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588
587화. 호떡 (1)
오늘도 양춘각의 아침은 일찍 시작되었다.
강소가 운기조식을 마치고 1층 홀로 내려가 식재료를 다듬기 시작하면 어느새 유순태가 내려왔다.
그리고 대부분의 식재료를 다듬었을 때 허만철이 내려와 청소를 시작했다.
그사이 위에서 임소영이 반찬을 쟁반에 담아 들고 내려와서 다 같이 아침 식사를 했다.
그리고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자, 황진혁이 출근했다.
티타임을 마치고 슬슬 가게 문을 열 준비를 끝내자 김지은과 맹철영이 차례대로 출근했다.
“이제 11월이네.”
강소의 말에 유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그때 양춘각 앞에서 낯익은 기척이 느껴졌다. 차현태가 유하영을 픽업하기 위해서 온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하영이가 이번 연예대상의 수상자로 노미네이트 되었다고 했나?”
“맞아.”
올해부터 DBS에서 유하영이 진행하는 ‘하영이의 오르골 스튜디오’가 방송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NBS에서는 ‘즐거운 녀석들’을 통해 프로젝트 그룹인 ‘세계정복’을 결성하였었다.
두 프로그램 모두 화제가 되었고, 그래서 두 방송국 모두 유하영이 수상 후보로 지명된 것.
“그리고 두 방송 모두 하영이와 민아가 특별 무대를 서야 하기 때문에 바쁘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가요대상도 있고.”
맹철영이 웃으며 말했다.
“완전 인기스타네요. 하하하.”
“무슨 소리세요?”
그때 김지은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하영이는 인기스타가 아니라 그냥 별이라고요.”
그 말에 강소도 고개를 끄덕였다.
“음, 맞는 말이군요.”
“그래서 손전등 회사에서 하영이를 싫어해요.”
“어? 왜입니까?”
“하영이가 너무 빛나서요.”
“음. 그렇군요.”
강소의 끄덕임에 다른 사람들은 못 말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하태복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고, 유하영이 뽀짝뽀짝 계단을 걸어 내려왔다.
“안녕하세요.”
“네. 하영 양. 좋은 아침입니다.”
그리고 하태복은 유순태에게 오늘 유하영의 일정을 말해 주었다.
오늘의 일정은 별다른 것 없이, 그냥 RD엔터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는 것뿐이다.
“다녀오겠습니다.”
유하영은 배꼽인사를 했고, 손을 가볍게 흔들어 주는 이들을 뒤로하고 하태복과 함께 출근했다.
강소는 달력을 보았다.
11월 27일에 분홍색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놓은 것이 보였다.
유하영이 그려 놓았는데, 그 아래에 ‘채영이 생일’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제 곧 채영이 생일이구나.”
강소의 말에 유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제 곧 첫돌이야.”
“아이가 첫돌이 되면 잔치를 한다면서? 돌잔치라고 하나?”
“맞아. 슬슬 식장도 잡고 해야지.”
그 말에 김지은이 물었다.
“어? 왜 식장에서 하세요? 여기 양춘각에서 하면 되지 않나요?”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황진혁도 고개를 끄덕여 김지은의 말에 동의했다.
“여기서 하면 되겠네요.”
리모델링한 양춘각은 제법 넓어서 돌잔치를 하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돌잔치상 꾸미는 거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파티장 꾸미는 데 일가견이 있거든요.”
김지은의 말에 다른 이들도 말을 보태었다.
“저도 돕겠습니다.”
“저도 당연히 도와야지요.”
그렇게 순식간에, 유채영의 돌잔치를 위한 팀이 결성되었다.
“모두들 고마워.”
“그런 말씀 마세요.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허만철이 그리 대답했고, 강소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미소 지었다.
* * *
RD엔터의 지하 1층 댄스 연습실.
상당히 큰 연예기획사인 만큼 댄스 연습실은 여러 개가 있었다.
그 중에는 0호실이라 불리는 곳이 있었는데, 주로 큰 무대를 앞둔 이들이 전용 연습실로 쓰곤 했다.
노민아와 유하영이 연습하는 곳이 바로 그곳이다.
“하영아!”
“민아 언니!”
유하영이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미 도착한 노민아가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가 유하영을 향해 인사를 했다.
“우리 간식 먹고 연습하자.”
“응.”
옆에서 노민아의 엄마 서지수가 간식으로 초코빵과 우유를 차리고 있었다.
“어서 와서 드세요.”
그녀는 차현태와 하태복 그리고 백은하에게도 간식을 권했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그들은 초코빵에 커피를 마시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하영 양의 매니저라서 정말 행복하네요. 이렇게 함께 맛있는 것도 먹고요.”
“그러니까요.”
요즘 웬만한 연예인들은 시상식을 앞두고 다이어트 중이었다.
시상식을 위해 주문한 드레스나 정장이 맞지 않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다 보니 매니저들도 덩달아 힘들어졌다.
