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96
―영주권자가 아니면 출입할 수 없습니다.
이는 각국의 수뇌부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서 미국의 매킨리 대통령도 방문을 거절당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쯤 되자 각국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슬슬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유지하와 인류연합이 보여준 것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지하는 강력한 독재 시스템과 계급제, 그리고 그것을 펼칠 수 있는 실질적인 국가까지 손에 넣었다. 그것으로 뭘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성향 상 세계 평화에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매우 위험한 인물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인류연합과 유지하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EU등에서 비판이 쏟아졌지만 미국은 당장 제동을 걸진 않았다.
인류연합이 개방되면서 많은 정보가 흘러들어왔고 연구할 만한 것이 여럿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매스 드라이버는 레일건 이상의 관심을 받았다.
쓰레기 처리용이 아니라 군사용으로.
매스 드라이버는 질량체를 전자기 가속해서 대기권으로 쏘아 올린다.
지구탈출속도를 가볍게 돌파하는 만큼 사거리가 어마어마했고 이는 곧 군사용으로도 충분히 쓰일 수 있었다.
쓰레기 대신 탄두를 집어넣으면 초대형 대포가 되지 않겠는가?
미국의 정보기관은 사거리가 최대 1만km에 달한다는 추측을 내놓았고 이는 수뇌부의 우려를 낳았다.
“이제 한국은 ICBM 없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안트론 탄두를 탑재해 날리면 캘리포니아까지 닿습니다.”
“다만 위치가 드러나 있으므로 실전에 쓰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언 빔을 배치해 미사일을 요격한다고 해도 한계는 있으니까요.”
“대량의 전력을 소모하므로 핵융합 플랜트 없이는 쓰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여러모로 무기로 쓰기에는 부적합합니다.”
“···일단 발표를 기다리기로 하지.”
미국도 워낙 엮인 게 많아서 섣불리 제재를 가하기가 어려웠다.
당장 달기지 건설이 중단되면 이쪽도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
다행히도 유지하는 매스 드라이버를 군사용으로 쓰진 않는다고 천명했다.
“모든 매스 드라이버는 신라그룹에서 관리하므로 군사용으로는 쓰이진 않을 겁니다.”
다른 무기도 많은데 매스 드라이버에 군사용이라는 이미지를 씌울 필요는 없었다.
세부발표에 의하면 각국은 투자금을 내고 설비를 도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용에는 요금이 들어가며 관리는 전적으로 신라그룹이 맡는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돈 내놔.
각국은 기가 막혀 했지만 이용을 안 할 수가 없었다.
핵융합 플랜트와 연계할 때 1kg을 우주로 던지는 데 드는 비용이 5달러 이하로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치고는 높은 비용이지만 영토가 좁은 국가에는 비용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거기에 핵폐기물까지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메리트를 가진다.
각국은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이건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향후 문라이트 프로젝트가 확장되면 헬륨3를 저렴하게 가지고 올 수 있다. 그 경우 비용이 더 인하되어 쓰레기까지 처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매스 드라이버를 도입하기 위해선 핵융합 플랜트가 필수적이었다.
유지하와 척을 진 몇 개 국가와는 협상 테이블마저 마련되지 않았고 미국과 러시아, 독일 등이 우선협상권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던 중 인류연합에선 북태평양에 넓게 펼쳐진 쓰레기 섬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한반도 넓이의 몇 배나 되는 쓰레기 섬이 시간이 갈수록 빠르게 줄어들었다.
EU등에선 히틀러도 비건이었다며 비아냥거렸지만 유지하는 반응하지 않았다.
집 주위를 깔끔하게 청소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분열되는 동아시아
“내부정리가 끝났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말은 러시아의 땅을 영구히 양도하는 것을 반대하는 국내의 세력을 숙청했다는 뜻이다.
아무리 그라고 해도 야당이나 국민들의 반발을 완전히 무시할 순 없었고 투표도 거쳐야 한다.
어마어마한 넓이의 땅을 한국에 넘기는 만큼 그 과정이 매우 길었으나 이제 결실을 맺기에 이르렀다.
그의 손가락이 길게 선을 그었다.
“중국, 아니 중맹에서 땅을 받았다고 했지요? 여기부터 여기까지, 한국에 드리지요.”
선은 한반도의 왼쪽 끝에서 시작되어 만주를 살짝 비켜가더니 동 시베리아 해까지 거침없이 올라갔다.
