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ouring demon's talent RAW novel - Chapter 109
108화. 말기 백혈병 치료
‘이럴 때 의학 장비가 있어야, 신체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비교할 수 있을 건데. 아쉽네. 더디겠지만 영혼의 색 변화로 그 역할을 대신할 수밖에.’
한 번으론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다.
두 번째 시도하니, 영혼의 색이 미세하게나마 변화가 온 듯했다.
그러나 그것도 짐작으로 여기는 것이지, 확증을 내리긴 어려웠다.
NK세포를 활성화하기 위한 시도는,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흠, 조금은 변화가 있긴 하구나. 영혼 자체에 마이너스적인 문제가 생기진 않았네. 팔과 다리 골수에는 해놔야겠어. 뇌 쪽은 아직 안정성을 알 수가 없으니 패스. 내일 와보면 확실히 알게 되겠지.’
태월은 그녀의 팔과 다리의 관절 골수에도, 영혼 에너지를 흡수시켰다.
골수는 구성 세포의 비율에 따라, 백골수와 적골수로 나눈다.
조혈 세포들로 구성된 부분이 많으면 적골수고, 지방 조직이 많으면 백골수다.
적골수에 있는 NK세포가 그 대상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아침에 일어나면, 경과를 자세히 알려주세요.”
“네, 힘들어하지만 않았으면 합니다.”
“자세한 건 낼 다시 상황을 보고 논의합시다.”
태월은 마카르의 배웅을 마다하고, 그 집을 나섰다.
자신이 당장 할 수 있는 건 전부 했기에, 마음만은 홀가분했다.
-띠리링! 띠리링!
아침에 눈을 뜨기도 전에, 태월의 전화기가 계속 울리고 있었다.
잠잘 땐 항시 꺼두었는데, 그걸 깜빡하고 잠든 것이다.
눈도 뜨지 않은 상태로 전화를 받으니, 마카르였다.
태월은 무슨 일이 생긴가 싶어 놀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마카르 팀장! 무, 무슨 일이 생겼나요? 아, 문제가 생긴 건 아니었네요? 하하, 그것참 다행입니다. 알았습니다. 아, 괜찮아요. 씻고 바로 갈게요.”
다행히도 좋은 일이었다.
마카르의 아내가 새벽에 깨어났는데, 얼굴도 밝아지고 안 하던 화장도 했다는 것이다.
마카르는 병치레에 가꾸는 것을 포기했던 아내가 그러고 있으니, 처음엔 덜컥 겁도 났다고 했다.
간혹 자기가 떠날 걸 알고, 준비하는 것일까 하는 오해를 했단다.
마지막을 이쁘게 장식하려는 여자들도 있다는 소릴, 마카르도 들어본 적이 있어서였다.
‘머리가 맑아졌고 몸에 기운이 돌아왔다고 했지? 그건 아주 청신호야, 영혼 에너지가 제대로 효과를 줬다는 소리잖아. 잘하면 고칠 수도 있겠어.’
간단히 씻고 나오다 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아침 6시였다.
마카르가 새벽 5시 반에 전화했단 소리였다.
‘그거참, 어지간히 마음 급했나 보네.’
태월은 이제 깨기 시작한 식구들에게, 간단히 내용을 알린 뒤 마카르의 집으로 향했다.
“어서 오십시오. 제가 너무 결례를 저지른 것 같습니다. 하하, 전화를 끊고 보니, 그게 새벽이더라고요.”
“하하, 괜찮습니다. 그런 거보단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게, 더 중요한 것 아니겠어요?”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빅토리야입니다. 덕분에 이렇게 아침 인사를 드릴 수 있는 상태가 되었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하하하, 아직 나은 게 아닙니다. 그래도 시작이 좋으니, 함께 더 노력해 봅시다.”
“이정도만 해도 살 것 같아요. 하던 일이 있어서 실례 좀 할게요.”
“네, 편하게 일 보세요.”
앞치마를 두르고 있던 빅토리야였다. 감사 인사만 하고 급하게 주방으로 다시 가는 걸 보니, 음식을 만들다 말고 온 것 같았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아내가 오랜만에 아침을 만든다고 하네요. 움직임이 완전하진 않지만, 저렇게라도 움직이고 있으니 너무 행복합니다. 표정이 바뀌었잖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흠, 음식 냄새도 좋은데요?”
