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009
제 1009화
055. 반드시 냉장 보관해 주세요
진천희가 황구를 타고 돌아가는 길.
장강의 강변을 따라서 계속 달리고 있다.
원향반을 이용해서 백린의각을 향해 직선 주파를 하기 시작.
파바바바박!
황구의 경신술(?) 역시 더욱 절묘해져서 이제는 나무 위를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역시 강호 랜드. 질량보존의 법칙 같은 건 개밥 줘버리는군.”
낙하할 때 천근추를 쓰면 더 빨리 떨어질 때부터 알아봤다.
강호 절세 무공 앞에서 사특한 서학 따위는 퇴치되는 법.
‘갈(喝)! 천근추 앞에서 어딜 라부아지에 따위를 논하느냐! 이미 반로환동한 옛 조사들이 허공답보로 뉴턴의 목을 참하여 성벽에 걸어두었거늘!’
물리학 도리가 땅에 떨어진 중원에서 집채만 한 개가 사람을 태우고 초상비를 쓴다고 한들, 무슨 문제겠나.
스쳐 지나가는 풀잎 하나에도 무학이 담겨 있어서 질량 따위 씹어 버리는 것을.
그렇게 황구를 타고 엄청난 속도로 이동해 순식간에 3개의 성을 돌파.
중간에 객잔을 들르는 법도 없이 노숙을 하며 다시 달려간다.
그리고 그렇게 강소성에 도착!
“후. 드디어 강소성이다아아아!”
힘껏 만세를 하다가 옷에서 나는 쿠린내를 맡고 말았다.
‘아, 일단 하루 쉬긴 해야겠구나.’
남궁운을 만나러 달리고, 만난 후에 넝마가 된 남궁운을 기워 주고, 주변 시체들도 정리하고, 다시 또 노숙으로 달려오고, 달려오고 나니 평범한 거지꼴이 되었다.
“객잔에서 하루 쉬어야겠다. 옷도 좀 빨고.”
그리고 굳이 남경에 들어온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안휘성에서 장강을 따라오면 가장 먼저 보는 대도시가 남경이라서.
이게 장강 입구에 있기 때문!
“충성! 진천희 태수님을 뵙습니다!”
포두, 포쾌, 포졸 할 것 없이 모두가 다들 알은체를 했다.
강소성은 백린의각의 영역.
게다가, 강소성의 포관들은 이제 모두 연무 도시를 거쳤다.
그래서 진천희 얼굴을 직접 본 이들도 있고, 그림으로 본 이들도 존재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포관들이 저러는 거 쵸큼 부끄러운데…….’
마치 이건 대선 행보 같지 않은가.
“진천희 태수님! 주왕부로 안내해드릴까요?!”
“아. 아니에요. 오늘은 잠만 자려고 들른 거니까. 괜찮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러고 포두와 포쾌 그리고 포졸들은 인사하고 이동했다.
진천희는 일단 백린객잔 남경성 지점으로 가려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생각했다.
‘아, 갔다가 또 소각주님 오셨다고 난리 나면 어쩌지?’
그렇지 않아도 이 거지꼴로 괜히 스승님 이름에 누가 될까 봐 신경이 쓰인다.
‘이상한 냄새도 나고.’
머리 위에 관운장 목 얹고 다니는 것은 괜찮으나 더럽게 다닌다는 소리는 못 참는 진천희였다.
“……그냥 다른 객잔으로 가자.”
그리 말하고는 황구와 뇌진을 모두 소형화하고 품속에 넣고는 본인도 용모를 바꿨다.
옷은…… 이미 넝마라서 백린의각은커녕 강호낭중으로도 보이지 않는 상황.
그렇게 적당한 객잔을 찾아서 안으로 들어갔다.
남경성에서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객잔.
그곳에도 몇몇 무인들이 있었지만 누구도 이쪽에 관심을 갖는 일은 없었다.
완전한 무시.
‘음, 좋군.’
