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250
타앙!
상대는 천우의 마음을 긁는 재주가 있었다.
이놈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보다, 이 소리를 듣는 게 더 힘들 수준.
“아, 하긴. 정파처럼 보이는 것은 전략이겠구나~ 형에게까지 사파 마두처럼 보이는 건 싫을 테니~ 혹시 그 격조 있어 보이는 말투도 혼자 몰래 연습이라도 한 거야? 하하하하핫!”
강하다, 강하다!
사내가 공격을 날릴 때마다.
“—–!”
천우의 몸도 반보, 반의반 보 뒤로 물러난다.
‘형과 대련할 때와 비슷하지만 다르다.’
상대가 최소 현경인 건 확실하다.
화경의 끝자락인 천우가 이길 수 없는 것도 여실하다.
다만.
형과 싸울 때는 형체 없는 보자기를 때리는 기분이었다면.
이 사내와 싸울 때는 거대한 뱀과 싸우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몸을 휘감고 끈질기게 달라붙어 서서히 목 끝부터 조이는 느낌.
공방이 계속 이어진다.
‘사마현과 비슷하나 다르다……!’
고양이가 쥐를 갖고 놀듯 놈은 천우를 가지고 놀았다.
‘—–!’
그런 주제에 들어가야 할 투로와 빠질 투로를 정확하게 계산하여 집어넣고 있었다.
계산?
아니다.
‘이건 감각으로 느끼는 거야.’
이런 형태로 싸우는 자들이 흔치 않다.
그 녀석이 살문에 들어가면 이런 느낌일까?
근골은 사마현과 비슷하고, 조금 더 크다.
그 아이가 좀 더 자란다면 이런 느낌이리라.
‘생각해 보니 녀석은 아직도 키가 크고 있다고 들었으니.’
의형제들 중에서 가장 느리게 자라고.
성장판 닫히는 속도도 늦다.
축근공을 어릴 때부터 배운 자들 중에 가끔 그렇게 성장하는 자들이 있다 들었는데.
‘사마현이 그런 경우지.’
이자는 마치 그 ‘사마현’의 미래와도 같았다.
칠 척인지 팔 척인지 정확하게 키는 짐작이 가지 않으나, 지금의 사마현보다 큰 것은 확실했고.
대신 몸에 축적된 내공은 또 그 녀석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
‘대체 뭐지?’
천우는 섬전 같은 시간 속에서 놈과 공수를 나누며 생각한다.
허나, 그것은 치명적인 판단 실수.
현원전단신공을 익힌 것도 아닐진대.
이 상황에서 다른 생각을 한 건 그야말로 악수(惡手)!
천우는 ‘사마현’이 섞어 쓴 허초에 속아 그만 허공을 후려쳤다.
그 순간.
탁!
놈은 뱀처럼 땅을 다리로 훑어 천우의 복숭아뼈를 때렸다.
“큭!”
실수다.
천우의 한쪽 다리가 땅에 닿았다.
“이런 수까지는 쓰고 싶지 않았는데 말입니다요~ 내가 있던 곳에는 ‘셋째 형’은 없었는데, 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그리고 왜 이렇게 세지?”
이것은 좋지 못한 징조였고.
천우는 위험을 본다.
놈이 웃었다.
“제법 독이 퍼지긴 했네. 단순히 뱉어낸다고 될 정도의 독은 아니거든~ 후후후후. 자, ‘셋째 형’. 그러면 같이 가 보실까? ‘첫째 형님’을 위한 미끼가 되어 주셔야 하거든~”
“누가… 네놈의 형이냐!!”
그 말과 함께 천우는 필사적으로 의념기를 사용했다.
초월심무 태극회천(太極回天)—-!
그 순간.
주변의 공간 전체가 회전하며 일그러지고 파쇄되기 시작했다.
“오호, 현경도 아닌데 이게 가능하다고?”
음과 양의 의념이 부딪치고 섞인다.
상생과 상극의 천지가 만나며-
“!”
소용돌이가 일어나 천우 주변을 전부 갈아버린다.
백천군은 천우가 만들어 낸 그 힘에 튕겨 나갔다.
그러나.
곧바로 천근추를 이용해 땅에 발을 붙인다.
탕!
그 모습이 일견 토끼와도 같았고-
“아아, 재미있네. 형~ 내가 있던 곳에 너는 없었는데 말이야.”
그리 말하며 양손에 강기가 깃들기 시작했다.