마카르의 말대로 그녀의 표정은 환했다. 그리고 아직은 부자연스럽긴 해도, 움직임엔 의지가 묻어났다.
새벽부터 움직였었는지, 완성된 음식들도 좀 있었다.
40분 정도가 지나자 식탁이 다 차려졌고, 태월도 그곳에 앉게 되었다.
“차린 건 없지만, 맛있게 드셨으면 합니다.”
“하하, 이정도면 거의 잔칫상이네요. 잘 먹겠습니다. 두 분도 그만 앉으시고, 편하게 드세요.”
아직도 제대로 앉지 않고 서 있는, 마카르와 빅토리야다.
그렇게 셋의 식사는 시작되었고, 식탁 주변엔 희망의 향기가 풍겨 나왔다.
식사가 끝나고 차를 한 잔 더 마신 태월은, 빅토리야를 침대에 편안히 눕게 했다.
“오늘은 몸 전체의 관절에 에너지를 주입할 겁니다. 불편한 부위가 있으면 그때그때 바로 알려주세요. 눈감고 편하게 있으면 돼요.”
마카르는 빅토리야에게, 태월이 기를 수련해 온 사람처럼 말해놨다. 그래서 태월이 하려는 게 기 치료인 줄 알고, 지금 받으려는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태월은 영혼 에너지를, 그녀의 전신 뼈마디 속 골수에 흡수시켜 나갔다.
그 에너지가 활성화되면, 골수에서 조혈세포가 작용한다. 그러면 건강한 혈액을 생성해나갈 것이다.
더불어 NK세포의 움직임도 왕성해질 것이고, 건강한 일반인처럼 면역력도 되찾을 터다.
한 시간 정도를 그렇게 한 후에 그녀를 보니, 나지막이 코를 골며 어느새 잠들어 있었다.
태월이 방문을 열고 나오자, 쇼파에 앉아 있던 마카르가 일어섰다.
“지금 잠들었으니 저녁에 경과를 알려주세요. 마중 나오진 마시고, 마카르 팀장도 쉬도록 하세요. 낼 다시 오도록 하죠.”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 이야긴 완치 이후에 하도록 하죠. 그럼 푹 쉬세요.”
태월은 그곳을 나와 바브르 법무법인으로 향했다.
“와, 오랜만입니다. 박태월 이사님!”
“하하, 안녕하세요. 드미트리 대표님!”
드미트리 보이코프, 바브르 법무법인 대표는 환한 미소로 태월을 반겨주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일찍 결과가 나왔네요? 일주일은 예상했는데.”
“하하, 실은 유사한 의뢰가 반년 전에 있었거든요. 뭐 그게 지금은 불발로 끝났지만, 자료는 이렇게 남아있습니다. 이틀이 필요했던 건, 변동 사실에 대해 추가할 시간이 필요했고요.”
“뭐, 어쨌든 바브르는 시원시원해서 좋네요. 어디 한 번 들어볼까요?”
“원래는 다섯 곳이었는데, BATR의 요구 조건에 따라 두 곳은 제외되었습니다. 규모가 커서 이전이 어려운 곳들은 뺀 것이죠.”
“네, 이해했습니다.”
드미트리가 3부의 서류를 태월에게 넘겨준다.
“거기 보시면 아시겠지만, 규모가 크진 않아도 필요한 허가를 다 취득한 곳입니다. 설립할 건물의 문제만 없다면, 종합병원도 가능하고요.”
“다른 것들도 필요한데요.”
“아, 물론입니다. 유명무실하긴 해도 명목상 의학 관련 연구소도 존재합니다.”
태월은 서류를 천천히 살펴보는데 특이한 것이 보였다.
“어? 여긴 제약회사도 있네요?”
“하하, 그 샤스찌예 재단이군요. 제약회사가 있긴 한데, 특허 기간이 풀린 복제약 만드는 곳이죠. 규모는 크지 않습니다.”
“허가받는 게 쉽지 않으니 이곳이 좋겠네요. 다른 재단들과 비교해도 크게 뒤떨어지지도 않으면서, 제약회사까지 있으니 아주 좋네요.”
“뭐, BATR의 미래적 관점에서 보면 그렇긴 합니다. 그럼 그곳으로 추진해보겠습니다.”
“허가 관련해서 문제가 없었는지도 확인해주세요. 나중에 그게 덜미가 되어서는 곤란하거든요. 그리고 진행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인력만 늘리면 시간이야 더 단축되는 일이니까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샤스찌예 의료재단은 준종합병원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상 그건 위장에 가까웠다.
