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347
#닥터 플레이어 347화
“급하게 매집하느라 원 재룟값이 200만 페나나 들었어요.”
원재룟값만 200만 페나.
거기에 추가로 유통비나 마법사들을 동원한 비용 등을 계산하면 원가는 더 올라간다.
안 팔리면 고스란히 손해로 쌓일 것이다.
룬은 더욱더 걱정스레 말했다.
“더구나 그 돈들. 은행에서 초고리로 대출받은 거잖아요.”
초고리.
레이몬드는 이번엔 로즈 영애의 은행에 돈을 빌리지 않았다.
더는 로즈 영애의 손을 빌리기 찝찝해서였다.
‘……이미 천문학적으로 빚졌어. 이대로 새우잡이 배에 팔려가도 할 말 없을 만큼.’
로즈 영애에게 진 빚의 금액을 확인하고, 레이몬드는 기절할 뻔했다.
페닌슐라 왕국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돈을 쓰게 되며 추가로 큰 빚을 진 탓이다.
정확한 금액은 말하지 않겠다. 속상하니까. 사실, 레이몬드도 계산하다가 눈을 질끈 감아 정확히는 몰랐다.
어쨌든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어, 어차피 곧 갚을 거니 괜찮아.’
레이몬드는 식은땀을 흘리며 생각했다.
어쨌든 더 로즈 영애에게 손을 빌리는 건 곤란했다.
대신, 다른 은행에서 대출하였는데, 거의 제로 금리에 가까웠던 로즈 영애와 다르게 금리가 어마어마했다.
200만 페나 대출을 받는데, 단기 금리가 무려 20%였다.
심지어 복리라 돈을 못 갚으면 기하급수적으로 금액이 올라가게 되어 있다.
‘과연 페닌슐라 왕국. 무슨 악덕 사채업자 같은 놈들이 버젓이 은행 이름을 달고 장사를 하고 있다니.’
레이몬드는 치를 떨었다.
평소라면 감히 대출할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았다.
레이몬드에게는 탈모 치료제가 있으니까!
200만 페나 따위 순식간에 갚고 금화로 수영을 하게 될 것이다.
“룬,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구나.”
레이몬드는 고개를 저었다.
“탈모 치료제가 안 팔릴 리는 없어.”
그래, 절대로 안 팔릴 리가 없다.
한 정에 1,000페나가 아니라, 5,000페나여도 살 사람이 줄을 설 테니까.
‘이참에, 아예 진로를 바꿔볼까?’
플레이어로서의 진로를 뜻한다.
현재 그는 ‘의술의 탑’을 오르고 있지만, 원할 때 전직이 가능하다고 했었다.
‘당분간은 돈 버는 데 집중할 거니까. 골든 로드로 바꿔보자. 분명 돈 버는 데 도움될 스킬을 얻을 수 있을 거야.’
그런 마음으로 시스템 창을 열어 선택했다.
‘전직, 골든 로드!’
곧바로 메시지가 떠올랐다.
[전직, 골든 로드를 선택했습니다!] [자격을 판명합니다! 당신이 지닌 상업성을 분석합니다!]레이몬드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번에는 ‘마이너스의 손’ 등급을 받아 불합격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미 떼돈을 벌 준비를 해놨으니, ‘마이너스’가 아니라, ‘마이더스의 손’ 등급을 받으리라.
그런데.
[당신의 상업 잠재력은 ‘절대적 마이너스의 손’ 등급입니다! 상업성을 기르길 권유 드립니다!] [자격 미달로 전직이 실패하였습니다!]“…….”
레이몬드는 입을 다물었다.
‘무슨 이런 엉터리가.’
자존심이 상했지만, 코웃음을 쳤다.
‘됐어. 시스템의 도움이 없어도 잘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이겠어.’
그래, 금화를 쌓은 욕조에서 수영하며 당당히 시스템을 향해 외칠 것이다. 네가 틀렸다고.
이미 모든 준비는 끝나 있었다.
“확실히 하기 위해 판촉 행사를 준비했어.”
“판촉 행사요?”
“응. 그렇죠, 제자님?”