캄차카 반도는 물론 사할린, 동 시베리아와 추코트카가 포함된 엄청난 크기였다.
이 구상이 현실화되면 한국은 미국의 영토 알래스카와 마주보게 된다.
추정매장량 100억 배럴이 넘는 유전과 천연가스 매장지는 덤이다.
한반도의 20배가 넘는 영토를 보고서도 유지하는 무덤덤했다.
“괜찮군요.”
“주민들은 곧 이주를 시작할 겁니다만 남겠다고 말한 사람도 적지 않아요. 아마 유 대통령의 능력을 기대하는 것이겠죠.”
“그들이 희망한다면 한국인으로 대우할 겁니다. 다만 자치는 확답할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완벽한 통치체제를 원하는 것 같으니···나도 기회만 된다면 그러고 싶군요. 하지만 시베리아 주위의 땅은 정말로 엉망입니다.”
“다 방법이 있죠.”
푸틴 대통령은 사진 한 장을 가져왔다.
러시아 소속 연구진이 메가시티에 입주해 보낸 사진이었다.
“그건 아마 이 도시를 말하는 것이겠죠? 블랙메탈로 도시를 만들 중이야 상상도 못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이 도시에 관심이 많습니까?”
“의심이 아니라 들여올 수 없을까 고민하는 쪽입니다. 이번에 합병한 우크라이나 지역에 말이지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성공적으로 이뤄졌고 서방세계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슬슬 마무리되는 중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미국은 서유럽이면 모를까 동유럽에는 크게 개입하지 않았다.
덕분에 우크라이나와 국경선을 마주한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이 긴장한 상태였다.
독일 등의 서유럽은 러시아의 서진이 현실화됐다며 국방비를 상승시켰고 말이다.
하여튼 여러 국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벨라루스에 이어 우크라이나까지 러시아 연방 소속이 되었다.
유지하의 협조가 계속된다면 옛 소비에트 연방의 영광도 불가능은 아니었다.
“관심을 돌릴 지역이 필요하신가 보군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하나다. 이제 당신들은 러시아인이며 우리는 홀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징적인 도시가 필요합니다.”
“도시라···여기가 좋겠군요.”
유지하가 찍은 곳은 루마니아, 벨라루스 지역과 연한 낙후지역으로 소수의 촌락밖에 구성되어 있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유지하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을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과 같으시군. 선전도시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곳이지. 이제 블랙메탈로 이뤄진 도시가 건설되면 완벽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는 거지만 도시에 들어가는 블랙메탈로는 배터리 같은 걸 만들지 못합니다. 종류가 다른 거죠.”
세간에는 블랙메탈이 모두 같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종류별로 나뉜다.
플레이그 코어를 잘 조절하면 침식속도가 매우 빠른 대신 효과는 떨어지는 블랙메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크라켄급으로는 안 되고 베헤모스급 이상의 코어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 말은 처음 듣는데···하긴 세상에 블랙메탈 전문가라고는 유 대통령 한 명뿐이니 모를 만도 하겠지. 상관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건 도시입니다.”
“인구는 한 50만까진 되겠습니다.”
“훌륭하군요. 외형은 메가시티와 거의 비슷하게 되겠습니까? 우리 과학자들이 워낙 충격을 받아서 말입니다.”
메가시티 퍼시픽의 영주권자 중에는 러시아인도 포함되어 있었다.
주로 박사학위를 받은 연구자였는데 이들은 입주하고서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정도의 도시를 무인도에 만들었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대부분의 시스템이 무인으로 돌아가며 오류 따윈 없다는 점도 그들을 매료시켰다.
통제가 심하긴 하지만 범위가 상당히 넓어서 큰 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러시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인프라를 누릴 수 있었다.
즉각 본국에 연락을 취했고, 푸틴 대통령의 귀에까지 들어온 것이다.
그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
“핵융합 플랜트도 잘 진행 중이고···이제 달기지만 건설되면 본격적으로 가동할 수 있겠군요. 매스 드라이버 쪽은 언제 가능하겠습니까?”
“대량의 전력을 소모하므로 핵융합 플랜트와 같이 가동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만에 하나 말입니다, 그 매스 드라이버에 결함이라도 생기면 방사능 폐기물이 지구로 떨어집니다. 이거 감당이 되겠습니까?”
현 시점에서 각국이 매스 드라이버를 쉽사리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자칫 오류라도 생기는 날에는 남의 영토에 방사능 폐기물을 투하하는 꼴이 되어버린다.
