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30
“기장님! 기장님 제발 좀!”
유지하는 태연하게 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연락했다.
“쉿···”
조종실이 조용해졌고 두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통령님, 접니다.”
―아, 부회장입니까? 지금 어디에요? 괜찮은 겁니까?
“테러리스트들 제압해서 괜찮습니다. 그런데 비행기가 별로 안 괜찮은 모양입니다.”
―제압? 아, 알겠습니다. 조종사가 제압당한 모양이군요. 전문가가 대기 중입니다.
승무원들은 유지하가 대통령과 직통라인을 가지고 있는 걸 보고 크게 놀랐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즉석에서 지시를 들으며 계기판을 점검하는 둘이었다.
처음 보는 콕핏일 텐데 베테랑처럼 능숙하게 패널을 확인하고 보고하고 있었다.
‘진짜 말도 안 돼···’
‘아니 어떻게 저게 가능한 거야?’
“고도 충분하고, 연료도 이만하면 됐어. 인디라 간디 공항으로 가자고. 그라운드, 여기 KE117. 참고로 말하자면 정식 조종사가 아닙니다. 승객인데 잠시 조종간을 잡았습니다.”
―편하게 보고하세요, KE117.
“여기 지금···뉴델리 북부 상공인 것 같은데 우리를 도와줄 수 있습니까?”
―위치 확인했습니다, KE117. 만약 가능하다면 080으로 좌선회하세요.
“KE117, 080으로 좌선회하겠습니다.”
거대한 A330 여객기가 천천히 선회했다.
승무원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둘을 지켜봤다.
오늘 일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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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30 여객기가 비틀거리며 활주로에 착륙했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인도 특수부대에서 달려들어 기내로 진입했다.
잠시 후 테러리스트 다섯 명이 묶여 줄줄이 끌려나왔다.
인도 방송국에서 이 소식을 알렸다.
“아···지금 보시다시피 KE117편의 승객 233명 전원 무사합니다. 테러리스트 5명은 완전히 제압됐고, 승객들은 전원 무사합니다.”
전 세계의 언론사에서 이 소식을 전했다.
블랙메탈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유지하가 살았으니, 블랙메탈 생태계도 보전될 것이다.
물론 모든 승객의 생명이 소중하지만 어쨌거나 그가 살아있어서 다행이었다.
승객들은 인도 정부의 권유로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인도 정부와 치열하게 협상하는 동안 이상한 정보가 퍼졌다.
인디라 간디 공항 북부에 전투기가 불시착했다는 것이다.
인도 정부에선 뒤늦게 은폐하려 했으나 몇몇 사람들이 달려가 폰을 들이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얼마 후 사태의 진상이 밝혀졌다.
불시착한 전투기는 바로 여객기를 하이재킹한 그 국적불명의 전투기였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아챈 러시아가 즉각 조사팀을 파견하겠다고 나섰고 합동조사에 들어갔다.
중국 정부는 왜인지 자신들도 조사에 참여하겠다고 했지만 인도는 거절했다.
그리고 며칠 후.
유지하는 병원에서 인도 정부 대변인의 발표를 들었다.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불시착한 전투기의 조종사는 중국 공군 소속입니다. 전투기 또한 도장면을 벗겨 보니 중국 서부전구 102여단의 표식이 있었습니다. 이는 매우 충격적이고도 슬픈 소식입니다. 중국 정부는 왜 민간 여객기를 납치하려 했는지 이유를 소상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아마 지금부터 벌어질 일은 중국도 결코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국가가 나서서 테러를 저질렀으니까.
다만 여객기에 미사일을 쏜 것은 중국 자신과 유지하 외엔 아무도 모른다.
“그건 개인적으로 해결할 테니까 기다리라고.”
대가가 결코 작지는 않을 것이다.
곧이어 아르마가 병실에 들어왔다.
“사장님, 귀국할 시간입니다.”
“데이터 전부 확보했지?”
