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32
―세틀러호의 순항속도로 50년쯤 걸리는 장소에요. 이 항로도를 보면 항성으로 보이는 주위에 행성이 있음을 알 수 있어요. 즉 골디락스 존인 거죠.
유지하는 회상에서 빠져나와 물었다.
“골든 레코드가 언제 달에 오지?”
여기서 골든 레코드란 다름 아닌 보이저 1호에 실려서 태양계 밖으로 나간 지구의 기록물을 말한다.
선지자가 보이저 1호를 발견한 뒤 골든 레코드에 방대한 기록을 남겨 태양계로 날려 보낸 것이다.
인류연합은 그것을 뒤늦게 알아채고 확보했으나 플레이그와의 전쟁으로 잃었다.
항로도 일부도 소실되어서 현재로선 선지자의 고향에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대략적으로 2030년 전후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럼 그 전에는 달에 진출해 있어야겠군.”
“로드맵으로 보면 올해 4분기에 달 탐사가 계획되어 있습니다.”
스타필드.
우주 진출을 위한 회사명이며 프로젝트를 가리키는 이름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현재 나로우주센터를 인수한 후 여러 부품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인력을 흡수하고 있었다.
CEO는 박현수란 이름을 가진 안드로이드로, 아르마가 직접 컨트롤한다.
이미 여러 차례 언론과 인터뷰도 했고 세간에는 실력 있는 유학파 과학자로 위장하고 있었다.
“4분기에 달 탐사면 연소시험 일정이 급하겠는데.”
“이온 추진기는 단발이므로 연소시험도 간단할 겁니다. 문제는 이게 공개되면 또 한 번 뒤집어진다는 거죠.”
현재 스타필드가 계획하는 엔진은 기존의 액체연료를 쓰지 않는다.
플레이그의 추진부를 모방한 이온 추진기를 쓸 예정이었다.
녀석들은 코어를 이용해 블랙메탈을 다양하게 상전이시켜 활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체원소를 가속시켜 분사하는데 이온 엔진과 원리는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물건이었다.
이 추진기가 공개되는 순간 기존의 엔진을 포함한 발사체는 모조리 사장될 것이다.
효율은 비교할 수조차 없고 단가도 훨씬 저렴할 뿐더러 제작기간도 짧으니까.
“우주산업까지 나한테 종속되는 건 피하려 할 텐데···”
“그게 싫다면 비효율을 감수할 수밖에 없겠죠.”
“어쩌면 우주산업을 포기하려 들 수도 있겠어. 그걸 위해서 달콤한 사탕을 달에 하나 두고 싶은데.”
“음···언옵테늄은 어떨까요? 차후의 다이아몬드 반도체와도 연계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핵융합도 가능해지죠.”
“상온 초전도체는 너무 일러. 일단은 고온 초전도체부터 시작하지.”
고온이라고는 하지만 이는 상대적인 것으로 영하 5,60도 정도에서 작동할 것이다.
약간의 비용만 들이면 산업에서 충분히 쓸 수 있는 조건이다.
언옵테늄이 뭔가 하면, 목성에서 발견된 물질이다.
인류연합이 플레이그와 싸우고 목성의 대기를 수색하다가 발견한 것이다.
얼핏 금속처럼 보이지만 금속은 아니며 상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인다.
그 정체는 아마도 플레이그의 배설물.
당시 루시아는 플레이그가 싸놓은 똥이 목성의 엄청난 대기압에서 상전이하여 언옵테늄이 되지 않았나 추측했다.
―우주괴물쯤 되니까 똥도 엄청나네요. 오줌은 안 싸나 몰라. 유용하게 써줄 텐데.
“그럼 언옵테늄에 다른 원소를 섞어서 화합물을 만들겠습니다.”
“달에 파묻고 우리가 발견한 척 하자고.”
“그건 놀이공원에서 보물을 발견한 어린아이 같은 발상이네요.”
“우리도 선지자에 비하면 어린아이라고 할 수 있잖아? 이 우주라는 넓은 놀이터에 첫 발을 디딘 어린아이인 거지.”
