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401
#닥터 플레이어 401화
레이몬드는 일단 자세한 설명을 보기 위해 해당 항목을 선택해 보았다.
그러자 이런 설명이 떠올랐다.
[선천 고유 능력.] [봉인되어 있던 고유 능력이 개방되었습니다!] [해당 고유 능력을 환자를 위한 스킬로 응용하여 사용 가능합니다!]‘대박!’
공간 이동 능력을 사용할 방법이 있는 것이다!
레이몬드는 더 자세한 내용을 살폈다.
그러자 스킬들이 있었다.
[신출귀몰 닥터.] [응급 환자 공간 추적.] [응급 치료 도구 공간 소환.]등등.
공간계 능력을 이용해 환자들을 위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응급 환자 공간 추적은…… 조난당한 환자의 대략적인 위치를 알 수 있게 하는 거고, 응급 치료 도구 소환은 위급 시 치료 물품을 먼 곳에서 소환하는 능력인 건가?’
다 유용한 능력이었다.
하지만 레이몬드의 시선을 가장 크게 이끄는 건 바로 다음 스킬이었다.
[신출귀몰 닥터]종류 : 혈인 능력 변환 스킬
등급 : 레전드
-고대의 공간 좌표 기술과 사용자의 고유 능력을 결합한 스킬입니다!
-신출귀몰 이동하며 환자 치료를 하기 위해 각각의 치료원마다 공간 포털을 설정해 이동할 수 있습니다!
‘헐.’
레이몬드는 입을 벌렸다.
치료원에 공간 좌표를 설정해 이동할 수 있다니!
‘한번 포털을 설정하면 영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건가?’
그런 것 같았다.
어마어마한 스킬이었다.
물론 제약은 있었다.
[포털을 통한 공간 이동이 가능한 이는 사용자 본인과 환자 치료를 위한 힐러들뿐입니다!]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게 금지되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해당 스킬은 사용자의 고유 능력을 이용한 스킬. 사용자의 고유 능력을 사용하기 위한 조건은 남을 위한 ‘숭고함’으로 파악됩니다!] [따라서 새로운 포털을 개설 시 스킬 포인트와 더불어 사용자의 남을 위한 숭고함이 요구됩니다!]‘남을 위한 숭고함? 뭘 말하는 거지?’
고개를 갸웃했다.
곧 설명이 떠올랐다.
[객관적인 측량을 위해 금전적인 기부가 필요합니다!] [포털의 거리 1㎞당 2천 페나 기부의 숭고함이 요구됩니다!]레이몬드는 잠시 침묵했다.
‘뭐라고 X발?’
남을 위한 기부를 해 숭고함을 충족해야 포털을 만들 수 있다는 거다!
‘안 해! 내가 왜 이런걸?!’
하지만 곧 멈추어 섰다.
‘손해 볼 금액은 아닌 것 같긴 한데.’
이게 만약 1㎞당 1만 페나였으면 고민도 해보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1㎞당 2천 페나.
즉, 100㎞당 20만 페나.
만약 500㎞ 거리의 포털을 설치한다고 하면 100만 페나.
돈이 아깝다고 안 하기에는 애매했다. 분명 큰 도움이 되긴 될 테니까.
‘으아아. 이 나쁜 시스템. 이거 일부러 이렇게 애매한 금액을 설정한 것 아니야?! 내가 포기하지 못하게!’
레이몬드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특히 그는 앞으로 휴스톤 왕국, 카탈 왕국, 페닌슐라 왕국, 황도를 오가며 일을 해야 하니 포털을 이용할 수 있으면 효율이 확 늘어날 거다.
그만큼 돈 버는 데도 유용할 거고.
마치 지르라는 듯 이런 메시지가 떠올랐다.
[최초 포털 시에 할인 혜택이 있습니다!] [필요한 숭고함을 25%만 요구합니다!]결국, 레이몬드는 결정하였다.
포털을 개설하기로.
‘제길, 나중에 이따위 돈은 푼돈일 테니까.’
솔직히 푼돈이 될지 모르겠다.
만약 1,000㎞ 거리의 포털을 설정하면 200만 페나이니까.
‘으아아. 몰라.’
당장 사용해 보기로 하였다.
