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589
588화. 호떡 (2)
오늘도 노민아는 엄마의 손을 잡고 RD엔터로 향했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아빠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RD엔터로 향한다는 것이다.
“맨날 아빠랑 같이 출근했으면 좋겠어요.”
“그래?”
“네.”
노건민은 미소 지었다.
다른 직원들의 말을 들어 보면, 아이들이 아빠랑 말도 잘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데 그에 비하면 자신은 정말 복 받은 아빠인 것 같았다.
“그런데 민아야.”
“네.”
“아빠가 각성자 협회 직원이라는 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
그 물음에 노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안 했어요.”
“잘했어.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면 안 돼. 알았지?”
“네. 그런데 왜 안 돼요?”
“혹시라도 나쁜 사람들이 민아에게 나쁜 짓을 할 수도 있거든. 그러니까 절대 말하면 안 돼.”
“네.”
그렇게 대답한 노민아는 문득 전에 누군가에게 아빠가 각성자 협회에서 일한다는 것을 말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정확하게 언제 누구에게 말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제 거의 다 왔네. 오늘도 열심히 즐겁게 하렴.”
“네.”
오늘 스케줄이 끝나고 서지수와 노민아는 매니저에게 데려다 달라고 하면 되었기에, RD엔터에 그녀들을 내려 준 노건민은 그대로 은탑으로 향했다.
‘그나저나 검은 와인 이 새끼들의 보스와 잔당은 대체 어디서 찾아야 하는 거냐?’
이번에 그가 지원하는 프로젝트, 그건 바로 검은 와인을 일망타진하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 * *
그 시각.
봉추 초등학교 앞에서 호떡을 파는 검은 와인의 조직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아저씨! 호떡 오천 원어치요.”
“총각, 호떡 좀 주시게나.”
“저도 호떡이요.”
손님들이, 끊임없이 몰려들고 있었다.
사실 그들은 봉추 초등학교에 다닌다는 각성자 협회 직원을 아버지로 둔 아이에 대해 알아보고 그 아이를 납치하기 위해서 평범한 호떡 장수 역할을 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으니,
그들이 만든 호떡이 너무 맛있었고, 그래서 장사가 너무 잘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들의 정체를 드러낸다면, 이번 작전에 실패하는 건 둘째치고 은탑에 검거될 가능성이 컸다.
결국, 눈물을 머금고 호떡을 팔 수밖에 없는 것.
‘아니, 왜 이렇게 잘 팔리는 건데!’
그렇게 불과 두 시간 만에 준비해 온 재료가 다 떨어졌다.
종일 죽치고 있을 생각으로 꽤 많은 양을 준비했는데도 말이다.
호떡 반죽이라는 건 그냥 밀가루 반죽이 아니다.
이스트 같은 것을 넣고 반죽해서 발효시켜야 하는 것.
그 말은 즉, 두 시간 만에 철수해야 한다는 뜻.
.
.
.
그날 오후.
자신들의 숙소에 돌아온 검은 와인의 부하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할 거야? 내일 또 갈 거야?”
“안 가면?”
“…….”
“보스에게 맞아 죽고 싶어?”
“그건 아니지.”
“아직 단서도 얻지 못했잖아. 그리고 내일 갑자기 가지 않으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어.”
“그건 그러네.”
“내일은 재료를 오늘보다 세 배 정도 더 많이 준비하면 되겠지.”
하지만 그건 안일한 생각이었다.
다음 날.
어제보다 더 많은 손님이 몰려왔고 네 시간 만에 모든 재료가 소진된 것.
결국 그들은 오늘도 어떤 단서도 얻지 못한 채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아, 젠장.”
“아니! 진짜 왜 이렇게 잘 팔리냐고!”
그때 한 부하가 말했다.
“그런데 우리, 막내가 구운 호떡을 먹어 본 사람 있냐?”
“……없지?”
“없네?”
“그냥 호떡이 호떡 아니야?”
처음 호떡을 굽자고 결정했을 때 호떡을 구워 본 사람이 있느냐는 말에 막내가 손을 들었다.
그렇게 자연스레 막내가 호떡 굽는 담당이 된 것.
장사 개시 첫날에 호떡을 먹으려고 했지만, 종일 기름 냄새를 맡다 보니 질려서 근처에서 떡볶이를 사 먹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그 누구도 막내가 구운 호떡을 먹어 본 사람이 없는 것.
“막내야.”
“네. 형님.”
“내일 첫 번째 호떡은 무조건 우리 먼저 먹는다.”
“네. 형님.”
다음 날.
그들은 막내가 구운 호떡을 하나씩 손에 들고 먹기 시작했다.
“…….”
이내 그들은 말을 잃었다.
왜 그렇게 손님들이 이 호떡에 열광했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맛있었다.
그냥 맛있다는 말로 설명되지 않을 만큼 맛있었다.
