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465
464화. 세르핀 (4)
세르핀은 대한민국에 있지 않았다.
당연했다.
세계 모든 곳에 악몽을 선사했으니 말이다.
“이곳은……. 사막인가?”
강소가 그녀를 발견한 그곳은 미국의 모하비 사막이라는 곳이었다.
.
.
.
악령들의 여왕.
그게 바로 세르핀의 이명이었다.
그 이명이 붙여진 이유는 다름 아닌 그녀의 능력 때문이었다.
악령을 지배했으니까.
그리고 악령들은 산 자를 증오했고, 늘 인간의 몸을 차지하고 싶어 했다.
그게 ‘이미 죽어 버려 뼈만 남은 인간’이라도 말이다.
죽은 인간의 몸에 악령이 깃드는 건 순리에서 벗어난 일이지만, 세르핀의 권능이 그걸 가능하게 했다.
세르핀이 한 건 간단했다.
악령이 죽은 인간의 몸에 깃드는 것을 허락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오러로 그것을 돕는 것.
그뿐이었다.
하지만 나라별로 한 군데만 구역을 설정해야 했다.
아무리 왕이 준 목걸이로 자신의 존재를 비틀어 직접 두 번째 인간계에 권능을 행사하는 게 가능해졌지만, 그뿐이었다.
본신의 힘의 반 이상을 쓸 수 없게 한 태초의 맹약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왕이 만족할 만했다.
“……손님인가?”
세르핀이 몸을 돌리자, 거기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남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는 남자.
그 남자는 세르핀을 보며 물었다.
“너냐? 네가 이 땅에 이런 짓을 한 거냐?”
“응.”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데 짓이라니? 말이 심하네. 나는 제법 고심해서 구역을 선택한 건데.”
“네가 고심해서 구역을 선택했든, 그냥 대충 골랐든, 중요한 건 너로 인해 이 세상이 소란스러워졌다는 것이다.”
“그래?”
세르핀이 말했다.
“의도한 대로 되었네.”
“역시, 의도한 것이었나?”
“응.”
“그럼, 이 상황을 멈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간단해.”
그녀가 대답했다.
“나를 죽이면 돼.”
“쉽군.”
“그래? 내가 너무 얕보였나 보네?”
그 순간, 그녀의 주변의 모래와 자갈들이 그녀의 기운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우우웅-!
모래들이 폭풍이 되어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기인한 위압감이 그녀 주변의 모든 것을 짓눌렀다.
그 위압감은 그 남자, 강소에게도 닿았다.
하지만, 그는 피식 웃었다.
“나야말로, 얕보였군.”
강소는 그 자리에서 세르핀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의 주먹에 모인 기운이 그녀를 향해 쏘아졌다.
주먹이 세르핀에 닿지 않았지만,
퍼억-!
그녀는 강소의 주먹이 발산한 기운에 맞아 뒤로 나동그라졌다.
“윽…….”
동시에 주변을 짓누르던 압박감이 사라졌다.
그녀의 눈빛이 달라졌다.
“너…… 뭐야? 어떻게 인간 따위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너, 인간이 맞는 거야?”
“그럼 내가 너희 같은 어둠의 족속이겠냐?”
“……내가 어둠의 족속이라는 것도 알고 있구나.”
강소는 손가락의 관절을 풀며 말했다.
“그동안 어둠의 족속들을 몇 명 팼는데, 의도치 않게 알게 되더라고.”
그러고 보니 요즘, 어둠의 족속들 몇 명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버린 일이 있었다.
세르핀은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대수롭지 않은 게 아니었다.
그녀의 경험상, 위험인자는 빨리 제거해야 했다.
그리고 방금 강소가 보여 준 일격에, 어쭙잖은 수로는 그를 어쩌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손을 휘둘렀고, 어느새 손에는 커다란 낫 하나가 들려 있었다.
흑암의 12가문에 속한 각 가문에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무기인, 이블 웨폰이었다.
그리고 세르핀 가문의 이블 웨폰은 커다란 서양식 낫, 이블 사이드였다.
이번에는 그녀 쪽에서 먼저 강소에게 달려들었다.
“하앗-!”
사아악-!
풍압과 함께, 이블 사이드가 강소의 허리를 베었다.
“베었나?”
“느려!”
퍽-!
강소의 발이 그녀의 등을 걷어찼고, 세르핀은 앞으로 굴러 다시 일어났다.
손등으로 입에서 흐르는 피를 닦으며 말했다.
“제법 하네?”
“너는 생각보다 약하군.”
으득!
세르핀은 이를 갈았다.
“원한다면, 진짜 내 힘을 보여 주지. 놀이는 이제 끝이다!”
“놀이?”
강소는 분노를 터트렸다.
순간, 강소의 주변 공기가 달라졌다.
거대한 기운에 세르핀은 숨이 막혀 왔다.