“안 아프게 납치하려 했는데 안 되겠어요~♫”
초월심무 혈살파천아(血殺破天牙)—-!
그 순간 천우는 본다.
피처럼 새빨간 강기가 천우가 만들어낸 음양의 이치와 부딪치는 것을!
의념과 의념이 부딪치며 폭발한다.
객잔 전체가 산산이 조각났다!
콰과과과과광—-!!!
“대체 이게 무슨?!”
점소이들과 객잔에 머물던 무인들까지 대경하며 도망친다.
사람이 많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고, 주방 견습생까지 강호인인 무림맹 거점이라 또 다행이었다.
“—–!?”
허나, 천우와 백천군.
두 사람이 충돌하며 생긴 그 파괴력이 실로 강대하여-
“허억, 대,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
“안전가옥이 박살이 났다고? 작은 기와조차도 가장 단단한 자재로 보강한 곳인데!”
“대, 대체 어떤 마두의 소행이냐! 한두 곳 부순 것도 아니고 전체를 폭발시키다니!”
모든 이들이 정신을 놓을 지경이었다.
비는 이 상황 속에서도 무정하게 내린다.
파삭-
잔해를 뚫고 손이 올라온다.
손은 땅을 붙잡고 악력만으로 어렵지 않게 쑥 몸 전체를 끌어냈다.
우드득.
“호잇!”
마치 손 그 자체가 본체인 것 같은 기괴한 몸짓.
사마현의 옷을 입은 백천군.
그는 그 잔해를 헤집고 일어나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와아, 도망쳤나? 정파라고 좀 강직한 놈인가 싶었는데 역시나 제법 약삭빠르단 말이지.”
뒤질 것 같은 싸움은 알아서 피한다, 이건가?
확실히 ‘둘째 형’과는 다르다.
그자는 한번 물면 죽을 때까지 놓지 않는데 말이지.
‘사실상 마교 놈이 가장 우직한 것으로.’
그건 그렇고-
“쉽지 않은걸~ 하지만 중상을 입었으니 무사하지는 않을 테지. 자아. 가가. 이제 어떻게 하시렵니까? 당신의 귀여운 동생이 사경을 헤매고 있답니다? 후후후.”
이것도 즐겁다.
너무 재미있어서 놀다가 본업까지 까먹었을 정도로.
‘아, 나 뭐 하려고 했더라?’
망가진 자아는 계속해서 망가지기만 한다.
하지만…… 백천군은 필사적으로 떠올린다.
그의 목적을-
깜빡, 깜빡.
그의 세계에서는 이미 꺼져버린 그의 별(暳)을.
동생을.
그 예쁜 손을.
오빠를 안아주던 체온.
가늘게 꺾이던 목까지도.
망가진 자아 사이로 죄책감이 밀려온다.
“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소리 없는 절규가 망념 사이를 질주했다.
그것은 영혼의 통증이었고, 어떤 통증은 정신을 차리게도 한다.
세상에 이것보다 아픈 게 더 있을까.
‘아!’
고통과 함께 드디어 온전히 떠올랐다.
다시 그는 정신을 수습한다.
‘맞다. 그거 하려고 했지. 하하핫, 하하하핫!’
아름다운 사내의 옆얼굴 위로 빗방울이 톡 떨어진다.
그제야 백천군의 모습이 스르륵 사라졌다.
“!”
그 귀신같은 은신에 무림맹의 무인들 모두 경악했다.
“사, 사람인가?”
* * *
천우와 백천군의 격돌 조금 전.
진천희.
그는 하오문 비밀 정보 조직을 찾기 위해 움직였다.
폭우가 내리고 있지만 강호인들은 언제나 마지막까지 그 자리를 지킨다.
양민들과는 달리 죽을 걱정이 없기 때문.
특히나 하오문 거점 같은 곳은 마지막까지 거점을 지키는 게 당연한 일.
‘분명 현이가 이쯤이라고 했…….’
그곳에는 불탄 자리밖에 없었다.
“어라?”
재로 화한 그 자리를 한참 바라보다가 진천희가 중얼거렸다.
“하오문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의방을 찾아야 하나?”
수적이라고 해도 병들고 다치면 의방에라도 가야 한다.
방사성에는 백린의각 소속 의방은 없어도, 흑전의각 의방은 존재했다.
‘거기다 흑전의각 의원들은 대부분 기본적으로 무공을 익히고 있지.’
상대하는 자들이 사파와 마인이기 때문.