크리스틴이 등장했다.
그녀는 평소와 다르게 기품 있는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원래도 아름다운 얼굴이 화려하게 반짝였다.
“네, 마스터. 말씀하신 대로 라펜텔 최고의 호텔에서 귀족들을 초청할 연회를 준비했어요.”
화려한 연회!
레이몬드가 준비한 판촉 행사였다!
레이몬드는 귀족들을 잔뜩 초청해 탈모 치료제를 광고할 생각이었다.
‘탈모 치료제뿐이 아니지. 피부 주름 개선제, 먹는 영양제, 파스 등등. 비장의 상품을 다 공개할 거야.’
레이몬드는 다시금 함박웃음을 지었다.
드디어 부자가 되다니.
생각만 해도 행복했다.
“……역시, 왕자님. 환자들을 위하는 게 저리 좋은가 봐요.”
“말해서 뭣해요. 마스터의 기쁨은 환자들뿐인걸요.”
“마스터, 섹시해요.”
“마스터, 연회에는 소고기 말고 다른 것도 나오나요? 랍스터 먹고 싶어요.”
“……마스터 쓸모없어서 죄송합니다.”
“냐옹.”
룬, 크리스틴, 메이, 린든, 엘무드, 미엔이 중얼거렸지만, 레이몬드의 귀에는 하나도 안 들렸다.
그의 온 정신은 앞으로 다가올 장밋빛 미래에 쏠려 있었다.
‘이번 연회 준비하느라 돈을 많이 쓰긴 했지만. 괜찮아.’
이번 연회 준비에 든 돈은 무려 10만 페나다.
십자연맹제국 최고 부국인 페닌슐라 왕국답게 연회의 화려함도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특히, 레이몬드가 역사적인 순간에 걸맞게 최고의 연회를 원했기에 더 많은 돈이 들었다.
평소라면 덜덜 손이 떨렸겠지만, 괜찮았다.
그는 이제 슈퍼 리치니까.
이딴 돈 따위에 벌벌 떨지 않는다!
그렇게 부귀영화의 막이 오를 운명의 연회 날이 다가왔다.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날이었다.
* * *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챈 건 연회가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전날 밤, 레이몬드는 너무 설레 잠을 설쳤다.
‘흐흐. 너무 경쟁이 붙으면 어떻게 하지? 초기 물량은 아예 경매로 붙여 볼까? 그건 조금 그런가?’
그렇게 한잠도 못 잤지만, 레이몬드의 얼굴은 행복과 생기가 넘쳤다.
연회가 시작되기 전, 몇 시간 전에 호텔에 도착해 준비를 점검했다.
돈을 처바른 덕일까? 연회장은 딱 보기에도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곧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맞이하기에 더없이 어울리는 광경이었다.
음식도 최고급 소고기로 준비하였다.
제자들도 미리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마스터께서 평소와 다르게 탈모 치료제 가격을 고가로 책정하셨네요?”
“그거야 약품을 팔아 남긴 수익으로 가난한 이들을 위하기 위해서겠죠. 약품 이름도 럭스(Lux)잖아요.”
럭스(Lux).
빛을 뜻하는 고대어다.
곧 다가올 빛나는 부귀영화를 기뻐하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지만, 제자들은 다르게 오해했다.
“이 탈모 치료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이 담긴 의약품이에요. 이번 연회도 그런 의미고요.”
“역시 마스터.”
“역시 빛…….”
제자들이 헛소리하였지만, 레이몬드는 하나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냥 마냥 좋았다.
‘세상이 이렇게 아름답다니. 그래, 세상은 아름다운 거였어.’
레이몬드는 한 손에 와인 잔을 들고 호텔 밖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물의 도시라는 명칭답게 운하의 물이 녹색 빛으로 아름답게 흐르고 있었다. 그의 미래를 축복하는 듯한 아름다움이었다.
그런데 연회 시작 한 시간 전이 되었을 때. 무언가 조금 이상함을 느꼈다.
아무도 오는 사람이 없었다.
‘……음. 아직 한 시간 전이니까. 당연하지.’
레이몬드는 태연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30분 전.
