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466
465화. 솜사탕 (1)
언데드 군단이 밀고 내려왔던, [언데드의 악몽] 이후, 대한민국은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왔다.
아직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종군기자가 촬영했던 영상을 통해 이신과 다른 홀리 웨폰 사용자들의 활약을 보자, 안심하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3월 중순으로 접어들고 있었지만, 아직은 추운 날씨.
강소는 빵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특제 생크림 롤 케이크를 사기 위해서였다.
아직도 이혁이 만드는 특제 생크림 롤 케이크는 강소의 미각에 큰 즐거움을 주고 있었다.
“?”
이혁의 빵집에 도착한 강소는 고개를 갸웃했다.
한 여자가 가게 안을 기웃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모습이, 좀 수상했다.
야구 모자를 눌러쓰고, 선글라스에 마스크까지 써서 얼굴이 드러나지 않게 한 여자였다.
‘나쁜 사람은 아닌 듯한데?’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기운은, 무척 맑았으니까.
강소는 별 해가 되지 않는 여자라 판단했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
무의식적으로 인사를 하려던 이혁이 고개를 들어 손님이 강소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강소 청년! 어서 와. 특제 생크림 롤 케이크 사러 왔지?”
“네.”
“여기 미리 하나 빼 두었지.”
이혁은 옆의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특제 생크림 롤 케이크를 종이봉투에 담았다.
그때 강소가 진열대에 하나 남아 있던 빵을 가리키며 물었다.
“오늘도 문어 빵이 많이 팔렸군요.”
그건 문어 모양의 빵이었다.
동그란 머리 부분 안에는 달콤한 팥앙금이 들어 있었다.
눈은 검은콩 콩을, 코는 올리브 링을 박아 넣었다.
그리고 완두콩, 고구마, 초콜릿, 커피, 슈크림, 딸기잼, 땅콩버터, 살구잼 이렇게 여덟 가지 필링이 검은깨가 박힌 여덟 개의 다리에 각각 들어가 있었다.
무엇보다, 무척이나 귀여웠다.
그건 전국의 모든 빵집을 순례할 만큼 빵을 좋아하는 백현미의 조언을 받아 만든 빵이었다.
게다가 가격도 그다지 비싸지 않았다.
그리고,
문어빵은 SNS에도 올라오면서 점점 인기가 많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한정 수량만 판매하고 있었다.
강소는 하나 남은 문어빵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것도 주십시오.”
“알겠네.”
이혁은 문어빵이 담긴 상자를 봉투에 넣었고, 강소는 온 김에 빵 몇 개를 더 골라서 넣었다.
“이것도 계산해 주십시오.”
그때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강소는 그 손님이 아까 문 앞을 서성이던 여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저기…… 문어빵 주세요.”
그녀의 말에 이혁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어쩌죠? 오늘치 문어빵이 다 팔렸는데…….”
“네?”
선글라스에 마스크까지 써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강소는 그녀의 기운을 통해 그 감정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아쉬움을 넘어 거의 절망하고 있었다.
그 너무나도 격한 감정에 강소는 자신이 사려고 했던 문어빵을 내밀며 말했다.
“문어빵입니다.”
“네?”
“저는 다음에 먹겠습니다.”
그녀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네? 저, 정말이요?”
“네. 제가 양보하겠습니다.”
강소의 말에 그녀는 무척이나 감동하여 연신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대체 빵 하나가 뭔데 그렇게까지 감동하나 싶었지만, 자신의 손에 들린 특제 생크림 롤 케이크를 보자 그 마음이 이해되었다.
그 역시 특제 생크림 롤 케이크가 다 팔렸다는 말에 무척 실망했었으니까.
그녀가 조심스레 말했다.
“정말 감사해서 그런데, 그 빵…… 제가 다 계산해 드릴게요.”
그녀의 말에 강소는 손을 저었다.
“아닙니다. 그냥 빵을 양보한 것뿐인데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강소는 카드를 내밀었고, 이혁은 강소의 빵을 계산했다.
그리고 빵집에서 나왔을 때, 뒤이어 계산한 그녀가 얼른 달려 나오며 말했다.
“저, 정말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어……?”
그제야 그녀는 강소의 얼굴을 제대로 봤고, 순간 멍해졌다.
‘자, 잘 생겼어!’
지금까지 그녀는 직업상 잘생긴 남자들을 수없이 봐 왔다.
하지만 단연코, 강소처럼 잘생긴 남자는 처음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 아뇨…….”
강소는 양춘각을 향해 걸었고, 그녀 역시 뒤를 따라왔다.
근처에 주차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빵집에 다녀오시나 보네요.”
산책 중인 임소영과 마주쳤다.
그녀는 유채영을 태운 유모차를 끌고 근처를 산책 중이었다.
요즘 유채영은 밖으로 나가는 것을 좋아했고, 그래서 하루에 한 번은 꼭 산책하곤 했다.