“어린아이보다는 요람에서 굴러 떨어진 아기가 아닐까요?”
“돌아왔으니까 됐어.”
유지하는 처음으로 제독석에 앉았다.
왠지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마치 자신의 자리인 것처럼 익숙해졌다.
이 자리에 앉아 인류연합을 재건하고 플레이그를 소멸시키는 것으로 그의 역할은 끝난다.
하지만 할 일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선지자의 고향.
바로 그곳에 가야 한다.
인류의 미래가 거기에 있으니까.
현명한 선택 – 1
외국의 첫 번째 블랙메탈 배터리 공장 부지가 발표되었다.
경남 사천과 전남 여수로, 수도권이 아니란 점이 특이했다.
최근 기업들은 경영의 효율화, 집중화를 이유로 수도권에 자리 잡는 것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위치가 남부인 것을 두고 정치적 판단이다, 지자체의 출혈이 심했다 등으로 여러 추측이 오갔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항구가 가깝기 때문이었다.
블랙메탈 배터리는 몰라도 원광은 배로 실어 나르는 것이 편하고 그러려면 항구도시여야 한다.
또한 향후 태평양에 건설될 메가시티와의 연결성도 고려해야 했다.
초공동열차로 연결하려면 아무래도 항구도시인 게 편하니까.
사실 두 도시에 지어지는 배터리 공장은 유지하의 소유도 신라그룹 소속도 아니었다.
독일의 대표적인 자동차기업인 벤츠, BMW, 폭스바겐 그룹이 파트너쉽을 맺어 주식회사 아우토바터리를 만든 것이다.
공장 건립도 운영도 아우토바터리의 몫이므로 유지하와는 큰 관련이 없었다.
다만 핵심인 고해상도 분해기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챙기므로 완전히 별개라고 선을 긋긴 어려웠다.
그리하여 유지하는 마음에도 없는 공장의 기공식에 참가해야 했다.
영혼 없는 박수를 보내는 정치인, 기업인들과 함께 말이다.
짝짝짝짝―
‘이게 무슨 난리야.’
그간 유지하는 대한민국의 의전을 쓸데없는 것으로 취급해왔다.
하지만 맹세코 이 기공식만큼 의미 없는 행사는 찾기 힘들 것이다.
‘바로 공사를 안 하고 이 거창한 무대는 대체 뭐야?’
참가자끼리 모여 기념촬영을 해야 하는 이유는 뭔가?
왜 반쯤 벌거벗은 여자들이 식전공연이랍시고 엉덩이를 흔드는가?
왜 내빈께서 입장하는 중이시면 박수로 환영해야 하는가?
왜 아무 상관도 없는 정치인이 축사를···
‘그만두자···’
유지하는 대한민국의 의전에 꽤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그는 거의 4시간 동안 이어진 기공식에 혀를 내둘렀다.
‘플레이그만큼이나 강적이군.’
그나마 다행인건 끝이 보인다는 점이었다.
내빈들이 아주 예쁘게 단장된 모래언덕에서 황금 삽으로 한 삽을 퍼는 것으로 기공식은 끝이 났다.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BGM과 폭발하듯 흩뿌려지는 색종이는 다 끝났다고 생각하니 그럭저럭 참아줄 수 있었다.
‘드디어···끝났다···’
영혼을 갈취당하고 앉아 있던 그에게 신 회장이 낄낄거리며 다가왔다.
“아주 죽을상이구만. 하긴 요즘 사람들에게 이런 자리는 쉽지 않지. 자네도 익숙해지는 게 좋을 거야. 주목받는 사람이잖나.”
그의 말마따나 행사가 끝났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사진 한 방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
그 사진은 정치인의 유세나 기업가의 홍보 등으로 이용되겠지.
무릎을 털고 일어서는데 아우토바터리의 CEO인 요제프 벤더가 통역을 대동하고 악수를 청해왔다.