그리고 흑전의각 의각주인 혈생노괴께서 의원도 무공을 익혀야 한다며…….
‘……마인들을 쥐어 패서 의술을 가르친 게 그 시초지.’
의원들에게 무공을 가르친 게 아니다.
마인들에게 의술을 가르쳤다!
참고로 성정이나 지능의 문제로 못 익힌 자들은 강호식으로 해결하셨다.
목을 땄다는 뜻이다.
아무튼 기원이 그러다 보니 흑전의각의 의원들은 이런 재난이 올 때 가장 마지막까지 의방을 지킨다.
죄다 경공을 할 줄 알기 때문.
흑전의각은 기본적으로 마교와 사파 전체에 장사하는 곳.
그래서 그런 자들이 이성을 잃고.
또는 의료비를 수납하기 싫다는 이유로 공격할 때 피하는 능력은 의각 중 가장 뛰어나다 할 수 있다.
또한 흑전의각은-
‘본단은 마교의 영역에 있다지만, 그렇다고 마교 소속의 의각은 또 아니지.’
물론 흑전의각 내부에 마교도들도 많이 있지만……. 흑전의각주 혈생노괴는 엄연히 말하면 마교도는 또 아니다.
마교도인가, 아닌가?
그것은 일월을 신앙하는가, 아닌가?
딱 그 차이.
‘재미있게도 교주인 천마는 일월을 따르는 신도이자 제사장이고.’
정작 하는 짓은 신도 모독하는 파천황의 행보 같지만 말이지.
애초에 일월신교의 교리가 그렇다.
일월이 세상을 창조하고 파괴하며.
그중 파괴를 주관하는 것이 바로 제사장이자 교주인 천마라는 것.
때문에 천마는 세상을 관리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으며.
일월이 정한 심판의 때에 세상을 정화해야만 한다.
그 때문에 천마는 최강자여야 하며.
동시에 일월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라는 것이 일월신교이자 천마신교라고 불리는 마교의 기본 교리.’
하지만… 당대 천마의 심중은 알 수가 없지.
무엇을 위해서 마공을 퍼트리는 것인지.
게다가.
일월신교에서 주장하는 일월의 의지가 무엇인지도 사실 제대로 알려진 것은 아니다.
그런 일월신교와 협조하는 흑전의각.
‘그쪽에 협조를 요청한다면…….’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리를 이동하려던 중 ‘콰쾅!’ 하고 대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
진천희는 저도 모르게 놀라서 생각했다.
‘천우야?’
아우에게 무슨 일이?
먼 곳에서 뭔가 이변을 느낀 그 순간.
진천희의 몸뚱이가-
탕!
천우를 향해 달려간다!
* * *
대체 무슨 폭발일까.
음과 양이 섞이는 강렬한 기운의 소용돌이, 놀랍게도 진천희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실로 말도 안 되는 기감(氣感)!
진천희는 훌쩍 뛰어올라 지붕 위로 올라섰다.
멀리 무너지는 객잔 하나가 보인다.
그리고 소용돌이도.
낯익은 기운과 모습.
도원향 때 천우가 사용했던 태극와류가 떠오른다.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망할-!”
진천희가 멀리서 경공으로 달려간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는 건물의 잔해와 그걸 구경하고 있는 무인들이 보였다.
“황구야. 천우는?”
킁킁!
황구가 냄새를 한참 맡더니 끼잉,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한다.
못 찾은 모양.
납치를 당한 건지, 아니면 천우만의 비장의 한 수가 있어서 도망을 친 건지까지는 알 수 없다.
진천희는 곧바로 원향반을 꺼내 들었다.
“천우를 찾아줘.”
그러자 원향반의 바늘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제자리에서 돌고만 있지만 진천희의 표정에 안도가 돌았다.
‘살아 있다.’
원향반은 대상이 없으면 반응하지 않고.
대상이 있으면 방향을 가리킨다.
다만 대상을 찾지 못하면 이렇게 빙글빙글 도는 것.
즉.
천우는 살아 있다.
‘그래. 그거면 됐다.’
진천희는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를테면 동생을 찾고 나서 어떻게 놀려줄지에 관해서.
‘천우 정도의 강자를 무림맹 분타에서 납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 여겼는데,’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 종종 일어나는 게 또 강호다.
어떤 방식을 썼는지에 대한 건 가급적 생각을 하지 않으려 했다.
감정이 출렁거렸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어찌 찾을지부터.
탁.
진천희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진천희를 미행하는 자들이 있었다.
스스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