다이어트를 위한 도시락을 공수하거나 뭘 먹지 못하도록 감시해야 했기 때문이다.
매니저도 사람인데, 배고파하는 연예인에게 먹지 말라고 말하는 게 참 그랬다.
그리고 일부 예민한 연예인의 경우 매니저에게 음식 냄새가 나면 “나는 굶는데 너는 맛있는 거 먹고 다니네?”라며 난리를 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유하영은 성장기.
오히려 잘 먹어야 하는 나이이다.
“맛있어요!”
유하영은 초코빵을 한 입 베어 물고는 방긋 웃었다.
“어머? 그래?”
“맛있어?”
“응. 이것도 언니랑 언니 엄마가 만든 빵이지?”
“어떻게 알았니?”
서지수의 물음에 유하영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맛있으니까요.”
“호호호.”
서지수에게는 최근에 생긴 취미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제빵이었다.
유하영에게 맛있는 초코빵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재능이 있는지 맛있는 빵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렇게 맛있는 간식을 먹고 연습을 시작했다.
이번 12월에는 각종 방송국의 가요대상뿐만 아니라 DBS 방송연예대상과 NBS 방송연예대상이 연달아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으니 바로 노민아와 유하영의 콘서트이다.
보컬도 중요했지만, 그녀들이 단독으로 꾸미는 무대이다 보니 움직이는 것도 합을 맞춰 봐야 했다.
그래서 댄스 연습실에서의 연습이 필요한 것.
그렇게 오늘도 연습을 이어 갔다.
* * *
각성자 협회.
지원 1과 1팀의 사무실.
오늘은 밤 11시쯤 되자 일이 마무리되었다.
“일 마무리된 분들은 퇴근들 하세요. 오늘처럼 일찍 퇴근하는 일이 흔한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아, 그러네요.”
“이 시간에 퇴근을 할 수 있다니!”
“감격스럽네요.”
성진호의 말에 직원들은 환호하며 서둘러 퇴근 준비를 했다.
그건 노건민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의 사수 유하철이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맡은 프로젝트 때문에 힘들지?”
“괜찮습니다.”
현재 지원 1과에서 지원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몇 개 있었는데, 그중 하나를 노건민이 맡고 있었다.
“힘든 게 당연한데 뭐가 괜찮아?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견디라는 말밖에 없네. 견디다 보면 언젠가 저렇게 될 수 있겠지.”
유하철은 살짝 성진호를 가리켰고, 노건민이 하하 웃었다.
“가능성은 있습니까?”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는 거야. 1이라는 숫자가 들어간 과에 배속된다는 건 그런 의미이니까.”
그리고 뭔가 아련한 눈빛을 했다.
.
.
.
노건민이 집에 들어오자 시간은 밤 11시 40분이었다.
그의 집은 은탑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으니까.
띠리링.
“다녀왔어요?”
모두 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식탁 앞에 서지수가 앉아 있었다.
“아, 당신. 안 자고 있었어?”
“나 보통 1시 정도에 자잖아요. 그나저나 웬일이에요? 오늘은 퇴근이 상당히 이르네요?”
보통은 2시 정도에 퇴근을 했으니까.
“오늘은 모처럼 일이 일찍 끝났거든.”
“얼른 씻고 나와요.”
노건민은 욕실로 들어가 씻고 나왔다. 그러곤 아직 머리를 말리지 않은 상태로 노민아의 방문을 살짝 열어 보았다.
노민아는 쌕쌕 잠들어 있었다.
노란색을 좋아하는 노민아는 노란색 잠옷을 입고 노란색 이불을 덮고 노란색 베개를 베고 노란색 병아리 인형을 안고 잠들어 있었다.
오늘도 무척 고단했던 하루였다.
하지만 소중한 딸의 얼굴을 보니 피곤함이 물에 빠진 솜사탕처럼 사르르 녹는 듯했다.
서지수가 완전 녹아 버린 노건민의 얼굴을 보며 호호 웃었다.
“민아가 그렇게 예뻐요?”
“당연하지.”
“딸바보 나셨네요. 호호호.”
그녀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출출하면 야참이라도 만들어 줄까요?”
“응.”
서지수는 오랜만에 일찍 퇴근한 남편을 위해서 계란말이를 만들었다.
노건민이 계란을 좋아했으니까.
그녀가 요리를 하는 사이 식탁을 행주로 닦고 수저를 놓던 그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 이 스케치북이랑 요리책은 뭐야?”
“내일 민아 연습하러 갈 때 만들어 갈 빵이에요.”
“그래?”
“하영이가 초코빵을 좋아하잖아요.”
그러고 보니 유하영의 팬클럽 이름이 ‘초코빵’이었던 것이 기억났다.
“민아랑 하영이랑 사이는 어때?”
“아주 좋아요.”