동네 의원 몇 개를 합쳐 놓은 정도의 규모였고, 소득도 시원찮았다.
연구소란 것도 복제약들을 모아서 성분 분석이나 하는 정도였고, 제약회사의 뒤치다꺼리나 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샤스찌예 의료재단은, 두 달 후 100만 달러에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었다.
현재의 병원은 알혼섬에서 종합병원이 완공될 때까지는 운영하기로 했다.
알혼섬에서는 병원과 연구소를 짓느라고 한창이었다.
설계 시간을 대폭 줄이게 된 이유가 있었다. 최근에 지어진 한국의 종합병원 설계도를 조금만 손본 것이다. 그것도 두 배 정도 더 크게 건립하려고 그리한 것이다.
물론 설계비용은 지불하고 받아낸 것이었고.
땅이 남아돌다 보니, 땅 모양이나 크기에 구애를 받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동안 태월은 몇 번 더 빅토리야의 몸에 영혼 에너지를 주입했다. 그 덕분에 빅토리야의 몸 건강 상태를, 정상인의 80% 가까이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병원으로 가서 그 사실도 확인하였고, 그제야 부부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병원에서는 완치에 가깝게 된 원인을 알고자, 반복해서 재검사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입원도 권유했다.
부단히 노력했으나 그들이 알아낸 건 없었기에, 무리수를 던지는 것이다.
또 치료한 기공사라는 사람을 소개해 주면, 보상비를 주겠다는 제안도 했다.
마카르가 그 속셈을 다른 경로로 알아보니, 그 기공사를 무허가 의료행위로 고발하려는 의도가 숨어있었다.
태월은 그 말을 듣고 가슴이 뜨끔했다.
‘허, 고친다고 다 해결되는 일이 아니었군. 이거 생각을 좀 해봐야 할 일이겠어.’
병원의 요구에 당연히 마카르는 완강히 거부했고, 빅토리야를 그날 바로 퇴원시켰다.
“이제는 몸 스스로 면역체계가 새로 자리 잡았기에, 시간만 더 지나면 정상인 정도는 될 것입니다. 그동안 지켜보느라 고생했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 평생 가지고 가겠습니다.”
“저도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두 달간의 치료였지만, 실제로는 30시간 정도 치료한 것이다.
태월도 임상적 자료가 없었기에, 조심에 조심을 더하다 보니 시간이 그렇게 흐른 것이다.
매일 작성한 경과일지도 가지고 있지만, 사실 과학적 수치가 아니기에 참고사항이다.
병원과 연구소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태월은 질병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다.
‘대학의 진로를 일단 바꿔야겠다. 한국서는 오래 걸리니, 모스크바에서 빠르게 의대를 졸업하는 게 어떨까? 치료할 때마다 무면허란 게 발목을 잡을 거 같은데.’
태월은 그와 관련하여 가족들과 전화로 의논을 했다.
“엄마는 찬성! 아빠도 찬성이란다. 비록 한국은 아니지만, 비행기 타면 한국서 그리 멀지도 않잖니. 아들의 생각이 중요하다고 봐!”
“오, 모스크바 대학 의대라니. 그래, 열심히 해봐! 엄마랑 설희는 찬성이야!”
가족들이 전부 찬성하자, 이젠 같이 사는 또 다른 가족들과 상의를 하게 되었다.
“저도 모스크바 대학 갈 것이라서 잘되었어요. 저도 월반을 해서라도 빠르게 가볼게요.”
아샤의 말에 아사코가 아쉬워한다.
자신도 모스크바에 가서 도움을 주고 싶지만, 함께 갈 명분이 약했다.
“아쿠와 아루는 급한 일 생기면, 바로 비행기를 타고 넘어오면 될 거고.”
태월의 말에 아쿠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임원진과 간부급들이 제 자리를 잡았기에, 태월이 굳이 무리해서 회사 일에 열중하지 않아도 된다.
“태월? 나도 갈까? 밥이라도 누가 해줘야지.”
“하하, 정 뭐하면 하숙하면 되는데, 뭘.”
아사코가 눈치를 보다 용기를 내 말을 꺼낸다.
“제가 알혼섬에서 특별히 담당하고 있는 게 없잖아요. 원래 업무도 태월 님 개인비서였고요. 제가 가면 안 될까요?”
아사코의 말에 아샤의 눈이 커지며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