“네. 쟈오저룬의 컴퓨터를 뒤져서 이홍식을 비롯한 의원 몇 명의 중국 내 부동산 현황, 접대 이력 등을 확보했습니다. 물론 리우웨이와의 대화도 기록해뒀습니다.”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라 발뺌했다간 계란이 아니라 몰매를 맞을지도 모른다.
“일 터지면 또 징징대러 중국에 갈 테니까 쟈오저룬과 함께 날려버리면 되겠군.”
다소 시간은 걸렸지만 깔끔하게 청소한다 생각하니 마음은 후련했다.
유지하는 아르마와 함께 귀국했다.
혼란의 끝과 시작
유지하가 귀국길에 오르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보통의 경로를 따르자면 중국 영공을 관통하게 되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직접적인 테러를 저지른 시점에서 그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항공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모든 항공사가 중국을 우회하는 바람에 세계의 항공물류망에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유지하가 어떻게 한국으로 갈 것인가도 상당한 문제가 되었다.
인도 정부에선 공군기를 이용해 그를 한국으로 데려다주길 원했다.
아무래도 차후 인도양에 존재하는 블랙메탈 매장지 관련해서 좋은 비지니스를 시작할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국령 디에고 가르시아 섬에 주둔하고 있던 미 공군이 C-5 갤럭시 수송기를 제안하면서 갑자기 복잡해졌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미군이 그를 에스코트하겠다. 공중급유를 받으면 한국까지 충분히 가능하다.
이에 한국 정부에선 무조건 그를 한국 항공기로 데려와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었다.
전 세계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하는 가운데 서울공항이 아닌 오산기지에서 기자단을 맞으면 무슨 창피냐는 것이다.
이에 청와대 비서진은 공군 2호기인 B737을 파견해 그를 데려오자고 주장했다.
공군에서 수송기로 잘 써먹는 시그너스도 있으나, 아무래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기에 2호기가 적당하다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엔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B737-3Z8 기종은 항속거리가 4,000km남짓하기 때문에 중간급유가 불가피하다.
―방콕 등지의 공항에서 급유를 하면 되지 않나? 아니면 싱가포르도 있다.
―안 된다. 어디에도 내려앉지 말고 데려오라는 VIP의 지시가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에 그게 가능한 항공기는 공군 1호기밖에 없다.
2호기야 가끔 밀사를 파견하거나 할 때 대통령 없이 정부 인사를 태우지만 1호기는 완벽한 대통령 전용기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몇 년 전 대통령 전용기 도입 사업을 하다가 경제불황 때문에 중단되어서였다.
1호기는 예정대로 획득하는데 성공했지만 2호기는 돈이 없어서 80년대에 도입한 구형을 그대로 쓰고 있었다.
그걸 지금 내보내려니 VIP의 지시와 충돌하는 것.
회의가 길어지자 이현성 대통령이 1호기를 보내도 상관없다고 했지만 비서진들이 결사반대했다.
―2호기는 몰라도 1호기는 절대 대통령님 없이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
한편 유지하는 호텔에서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체 왜 안 오는 거지?”
“사장님을 데려오는 데 있어서 약간의 의견충돌이 있네요. 미국이 호위를 자청했기에 사정이 복잡해졌습니다.”
“그놈의 의전, 의전. 일단 인도 총리에게 인사나 해야겠군.”
그는 화상통신으로 라훌 간디 인도 총리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방인을 환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인도에 좋은 기억을 안고 떠납니다. 다시 방문할 때는 좋은 이야기를 가지고 오겠습니다.”
―우리 인도 공화국은 언제나 당신을 친구로 대우할 것입니다, 유지하 부회장.
그리고 얼마 후 대한민국 공군 2호기가 김포공항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르마가 사정이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 주었다.
“미 공군에서 급유해주기로 했답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한국 방공식별구역까지 호위도 겸하고요.”