딱 이 정도가 좋다.
방을 하나 잡고 올라가려는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렸다.
‘씻기 전에 일단 먹어야겠다.’
그리 생각하며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구석 탁자에 자리를 잡았다.
“점소이, 소면 하나. 그리고 고기 요리는 뭐가 있죠?”
“아, 본점의 오향장육이 일절입니요!”
“그러면 오향장육도 하나 주세요.”
“술은……?”
“괜찮습니다.”
그리 말하며 앉아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점소이가 요리를 내왔다.
“맛있게 드십시오!”
컹!
그릇을 내려놓자마자 황구가 낮게 짖는다.
보통 먹을 수 없는 음식을 내왔을 때 이런 반응을 보이곤 했다.
‘흠…. 설마 독살…? 남경성에서 설마 날 독살하려는 놈이 있어?’
그런 간 큰 놈이 있을 줄이야.
하지만 짚이는 곳은 많다.
젓가락 끝으로 쿡 찍어서 진천희는 살짝 맛을 보았다.
다행히 독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니, 이거 살짝 상했잖아?!’
진한 향신료로 가렸지만 미묘하게 상한 고기를 내왔던 것.
‘헐…. 아니, 남경이면 제국에서 두 번째로 번화한 도시인데 상한 음식을 내온다고? 아니… 뭐……. 엄청 상한 건 아니고… 애매하게 맛이 간 상태라고는 해도……? 이건 좀…….’
장이 약한 사람은 배탈이 났을 터.
일단 진천희는 멀쩡한 소면만 먹고 오향장육은 손대지 않았다.
그리고 황구와 뇌진에게는 육포를 꺼내서 건네주었다.
독단도 씹어먹는 두 영물이라면 이걸 먹어도 아무런 배탈도 없겠지만, 집사 마음에는 상한 거 먹이기가 좀 그렇다.
의외로 두 녀석도 그냥 오향장육에 입도 안 댄다.
‘아, 내가 입맛을 너무 까다롭게 올려줬군.’
천하에서 손꼽히는 요리사를 주인으로 둔 터라 이제 상한 음식은 아예 거들떠도 안 본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일이다.
‘대신 키우는 고생이 늘겠군.’
이 입맛을 채워주려면 계속 이제 맛있는 것만 먹여야 한다.
진천희는 복잡한 심정으로 소면을 먹으며 생각했다.
‘이거…. 좀 알아봐야겠는데.’
위생.
특히나 공중위생은 중요했다.
* * *
여기는 하오문에서 남경성에 공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술집.
물론 공식적이라고는 해도, 강호인들이나 좀 아는 편이다.
일반 양민들 대상으로도 장사를 해야 하니, 대놓고 ‘강호 문파의 술집!’ 이러면서 장사했다가는 손님이 빠지기 때문.
그리고 그 술집의 뒤쪽에서 하오문의 문도가 눈을 꿈벅이고 있다.
“어…. 그러니까, 이걸 백린의각에 전하면 되는 겁니까요?”
점소이 복장을 한 하오문도. 무위는 이류 정도.
남경 지부에 속한 하오문도 전삼은 왜 이런 일을 부탁하느냐는 표정을 짓고 말았다.
“예. 빠르게 보내 주세요.”
왜냐하면.
진천희가 그 앞에서 서찰을 내밀고 있으니까.
“벽안신의 님의 의뢰라면 해드리는 건 당연합니다만… 굳이 저희를 쓰시는 이유가……?”
이 강소성은 너희 영역이잖아.
근데 왜 우리 시켜?
그런 뜻이 말속에 녹아들어 있다.
“이런 건 표국보다 이쪽이 더 빠르니까요. 부탁합니다.”
그 말은 맞다.
“예. 걱정 마십쇼.”
전삼은 그리 말하고 서찰을 받아 들었다.
이 서찰에 진천희가 스승에게 보내는 전언이 쓰여 있으리라고는 그도 모를 것이다.