“반갑습니다, 부회장님. 많이 신경 써주신 덕분에 폭스바겐 그룹에서 세계 최초의 블랙메탈 배터리를 탑재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블랙메탈 배터리를 최초로 탑재하는 차는 신라오토의 윈드러너다.
하지만 신라오토는 미국을 제외한 해외에 공급망을 가지지 못해서 진정한 글로벌이라고는 할 순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최근 전기차 업계의 화두는 단연 블랙메탈 배터리를 누가 먼저 탑재하는가였다.
폭스바겐 그룹을 비롯한 독일 자동차 기업들은 누가 봐도 깔끔한 태도에 좋은 조건을 제시해 제일 먼저 기공식 삽을 떴다.
그 뒤를 이어 미국의 포드나 GM도 거의 비슷한 속도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바로 일주일 뒤에 기공식이 잡혀 있는 걸 보면 그렇다.
이렇듯 독일과 미국이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일본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였다.
자국의 블랙메탈만 믿고 있다가 탈탈 털렸으니 충격이 오죽할 것인가.
특히 토요타가 충격이 심했는데, 보이콧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는 바람에 주가가 폭락에 폭락을 거듭했다.
그걸 만회하는 방법은 블랙메탈 수급을 확정짓는 것이었지만 쉽지가 않았다.
한국 내에서 생산하는 블랙메탈은 이미 주인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토요타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도가 아니라 하반신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렉서스고 뭐고 미국 시장의 점유율을 독일차에 다 뺏기기 생겼기 때문.
여기선 빠르게 사장을 선임하고 방한해 최소한 렉서스에 공급할 물량만이라도 확보하는 게 우선이었다.
하지만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꼬였는지 회의를 위한 회의를 거듭하면서 아무런 결정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일부 간부들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유지하를 일본에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그게 되겠냐고 맹폭격을 당했다.
장년층 이상의 일본인 특유의 한국을 동생으로 여기는 시선을 포기하지 못한 것이다.
아무튼 상황이 이렇게 되자 요즘 독일의 자동차 기업들은 표정관리를 하고 있었다.
일본이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잃으면 누가 얻겠는가?
유지하는 살짝 미소 지었다.
“합리적인 제안을 거부할 이유는 없죠.”
일본이나 애플, 미래자동차는 합리적인 제안을 하지 않았기에 뒤로 밀렸다.
둘은 악수를 나누고 행사장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K-시티에서의 자율주행차 테스트, 무척이나 인상 깊었습니다.”
“그걸 직접 와서 보셨습니까?”
“제가 아니라 회장님께서 오셨지만요. 하여튼 회장님께선 큰 감명을 받으시고 독일에서 테스트를 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아르마의 자율주행 알고리즘은 이미 각국의 도로사정을 고려해 설계되어 있었다.
당장 모듈을 수입하여 탑재하기만 하면 쓸 수 있는 것이다.
“폭스바겐의 자율주행 모듈도 레벨 3는 되지 않습니까?”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런 자리에서 말씀드리긴 좀 그렇지만, 뭔가 다르더군요. 신라오토의 알고리즘은.”
아르마가 설계한 것이니까.
그녀는 수억 개에 달하는 연산유닛 중 일부를 동원했다.
거대한 가상세계를 구성하여 1억대가 넘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달려보게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10년에 한 번 있을까말까 한 희한한 상황도 재현되었고 고스란히 피드백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완성도가 계속 높아져서 사람의 운전보다 월등한 수준이 되었다.
언제라도 레벨 5를 받을 수 있지만 사고가 났을 시의 책임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었다.
요제프 벤더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신라오토의 SOC를 시범적으로 수입하고 싶습니다.”
“안될 것 없죠. 제안서를 보내주시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이만 빠져야겠군요. 많은 분들이 부회장을 원하시니.”
벤더는 눈치를 보며 빠르게 빠졌다.
그 자리를 대신한 사람은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미래자동차그룹의 회장이었다.
유형석.
유지하에게는 큰아버지가 되지만 16년 전 절연했으므로 큰 의미는 없었다.