강소가 함께 가진 않았지만, 임소영과 유채영의 기운을 알고 또 인지하고 있었다.
하여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즉시 대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임소영과 유채영은 실드 기능이 있는 악세사리형 아티펙트를 착용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녀를 본 의문의 여자에게서 느껴지는 감정 상태가 묘했다.
‘당혹스러움과 반가움이라고?’
그런데,
“어? 보미야?”
“!”
“맞네! 보미!”
“…….”
결국, 그녀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반가워. 언니.”
“너 나한테 죄지은 거 있어?”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임소영은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을 보았고,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빵 좋아하는 건 여전하네.”
“언니……. 제발 이거 비밀로 해 줘!”
“알았어. 대신 바쁘지 않으면 차라도 한잔하고 가. 아직 양춘각 신축한 거 못 봤잖아.”
.
.
.
잠시 후.
양춘각 홀의 식탁 앞에 앉은 보미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고, 마스크까지 벗었다.
그제야 강소는 그녀가 누군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름은 보미.
코튼 핑크의 멤버로서, 현재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활약하는 배우이다.
당연히 인기도 좋았다.
그녀 역시 코튼핑크 멤버였음에도 낯선 기운이었던 이유가 있었다.
그녀를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타임이었기에 손님은 없고, 황진혁은 잠시 최예진을 보러 간다고 꽃집에 가 있었다.
허만철은 3층으로 올라가 잠시 낮잠을 자고 있었고.
그래서 현재 1층 홀에는 유순태와 강소, 유채영 그리고 임소영과 보미뿐이었다.
임소영은 보미 옆의 문어빵을 보며 물었다.
“그 빵 사러 여기까지 온 거야?”
“응.”
“왔으면 들러서 차라도 한 잔 마시고 가지.”
유순태가 직접 커피를 타서 가지고 오면서 말했다. 물론 보미의 커피는 블랙커피다.
“형부랑 언니 바쁜 거 뻔히 아는데요.”
그 말에 임소영은 호호 웃었다.
“그런데 그 빵, 왜 직접 사러 온 거야? 매니저에게 부탁하지.”
“언니…….”
보미는 슬픈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 이번에 작품 들어가서, 다이어트 중이라서……. 그래서 닭가슴살에 샐러드만 먹고 있어.”
“저런…….”
“그런데 만약 빵을 사다 달라고 해 봐. 프로의식이 없다. 지금 체중이 얼마나 나가는지는 알고 하는 소리냐? 이거 빵 먹고 앞으로 3일 동안 운동 강도 올린다 등등. 하아…….”
보미의 영혼이 털린 듯한 표정에 임소영이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내가 이거 빵 샀다는 거 절대, 절대, 절대 비밀이야.”
“알았어.”
보미가 고개를 돌려 강소를 향해서도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기…….”
“강소라고 불러 주십시오.”
“강소 씨도 비밀이에요.”
“알겠습니다.”
임소영이 일어나 쟁반을 가져오며 말했다.
“이왕 먹을 거 여기서 먹고 가. 괜히 숙소로 가지고 갔다가 들키면 뺏기잖아.”
“그, 그건 그렇지?”
그때 유모차에 앉아 있던 유채영이 몸을 뒤척였고, 임소영이 그녀를 보았다.
“앉아 있기 힘들어?”
“아부부!”
유순태가 유채영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아빠가 좀 안아 줄게.”
그때 강소가 말했다.
“내가 좀 안아 주겠다. 오전 내내 주방에 있었는데 힘들잖아.”
그리고 강소가 두 팔을 내밀자 유채영이 방긋 웃으며 강소에게 안겼다.
그걸 보며 유순태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채영이도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는구나. 하하하.”
그 모습을 보며 보미가 말했다.
“얼마 전에 채영이 백일이라고 했었지?”
“맞아.”
“돌 때는 꼭 초대해 줘. 돌 반지 가지고 올게.”
“알았어.”
그녀는 쟁반 위에 문어빵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동봉된 빵칼로 문어빵을 잘랐다.
“같이 먹어요.”
그 말에 유순태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처제. 지금 눈이 흔들리고 있는데?”
“헉! 들켰네요. 헤헤.”
임소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빵순이. 혼자 먹어도 돼.”
강소 역시 말했다.
“저희는 많이 먹어 봐서, 아는 맛입니다. 드십시오.”
“넵! 잘 먹겠습니다.”
그녀는 빵 한 조각을 입에 넣었고, 이내 감탄했다.
“음! 너무 맛있어! 머리 부분은 부드럽고, 다리 부분은 쫄깃하네! 어머어머! 필링이 왜 이렇게 맛있어?”
그 말에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혁이 빵을 잘 만들긴 했고, 그건 강소도 인정하는 바였다.
“아! SNS에 올리고 싶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SNS에 올리면 그녀가 그 빵을 먹었다는 것을 들키게 되니까.
“그런데 그 빵은 어떻게 알게 된 거야?”