호떡의 겉은 전혀 질기지 않았다.
한 입 베어 물면 바삭하게 잘 잘릴 정도였음에도 호떡 안의 잼이 터지거나 흘러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그 잼 역시 맛있었다.
앉은 자리에서 열 개를 먹어도 달아서 물리거나 하지 않을 정도로 은은한 단맛이었다.
그 은은한 단맛은 계속해서 호떡을 부르고 있었다.
고소함과 달콤함이 섞인 잼과 호떡의 겉면이 섞이면서 느껴지는 맛의 조화는 최정상급 아카펠라 그룹의 노래를 듣는 것 같았다.
“뭐야!”
“이런 ××!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
“와! 존나게 맛있어!”
적나라한 비속어가 튀어나올 정도의 맛에 막내는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어머니의 레시피라서요.”
“어머니?”
“네. 어머니가 호떡 장사를 하셨거든요. 그때 배운 레시피로 만든 호떡입니다.”
“어머니가 솜씨가 좋으시네.”
“아직도 호떡 장사를 하시는 거냐?”
“아뇨.”
그는 슬픈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10년 전에 돌아가셨거든요. 강도에게 살해당하셨고 어머니의 복수를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막 살다 보니까 진짜 블랙맨이 되어 있더라고요.”
“…….”
막내의 말에 잠시 말이 없어졌다.
“에휴, 그랬구나.”
“가자, 가서 호떡 장사나 하자.”
“열심히 일하다 보면 다 잊어지겠지.”
그렇게 그들은 오늘도 호떡 장사를 시작했는데, 그들은 장사를 끝내고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건 바로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었다는 것이다.
“저기, 형님…… 지금까지 번 돈이요. 이거 어떻게 하죠? 꽤 많은데?”
“얼마나 되는데?”
그 말에 부하 중 하나가 장부를 내밀었고, 0을 세던 그들은 두 눈을 깜빡였다.
“뭐야? 이게 우리가 번 돈이라고?”
“존나 많이 벌었는데?”
“와! ×발! 이대로만 벌면 건물 사겠는데요?”
그들은 곧 한가지 결론에 다다랐다.
“얘들아.”
“네. 형님.”
“우리, 더 열심히 하자.”
* * *
양춘각에 반가운 손님이 방문했다.
“유 사장 있는감?”
“아! 사장님.”
그는 목공소의 백승완 사장이다.
“덕분에 이번에도 우리가 우승할 수 있었잖아.”
이번에 행복 상가 축구 클럽이 서울시 축구 클럽 대항전에서 우승했다.
그래서 백승완 사장은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별말씀을요. 모두가 함께 노력한 덕분이지요.”
“그런 말 말아. 자네랑 강소 씨 덕분인 거 다 아니까. 아무튼 내 고마워서 호떡 좀 사 왔지.”
“아, 뭔가 맛있는 냄새가 난다고 했더니 호떡이군요?”
“응. 이게 그 유명한, 봉추 초등학교 앞에서 파는 호떡이잖아.”
그는 종이봉투를 내밀었고, 그 안에는 호떡이 가득 담겨 있었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그때 뒤에 있던 강소가 물었다.
“그런데 봉추 초등학교 앞에서 파는 호떡이라니요?”
“아, 모르나? 이번에 봉추 초등학교 앞에서 호떡을 팔기 시작했잖아. 그런데 이게 엄청 맛있어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 먹어. 어서 따뜻할 때 먹어 봐.”
그 말에 양춘각의 직원들은 호떡을 하나씩 들고 맛보았다.
“맛있네요.”
“어머! 정말 맛있어요.”
“이런 호떡은 처음인데요?”
“그렇지? 내가 그 호떡을 먹어 보고 깜짝 놀랐다니까! 내가 젊었을 때 먹었던 맛이랑 똑같아서.”
“그래요?”
“응, 내가 어릴 때 이 근처에서 호떡을 파는 아주머니가 있었지. 그 아주머니가 팔던 호떡이랑 정말 맛이 똑같아. 전에 우리 어머니가 우스갯소리로 비법 좀 알려 달라고 했는데 그 아주머니가 아들에게 알려 줄 밑천이라고 하던 말이 기억나.”
그 말을 들으며 강소는 호떡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음…….”
그동안 강소가 사 먹었던 다른 호떡과 달리 확실히 맛있었다.
그래서 의문이었다.
‘왜 이 호떡에서 블랙맨의 기운이 느껴지는 거지?’
물론 이걸 먹는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는 건 아니었지만, 뭔가 나쁜 의도일 수도 있을 터.
아무래도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봉추 초등학교라면…… 민아가 다니는 학교라고 했던 것 같은데?’
.
.
.
그날 오후.
강소는 봉추 초등학교로 향했다.
그곳은 양춘각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저곳이군.”
봉추 초등학교 교문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한 무리의 남자들이 호떡을 팔고 있었다.