“한국으로 들어오면 전투기가 날아오르며 나를 호위라도 하나?”
“네. 이런 멘트도 나갈 겁니다. 지금부터 대한민국 공군이 귀하를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
무슨 낭비냐고 하고 싶었지만 여기서는 참기로 했다.
가끔은···의전이 중요할 때도 있는 거지.
유지하는 인도인들의 환대를 받으며 대한민국 공군 2호기에 올라탔다.
여객기가 인도 영공을 벗어나자 디에고 가르시아 섬에서 출발한 미 공군기들이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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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하가 귀국하는 동안 미국은 러시아, 영국 등과 합동조사단을 꾸렸다.
사태가 워낙 심각해 인도의 조사만을 믿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전투기의 잔해는 엄격히 보존되어 있었고 인도는 흔쾌히 조사를 허가했다.
사실 워낙 증거가 완벽해서 별로 조사할 것도 없었다.
합동조사단은 얼마 되지도 않아 결과를 발표했다.
“조종사의 시신과 동체에 그려진 마크, 식별기호와 에어 인테이크의 형상을 봤을 때 중국 공군기가 확실합니다.”
“이 공군기는 서부전구 102여단 소속으로 확인되었으며, 중국 영공에서 공중급유를 받아 하이재킹에 참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탈레반 다섯 명을 이용해 테러를 사주했으나 용감한 승객들의 활약으로 하이재킹에 실패했습니다.”
“실패한 원인에 대해서는 면밀한 조사가 있어야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중국은 용납 받지 못할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중국의 만행임이 확실히 밝혀지자 각국은 즉각 비난에 나섰다.
2026년에 테러단체도 아닌 엄연히 국제사회의 일원이 하이재킹을 자행했다는 것은 그만큼 큰 충격이었던 것이다.
의외로 미국이 성명 발표를 미루는 가운데 EU의 국가들이 포문을 열었다.
―충격적이고 슬픈 일이다. 2026년 중국은 하이재킹이라는 범죄를 저질렀다. 국가가 나섰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없는, 절대 용납 받지 못할 일임에 틀림없다···
―스프래틀리 군도 강점에 이어서 중국의 탐욕은 끝이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실망이다, 중국.
―2020년대 들어서 가장 실망스런 소식 – 중국은 자기 통제력을 잃었으며 최소한의 상식마저 무너져버린 국가가 되었다.
평소 EU의 여러 국가들은 중국과 다소 떨어져 있다는 점 때문에 그럭저럭 괜찮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객기를 납치하고 은폐하려던 시도는 그들마저 경악시켰고 강경한 입장문을 발표하도록 만들었다.
러시아와 일본 등도 비난에 나섰다.
―중국이 납치로 돈을 벌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 즉각 사과는 물론 필요한 조치를 하기 바란다.
―도대체 G2국가로서의 자각은 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일본 정부로선 매우 유감을 표명하는 바이며 피해자인 한국 승객과 유지하 부회장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100여개 국가들이 강경한 어조를 쏟아내는 가운데 미국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대변인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9.11을 거론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우리는 중국과 같은 국가가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는 데에 슬퍼하면서도, 또한 분노해야 합니다. 과거 9.11의 악몽이 다시 일어나선 안 됩니다.
―이번 사태에서 의연하게 행동하고 용감하게 테러리스트들을 제압한 KE117기의 승객 여러분들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또한 침착하게 여객기를 조종한 유지하 부회장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끝으로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물론 진짜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2020년대에 들어 양국의 교역량은 폭증했고 경제적으로 너무 얽혀 있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렇듯 대놓고 압박함에도 중국은 예전처럼 발끈해 반박하지 못한다는 게 중요했다.
즉 그들도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일단 숙이기로 한 것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이번 사태의 배후로 서부전구 사령원 등 수십 명을 체포했다고 한다.
또한 한국 내의 NCC그룹을 통해 1천억 위안 규모로 투자할 뜻을 넌지시 내비쳤다.