주로 고준위 폐기물인 만큼 바다에 떨어지면 민폐가 장난이 아닐 것이다.
매스 드라이버의 존재가 알려진 뒤 IAEA를 중심으로 연구자들이 이런 우려를 표명했고 각국도 한 발 물러선 상태였다.
유지하는 싫으면 말고, 라는 입장이었다.
매스 드라이버는 전적으로 세틀러호의 청사진을 써서 제작되기에 오작동 확률이 극히 낮았다.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1억 번의 발사에 두 번 꼴로 원인을 모르는 출력저하가 생기긴 하지만 그건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다.
고준위 폐기물은 건설용 B클래스 블랙메탈로 감쌀 것이기 때문.
“문제가 없도록 만들 겁니다.”
호언장담을 하는 사람이 유지하이고 보면 믿을 수밖에 없다.
푸틴 대통령은 본론을 꺼내기로 했다.
“그건 그렇고···요즘 여러 국가에선 매우 은밀한 얘기가 돌고 있습니다.”
“내 정체에 대한 소문이겠군요.”
“면전에서 이런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는 여겨지지 않잖습니까? 내 말은, 마치 미래의 과학기술을 가져온 것처럼 느껴진다는 겁니다.”
“이해합니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일설에 의하면 미국의 정보기관이 유 대통령의 과거를 캐는 중이라고 합니다. 모든 기록을 살펴보는 거죠.”
어쩌면 세틀러호가 대기권에 진입했던 그날 뭔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유지하는 아직까진 정체를 밝힐 생각이 없었다.
발표 후에 오히려 세계적인 혼란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그의 언행으로 인해 세계는 혼란을 겪고 있긴 하다.
하지만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기에 큰 문제는 아니었다.
미래에 대해 아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유출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르마는 유지하에 대한 정체나 미래의 정보를 알린다면 30일 후에는 전 세계에 퍼질 것으로 예상했다.
워낙 충격적이라서 유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 지구적인 이재민이 발생하는 거지.’
아르마조차도 통제가 불가능할 것이므로 전혀 달갑지 않은 사태다.
푸틴 대통령은 진지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젠 유 대통령이 외계인이나 미래인이 아닐까하는 세간의 소문이 헛소리라고 치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관해선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뭔가 있는 건 알지만 이렇게까지 말하는 이상 더 추궁하긴 어렵다.
지금은 경제협력이 훨씬 더 중요하니까···
둘은 러시아의 송유관과 가스관 연장 사업에 대해서 논의했다.
“코즈미노에 ESPO가 이어져 있습니다. 이걸 북한지역에 들이면 될 겁니다.”
“좋군요. 바로 진행합시다.”
이제 한국도 세계에 내세울만한 산유국이 되었지만 자료를 넘겨받아 탐사를 개시하려면 시간이 제법 걸린다.
그때까진 러시아에게서 공급받는 수밖에 없었다.
.
.
.
파열음을 내던 중맹이 찢어졌다.
최초 신장 위구르의 수용소에서 번진 폭동을 제어하지 못하다가 독립운동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여기엔 아프가니스탄에서 밀린 탈레반이 개입되었다는 소리가 있었다.
예전이라면 모를까, 현재의 중맹엔 신장 위구르와 탈레반을 동시에 상대할 여력 따윈 없었다.
공안을 포함한 병력 수백 명이 화형을 당하자 왕쉬안 상장은 모든 인원을 철수시키고 신장 위구르를 포기한다는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중화민국의 땅을 보존하지 못한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언제든 기회는 있는 법. 우리는 다시 일어설 것이다.
이렇듯 중맹이 신장 위구르를 포기하자 티베트에도 독립운동의 움직임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병력의 공백을 틈타 티베트 라싸역이 독립운동가들의 습격을 받아 폐쇄되었고 화물차가 불타오르기까지 했다.
왕쉬안 상장은 즉각 진압을 명했다.
신장 위구르라면 모를까 티베트는 수자원 확보에 있어서 절대 빠트릴 수 없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누구의 소행인지 알 수 없는 폭탄테러로 인해 칭짱철도가 가장 고약한 부분에서 끊어졌다.
철도 전문가들은 복구에 최소 반년은 걸린다고 예상했고 이는 중맹 수뇌부의 뒷목을 잡게 만들었다.
