!”
원군은 이신뿐만이 아니었다.
슈슈슉-!
우리엘의 단검을 든 김명희, 사라카엘의 검을 든 심정필, 레미엘의 글러브의 주인 권대성, 파누엘의 철선을 든 최한철 그리고 제루엘의 봉을 든 허만철까지!
라구엘의 검의 주인 김해철은 혹시 모를 게이트의 폭주를 우려하여 이곳에 오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만으로도 언데드들의 진격을 막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홀리 웨폰이 그들의 상극이었기 때문이다.
[으, 으으으…….] [도, 도망가야 해]그들을 보며 김명희는 입술 한쪽을 올리며 웃었다.
“도망가긴 어딜 도망가?”
“그러게 말입니다.”
이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들에게 죽음의 땅에서의 ‘대격돌’은 아직도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언데드들에게 실수가 있다면, 괜히 언데드 자이언트가 되어 이신과 김명희의 아픈 기억을 건드렸다는 것.
“나랑 놀아야지!”
“우리도 같이 놀자고!”
각성자들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 * *
그 시각.
빠각-!
뻑-!
빠악-!
강소는 열심히 스켈레톤의 해골을 부수고 있었다.
현재 언데드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건 한국뿐만이 아니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비상사태라고 했다.
그리고, 네르갈의 말에 의하면 세르핀이라는 자가 이 일을 일으킨 것 같다고 했다.
“그녀는 악령들의 여왕. 언데드를 일으키는 건 그녀의 특기이자 권능입니다. 그런데 말이 안 됩니다! 그녀는 흑암의 12가문의 가주라서 직접적으로 힘을 행사할 수 없는데?”
대체 왜 이런 짓을 벌였는지 알 수 없지만, 찾아서 족쳐야 한다는 건 변함없었다.
강소는 언데드들을 일으킨 세르핀이라는 자의 기운을 찾아 그곳으로 향했고, 겸사겸사 보이는 족족 언데드들을 파괴하고 있는 것.
그때였다. 강소의 눈이 빛났다.
“거기 있었군!”
무림에서 온 배달부 46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