압도.
그랬다. 그녀는 지금 강소의 기운에 압도당했다.
“나는 처음부터 놀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상대하는 건 그게 생사결이든, 가르침이든 결코 가볍지 않은 것. 그런데 너는 나를 마주하는 것이 놀이라고 생각했다니!”
“히익!”
세르핀은 이블 사이드를 휘둘러 간신히 강소의 기운에서 벗어났다.
몸이 떨리기는 했지만, 이를 악물고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죽어!”
강소 역시 내공을 끌어올렸고, 손에 검강을 형성했다.
빛이 타오르는 검의 형태를 한 검강을 잡고 강소는 세르핀의 이블 사이드를 막았다.
둘의 공방이 이어졌다.
그 둘의 기운이 충동할 때마다 사막이 뒤집혔고, 모래 폭풍이 휘몰아쳤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세르핀은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점점 밀리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맹약 때문에 자신의 모든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정말 조금인데, 정말 조금만 힘을 더 쓸 수 있으면 이자를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을 텐데!’
자신과 비등비등했고, 그게 자신이 상대하는 자의 모든 실력일 터!
“!”
결국 그녀는, 자신이 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를 쓰기로 했다.
그건, 악령들이 죽은 이들의 몸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고 돕기 위해 사용했던 자신의 힘을 다시 회수하는 것이다.
그녀는 즉시 자신의 힘을 회수했다.
화아아악-!
[까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악!]그로 인해 강제로 소멸하는 악령들의 처절한 비명이 들렸지만, 자신이 사는 게 먼저였다.
“후우-!”
세르핀은 이전보다 더욱 검게 빛나는 자신의 이블 사이드를 보며 씨익 웃었다.
“그럼 다시 해 보자고! 하앗!”
“…….”
강소는 그런 세르핀의 미소를 보며 그저 입이 썼다.
지금까지 많이 봐 왔던 미소였다.
뭔가 수를 쓰면 강소를 확실하게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수많은 이들의 미소.
물론,
그 미소를 짓던 이들의 표정은 곧 처참하게 일그러졌지만 말이다.
세르핀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
나름의 일격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막혀 버렸고, 그녀는 일그러진 얼굴로 강소에게 소리쳤다.
“뭐야? 분명 이 정도 힘이면 될 줄 알았는데…….”
그녀는 분통을 터트렸다.
“제길! 내가 모든 힘을 다 쓸 수만 있었어도!”
“힘을 다 쓰지 못하는 게 너뿐만은 아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뭐?”
강소가 어색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내가 힘을 쓰다가 잘못하면, 이 땅이 망가져 버릴 수도 있으니까. 비록 사막이지만 이곳에 터를 잡고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면 곤란하거든.”
“!”
“그것이 너를 한 방에 죽이지 못한 이유다.”
가까이 다가오는 강소의 기세에 그녀는 몸을 덜덜 떨었다.
“히, 히익! 가, 가까이 오지 마! 괴물!”
“괴물……. 괴물이라…….”
강소는 하하 웃었다.
“내가 사는 곳을 지킬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지.”
정말이었다.
오히려 자신이 괴물이라서, 다행이었다.
“이제, 끝이군.”
그의 말에 그녀가 애원했다.
“……제, 제발 살려 줘.”
“살려 주면, 순순히 돌아갈 건가?”
“그래. 돌아갈 거야. 돌아갈게. 다시는 오지 않을게!”
그 말에 강소는 검강을 거두어들였다.
방금 전, 그녀가 자신의 힘을 회수할 때 이 세계를 뒤덮었던 언데드들은 사라졌다.
그러니 이제 그녀가 돌아가면 일은 해결되는 것.
그때였다.
“멍청하긴, 내가 그냥 돌아갈 줄 알았어? 나는 증오와 복수의 족속! 원한은 절대 잊지 않지!”
그녀의 발 아래 검은색의 원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갈 땐 가더라도 한 방 먹이고 가는 게 내 성격이라서 말이지. 호호호.”
세르핀은 강소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해 오러를 쏘았다.
그 오러가 닿는 곳은 철저하게 파괴될 터.
그런데,
“어?”
그 오러는 공중에서 그대로 소멸했다.
그리고, 그녀의 귀환을 위해 생성되던 포털이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아니, 사라진 게 아니었다.
그녀의 몸이 포털이 있는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진 것뿐이었다.
“어, 어떻게……?”
“그동안 내 뒤통수를 치려던 놈들이 제법 있었지. 여기서 질문. 그놈들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그녀는 강소의 시린 눈을 보며 깨달았다.
자신은 끝났음을.
.
.
.
모든 일을 끝낸 강소는 아직 남아 있는 포털을 보았다. 세르핀이 돌아가려고 만들었던 포털이다.
그건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저 정도면 들어갈 수 있다.’
강소는 그곳으로 발을 옮겼다.
