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Player RAW novel - Chapter 72
#닥터 플레이어 72화
“왕국 제일 가문, 래번 공작가의 1공녀인 제가 보기에도 석연찮은 냄새가 나는군요. 왕국 수사대 차원에서 해결하는 게 맞는다고 판단됩니다.”
개린슨 백작은 등줄기가 싸해졌다.
무언가 잘못된 것을 깨달은 것이다.
‘로날드를 데려가 조사하겠다고? 그렇게는 절대 안 돼!’
로날드가 수사대에 넘어가면?
그래서 이게 개린슨 백작의 음모인 걸 실토하면?
끝이다.
그는 어마어마한 망신을 당할 거고, 치유의 탑의 위신도 땅에 떨어질 거다.
‘설마 처음부터 노리고?’
개린슨 백작은 아차 하는 마음이 들었다.
레이몬드를 지지하는 평민들이 모이는 행사를 개최한 것부터, 라오, 크리스틴의 등장까지.
전부 놈의 각본이었던 것이다.
“그럴 건 없을 것 같소. 이건 치유의 탑 내부의 문제이니, 자체적으로 조금 더 엄격한 조사를 하도록 하겠소.”
개린슨은 물러나기로 했다.
여기서 로날드를 넘겨주면 절대 안 된다.
‘젠장, 이렇게 된 이상 계획은 실패야. 일단 자리를 피하고, 입막음을 해야겠어.’
입막음.
은밀히 죽이겠다는 뜻이었다.
“그렇게는 안 되죠. 저자는 우리가 데려가 왕국 수사대에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얘들아!”
라오는 혼자 온 게 아니었다.
고위 관료로서 대동할 수 있는 호위 기사를 데려왔다.
개린슨 백작은 속이 바짝 탔다.
“뭐 하느냐, 로날드?! 얼른 나를 따라오지 못할까?”
“안 따라가겠습니다.”
“……뭐?”
그 순간.
로날드가 폭탄 발언을 터뜨렸다.
“나, 나리님들. 그럴 필요 없습니다. 모두 다 거짓입니다.”
“로날드?”
로날드가 눈을 질끈 감으며 무릎을 꿇었다.
“개리슨 백작님이 제게 사주했습니다! 돈을 줄 테니, 페닌 준남작님을 모함하라고! 모두 다 제 거짓말이었습니다!”
“……!”
장내에 경악이 퍼졌다.
개린슨 백작이 팔짝 발작하듯 뛰어오르며 외쳤다.
“네, 네 이놈!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죽고 싶은 것이냐?!”
“죽이십시오.”
“뭐?”
“차라리 죽이라고 이 빌어먹을 놈아! 으허헝. 저런 훌륭한 분을 모함하라니. 네놈은 사람도 아니다!”
로날드가 이러는 이유가 있었다.
이웃들의 얼굴을 보니, 그간 레이몬드가 그들을 위해 해주었던 일들이 떠오른 것이다.
‘내가 미쳤어. 아무리 협박을 받았다고 저런 훌륭한 분을 모함할 생각을 하다니.’
로날드는 레이몬드 덕에 고리대금업자 솔른의 빚에서 해방되었던 수많은 이 중 하나이다.
그가 받은 은혜는 그뿐이 아니다.
가까운 친척 중에 싼값에 치료받은 이도 있었다.
얼마나 많은 이가 저 왕자님께 도움을 받았는가?
‘난 은혜를 모르는 짐승이 아니야. 차라리 죽겠어!’
죽을 각오를 다지니 거칠 것이 없었다.
“모두 다 이 백작이 지시한 겁니다! 준남작님을 음해하기 위해서요! 치유의 탑에서도 증언하라고 시켰습니다!”
“이놈! 닥치지 못할까?”
“못하겠다! 온 수도에서 다 떠들 거다! 네놈이 시킨 일이라고!”
개린슨 백작은 분노에 부들부들 떨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심상치 않았다.
‘일단 이놈의 입을 닫게 만들어야 해!’
차앙!
개린슨 백작은 검을 꺼내 들었다.
더 떠들기 전에 목을 칠 속셈인 것이다.
“감히 귀족을 능멸한 죄. 죽을 각오는 되어 있겠지?”
“……!”
하지만 그 뜻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까앙!
돌연 날아온 검 한 자루가 개린슨 백작의 검을 막아선 것이다.
라오였다.
그는 명문 무가(武家) 출신이라 검도 기사 이상으로 다루었다.
“이런. 그건 곤란합니다, 백작님. 중요한 증인이니 이자는 제가 데려가겠습니다.”
