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239
239화 엄상현 회장의 뇌물 리스트
“명현 씨!”
최명준의 사고 소식을 들은 현호는 병원으로 달려왔다.
병원 로비에서 현호를 기다리던 최명준의 동생 최명현이 피곤하고 지친 얼굴로 다가왔다.
“부회장님.”
“최 실장의 상태는 어때요?”
“지금 중환자실에 있습니다. 좀 더 지켜보고 수술을 판단한다고 하네요.”
“아…….”
현호는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충격을 받았지만, 최명현 앞이라 드러낼 수는 없었다.
송우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일을 시작할 때부터 그는 자신 곁에서 많은 일을 도왔다.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괜히 파티하자고 해서…….”
최명현이 울먹이며 얘기하는 모습에 현호는 그를 보듬어 안고 위로했다.
“괜찮을 거예요. 의식도 회복하고 건강한 모습을 되찾을 거예요. 우선, 송우병원으로 전원이 가능한지 주치의를 만나서 얘기를 해 보죠.”
“아, 정말요?”
“송우병원에 훌륭한 의사분들이 많으세요. 여기 오기 전에 준비를 부탁해 놨어요.”
“고맙습니다.”
최명현이 눈물을 닦으며 얘기했다.
“주치의를 만나러…….”
디리리리.
현호가 얘기를 끝내기 전에 휴대폰이 울렸다.
송우병원 준비를 부탁했던 비서실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
“송우병원은 준비가 끝났습니까?”
현호는 전화를 받자마자 물었는데, 돌아오는 비서의 목소리가 난감한 기색이었다.
[부회장님, 병원에서 전원을 받을 수가 없다고 하네요.]
“받을 수가 없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회장님께서 부회장님이 요청하는 건 해 주지 말라고 하셨다고…….]
말하기 민망한지 비서가 말꼬리를 흐렸다.
하지만 현호는 순간 의아했다.
“회장님이 내가 송우병원에 무슨 요청을 할지…… 아!”
현호의 머릿속을 스치는 게 있었다.
‘이 사고는 우연이 아니야!’
순간 현호는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최명현 앞이라 티를 내지 않고 비서에게 얘기했다.
“내가 다시 알아보죠.”
통화를 끊은 현호는 최명현을 보며 차분하게 얘기했다.
“어머니, 어디 계세요?”
“휴게실에 계세요.”
“어머니와 함께 있어요. 송우병원 전원에 문제가 생긴 거 같은데, 내가 가서 처리하고 올게요. 혹시라도 최 실장에게 다른 변화가 생기면 바로 연락해 줘요.”
“아, 예.”
현호는 최명현과 헤어지고 곧장 성북동 엄상현 회장의 서재로 왔다.
“아버지.”
노크도 없이 문을 열고 현호가 들어오자 엄상현 회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제는 내 앞에서 예의마저 버린 거냐? 버릇없게 노크도 없이 내 방에 들어와?”
그의 꾸중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현호는 차가운 눈길로 물었다.
“저의 요청은 들어주지 말라고 송우병원에 지시하셨습니까?”
“그랬다.”
“제가 송우병원에 요청할 일이 생긴다는 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나는 네게 스스로 나갈 기회를 줬어. 그렇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거라고 경고도 했다. 기회를 찬 것도 너고, 경고를 무시한 것도 너야.”
“…….”
“이제야 후회가 되는 거냐?”
“…….”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부회장직에서 물러나 해외로 나가거라. 그렇지 않으면 또 누군가는 다치게 될 거다.”
그의 얘기에 현호가 차가운 미소로 대답했다.
“아버지, 이번에는 제가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뭐?”
“회장직에서 물러나세요. 그렇다면 안락하고 행복한 노후를 보내실 수 있을 겁니다.”
“제정신이 아니구나. 하긴, 충격이 컸을 테지.”
“제가 드리는 기회를 거절하시면 후회하게 되실 겁니다. 그러니 회장직에서 물러나세요.”
“그 누구도 나한테 명령할 수 없어.”
“거절하셨으니 어쩔 수 없네요.”
현호는 깍듯이 인사를 한 후 뒤돌아 서재를 성큼성큼 나왔다.
성북동 집에서 나온 현호는 병원으로 향하며 여상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그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흘러나왔다.
[여상길입니다.]
“귀국한 후 잘 쉬셨습니까?”
그는 송우식품에서 퇴사한 후 미국에 있는 가족을 보러 갔었다.
현호는 부회장에 임명된 후 그에게 연락해 귀국하라는 지시를 했었다.
