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ruction of the Fortress RAW novel - Chapter 175
175
第三十五章 불명(不明) (5)
두두두두두! 두두두두!
말 수십 필이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치달린다.
말들은 거침없이 관도를 쓸고 지나간다. 앞에 사람이 있어도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비켯!”
쒜에엑! 쫘아아악!
채찍이 허공을 날고, 멀쩡하게 길을 가던 사람이 관도 옆으로 나가떨어졌다.
말 두 필이 선두에 서 있다.
선두는 길을 열어야 한다. 치달리는 말 무리 속에 휘말리면 뼈도 못 추리기 때문에 채찍을 써서 옆으로 밀어낸다.
“어이쿠!”
“뭐, 뭐야!”
사람들이 급히 옆으로 피했다. 하지만 아닌 밤중에 날벼락을 맞는 사람도 있다.
말발굽이 부딪쳐도 튄 돌에 이마가 깨진 사람, 옆으로 급히 피하느라고 진창에 빠진 사람, 빨리 피한다고 피했는데도 채찍에 두들겨 맞은 사람…….
그들은 누구에게도 하소연하지 못한다.
그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일단의 군마는 뿌연 먼지를 뒤로 남긴 채 멀리 나아간 후이다.
“저런! 벼락 맞을 새끼들!”
“무인이면 다야! 인성이 글러 먹은 걸 보니 저 새끼들도 오래 살진 못하겠다.”
사람들이 군마 뒤통수에 대고 욕하는 게 전부였다.
“좀 쉬어야 합니다.”
“말을 바꾼다.”
“천주!”
“말 바꾼다!”
화천은 조언을 뿌리치고 고함을 빽 질렀다.
녹천 무인들은 거부하지 못한다. 혈루마옥에서 현(現) 천주의 명령은 곧 법이다.
녹천 무인들 중 몇 명이 재빨리 앞서 달리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
그들이 일으킨 먼지가 화천에게 몰려왔다.
화천은 개의치 않았다. 뿌연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치달렸다. 오직 앞만 보고.
“천주! 곧 무당산입니다. 쉬었다가 가도 됩니다.”
“쉬는 것은 놈을 만난 다음에도 늦지 않다.”
“만나면 바로 싸워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무리하면 힘을 절반도 쓰지 못합니다.”
“너 뒤로 빠져.”
“천주!”
화천은 잔소리를 하는 녹천 무인을 뒤로하고, 앞으로 계속 치달려 나갔다.
검왕이 산음에 당도했다고 한다.
곧 싸움이 벌어진다. 검왕은 결코 무당산에 오르지 못한다. 그 전에 중원 무인들이 요절을 낼 게다. 아니면 정 반대 상황이 벌어져서 오히려 중원이 결단 나거나.
산음에서 무당산 사이…….
화천은 무림대회전이 펼쳐질 장소로 소리(疏利)를 점찍었다.
소리는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평야다.
중원 무림은 산에 머물 것이다. 혈천성 무리들은 평야에서 준비할 것이다.
산을 지세로 삼는 자와 평야에서 돌격하는 자들의 싸움이 된다.
지리(地利)는 분명히 중원 무림에 있다. 산에 의지해서 싸우는 쪽이 한결 편하다.
천지(天利)는 혈천성이 쥐었다.
마인들의 의기는 하늘을 찌른다. 소림사가 멸문된 후인지라 마기가 겁 모르고 충천하는 중이다. 이제야 비로소 정도 무림을 평정할 수 있겠다고 공공연히 소리친다.
반면에 정도 무림은 의기 면에서 많이 꺾여있다.
역시 소림사 멸문이 큰 충격을 주었다. 소림사가 하루아침에 몰락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소림 방장을 비롯해서 무려 천여 명이 죽을 것이라는 것도.
정도 무림은 의기가 꺾였다.
소리에서 무림대회전이 벌어지면 승패는 그 누구도 점칠 수 없다.
만약 소리의 산을 혈천성이 차지했다면 승부는 명확해진다. 정도무림이 밀린다.
정도 무림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니, 죽을 힘을 다해서 소리를 차지할 게다.
그 전에…… 검왕이 소리에 닿기 전에 검왕을 잡아야 한다.
화천은 마음이 몹시 쫓겼다.
“언제쯤 터질까?”
“쉽게 터지진 않을 것 같여.”
“왜? 무슨 일이 있는감?”
“글씨. 내도 자세히는 모르겄는디…… 검왕이 산음에서 움직이지 않는뎌.”
“산음에서? 아! 혈천성 무리를 기다리는감?”