“네놈……!”
“네놈? 말을 조심해 주십시오. 저는 정통 명문 카플란 백작가의 자제이자, 왕국 고위 관료이니까요. 모독죄로 고발할 수도 있습니다.”
개린슨 백작은 부들부들 떨었지만, 이미 추는 기울었다.
“이리로 오십시오, 로날드.”
“준남작님!”
로날드는 레이몬드 앞에 가서 무릎을 꿇었다.
“저, 정말 죄송합니다! 은혜도 모르고! 제 잘못은 목숨을 바쳐서……!”
“괜찮습니다.”
“……네?”
“괜찮습니다. 어쩔 수 없었던 것 다 이해합니다.”
레이몬드는 다 이해한다는 듯, 성자(?) 같은 얼굴을 하였다.
‘조금 괘씸하긴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로날드를 벌주는 게 아니니까.’
지금 중요한 것.
그건 바로 원흉인 개린슨 백작을 응징하는 것이다!
‘이런 좋은 기회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레이몬드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개린슨 백작은 레이몬드를 너무 무시했다.
‘난 더 이상 힘없는 미천한 사생아가 아니야.’
그는 이제 평민들의 사랑을 받는 자이며, 미약하지만 지지하는 귀족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개린슨 백작은 레이몬드를 지나치게 무시하고 경솔한 음모를 꾸몄다.
이제 그 대가를 받아낼 때였다.
[‘강철의 심장’이 발현 중입니다!]다행히 강철의 심장도 문제없이 작동 상태!
레이몬드는 스스로가 지을 수 있는, 최대한 선하며 안타까운 얼굴을 하였다.
“로날드, 전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요. 당신도 희생자일 뿐. 당신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그는 무릎 꿇은 로날드의 어깨를 감싸 안아주었다.
“일어나세요. 당신이 이러고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아아, 준남작님!”
“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 잊을 테니, 당신도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으허헝!”
로날드는 죄를 용서받은 죄인처럼 눈물을 터뜨렸고, 그 모습을 지켜본 평민들도 마찬가지로 울컥한 반응을 보였다.
‘어찌 저렇게 선할 수가.’
‘페닌 준남작님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분명해.’
그렇지 않아도 레이몬드의 매력에 빠진 평민들이다.
방금 보여준 모습은 그야말로 화룡점정!
평민들의 가슴에 불을 붙였다.
“저런 존경스러운 분을 음해하려고 하다니.”
“이런 썩을 나쁜 놈들…….”
갑자기 흉흉한 공기가 평민들 사이에 감돌았다.
그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개린슨 백작을 비롯한 치료사들은 움찔 당황했다.
‘뭐지? 이 분위기는?’
“천한 것들이 감히! 썩 물러나지 못할까!”
버럭 소리를 외쳤지만, 놀랍게도 평민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우리 왕자님은 우리가 지킨다! 썩을 치유의 탑 놈들!
이런 투쟁심이 평민들의 가슴에 불꽃 같은 용기를 주었다.
그때, 레이몬드가 앞으로 나섰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다들 그러시면 안 됩니다!”
레이몬드는 최대한 가련한(?) 얼굴을 하며 씁쓸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설마 치유의 탑 분들이 무슨 안 좋은 의도로 절 핍박하려는 건 아닐 겁니다. 무언가 오해가 있었던 게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개린슨 백작님?”
“그, 그렇소.”
개린슨 백작은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역시 그렇군요. 전 혹시나 치유의 탑이 절 매장시키려고 일부러 그러는 건가 걱정했었는데, 역시나 아닌 것이지요?”
“……매, 매장이라니. 우리 치유의 탑은 늘 공정하며 환자를 위하는 치료사를 존중하오.”
개린슨 백작은 레이몬드의 의도를 알지 못해 불길한 마음이 들었다.
뭔가 놈에게 말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무슨 꿍꿍이냐.’
“역시! 그러면 제 치료사 자격시험 때 형편없는 등급을 준 것도, 얼마 전 공문으로 경고했던 것도, 이번에 로날드에게 사주했던 것도 모두 다 깊은 뜻이 있어서 하신 것이지요?”
“…….”
“이를테면, 저의 그릇을 시험해 보신다거나 하는? 아니면 그럴 이유가 없으니까요. 설마 절 추악하게 음해하려는 건 아니었을 거고.”
레이몬드는 이제야 알겠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렇죠? 그런 의도였던 것이지요?”
시험은 무슨!
하지만 여기서 부정할 수도 없었다.