그때였다.
“울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라.”
“응.”
자신이 유하영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는 눈물을 닦으면서 강소에게 대답했다.
기다리고 있겠다고.
그에게 ‘공간을 가르는 검’이 있었지만, 그것을 이용해서 돌아올 수 있으리란 확신이 없었다.
“…….”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 포털은 사라졌다.
“누구냐!”
그때, 위에서 한 무리의 이들이 강소를 향해 소리쳤다.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어?”
그들 중 하나가 강소를 향해 말했다.
“가, 강소 씨?”
강소는 그에게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조셉 화이트 씨.”
이곳은 미국의 모하비 사막.
미국의 제로급 각성자 조셉 화이트가 달려온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얼른 인벤토리에서 통역 아티펙트를 착용한 후 강소에게 물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그 말에 강소가 대답했다.
“이게 이럴 때 쓰는 말이던가요? 오프 더 레코드(off-the-record).”
“…….”
“아닙니까?”
“아, 맞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자세한 건 한국의 각성자 협회를 통해 들으십시오.”
그리고.
모래바람과 함께 강소의 신형이 사라졌다.
“…….”
그때 옆에서 미국 CIA 직원이 물었다.
“화이트 헌터. 이건 대체 무슨…….”
“돌아갑시다. 돌아가서 이야기합시다.”
“아, 네.”
조셉은 방금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미국 텍사스에서 벌어진 언데들의 대규모 이동에 미국의 제로급 각성자인 그가 투입된 건 당연했다.
정말 더럽게도 많은 언데드들이었고, 그들이 합쳐져 언데드 워리어나 언데드 자이언트가 되어 공격하기까지 했다.
마치 지휘관이 있는 것처럼.
그런데 갑자기 그 엄청난 수의 언데드들이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먼지가 되어 사라져 버린 것.
그리고,
CIA직원에게 연락이 왔다.
모하비 사막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그래서 조셉 화이트는 즉시 이곳으로 왔고 강소를 마주한 것이다.
“…….”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파헤치기도 힘든 모래가 이리저리 뒤집혀 있는 것을 보면 얼마나 치열한 접전이었는지 알 것 같았다.
사실,
거의 일방적이었던 접전이었지만 말이다.
* * *
“후우……. 드디어 끝났네.”
김명희는 우리엘의 단검을 집어넣었다.
갑자기 그들이 상대하던 언데드들이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그렇게 전투는 끝이 났다.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일까요?”
최한철이 파누엘의 철선을 갈무리하며 물었고 그 물음에 김명희도 고개를 저었다.
“저도 잘 모르겠네요.”
그때였다.
김명희의 전화벨이 울렸고, 그는 핸드폰 액정을 보았다.
발신인은 강소였다.
“여보세요?”
– 더 이상 언데드는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
그 단도직입적인 말에 김명희가 되물었다.
“네? 강소 씨, 그게 무슨 뜻이죠?”
– 제가 언데드를 일으킨 범인을 처리했습니다.
강소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 그 와중에 조셉 화이트와 마주쳤는데, 그쪽에 상황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
“아, 아니에요. 강소 씨가 한 일에 비하면…….”
– 각자에게 해야 하는 일이 있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죠. 그럼 저는 이만.
전화가 끊어졌다.
그 옆에서 최한철이 물었다.
“설마, 강소…… 님?”
“아, 네. 그런데 강소 씨를 아세요?”
“하하하. 알죠.”
“어떻게 아시는 사이세요?”
“집안 분입니다.”
차마, 집안 어르신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 * *
“헉, 허억, 헉!”
황진혁은 자신의 오러가 담긴 작은 인형, 똘이 3호의 오러가 느껴지는 곳으로 달렸다.
그건 최예진의 가방에 달려 있었다.
마침내, 황진혁은 최예진을 마주할 수 있었다.
“예진 씨!”
“진혁 씨!”
그들은 서로 달려와 부둥켜안았다.
“다행이에요……. 무사하셨군요.”
“네. 예진 씨.”
최예진은 피와 땀, 그리고 흙으로 얼룩진 황진혁을 보았다.
그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물티슈를 꺼내 그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방금 부모님하고 시어머니께 전화가 왔었어요.”
“……그랬군요.”
“뉴스에서 참전한 각성자들의 명단을 발표했나 봐요. 무척 걱정하고 계시더라고요.”
“아, 걱정하지 말라고 연락 드려야겠군요.”
“네.”
그녀는 황진혁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우리 이제 안전한 거죠?”
“네. 더는 추가적인 위협은 없다네요.”
“이제 돌아가요.”
그 말에 황진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돌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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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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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혁과 최예진이 있는 그곳의 나무 위.
그곳에 강소가 서 있었다.
황진혁과 최예진이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 강소 역시 돌아가야 했다.
유순태 가족이 기다리는, 양춘각으로 말이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46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