현재의 중맹에 티베트까지 대규모의 병력을 파견할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려면 할 수 있겠지만 그 경우 본토나 동북 3성에 대한 통제력이 현저히 약해진다.
―어쩔 수 없다. 티베트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중맹의 영토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반란을 잠재워라.
이 때를 기해 한반도 북부에 주둔하고 있던 한국군 일부가 슬금슬금 북상했다.
이들은 시형 K-3전차와 아이언 빔 등 첨단 장비로 무장했고 충분한 훈련까지 거쳤다.
일설에는 동등한 규모의 미 육군과 맞붙어도 우세를 점할 거라 추측되기도 했다.
왜냐하면 전차 탑재 드론 시스템까지 적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드론들은 평소에는 전차에 탑재되어 있다가 전투가 벌어지기 전 스웜을 형성해 전장을 3D 지형으로 구성, 단차에 전파한다.
따라서 각 단차는 적 전차의 종류는 물론 기동까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된다.
무인포탑을 채택한 덕분에 포수는 필요가 없고 전차장이 타겟을 확인하고 버튼을 누르면 즉시 적 전차가 불타오른다.
이쯤 되면 전투가 무슨 게임처럼 느껴진다는 일선 병사들의 허탈함이 이해가 된다.
“쏘면 끝납니다. 이건 폰게임보다 더 긴장감이 없죠.”
“맞아도 장갑재가 블랙메탈이라서 잠깐 흔들리고 끝입니다.”
기가 막힌 건 개량될 K-3A2에 전차용 레일건을 탑재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밀리터리 관련 기관에서는 화력에 미친 나라답다는 평론을 내놓았다.
―만약 한국이 레일건 탑재 전차를 전력화할 경우, 미 육군을 포함해 어느 국가든 지상전에선 압도할 수 있을 것이다.
―저만한 전력을 투사할 곳이 없다. 북한을 흡수한 이상 동아시아에서 한국의 상대가 될 만한 국가는 중맹과 일본 정도다. 설마 새로운 전쟁을 바라는 건 아니길 빈다.
물론 만주는 엄연히 중맹의 영토인 만큼 완전히 북상해서 점령하는 건 아니었다.
한국 합참에서는 훈련 중 빚어진 실수라며 과대해석을 경계했다.
―일부 부대가 길을 잃어 잠깐 북상한 것뿐이다. 금방 내려갈 테니 걱정마라.
군단급 정찰기와 드론으로 무장한 한국군이 길을 잃는다니 개소리가 따로 없다.
다만 중맹은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눈앞에 두고 있어 큰소리를 낼 형편이 못되었다.
덕분에 한국군은 비교적 자유롭게 랴오닝성과 지린성을 돌아다니며 지리를 익힐 수 있었다.
이렇듯 중맹이 분열될 위기에 처했고 일본은 그보다는 훨씬 덜했지만 나름 상당한 위기에 처해 있었다.
육자대가 신일본유신회에 힘을 실을 것을 천명하면서 시위를 강경진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국 곳곳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고 시위는커녕 대민작전에 미숙한 육자대가 서투르게 진압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유신회 내부에서는 최대파벌을 차지하려는 싸움이 끊이질 않았다.
오죽하면 도쿄 신주쿠에서 총격전이 벌어질 정도였다.
러시아제 총기가 다량 사용된 이번 총격전에서 십여 명이 죽거나 다쳤으나 연행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가부키초에서 기관단총 소리까지 들렸는데 범인을 찾지 못했다? 일본은 대체 어떻게 되어가는 거야?
―이놈이고 저놈이고 무능한 놈들뿐이야. 옆 나라처럼 제대로 된 지도자가 나타나서 다 쓸어버리면 좋을 텐데.
―핵융합 플랜트는 중지되고 쓰시마는 탈환할 엄두도 못 내고···일본 진심으로 끝났네.
―지금이라도 전력을 동원하면 한국의 해군 따위야 이길 수 있어!
―대만은 레일건 5대로 중국의 상륙함대를 막아냈어. 그보다 더 큰 레일건이 쓰시마에 2대나 들어왔고 정체불명의 검은 배까지 있어. 어떻게 극복할 셈이야?
―미국도 유럽에만 신경을 쓰는 분위기고 러시아는 크렘린궁에 유지하를 초대했어. 아마 일본을 쪼갤 계획이겠지.