어차피 그의 아버지도 제사를 따로 지내며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람은 입장이 다른 모양이다.
그는 비서진을 대동한 채 유지하의 앞길을 막아섰다.
확실히 핏줄은 속일 수 없는지 그 나이에도 허리가 꼿꼿하고 훤칠했다.
“언제까지 그럴 거냐?”
“···갑자기 무슨 말씀이십니까?”
“성준이가 보낸 제안서를 다 무시했다고 들었다.”
“아···그 택도 없는 제안서요. 휴지통에 버렸습니다.”
“뭐?”
유형석 회장의 인상이 확 일그러졌다.
“상관없는 게냐?”
“그 아랫사람에게나 하는 말투를 저한테 쓰지 마십시오. 다음부터는 안 듣겠습니다.”
“큰아버지한테 못하는 말이 없구나.”
유지하는 피식 웃었다.
“16년째 본가는 쳐다보지도 말라고 하셨다면서요? 남보다 못한 사이에 뭘 이제 와서 예의를 찾으십니까.”
“이놈 못 본 사이에 버르장머리가···”
“참고로 말씀드리는데 여기서 멈추십시오. 안 그러면 무서운 사람들이 회장님을 제지할 겁니다.”
유형석 회장은 급히 주위를 둘러보곤 행사장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네 명 발견했다.
아마도 국정원에서 붙은 요원일 것이다.
그는 이를 악문 목소리로 말했다.
“···좋다. 네가 그렇게 나오니 나도 정을 버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16년 전에 끊어졌습니다만···아무튼 들어는 보겠습니다.”
“그 블랙메탈 배터리, 미래자동차에 대라. 단가는 섭섭하지 않게 쳐줄 테니까.”
“이 경우에는 대라가 아니고 대주십시오, 하고 부탁하는 겁니다.”
“상관없는 게냐? 미래자동차가 휘청해도?”
“그게 저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그는 어이없어 했다.
“모르는 모양이구나. 미래자동차그룹에 딸린 계열사만 30개가 넘는다. 하청업체 숫자는 나도 정확히 모른다. 수백만 명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지.”
“제 잘못된 선택 때문에 수백만 명이 고통 받는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우리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지. 더 이상 길게 말하지 않겠다. 독일 3사에 댄 물량만큼만 대라. 일단은 그거면 숨을 돌릴 수 있으니까.”
“죄송합니다만 그건 제가 아니라 신 회장님에게 말씀하셔야 합니다.”
“누구?”
“한성그룹의 신주호 명예회장님 말입니다. 국내의 블랙메탈 배급권은 그 분이 위원장으로 계신 위원회에 있습니다.”
유형석 회장의 얼굴이 붉그락푸르락 변했다.
이놈이 나를 놀리나 생각했던 것이다.
“무슨 헛소리냐. 네 말 한마디면 모든 것이 바뀌는데 위원회 따위가 뭐가 중요해?”
“위임했으니까 충분히 중요하죠. 앞으로는 그쪽과 좋은 이야기 나누십시오.”
한성그룹의 신 회장이라면 유형석 회장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가 젊었을 시절에도 회장님이라고 불렸으니까.
유지하가 돌아서는데 그가 잔뜩 목소리를 깔았다.
“현명하게 선택해라. 국내의 자동차 산업을 무너뜨릴 셈이냐? 이게 한국인으로서 가당키나 하냐고?”
“말은 확실히 해야죠. 미래자동차가 무너지는 겁니다.”
“그게 동의어라는 것 정도는 알 만한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미래자동차그룹의 점유율이 85%에 달하니 뭐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머지 10%는 외제차이고 신라오토는 겨우 5%였다.
“지금까지는 그랬을 겁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아닙니다.”
“그 자만 언제까지 갈지 두고 보겠다.”
유지하는 등을 돌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사람은 미래그룹을 이끌기에 역부족이었다.
단지 장남이라는 이유로 물려받은 것에 불과했다.
상황파악을 못하는 것은 재벌로 태어나서 승승장구했을 테니 아주 이상하진 않았다.