“그런 것 같여.”
길가에 늘어선 국숫집에서 장사꾼들이 두런거렸다.
장사꾼들의 말은 말 위에서 국수를 먹던 화천의 귀에도 들렸다.
까딱!
화천이 장사꾼들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곁에 있던 무인이 즉시 신형을 날려 말을 나누던 장사꾼들의 목덜미를 채 왔다.
“아, 아이고! 저희들은 아무것도 모릅니다요.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는뎁쇼.”
장사꾼들은 감히 머리도 들지 못했다.
“검왕이 산음에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네? 네네. 그럽습죠.”
“누가 그러더냐? 어디에서 들은 소리야?”
“누구에게 들은 것이 아니라…… 소, 소인이 이 두 눈으로 본 겁니다요.”
“검왕이 산음에서 무엇을 하고 있더냐?”
“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앉아있기만…… 소인들은 검왕 곁에 얼씬도 하지 못했습죠. 검왕 곁에 어찌나 흉악한 자들이 있던지…… 죽을 각오를 하지 않고서야 검왕 곁에…….”
화천은 말을 다 듣지도 않고 손짓했다.
무인이 장사꾼의 엉덩이를 발길로 툭 쳤다.
장사꾼은 재빨리 눈치를 채고 벌떡 일어나더니 줄행랑치다시피 뒤로 물러섰다.
국수를 먹던 손길이 잠시 늦춰졌다.
“검왕이 혈천성을 기다려?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혈천성이 아니다. 다른 자를 기다리는 거야? 십마를 기다리는 것은 아닐 테고…… 누구냐? 누구를 기다리느라고 정사대회전을 늦추는 거냐?’
화천은 검왕의 의중이 무엇인지 종잡지 못했다.
검왕을 앞서가야 하는데, 늘 뒤처진다. 검왕은 행동을 하고 있는데, 자신은 무슨 행동인지 생각하기에 바쁘다.
이런 고리를 끊는 방법은 딱 하나, 검왕을 잡는 거다.
“저녁까지 쉬지 않는다. 끼럇!”
화천은 말을 마침과 동시에 치달려 나갔다. 녹천 무인들이 국수를 다 먹지도 않았는데.
“왜 이런 정보를 일부러 알려주지?”
“글쎄? 하라니 하는 수밖에.”
“그런데 저놈들 기세가 장난이 아닌데?”
“야, 난 그 화천이란 놈 눈빛만 봐도 오금이 저리더라.”
군마가 떠난 자리, 장사꾼들이 다시 모여 국수를 먹었다.
이번에는 예전처럼 수다스럽게 잡담을 늘어놓으며 먹지 않았다. 정말로 요기를 하기 위해서 먹었다.
“문주님은 검왕 쪽인가?”
“우리는 일찍부터 방향을 정했잖아.”
“아이구, 문주님도 참…… 예로부터 마가 정을 이기는 법은 없다고 했는데 왜 하필이면 마를 선택하셨는지.”
파팟! 팟!
국수를 먹던 장사꾼들이 주인을 노려봤다.
“아, 이 사람들아! 그렇게 노려볼 필요 없어. 그저 염려스러워서 하는 말이지. 이런 말도 못해!”
“뜻이 다르면 다른 길을 가야 하니까.”
“누가 뜻이 다르대! 뜻이 같더라도 염려는 되는 거잖아!”
그들은 작은 소리로 티격태격했다.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 문파, 하오문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론 이런 움직임도 무림은 주목하지 않았다. 워낙 밑바닥에 깔린 자들이라서.
검은 강이 있다.
강바닥에 검은 모래가 깔려 있어서 한 낱에도 강물이 새카맣게 보인다.
흑천(黑天), 산음에서 십 리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화천은 흑천에 이르러서야 말에서 내렸다.
“말을 싣고 건너려면 큰 배를 기다려야 하는데…….”
“그냥 건넌다.”
화천은 사람 십여 명만 태우는 작은 배에 몸을 실었다.
이제 산음까지 십 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 정도 거리라면 그냥 치달리기만 해도 반 시진이면 닿는다.
놈이 코앞에 있다.
“검이 있는 걸 보니 무인이신 듯한데, 검왕 쪽이신지 무당 쪽이신지?”
“그걸 왜 묻나?”
“검왕 쪽이시라면 저쪽 강변에 내려드려야 하고, 무당 쪽이시라면 하류로 조금 더 내려가야 합죠.”
“검왕에게 가자.”
“아! 예, 알았습니다요.”