“SNS를 봤거든.”
“그랬구나.”
예전부터 이어져 오던 SNS는 아직도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 형성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무게감이 격변의 시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SNS에 이런저런 정보가 많이 올라왔는데 그 정보로 인해 수백 명의 사람이 죽는다면 그건 큰 문제가 되는 법이다.
#신촌역에 마수 등장
#강남역은 안전해요
#영등포역에서 무료로 빵을 나누어 주는 중
등의 거짓 정보가 난무했고, 그걸 믿는 사람은 무척이나 많았다.
마수가 있는 곳이 안전하다는 말을 믿고 갔다가 죽고 또 음식을 나누어 준다는 말에 몰려서 압사하는 등의 인명 피해가 나자 결국 각성자 협회와 정부에서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그건 SNS를 통해서 유언비어를 퍼트릴 시, 최초 유포자는 무조건 징역 10년 형에 처하도록 한 것.
그리고 그걸 퍼나른 이들 역시 무조건 벌금 천만 원을 내야 했다.
해서, SNS에서 가능한 건 일상 공유뿐이었다.
유순태나 강소도 SNS를 하지 않았다.
스타들의 사생활 보호 같은 측면 때문에 RD엔터에서도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게다가 전에 SNS의 정보를 악용해서 연예인을 납치한 사건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하영도 SNS를 하지 않고 있었기에 SNS는 하는 사람만 하는 그런 문화가 되어 버렸다.
그때 임소영이 물었다.
“그런데, 너네 앨범 낸다고 하지 않았어?”
그 물음에 보미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랬지.”
“왜? 무슨 일 있어?”
“언니 아직 모르는구나.”
“?”
“우리 앨범…… 엎어졌어.”
“엎어지다니? 무슨 소리야?”
“그게 말이지. 사실…….”
* * *
“수고하셨습니다.”
뮤지컬 공연이 끝났다.
커튼콜까지 마친 배우들은 분장실로 향했고, 의상을 갈아입고 분장을 지우느라 분주했다.
그들 중에는 코튼핑크의 멤버이자 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인 하나도 있었다.
픽업하러 온 매니저에게 그녀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오늘 일정은 끝났고, 집에 가도 돼요.”
RD엔터 소속인 하나는 유하와 달리 RD엔터에 딸린 숙소에서 살고 있었다.
그녀는 매니저가 운전하는 SUV차량에 올라탔고, 숙소를 향해 출발했다.
“유하 언니가 많이 속상해 하겠죠?”
“……그렇겠지.”
매니저의 말에 하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유하 언니가 이번 앨범 많이 기대했는데…….”
“너는 기대 안 했고?”
“물론……. 저도 기대했죠.”
원래 작년부터 코튼핑크의 앨범 이야기가 나왔었고, 11월 예정까지 잡았었다.
하지만 한 달 두 달 앨범 발매가 밀리기 시작했다.
신인들 때문에 밀리는 건 아니었다.
코튼핑크는 네임 밸류가 있는 그룹이었고 팬층도 여전히 탄탄했다.
그녀들이 앨범을 낸다고 하면 신인의 데뷔를 미루더라도 그녀들의 앨범을 먼저 내줄 게 확실했다.
문제는 개인 활동을 하는 그녀들의 스케줄이었다.
그녀들의 스케줄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힘들게 조정해서 간신히 앨범 제작을 위한 스케줄을 맞추었다.
그런데, 앨범의 타이틀 곡으로 선택한 노래가 표절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처음에는 몰랐다.
지금도 무척이나 많은 곡이 쏟아지고 있고 그걸 다 듣는 건 솔직히 불가능했으니까.
그걸 알게 된 건 평소 코튼 핑크를 좋아하던 업계 관계자의 제보 덕분이었다.
곧장 RD엔터에서는 진상 조사에 나섰고, 작곡가는 실토했다.
돈 때문에 그랬다는 것.
그리고 앨범은 엎어졌다.
이번 앨범은 싱글 앨범으로 3개의 곡을 발표하는데, 그중 타이틀곡이 표절이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로 인해 지금 멤버들은 다들 심하게 마음고생 중이었다.
“그래도 음원을 공개하기 전에 알아서 다행이죠.”
“그건 그렇지.”
잠시 머뭇거리던 매니저가 말을 이었다.
“저, 그래서 말인데, 혹시 좋은 곡이 있으면 어떻게 할래?”
“네? 좋은 곡이요?”
“그 있잖아. A&R 부서의 뮤직 크리에이티브 팀의 김준경 씨.”
“아, 하영이 노래 만들어 준 분이죠?”
“맞아. 그 직원이 자신의 팀이 표절을 잡아내지 못한 실수를 했으니까 그걸 만회한다고 열심히 만들었나 봐. 노래가 제법 괜찮더라.”
“한 번 들어 보죠.”
“그런데 노래 가사가 아직 없어.”
무림에서 온 배달부 46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