[잘 쉬었어요. 그런데 내가 쉬는 동안 부회장은 대장암에 걸렸더군요.]
여상길도 알고 있는 것이다.
엄상현 회장과 현호가 서로 대립하며 다투고 있다는 것을.
[그 소식에 이어서 송우의료재단 비리가 터졌던데, 부회장 작품이죠?]
“그렇습니다.”
[다음에는 뭐가 나올지 궁금하군요. 참! 내일 최명준 실장을 만나서 함께 식사하기로 했는데, 부회장도 같이 오는 겁니까?]
“함께 식사하는 건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최명준 실장이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아니, 어쩌다가…….]
놀란 여상길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도 들려왔다.
“제게 약속하셨던 그 일을 바로 진행해야겠습니다.”
[최 실장이 다쳤는…… 아!]
여상길이 뭔가를 짐작한 듯한 기색이더니 조심스러운 목소리를 내었다.
[혹시, 회장님이 교통사고를 낸 겁니까?]
“후회하게 될 거라고 제게 경고를 했는데, 직접 보여 주신 거죠.”
잠시 말이 없던 여상길이 무겁게 내려앉은 소리로 얘기했다.
[내 일은 바로 진행할 테니, 부회장은 그 이후를 준비하세요.]
“알겠습니다.”
* * *
이틀 후.
인터넷 언론사에서 송우그룹 엄상현 회장과 관련한 대형 이슈가 터졌다.
[국회의원 K씨, 검사 J씨, 판사 B씨 등 정관계 수십 명 송우그룹 엄상현 회장으로부터 뇌물 받았다]
[송우그룹 엄상현 회장의 뇌물 리스트 존재한다]
이 보도로 인해 송우그룹이 발칵 뒤집혔을 뿐만 아니라 뇌물을 받은 사람들이 누구인지 추측하는 기사가 인터넷이 퍼지자 당사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부인하는 반박 기사가 나오며, 세상은 온통 이 이슈에 빠져들었다.
탕!
책상을 치는 소리와 함께 엄상현 회장이 언성을 높였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성북동으로 달려온 최덕일 변호사는 고개를 숙였다.
“이런 이슈를 막으라고 법무팀이 있는 거야!
“죄송합니다. 메이저 언론사가 아니어서 미처 손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누구 짓이야? 설마, 여상길 짓이야?”
“보도된 내용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든 자료를 없앴다고 했잖아?”
“여상길이 관여한 모든 자료를 없앴습니다. 어떻게 빼돌렸는지 알 수 없지만, 우선은 리스트가 드러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후우…….”
치밀어 오르는 화를 누르려는 엄상현 회장이 긴 숨을 내뱉은 후 물었다.
“어떻게 막을 건가?”
“언론 기사가 사실이 아니라는 반박 보도문을 곧 발표할 거고, 제보자가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는 여론을 만들 겁니다.”
“…….”
“그사이 여상길을 공격할 준비를 갖춰 놓을 겁니다.”
“…….”
“여론에 밀려 제보자인 여상길이 나타나면, 사기꾼이었다는 걸 부각시키고, 그의 말과 리스트가 거짓이 되게 만들 겁니다.”
“…….”
“그 리스트와 관련된 분 중 현직에 남아 있는 분들도 계시고, 현직이 아니라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분을 동원해 리스트가 거짓이 되게끔 만들겠습니다.”
“이번에는 실수 없도록 해. 그렇지 않으면, 자네도 힘들어져.”
“예, 회장님.”
그의 대답을 들은 엄상현 회장은 조금 전보다 차분해진 기색으로 얘기했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어.”
“……?”
“여상길은 왜 지금 터트린 거지? 정말 리스트를 가지고 있었다면 교도소 출소 후 언제든지 터트릴 수 있었어.”
“…….”
“더구나 그놈은 송우리조트에서 퇴사한 후 내게 협력하자고 했던 놈이야.”
엄상현 회장은 그의 협력을 받아들이며 한때 일을 맡기기도 했었다.
그 후, 라이스타에 입사해 현주를 도우며 마음제과를 인수했고, 현주를 따라 송우식품으로 옮겼다.
“송우식품 일로 불만을 품은 게 아닐까요?”
하지만 자식 곁에 여상길이 있는 게 싫었던 엄상현 회장은 송우식품 엄현주 사장이 여상길을 쫓아내게 만들었다.
“그래도 이상해. 그때 일이 불만이어서 폭로할 생각이었으면, 지금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
“그렇기는 합니다만, 지금 그 이유가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
엄상현 회장은 그 말의 의미를 알아들었다.