일단 휴스톤 왕국까지 거리 정도의 금액을 빈민에게 기부하였다.
“역시 가난의 성자님.”
“저분은 빚도 많으시다면서, 또 우리를 위하시다니.”
백성들이 감동으로 눈물을 흘렸다.
레이몬드도 마주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스킬 포인트는 걱정 없었다. 여러 업적을 많이 남기며 스킬 포인트가 많이 남은 상태다.
이후 페닌슐라 왕국의 페닌 치료원 지부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참고로, 레이몬드는 치료원 지부마다 자신의 개인 방을 마련해 둔 상태다.
왜?
‘치료원은 전부 내 거니까! 부자 기분 좀 내어야지.’
누누이 말하지만, 레이몬드는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 이 고생을 하고 있다.
그러니 치료원마다 자신의 방을 두는 사치를 부렸다.
……뭔가 사치치고는 초라한 사치지만 말이다.
참고로, 페닌슐라 왕국의 레이몬드 개인 방은 왕자의 개인 방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단출했다.
흔한 미술품 하나 없을 정도!
덕분에 그의 방에 온 사람들은 ‘역시 검소하기가 가난의 성자답다’며 감탄하였지만, 아니었다.
그냥 돈이 없어서 꾸미지 못했을 뿐이다.
‘이제 곧 모든 치료원의 내 개인 방을 화려하게 꾸며줄 거야! 돈 벌어서.’
공간 이동 스킬이 있으면, 한결 그 돈 버는 일이 쉬워지리라.
‘그래, 포털을 만드는 건 나중을 위한 투자야. 이동이 용이해지면 훨씬 돈을 잘 벌 수 있을 테니. 그러니 아까워하지 말자. 크흑.’
그런 마음으로 외쳤다.
‘스킬, 사용! 신출귀몰 닥터!’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나…… 지는 않았다.
그냥 똑같았다.
‘……뭐지?’
눈을 끔뻑끔뻑하고 있는데, 들리는 시스템의 음성.
[최초 공간 좌표가 설정되었습니다! 좌표에 연결할 치료원을 설정하세요!]레이몬드는 하나의 치료원을 떠올렸다.
‘휴스톤 왕국 수도!’
페닌슐라 왕국 다음으로 중요한 지점이었다.
레이몬드는 순간 고민이 되었다.
난데없이 공간 이동을 한다니, 소심쟁이답게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공간 이동은 이전에 해봤으니까. 괜찮겠지.’
특히 이 스킬은 고대의 공간 이동 기술과 결합한 스킬이라고 하니 괜찮을 것이다.
무슨 원리로 혈인 능력과 공간 이동 기술을 결합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고대는 놀라운 기적이 가득한 전설의 시대이니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이동!’
빛이 그를 감쌌다.
이후, 눈을 떴는데, 레이몬드는 눈을 깜빡거렸다.
“……오라버니?”
“레이몬드?”
여동생 소피아와 아버지 국왕 오든이 눈앞에 있었다.
* * *
‘진짜 되는구나.’
레이몬드는 놀라 생각했다.
한편, 놀란 건 상대측이 더했다.
휴스톤의 국왕 오든과 소피아는 눈을 비비며 갑자기 나타난 레이몬드를 믿지 못했다.
“왜 갑자기 헛것이…….”
“……그러게요.”
“우리가 너무 레이몬드 이야기만 하고 있었나 보다.”
레이몬드는 헛기침을 하였다.
“저 맞습니다. 그러니까…….”
레이몬드는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다.
국왕 오든과 소피아는 경악하였다가 곧 수긍하였다.
소피아는 늘 그렇듯 차가운 눈빛으로 레이몬드를 보며 냉철한 음성으로 말하였다.
“하긴…… 오라버니는 그럴 수 있죠. 오라버니는…… 기적의 빛이니까요. 역시 빛…….”
“…….”
표정과 목소리는 이전이랑 똑같이 차가웠는데…… 나오는 말은 전혀 달랐다.
그간 레이몬드가 이루어낸 기적들을 전해 들은 건지 빛, 빛, 거리는 게 아주 익숙했다.
늘 차갑던 까칠 여동생 소피아가 빛, 빛 그러니, 레이몬드는 어색한 마음이 들었다.