그러나 이 사태의 중심에 있었던 유지하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마침내 공군 2호기가 서울공항에 도착했고 정부 관계자들이 그를 맞았다.
생방송으로 진행되었던 터라 다들 그 환대에 혀를 내둘렀다.
―오바 쩌네. 무슨 국빈 방한했냐?
―대통령도 사실은 비서실장 대신 저기 나가고 싶었을 거야.
―유지하 비행기에서 내려오는 거 보니까 무슨 영화 같음.
―테러리스트 제압한 것도 유지하하고 아르마가 한 거라며?
―무슨 에어포스원도 아니고···
―근데 다른 승객들은 어떻게 된 거냐? 왜 같이 안 오는 거임?
―유지하는 VIP이고 다른 승객들은 일반인이라서?
―뭐 그렇게 비꼴 필요까지 있냐? 정부에서 전세기 동원해서 데려온다던데.
―인도에서 유지하가 사람들 다 만나서 사과했다던데. 자기 때문에 이렇게 됐다면서.
―SNS에 누가 글 올렸는데 받는 쪽이 민망할 정도로 사과했다더라. 그리고 선물 하나씩 돌림.
―걔도 피해자인데 그렇게까지 하네···
―다른 재벌 새끼들은 맨날 사고치고 그러는데 얘는 사람이 됐다니까.
―잘생겼고 머리 좋고 돈도 많은데 인성까지 ㅅㅌㅊ네. 밸런스 실화냐.
이윽고 유지하가 정부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임시로 마련된 연단 앞에 섰다.
지금 이 순간 이 방송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수천만에 달했다.
어떻게 발언하느냐에 따라 전 세계의 증시가 요동치고 블랙메탈 생태계가 좌지우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와 승객들을 도와주신 인도 정부와 한국 정부, 그리고 미국 정부에 무한한 감사와 신뢰를 전합니다. 그에 반해 비열한 테러리즘으로 승객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저의 자유를 빼앗으려 한 중국 정부에 대해서 분노를 감출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어 선언하고자 합니다. 더 이상 중국 정부와 대화는 없습니다. 타협도 없고, 교류도 없습니다. 중국 정부는 블랙메탈 생태계에서 퇴출될 것이며 단 하나의 분해기도 확보하지 못할 겁니다.”
이 말은 투자도 받지 않고 철저히 없는 국가 취급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일부 기자들은 일본의 경우를 떠올렸다.
그때도 이런 분위기였는데 결국 얼마 가지 못하고 풀리지 않았는가.
돈 앞에 장사 없다는 건 진리였다.
‘어차피 투자 약속받으면 풀어주겠네.’
‘중국 덩치가 너무 커서 현실적으로 무시할 수가 없겠지.’
하지만 이어지는 유지하의 발언은 기자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이 조치는 제가 죽을 때까지 시행됩니다. 여기에 계신 여러분들이 증인입니다.”
폭탄선언이 떨어졌다.
회견장이 침묵에 감싸인 가운데 유지하는 다시 선언했다.
“제가 죽을 때까지, 현 중국 정부와의 교류는 없습니다. 이상입니다.”
그렇다면 현 중국 지도부가 갈아치워지면 교류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그게 현실성이 없음은 누구나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사라지자 각국에서 중국에 대한 제재안을 발표했다.
중국 증시가 폭락했으나 한국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일부 중국과 관련된 회사의 주가가 내려앉았고 신라에너지 등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중국은 한국의 경제에서 완전히 배제하기엔 너무 덩치가 컸다.
지금까지는 그랬다는 말이다.
유지하는 아르마에게 지시했다.
“그거 시작해.”
5월이 다 되어가는 어느 날 검찰과 경찰, 각 언론사에 서류봉투 하나가 배달되었다.
몇 장의 사진과 서류를 담은 이 봉투가 한국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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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한 방송국의 국장실은 담배연기로 자욱했다.