여상길이 폭로하려는 이유보다도 그 리스트를 가짜로 만드는 게 더 중요했다.
“그렇기는 하지. 남현민이가 검찰총장이 된 후로 관계 개선은 좀 됐어?”
“처음부터 저희 쪽에 마음을 연 것은 아니었지만 차장검사를 통해 꾸준히 접근을 시도했고, 식사를 함께하기도 했습니다.”
“잘했어. 이번에 다시 자리를 마련해. 내가 만날 테니까.”
“알겠습니다.”
* * *
최덕일 변호사가 말한 대로 송우그룹은 뇌물 리스트 기사에 대한 반박 보도문을 발표했다.
알려드립니다.
송우그룹 엄상현 회장이 정관계에 뇌물을 제공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닙니다.
사실을 기반으로 보도해야 하는 언론사는 검증하지도 않은 허위사실을 사실인 양 보도했습니다.
이에 송우그룹은 그 언론사를 상대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또한, 뇌물 보도 언론사는 허위사실을 제보한 제보자가 누구인지, 무슨 이유로 있지도 않은 뇌물과 리스트를 얘기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송우그룹은 이번 일에 당당히 맞설 것이며 그런 리스트가 존재한다면 제보자는 숨지 말고 당당히 드러내길 바랍니다.
송우그룹이 언론사의 보도는 허위사실이고, 제보자는 당당하게 나오라고 발표하자 여러 언론 매체들이 적극적으로 송우그룹 쪽의 입장을 기사로 내보냈다.
그러자 여론은 뇌물과 리스트보다 제보자가 누구인지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엄상현 회장의 뇌물 리스트 제보자는 누구인가?]
[엄상현 회장의 뇌물 리스트 제보자,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는?]
[엄상현 회장의 뇌물 리스트를 가졌다는 제보자를 신뢰할 수 있나?]
[엄상현 회장의 뇌물 리스트 제보자, 떳떳하다면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
여론이 이렇게 흐르자 여상길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나는 송우그룹 엄상현 회장의 로비스트였다.]
여상길이 송우그룹 엄상현 회장을 위해 국책사업 로비스트로 활동한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그에 대한 관심이 컸던 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그 기사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여상길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쏟아졌다.
[엄상현 회장의 로비스트였다는 여모 씨, 실제는 사기꾼이었다.]
[여모 씨, 사기꾼이라는 과거 속이고 송우식품에서 일하다 쫓겨나 엄상현 회장에게 앙심 품었다.]
[리스트에 존재한다는 B씨, “여모 씨는 악랄한 거짓말쟁이. 그 시기 지방에서 살아 엄상현 회장을 만난 적도 없다.”]
[여모 씨의 감방 동기, “그는 천재적인 사기꾼. 교도소 생활할 때 뇌물 리스트를 만들겠다고 했었다.”]
[여모 씨의 가족은 미국에서 호화생활, 무슨 돈으로?]
이렇게 되자 여상길의 제보가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그에 대한 비방이 넘쳤으며, 여상길을 사기죄로 고발하는 단체까지 나타났다.
“하하하.”
엄상현 회장은 최덕일 변호사를 향해 호탕하게 웃었다.
“잘했어. 여상길을 아주 나쁜 놈으로 만들었더군.”
“준비한 것의 반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여상길이 다시는 뇌물 리스트로 장난치지 못하게 만들겠습니다.”
“그래야지. 나도 검찰총장을 만나서 이번 일을 확실하게 매듭지을 생각이야. 약속 잡혔지?”
엄상현 회장은 뇌물 리스트 사건이 터졌을 때 남현민 검찰총장과 만날 약속을 잡으라고 지시했었다.
뇌물 리스트 사건이 크게 이슈가 된 이상, 검찰은 수사할 수밖에 없고, 그 수사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남현민 검찰총장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일입니다.”
“그래, 수고했어.”
엄상현 회장은 최덕일 변호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만족스러움을 드러냈다.
* * *
다음 날.
엄상현 회장은 남현민 검찰총장과 약속된 송우호텔로 왔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직원에 의해 그는 레스토랑 VIP 룸으로 안내되었다.
“회장님, 문을 열겠습니다.”
엄상현 회장은 직원이 열어 준 문으로 들어가는데,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흠칫 놀랐다.
“어?”
남현민 검찰총장과의 약속이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 장관이자 처남인 최해식과 나해철 M&H 인베스트먼트 대표도 함께 있는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