아니, 사실 레이몬드는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휴스톤 왕가의 가족들이 어색했다.
당연했다.
화해 아닌 화해를 하긴 했지만 서로 제대로 된 가족의 정을 누린 적이 없으니까.
딱히 그들에게 억하심정이 남아 있는 건 아니지만 편하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휴스톤 왕국에 온 건 둘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황도로 가기 전, 휴스톤 왕위 문제를 마무리 짓고 가야 해.’
휴스톤의 왕위!
지긋지긋한 숙제 같은 일이었다.
황위 선출을 핑계로 깔끔히 휴스톤의 왕위를 벗어던질 작정이었다.
‘어차피 소피아가 있으니 상관없겠지.’
마땅한 후보가 없던 페닌슐라 왕국 때와는 달랐다.
능력 있는 공주 소피아가 잘해줄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레이몬드는 입을 열었다.
“일전, 통신구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전 황위 선출에 나설 생각입니다. 따라서 정식으로 왕세자 직을 내려놓고자 합니다.”
국왕 오든과 소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대는 없었다.
당연했다.
레이몬드의 거대한 빛을 담기에는 휴스톤 왕국은 너무 작았으니까.
이야기가 잘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한 레이몬드는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 앞으로 잘 부탁한다, 소피아.”
왕세자 직을 내려놓았지만, 휴스톤 왕국에는 종종 올 것이다.
페닌슐라 왕국에 비해 작지만, 그래도 중요한 시장이니까.
특히, 그의 개인 영지인 라팔드 지방이 휴스톤 왕국에 있었다.
참고로, 이제 라팔드 영지는 백신 생산 공장이자, 여러 의료 도구를 만들어내는 의료 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이제 네가 진정한 휴스톤의 왕세녀야.”
원래 소피아는 부 왕세녀였다.
레이몬드가 왕이 되면, 그를 보좌할 부왕(副王)이 될 부 왕세녀였다.
그런데 소피아가 뜻밖의 말을 하였다.
“전 그대로 부 왕세녀로 머무를 건데요?”
“응?”
“차후에도 부왕이 될 거고요.”
레이몬드는 당황했다.
“난 이제 왕세자 직을 내려놓을 거야. 휴스톤의 왕이 되지도 않을 거고.”
“알아요. 오라버니께서는 황제가 되실 거라는 것.”
“그런데?”
레이몬드는 이해할 수가 없어 반문했다.
“혹시 너 말고 다른 이를 왕으로 추대하게?”
하지만 그럴 만한 인물이 없었다.
레이몬드 대신 왕이 되어야 한다면 그간 응당 소피아가 어울렸다.
그런데 소피아가 정말 상상도 못 한 이야기를 하였다.
“왕위를 비워둘 거예요. 전 부왕으로 취임할 거고요.”
“……뭐?”
레이몬드는 입을 쩍 벌렸다.
이게 무슨 황당한 멍멍이 소리란 말인가?
국왕 오든이 연달아 멍멍이 소리를 하였다.
“네가 황위 선출에 나선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래 고민하였단다. 법도를 따르자면 당연히 소피아가 정식 왕위에 올라야겠지만…… 우리는 그게 옳지 않다고 생각이 되었단다.”
“……어째서입니까?”
“우리 휴스톤 왕국의 왕위에 진정으로 어울리는 이는 오로지 너밖에 없기 때문이다.”
“……!”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국왕 오든은 깊은 회한이 담긴 눈빛으로 말하였다.
“넌 우리 모두에게 갚을 수 없는 은혜를 베풀었어. 나와 소피아, 그리고 휴스톤 왕국 백성들 모두에게 말이다.”
“…….”
“그러니, 너 말고 그 누가 휴스톤의 왕위에 오를 수 있다는 말이더냐?”
“……하지만 난 황제가…….”
레이몬드는 입을 뻐끔하였다.
국왕 오든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다. 네가 황위에 도전한다는 것. 고난이 있겠지만, 기적의 빛인 너라면 당연히 뜻을 이루겠지. 따라서 휴스톤 왕위에 오를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저 너에게 경의를 표하는 마음으로 왕위를 비워두고 싶구나.”
“…….”
레이몬드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