―어떻게 분쟁지역도 아니고 멀쩡한 영토를 뺏길 수 있지? 위의 놈들은 뭘 한 거야?
한편으로는 문라이트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달기지에 대한 보도가 일본의 모든 채널을 점령했다.
발사체 몇 대가 달의 뒷면에 자재를 실어 날랐고 안드로이드가 동원되어 기지를 짓기 시작했다.
일본인들은 미국제 로버가 돌아다니는 것에 짜증을 냈다.
―수송용 로버는 최소한 일본제를 쓰기로 했었는데···
―오자와가 겨우 성사시킨 것을 유신회가 망가뜨렸지. 죽어.
―한국 주도의 프로젝트 따위에 참여하느니 가만히 있는 게 나아. 보나마나 처참하게 실패해서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될 걸.
―유지하는 지금까지 실패한 적이 없어.
―그럼 곧 줄줄이 실패하겠네.
―아직까지 그따위 생각을 갖고 있으니 단교나 당하는 거다, 넷우익.
―수백 조 엔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저 사업에 참여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니, 대체 이 바보들의 망상은 어디까지야?
어떤 사람들은 이런 의견을 내기도 했다.
―단교는 됐지만 기업의 투자를 막지는 않을 거야. 일본 기업이 직접 한국에 투자해서 참여하면 돼.
―일본 돈으로 한국에 공장을 짓고, 한국인을 고용하고, 한국의 사업에 도움을 주자고? 너 비국민이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핵융합 사업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버린다고. 현실을 직시해라 넷우익.
거대 커뮤니티뿐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비슷한 대화가 오갔다.
일본 기업들은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국에 직접적인 투자계획을 세웠다.
―한국 영해에 해양플랜트를 만들어서 띄운다. 그리고 해저케이블을 연결해 일본에 전력을 공급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단 이를 유지하가 허락하느냐가 문제였다.
새로이 구성된 컨소시엄에서 조심스럽게 청와대에 접촉했고 유지하는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대마도 동쪽 근해라면 허락하겠습니다. 거기가 본토에서 제일 가깝지요?”
얼핏 들으면 일본의 사정을 생각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쓰시마 지배를 공고히 하겠다는 욕심이다.
이게 현실화되면 해상자위대는 더 이상 쓰시마 섬에 대한 어떤 작전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일본의 손으로 한국에 쓰시마를 넘겨주는 꼴이 되는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런 욕심을 뻔히 알면서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일본의 처지였다.
―어쩔 수 없다. 이런 거라도 하지 않으면 미래가 어둡다.
남들 다 핵융합으로 이전하는데 비싸고 위험한 원자로를 가동할 수는 없지 않은가?
컨소시엄에서 한국에 임직원을 파견하는 등 세부계획을 짜기 시작하자 해자대에서 냄새를 맡고 격렬히 반발했다.
공안에서는 몇몇 기업에 스파이 혐의를 적용할 거라 경고했고 게이단렌을 포함한 일본 기업들은 국제 경제단체에 지원을 요청했다.
바야흐로 일본이 분열될 위기에 처했다.
.
.
.
아르마가 집무실에 들어와 북한의 대략적인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보고했다.
“그럭저럭 안정화가 된 것 같군.”
“최소한 굶어죽는 주민은 없으니까요. 다만 기반시설과 생산시설을 마련하고 주민들을 배치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 같네요.”
“그 정도의 시간은 각오해야지.”
“그리고···세계 각국에서 안드로이드의 발매 요청이 쏟아지고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신라그룹에 세계를 놀라게 한 게 한두 개는 아니지만 안드로이드는 특히 더했다.
아무래도 실제로 만지고 품질을 느낄 수 있으니까.
미튜브 등지에선 안드로이드와 대화하고 데이트까지 하는 등 수백 개가 넘는 영상이 올라왔다.
적어도 영상으로 보기엔 인간과 구분이 어려웠다.
그리하여 세계 각국의 남자들은 울부짖기 시작했다.
―Shut up and take my money!
루시아 프리미엄이 출시되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열기였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며 한국으로 이민을 오는 인구도 상당했다.
“그걸 미끼로 해서 퍼시픽 쪽으로 끌어들여봐. 물론 적당히 능력이 되는 사람만.”
“알겠습니다.”
“그리고 슬슬 파일럿 유전자를 확보해야겠는데···메타버스 인력과 장비는 확충됐나?”
“지시만 내리시면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그를 박멸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사이커의 숫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