뱃사공이 즉각 뱃머리를 오른쪽으로 틀었다.
아마도 마인들과 정도인들이 각기 다른 나루터를 이용하는 것 같다.
하기는 그럴 수밖에 없을 게다.
검왕 쪽이든 무당 쪽이든 한두 명 운집하는 게 아니다. 전 중원에서 수백 명, 수천 명이 운집하고 있다.
마인이 정도 무림 쪽에 들어서면 싸움이 벌어지기도 전에 맞아 죽을 것이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정도인이 마도인 쪽에 들어서면……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이거…… 심상치 않은 데요.”
녹천 무인이 인상을 찡그리면서 말했다.
화천도 그제야 일이 매우 복잡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검왕은 이미 혼자가 아니다. 많은 마인들이 뒤를 받치고 있다. 또한 마인들에게 검왕은 신처럼 군림한다. 정도에 대항해서 마도의 기치를 든 인물이다.
그런 자를 베겠다고 하면…… 가만히 있을까?
검왕 곁에 알지 못하던 인물들이 속속 운집한다고 들었다.
그들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무림에 대해서 소상히 알고 있다는 자들도 처음 보는 자들이라며 고개를 흔든다.
아마도 은거해있던 마두들일 게다.
결국 검왕만 잡을 수는 없다. 검왕 곁에 있는 자들도 모두 잡아야 한다.
삐걱! 삐걱!
뱃사공이 노를 젓는 소리만 고요하게 울린다.
“너희는 여기 있는다.”
화천이 명했다.
“천주!”
“검왕에게는 나 혼자 간다.”
“천주! 그건 너무…….”
“후후! 너희가 함께 가면 전쟁이 된다. 검왕 곁에 있는 자들을 모두 죽여야 돼. 그렇지 않고는 검왕을 만나지 못한다.”
“그까짓 놈들이야…….”
“후후! 넌 그자들이 몇 명이나 된다고 생각하나?”
“기껏해야 스무 명 안짝 아니겠습니까?”
“수천 명이다.”
“……!”
“스무 명을 죽이면 이백 명이 모인다. 이백 명을 죽이면 이천 명이 모인다. 정도 무림과 싸우기 위해서 모인 마인들 전부가 달려들 것이다. 그러니 전쟁이라는 거다.”
“음!”
녹천 무인들이 인상만 찡그렸다.
“모두 다 건너오면 내 뜻을 전하고 여기서 기다려라. 검왕은 내가 잡는다.”
“알겠습니다.”
녹천무인이 깊이 읍했다.
푸드드드득!
그들이 타고 온 배에서 전서구 한 마리가 암암리에 날아올랐다.
전서구는 흑천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밤이 깃들었기 때문에 주위를 살필 수 없다.
전서구는 이목이 예민한 녹천 무인들의 눈까지 가렸다.
“신(神)인가? 어찌 말씀하신 것에서 한 치도 어긋나지 않아. 상황을 보게 되면 화천 혼자서 움직일 거라시더니.”
뱃사공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뱃사공은 다른 녹천무인들을 태우기 위해 맞은편 강변으로 향하는 중이다.
그는 녹천 무인들을 모두 건네줄 요량이다.
하오문주가 특별히 전갈을 보내왔다. 녹천 무인들이 올 테니, 모두 강을 건너주라고.
문주님이 특별히 명령한 일이니 손에 물집이 생기더라도 모두 건네줘야 한다.
밤이 깊어가고 있다. 하지만 흑천의 물결을 잘 알고 있는 그에게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더군다나 전서구를 날려 보낸 지금은 횃불도 밝힌다.
화르륵!
배에 불을 밝히고 강을 건너간다.
저벅! 저벅!
화천은 지금까지 맹렬하게 달려올 때와는 다르게 천천히 걸었다.
십 리, 십 리만 걸으면 검왕을 만난다. 그리고 검왕을 만나면 그와 싸워야 한다.
그는 예전의 검왕이 아니다. 증평주와 손속을 겨룰 만큼 무공이 크게 신장되었다.
‘내가 이길 수 있을까?’
화천은 밤길을 걸으면서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는 검왕과 싸워본 경험이 있다. 일수에 죽여 본 특이한 경험까지 있다. 자신이 죽였던 자와 다시 부딪치기 위해서 달려가고 있는 중이니 어찌 특이하지 않을까.
저벅! 저벅!
그가 밤길을 걷는다.
그는 느끼고 있다. 자신들 둘러싼 인의 장막이 걸음걸음마다 쫙 갈라서고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그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가로막지만 않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