여전히 조용했다.
‘그래, 연회에 누가 일찍 와. 딱 맞춰서 오겠지. 다들 귀한 몸들 아니랄까 봐.’
참고로, 이번 연회에 초청한 이들은 로드리고 후작의 귀족파와 기드온의 대공파 귀족들이었다.
다들 콧대 높은 이들답게 딱 맞춰 오려는 게 귀엽고 앙증맞게 느껴졌다.
오늘 레이몬드는 지극히 너그러워 설사 원수라도 사랑으로 바라봐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연회 시작 10분 전이 되었다.
여전히 오는 사람이 없었다.
“…….”
레이몬드는 입을 다물었다.
이건 확실히 무언가 이상했다.
제자들의 얼굴도 굳었다.
그때, 드디어 첫 초청 손님이 왔다.
“로렌스 전하이십니다!”
손님을 맞는 급사가 외쳤다.
로렌스.
국왕파의 수장이자, 레이몬드가 오기 전까지 1위 왕위 계승자였다.
그가 지난번 만났을 때처럼 온화한 미소를 지은 채 연회장 안으로 들어왔다.
“오셨습니까, 숙부님?”
로렌스는 레이몬드 어머니의 사촌이었다. 그래서 둘은 사적으로 숙부, 조카로 서로를 대하기로 하였다.
“그래, 초청해 주어 고맙구나. 늦어 미안하다. 그런데…….”
로렌스는 연회장을 둘러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시간을 잘못 알고 온 건가?”
레이몬드는 입을 다물었다.
“그게…… 아직 시작 시간이 되지 않아서.”
“연회 30분 전에는 도착해 개최자에게 인사를 하는 게 예의인데?”
“…….”
레이몬드의 가슴이 가라앉았다.
외면하고 있던 현실을 직시하게 된 것이다.
이건 누가 봐도 이상한 상황이었다.
“레이몬드, 누구를 초청하였지?”
“로드리고 후작과 기드온 대공…… 그리고 여타 귀족들입니다.”
“흐음.”
로렌스는 팔짱을 꼈다.
그의 표정이 묘해졌다.
“그래, 조금 더 기다려보자꾸나.”
로렌스는 자리에 가서 앉았다.
하지만 이변은 없었다.
시작 시간이 되었음에도 누구도 오지 않았다.
호텔의 지배인이 조심스럽게 레이몬드에게 다가왔다.
“……전하, 시작 시간이 되었는데 어떻게 할까요?”
“…….”
레이몬드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시선을 돌려 연회장을 바라보았다.
온갖 진귀한 요리와 화려한 꽃, 장식들, 그리고 특별히 초청한 악단들.
그 모든 게 덩그러니 방치되고 있었다.
사태를 파악한 제자들의 얼굴도 굳었다. 조심스럽게 랍스터를 훔쳐먹던 린든도 손을 내려놓았다.
“……30분만 더 기다려보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마찬가지였다.
누구도 오지 않았다.
그제야 레이몬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몇 시간을 기다려도, 올 사람은 없다는 것을.
이런 사태가 일어난 이유는 뻔했다.
드디어 기드온 대공과 로드리고 후작이 레이몬드를 견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 * *
그렇게 연회는 시작도 하지 못하고 최악으로 막을 내렸다.
‘용서할 수 없어.’
레이몬드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확인해 보니 예상대로였다.
기드온 대공과 로드리고 후작이 자신들의 계파 귀족들에게 연회 참석을 금지했던 것이다.
아무리 레이몬드라도 이번 일은 크게 화가 났다.
‘이번 연회 준비를 위해 10만 페나나 썼는데.’
준비한 음식은 모두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었지만, 결국 10만 페나를 허공에 날리게 된 것이다.
돈도 돈이지만, 마음의 상처가 컸다.
그가 이번 연회를 얼마나 기대했던가?
코앞까지 다가온 꿈을 짓밟힌 기분이었다.
제자들도 크게 격분한 눈치였다.
하지만 문제는 연회가 아니었다.
‘이건 앞으로 내가 하는 일을 본격적으로 훼방하겠다는 뜻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