진천희는 그대로 하오문의 술집을 나와서는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얼거린다.
“하오문의 술집은 합격.”
위생 조사, 시작!
* * *
진천희는 3일간 여러 가지 조사를 했다.
가장 먼저 객잔에 가서 직접 음식을 먹고 맛과 함께 위생을 평가했다.
현원전단신공을 대성한 미각은 상한 것을 쉽게 구분해낼 수 있었기 때문.
게다가 황구와 뇌진에게 한번 슥 냄새만 맡게 해도 두 녀석이 기가 막히게 알아채니 틀릴 수가 없다.
특히 황구는 괜히 개가 아니다 보니 그릇을 내려놓기도 전에 눈치를 챘다.
그뿐이 아니다.
밤에는 괴도 중년 처티로 변신해서 몰래 각 요리점과 객잔의 주방에 스며들었다.
그렇게 직접 요리와 재료들의 상태를 확인해 본바.
진천희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위생.
대부분 잘 안 지킨다!
식품위생법에 대해서 공고를 내리긴 했지만, 애초에 이 시대의 위생 관념이라는 게 지구별과 어마어마한 격차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진천희도 알고 있었다.
일전 금봉혈미 철산만 해도.
엉덩이를 긁으며 요리하는데도 사람들 그 누구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게다가 ‘먹고 배탈 나지만 않으면 괜찮겠지…….’ 하는 마음가짐이 약간 널리 퍼져 있다.
그리고 주된 이유가 또 한 가지 있다.
‘냉장 시설이 없지.’
냉장 시설이 없어서 식재료가 쉬이 상하는데, 그 아슬아슬한 것을 파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으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결국 ‘미개한 과거인들, 이렇게 비위생적으로 살다니!’라고 말하기에는 ‘하와와와, 용사님, 그런 말을 하시는 걸 보니 냉장고 발명하시는 거 가능하신 거죠?’라는 답변이 나올 일이지.’
결국 현대 인류가 식품 위생을 지키는 것도 그게 가능하니까 할 수 있는 거다.
농경과 운송이 산업화되지 않는 세계.
거기에 냉장 유통 기술도 없는 세계에서 식품 위생은 그리 고려 대상이 아니었고.
가뭄이나 홍수 때 굶어 죽는 자들이 속출하기도 했으니 더욱 그랬다.
‘좀 상했어도 굶는 것보다는 낫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거기다 화 대륙 자체가 향신료가 풍부한 나라다 보니 이걸로 맛을 속이기도 쉬워서 더더욱 흔한 일이 되어 버린다.
“후….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딱 이런 경우구나.”
그간 공중위생과 보건에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것을 놓쳤을 줄이야!
‘쓰읍, 날씨가 더워지면 특히 고기가 더 상하기 쉬운데 말이지.’
그렇다고 소빙정을 식당마다 들여놓으라고 윽박지를 수도 없다.
가격이 비싼 건 사실이니까.
‘여기서부터는 기술의 문제인가.’
백린현을 제법 개발했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부족한 건 사실.
무작정 단속만 한다고 해서 쉽게 사라질 일이 아닌 상황.
‘그렇다면…….’
진천희의 고민이 깊어졌다.
* * *
백린의각 도착.
이미 객잔에서 씻고 왔지만, 스승님께서 다른 용무 중이라는 말에 그 틈에 빠르게 한 번 더 씻고는, 새 옷까지 갖춰 입었다.
그러고 나니 방금 전까지 꼬질꼬질하던 거지꼴은 또 어디 가고 뽀송뽀송한 귀공자의 모습만이 남았다.
스승님께서 서재로 돌아오셨다는 말에 진천희는 잽싸게 달려갔다.
서재에는 스승님, 그리고 그 옆에서 차를 따라주는 유호가 있었다.
평소와 같은 풍경에 진천희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스승님, 이 제자, 잘 다녀왔습니다!”
“오냐. 그래. 잘 놀다 왔느냐? 활인…….”