그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호떡을 사고 있었다.
“호떡 주세요.”
“네, 얼마나 드릴까요?”
“만 원어치 주세요.”
“네.”
가만 보니, 제법 분업이 잘 되어 있었다.
한 사람이 열심히 구워서 옆에 놓으면, 또 한 사람은 그것을 집게로 집어 철판 위에 있는 철망 위에 턱턱 올려놓았다.
다른 한 사람이 그걸 주문받은 대로 봉투에 담았고, 다른 한 사람은 돈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사람은 사람들의 질서를 정리했다.
힘들어 보였지만, 그들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
돈을 많이 벌어서라든지, 손님이 많아서라든지 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강소는 왠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진심으로 일을 즐기고 있군. 그나저나 하필이면 왜 이곳에서 호떡을 파는 거지? 장소라면 다른 곳도 많은데?’
아무리 정부 시책상 일정 금액을 내고 허가를 받으면 노점상을 운영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미 다른 점포가 있는 곳이다.
그리고 호떡이라는 것이 초등학생들에게 접근성이 좋은 메뉴도 아니다.
틀림없이 뭔가 목적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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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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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강소는 호떡을 파는 다섯 블랙맨들을 꾸준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호떡도 몇 번 사 먹었다.
그동안 강소는 뭔가를 깨달았다. 그들에게서 느껴지던 블랙맨의 기운이 점차 옅어져 가고 있었다.
‘갱생의 여지가 있다는 건가?’
흥미로웠다.
* * *
“수고하셨습니다.”
“너도 수고 많았다.”
“우리 막내가 제일 수고 많았지.”
일을 마친 검은 와인의 조직원들은 숙소로 돌아왔고, 오늘의 수익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와! 장난 아니다!”
“오늘도 엄청 벌었네?”
뭔가 목적이 바뀐 듯했지만 상관없었다.
보스의 명령대로 각성자 협회 직원을 아버지로 둔 아이를 찾는다고 해도 그 와중에 버려지는 건 그들일 테니까.
이렇게 돈을 버는 게 훨씬 나았다.
그리고 자신들의 앞에 쌓여 있는 돈은 그들이 누군가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게 하면서 번 돈이 아니라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번 돈이다.
그렇기에 뭔가 더 감회가 새로웠다.
“우리, 그냥 호떡이나 계속 팔았으면 좋겠네요.”
“…….”
누군가의 말에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그때였다.
부르르르. 부르르르.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그들 중 형님이라 불리는 자가 조심스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나다. 일은 잘 진행되고 있는 거냐?
그러고 보니 내일이 기한이었다.
“무, 물론입니다.”
– 쯧쯧, 다른 녀석이 그러더군. 봉추 초등학교 앞에서 호떡을 판다고.
“그, 그건 일종의 위장으로서…….”
– 뭐, 장소는 잘 정했지만 일 처리가 너무 느려서 내가 직접 알아 왔다.
“네?”
다행히 일주일의 기간을 준 것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 내가 사진과 인적사항을 보낼 테니, 내일모레까지 납치해 와.
“…….”
통화가 끊어졌다.
그리고 도착한 메시지를 열어 보니, 그 안에는 한 아이의 사진과 인적사항이 적혀 있었다.
노란색 원피스를 입은 아이, 그녀는 바로 노민아였다.
“형님…….”
그때 누군가가 말했다.
“저희, 계속 이딴 식으로 살아야 합니까?”
“……안 그러면, 어떻게 살려고?”
“호떡 장사요.”
“…….”
“열심히 일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네요.”
하지만, 문제는 그들의 블랙맨이라는 신분과 무서운 보스였다.
그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호떡을 팔면서 부모님이랑 손잡고 온 아이들이 눈에 밟혔다.
그들이 해야 하는 일은 행복한 한 가정을 파괴하는 일이다.
그때, 막내가 말했다.
“형님, 저는 내일도 호떡을 팔러 갈 겁니다.”
“……?”
“제가 구운 호떡으로 누군가가 행복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았습니다. 더는 누군가의 슬픔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그 말에 잠자코 있던 형님이라 불린 이는 막내부터 낮은 연차 순으로 두 명, 총 세 명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희는 내일 호떡을 팔러 가도록 해라.”
“그럼 두 형님께서는?”
“일은 우리가 한다.”
“하, 하지만…….”
“쓸데없는 의심은 피해야지. 그러니까 잠자코 내 말 대로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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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검은 와인의 조직원 중 연차가 높은 두 명은 새벽 일찍 숙소를 나섰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노민아가 있다는 곳이 아닌, 보스가 있는 곳이었다.
그들은 보스와 담판을 질 생각이었다.
검은 와인을 탈퇴하게 해 달라는 담판 말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아티펙트를 내준다면, 조금의 가능성은 있겠지.’
아주 조그마한 가능성이었지만, 그들은 그 가능성에 걸어 보기로 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58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