테이블 위에 놓인 몇 장의 사진과 서류가 간부들을 고뇌에 빠져들게 하고 있었다.
이홍식, 진철진, 배동국···
여당의 중진 중 중진이라 할 수 있는 의원들이 발가벗은 것이나 다름없는 여자들을 끼고 놀고 있었던 것이다.
그뿐이면 말도 안 하지.
서류엔 이 의원들이 소유한 베이징 내 부동산 현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차명계좌는 물론이고 수십억에 달하는 거래내역까지 소상히 적힌 것은 덤이다.
“이거 터지면 완전 끝장인데.”
“친중파 의원들 싹 날아갈 겁니다. 다음 총선까지 볼 필요도 없어요.”
“NCC그룹에서 제공한 게 사실이라면, 한국에서 사업 접어야 할 겁니다.”
“시위가 안 일어나면 이상하네 이건.”
사람들의 발언에는 현실성이 녹아 있었다.
안 그래도 유지하와 승객들을 납치하려던 중국인데 이런 스캔들까지 터지면 반중감정이 폭발할 것이다.
중국의 세력이 소멸하진 않겠지만 기반 자체가 흔들릴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심지어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보도국장은 서류봉투에 들어 있던 USB를 노트북에 꽂고 파일을 재생했다.
낯익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당에서는 실망하고 계십니다. 그깟 기업 하나 마음대로 못 주무릅니까?
―면목이 없습니다···
―긴 말 할 거 없습니다. 제대로 압박 넣어서 반드시 소스코드 받아내십시오. 기업 하나 어쩌지 못하면서 당과 무슨 대업을 하겠다는 겁니까?
―꼭, 꼭 받아내겠습니다.
사람들의 손에서 담배가 툭 떨어졌다.
이건 누가 들어도 리우웨이와 이홍식의 목소리였다.
상황을 깨달은 국장 한 명이 허탈해했다.
“왜 국방위에서 드론 시스템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가 했더니···”
“이홍식이 이거 완전 매국노였네.”
“그런데 이거 누가 녹음한 걸까요? 완전 옆인 것 같은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터져도 적당히 터져야지···이거 의원직이 아니라 생명이 위태롭겠는데요.”
“보도합시다. 이거 누구도 감당 못해요. 차라리 이 분위기에 편승하는 게 낫습니다.”
방송국 간부들의 의견이 한 곳에 모였다.
사실 이 서류봉투를 받은 곳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어차피 못 막으면 빨리 터트리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중국에 취재팀이 파견되었고 그날 아침 뉴스에 특보가 나갔다.
사람들은 지하철에 시달리면서, 때로는 밥을 먹으며 이 기가 막힌 뉴스를 들었다.
―이홍식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의 중국 커넥션이 사상 최대의 의혹으로 떠올랐습니다.
―여당 중진 의원 다섯 명이 보유한 부동산 현황입니다. 모두 합하면 한화 78억 원에 달하는 거액인데요, 정말 의심스러운 항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절도를 저지르다 입국을 금지당한 리우웨이와의 대화내용까지 입수했습니다. 함께 들어보시죠.
문제의 그 대화가 전국에 송출되자 사람들이 기가 막혀 했다.
―이거 진짜야? 한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도 되는 거야?
―거의 중국인 아니냐? 왜 한국에서 한국인 행세를 하고 있어?
―이 매국노 새끼들 다 잡아 죽이자!
사람들의 분노가 폭발하는 가운데 인터넷에서는 문제의 사진 몇 장이 퍼졌다.
누가 봐도 이홍식 의원임이 분명한 인물이 자신에게 올라탄 여자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는 사진이 대표적이었다.
그의 주위에는 낯익은 인물들이 비슷한 행위를 하고 있었고, 네티즌들은 그들의 이름을 모두 찾아냈다.
―이홍식, 진철진, 배동국, 이오현 이새끼들 진짜 미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