“쿨럭.”
진천희의 다리가 풀리려는 찰나 스승님이 곧바로 말했다.
“…행 때 혈편왕과의 즐거운 한때가 있었다 들었다.”
“…….”
제자 놀리기 선수시다.
진천희는 침음을 내뱉고는 그동안의 일을 대략적으로 이야기했다.
이미 서신을 보냈지만 그래도 서신만으로는 전할 수 없는 이야기도 있으니까.
“그래. 짐조라는 새는 어떻더냐?”
“무시무시하더라고요. 응룡님 정도는 아니지만 인간 이상의 존재였습니다. 어쩌면 혈선 같은 존재 아닐까… 싶었습니다만…….”
허나, 사특한 느낌은 아니었다.
독을 품고 있으나, 그렇다고 식인을 즐기는 것은 아니었고.
그저 순수하게 독물을 잡아먹는 것을 즐기는 새.
그렇기에 짐조에게서는 거대한 위압감과 사특하지는 않으나 순수한 독의 기운이 느껴졌다.
제자가 그것을 설명하자 스승님이 말했다.
“그런 것들이 슬슬 나오고 있으니……. 앞으로는 주의해야겠구나. 그나저나 남경성에서는 왜 이리 지체한 게냐?”
“그걸로 안 그래도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스승님.”
“무엇이지?”
진천희가 눈을 부릅떴다.
푸른 눈이 마치 별처럼 빛났다.
“세상의 위생을 위한 대안 하나를 실행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위생?”
대체 이 제자는 어디서 또 뭘 물어온 걸까.
제갈린은 웃음이 나왔지만 참았다.
그걸 모르는 진천희는 말을 이었다.
“예. 위생. 인류의 보건과 위생. 그리고 건강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하아……. 그래서 또 무슨 미친 짓을 하려는 게냐?”
진천희가 갑자기 왼팔을 들어 올렸다.
“이걸로. 냉매(冷媒)를 만드는 거죠!”
거기에는 현경지독과 짐조의 독이 담겨 있었다.
“그걸로 냉매(冷媒)를 만들겠다고?”
제갈린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냉매가 무엇인지는 제갈린도 익히 알고 있었다. 옛날에 진천희가 냉장고 만들고 싶다고 한 일이 있으니.
그런데.
“그걸 뭐로 만든다고?”
진천희가 말했다.
“현경지독으로 만듭니다.”
그 순간, 진천희의 손끝에서 파사삭.
얼음으로 이루어진 독의 결정이 떠오른다. 소빙정에 비할 바는 아니나, 냉기는 뿜어내고 있었다.
당연했다.
그것은 엄연히 한빙독이었으니까.
“그걸로 냉매가 가능하다고?”
“네. 오면서 짐조의 독을 실험해 봤는데 가능하겠더라고요.”
오오, 과연 무림지보!
“희야, 보통 무림지보급 독을 가졌다 하면 천하에 못 죽일 자가 없다는 뜻이다. 많이 쳐줘야 사람을 구할 수 있을 약을 가졌다는 뜻으로 사용하고.”
“냉장고 냉매로도 가능합니다. 스승님. 오는 내내 이 한빙독의 지속력을 실험해 보았는데요. 이게 잘만 하면…….”
“……그걸 귀한 짐조의 독으로?”
“지속 시간 그 자체가 차원이 다릅니다. 괜히 무림지보가 아니라니까요?”
지속성이 긴 한빙독.
‘부모를 죽인 원수에게나 쓸 독이지.’
보통은 죽을 때까지 상대의 체온을 빼앗고, 마침내 상대가 죽고 나서도 그 독은 남아 시체가 썩지도 못한다고 하는 악랄한 독이다.
현경지독의 독에, 짐조의 독까지 합쳐졌으니 그 지속 시간은 더욱 지독할 터.
‘그걸로 냉장고 냉매를 만들겠다고.’
내 제자지만, 미친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