“혹시 서로 질투하거나 그러지는 않고? 왜, 원래 그렇게 동성끼리 듀엣으로 활동하면 그런 일 많잖아.”
그건 서지수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몇 년 활동하다가 갈라서거나, 아니면 공식적인 자리에서만 함께 있고 무대만 끝나면 얼굴도 보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그렇죠.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서지수가 말을 이었다.
“민아가 하영이를 너무 좋아하고, 또 하영이도 민아를 좋아하니까요. 괜히 주변에서 어른들만 쓸데없이 이러쿵저러쿵하지 않으면 알아서 잘 지낼 아이들이에요.”
“하하하. 그렇군.”
노건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 서린 근심은 가시지 않았다.
“나는 계속 학교를 빠지는 게 걱정이네.”
“저도 그게 걱정이기는 해요. 하지만 그래도 틈틈이 공부를 하는 것을 보면 아직은 괜찮을 것 같아요.”
* * *
그 시각.
무지개 거리는 오늘도 음악과 고성 등등으로 시끄러웠다.
그곳에 위치한 한 가게.
그곳에서 한 무리의 이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 중이었다.
그들의 이름은 검은 와인.
블랙맨들 중에서도 질이 나쁜 이들이다.
“그래서, 이번 작전이 실패했다?”
“그렇습니다.”
“음…….”
“죄송합니다. 보스.”
“죄송하다면서 뭐 해? 대가리 안 박아?”
“헉!”
보스의 그 말에 부하들이 얼른 머리를 박았다.
그들이 바닥이 푹신한 카펫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 보스가 물었다.
“그래서 실패의 원인은?”
“저희의 작전을 이미 은탑 놈들이 알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알았지? 그토록 보안을 철저히 했는데?”
“…….”
“혹시 쥐새끼가 있던 건가?”
그 물음에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그건 심각한 문제였으니까.
“누구야?”
“…….”
“누가 은탑이랑 붙어먹었어?”
“…….”
“말 안 해?”
보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머리를 박은 부하들을 무차별적으로 발로 차기 시작했다.
퍽퍽퍽-!
“크윽!”
“끄압!”
“으헉!”
신음이 방안을 가득 채웠지만, 방 안을 들여다보는 이는 없었다.
보스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일주일 준다. 누가 배신자인지, 어떻게 우리의 작전을 알고 있었는지 알아내. 죽기 전까지 맞고 싶지 않으면.”
“…….”
“대답은?”
“알겠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추궁했지만, 은탑에 붙은 정황은 전혀 없었다.
그 말은 즉, 은탑의 직원의 역량이라는 것.
이에 대해 조직 ‘검은 와인’의 보스에게 보고하자 곧바로 답이 돌아왔다.
[은탑의 직원들 중 우리 쪽을 친 놈들에 대한 정보를 알아 올 것.]“이거 설마…….”
“은탑에 한 방 먹이려는 건가?”
“그게 가능해?”
“그 무시무시한 놈들을 상대로?”
“펀치는 날리지 못해도 잽이라도 날릴 생각이신가 보지.”
“그 와중에 피 보는 건 우리인데?”
“젠장!”
어쩔 수 없었다.
이제 와서 발을 뺄 수도 없는 일이니까.
그 와중에 그들 중 하나가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전에 알고 지내던 친구가 그러던데? 그 친구가 일하는 유치원에 은탑의 직원들의 아이들이 많다고.”
“새싹 유치원?”
“너 바보냐? 어떻게 헌터협회 소속의 유치원을 건드릴 생각을 해?”
“헌터들에게 살해당하고 싶어?”
“……그러네.”
“아, 그러고 보니 그런 곳과 상관없는 곳이 있어.”
“어딘데?”
“봉추 초등학교. 거기에 각성자 협회 직원을 아버지로 둔 아이가 있대.”
.
.
.
다음 날,
그들은 즉시 움직였다.
각성자 협회의 직원을 아버지로 둔 아이를 납치하기 위해서이다.
어떻게 하면 평범하게 보일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선택한 건 바로 학교 앞에서 음식을 파는 것이다.
“겨울이니까 호떡을 팔아볼까?”
“그럴까?”
그들은 후다닥 준비를 하여 봉추 초등학교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호떡을 굽기 시작했다.
매끈한 철판에 굽는 호떡의 달콤하면서도 군침 도는 기름 냄새가 퍼져 나갔다.
그때 한 손님이 찾아왔다.
첫 번째 손님이다.
“호떡 주세요.”
“네, 얼마나 드릴까요? 한 개에 천 원입니다.”
“다섯 개 주세요.”
“여기 있습니다.”
호떡을 사 간 손님은 그들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무척이나 평범한 호떡 장수로 보였으니까.
손님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호떡을 먹어 보았다.
“어머!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
그는 즉시 친구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대박! 봉추 초등학교 앞에서 산 호떡 엄청 맛있어!”
그렇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그들의 호떡이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58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