‘그런 면에선 내 아버지가 훨씬 낫지.’
유경석 회장은 자제를 알고 자신의 한계도 잘 알았다.
대단한 능력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유지하의 입장에서 보면 어차피 비슷했다.
그라면 향후 미래자동차그룹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유지하에겐 그런 자잘한 것까지 맡을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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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어느 날 유지하는 다시 시드니로 향하는 여객기에 탑승했다.
호주에서 어택급 잠수함 사업을 위한 프리젠테이션을 재요청한 것이다.
어지간한 무기획득 사업에선 설명회에 참석하지 못한 시점에서 아웃이다.
돈 쓰는 쪽이 갑이니 을의 사정을 봐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호주 해군 측에선 일본의 타이게이급 제안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일본 특유의 잠수함 설계사상 때문에 거주성이 절망적이었고 각종 무기체계와 정부의 금융지원 등도 미흡했던 것이다.
자연스럽게 남은 것은 바라쿠다급과 안창호급 개량형인데 여기에서 블랙메탈이라는 변수가 등장했다.
여러 평가항목에서 가장 쳐졌던 안창호급이 배수량만 제외하면 바라쿠다급을 앞설 정도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유지하는 호주 해군과 획득관리단 관계자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게 되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블랙메탈 탑재형 안창호급 개량형은 향상된 작전능력으로 호주 해군에 새로운 선택지를 마련해 줄 것입니다.”
“안창호급 개량형은 고전압에서 유리하기에 속도가 상당히 빠릅니다. 최대전술속도 25노트를 보장하며 이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제외한 그 어떤 재래식 잠수함보다 빠른 속도입니다.”
“잠항시간을 포함한 작전반경에서도 큰 진전이 있었습니다. 안창호급 개량형의 잠항시간은 10노트에서 2천 시간 이상이며 순항속도에서 작전반경은 4만km에 달합니다.”
“으음···”
“상당히 빠르군요.”
“작전반경만큼은 콜린스급에 안 될 것 같았는데 2배가 넘는다니.”
“솔직히 저 이상의 작전반경은 미국이나 러시아가 아니면 필요 없습니다.”
호주 해군 관계자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타국 연안에서 작전하는 미 해군이나 그런 적을 상대로 태평양에서 숨바꼭질을 해야 하는 러시아는 원자력 잠수함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호주는 그만한 영향력을 가질 수 없었고 자국 내에서의 작전이면 충분했다.
물론 호주 해군 자체가 상당히 넓은 영해를 담당하는 만큼 지금까지의 재래식 잠수함이 영 성에 안차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오늘 이 안창호급 개량형은 딱 하나만 빼고 다 마음에 들었다.
바로 4,300톤 밖에 안 되는 수중배수량.
개량했다고는 하나 5천 톤이 넘어가는 바라쿠다급에 비하면 상당히 열세였다.
물론 유지하는 거기에 대해서도 반박할 자료를 갖고 있었다.
“바라쿠다급이 제안한 척당 30억 달러의 비용이면 안창호급 개량형은 2척이나 건조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1,000톤의 배수량을 감내하고 쓸 것인가, 아니면 두 배의 비용을 낼 것인가.
관계자들을 고뇌에 몰아넣은 유지하는 더 달콤한 사탕을 꺼냈다.
“만약 호주에서 안창호급 개량형을 채택할 경우, 신라중공업에선 호주에 납품할 블랙메탈 채광선을 별도로 건조할 의향이 있습니다. 이는 초도함을 신라중공업에 맡긴다는 조건이며, 정부의 금융지원도 포함됩니다.”
채광선을 별도로 건조한다는 것은 일종의 특혜를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기다 대한민국 정부가 금융지원을 약속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프랑스 정부는 금융지원에 대해 인색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거대한 무기획득 사업엔 기술이전이나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들어간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한국의 안창호급 개량형은 매우 매력적이었다.
끝으로 유지하는 새로운 호주 해군의 잠수함이 넓은 바다를 누비는 영상을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