추악한 의도로 그랬다고 인정할 수는 없으니까.
개린슨 백작은 어쩔 수 없이 레이몬드에게 계속해서 끌려갔다.
“그, 그렇소. 그대는 촉망받는 인재. 늘 예의주시하고 있소.”
“그래서 어떻습니까?”
“뭐?”
“절 아직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까? 단지 힐이 아닌, 의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
개린슨 백작은 눈썹을 꿈틀했다.
이제야 레이몬드의 의도를 눈치챈 것이다.
레이몬드는 지금 그에게 항복 선언을 요구하고 있었다.
다시는 건들지 않겠다는 항복 선언!
“전 늘 환자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건 여기 계신 환자분들이 입증해 주실 겁니다.”
물론 사실은 돈 바라는 속물 치료사지만.
겉으로 보기에 레이몬드 같은 치료사가 없었다.
그의 이미지 메이킹은 완벽했으니까!
“치유의 탑에서도 그런 제 진심을 알아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장내가 고요해졌다.
평민들은 무서운 눈빛으로 치료사들을 노려보았고, 치유의 탑 치료사들은 개린슨 백작의 눈치를 살폈다.
‘빌어먹을. 제기랄!’
개린슨 백작은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하지만 이미 게임은 끝났다.
그의 완벽한 패배였다.
“무, 물론…… 그대의 노력은 알고 있소.”
“절 인정하고, 앞으로는 치유의 탑 일원으로 인정하겠다는 뜻이지요?”
“……그렇소. 그대는 치유의 탑의 자랑스러운 일원이오.”
부들부들.
억지로 미소 짓는 개린슨 백작의 얼굴이 떨렸다.
“오해가 풀려서 기쁩니다. 그러면 앞으로는 이런 일은 없을 거로 믿고 있겠습니다.”
“……물론, 당연한 이야기요.”
“역시! 그러면 믿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개린슨 백작님!”
개린슨 백작은 휙 등을 돌렸다. 더 이야기했다가는 분통이 터질 것 같았다.
볼품없는 모습이었다.
* * *
일이 정리된 후 치료원에 돌아오자, 한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개린슨 백작이 또 뒤로 해코지하려면 어떻게 합니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못 그럴걸?”
하지만 레이몬드는 겁쟁이답지 않게 쿨하게 답했다.
“오늘 일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봤는데? 부끄러워서라도 당분간은 공개적으로 나서지 못할 거야.”
이번 일로 개린슨 백작과 치유의 탑의 위신은 땅에 떨어졌다고 봐도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또 추잡한 음모를 시도할 수 있을까?
‘당분간은 어쩔 수 없이 몸을 사리겠지. 난 그동안 최대한 힘을 키워야 해.’
힘.
명성을 뜻한다.
즉, 환자를 최대한 열심히 봐야 했다.
결국, 치료사의 힘은 환자에게서 나오는 거니까.
그가 수많은 이에게 지지받는 거물 치료사가 되면, 치유의 탑도 감히 건들 생각을 못 할 것이다.
마침, 메시지가 떠올랐다.
[퀘스트를 달성하였습니다!] [보너스 레벨 업을 합니다!] [스킬 포인트를 20점 얻습니다!]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업적 : ‘나는 관대하다’를 달성하였습니다!] [보너스 레벨 업을 합니다!] [스킬 포인트를 20점 얻습니다!]로날드를 통 크게 용서해 준 일로 업적을 얻었고,
[명성이 오릅니다!] [특전 : 감동적인 일화로 평민들(수도 국한)의 지지가 올라갑니다!] [보너스 레벨 업을 합니다!]무려 3단계 레벨 업을 하였다.
‘이 시스템, 은근히 레벨 업에 후하단 말이야.’
어느덧 레벨이 68이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레벨 70! ‘치프 등급’으로 승급이야!’
레이몬드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치프 등급은 물론, 최고의 치료사가 될 때까지 끝없이 내달릴 것이다.
어떤 방해가 있어도 굴하지 않고, 최고가 되어 세상 모든 부귀영화를 다 누려줄 것이다.
그렇게 레이몬드는 다시 한번 목표를 다짐했다.
* * *
“제기랄!”
톡톡히 망신당한 개린슨 백작은 분노에 찬 욕설을 내뱉었지만, 이미 늦었다.
그날의 파장은 굉장히 컸다.
‘개린슨 백작! 추잡한 수작으로 페닌 준남작을 음해하려다가 되려 망신당해!’
이런 소문이 수도 사교계를 강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