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200
성민우와 설동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보통이라면 내려오는 걸 기습하는 거겠지만, 꼭 싸운다는 선택지를 고를 필요는 없다.
“충성.”
두 명의 군인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가볍게 경례를 하자, 이들의 시선이 여자들에게 쏠렸다.
“누구야? 그 여자들은?”
그러자 태희가 나섰다.
“전 목사님이 부르신다 하셔서요.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아주세요. ‘비밀’이라고 하셨거든요.”
머리가 돈다면 태희가 한 말의 의미가 뭔지는 다 파악했을 거다.
군인들의 눈이 휘동그래졌다.
“전 목사님이? 와….”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뒤에서는 다들 저래…. 근데 예쁜데?”
이들은 무사히 2층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위험은 끝이 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소령 계급장을 단 군인이 내려오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태희가 나서서 속이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신설동을 똑똑히 본 거다.
“자네는…. 신설….”
볼 것도 없었다. 동현이 그 자리에서 주먹을 날렸다.
단 한방. 묵직한 타격에 소령이 쓰러졌다.
라서현은 혀를 내둘렀다.
“해머로 치는 건가.”
이들은 3층까지 빠르게 이동했다. 쓰러진 소령은 혹시나 해서 4층 계단 사이에 집어 던졌다.
설동은 숨을 내쉬었다.
“가자.”
3층은 조용했다. 어차피 전 목사가 나가 있고, 다른 이들도 집무실에 처박혀 있을 테니 말이다.
이번에도 태희가 앞장섰다.
이들은 3층 집무실에 경비를 서는 이들에게 다가갔다. “전 목사님 안내로 왔는데, 여기서 대기하면 되나요?”
“전 목사님이요? 그게 확인을….”
물론, 전 목사가 바깥에서 예배 중인 마당에 확인될 리 없다.
동현과 설동, 성민우는 이럴 때, 윗선에서 해야 할게 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일단, 들여보내.]그렇다. 높은 사람의 지인이 왔다고 하면 일단 후환이 두려워서 진행한다.
그리고 정말로 이들은 손쉽게 전 목사의 집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남은 건, 기다리는 것뿐. 그리고 예배가 끝나고 3층에는 발소리가 들렸다.
이들이 있는 문 바깥에서 전 목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 지시로? 그런 기억이 없는데.”
“하지만 전 목사님이 오라고 해서 왔답니다.”
“그래? 내가 한 번 보지.”
전 목사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태희가 일어나서 인사를 하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누구를 통해서 온 거지?”
그러면서도 문을 닫는다. 그리고 그 순간, 문 옆에 붙어 있던 라서현이 번개같이 검을 목에 들이대었다.
“소리 내면 죽는다.”
“음!”
전 목사는 기겁한 눈초리로 이들을 바라보았다.
전 목사는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바깥에서 소란이 일어났다는 보고야 들었지만,
여자를 부르는 거야, 흔한 상황이기는 했지만, 눈앞에 이들은 진짜 모르는 여자들이었다.
하물며 칼까지 겨누는 게 아닌가.
하지만 곧, 설동의 얼굴을 보자마자 모든 걸 깨달았다.
“너….”
“입 열면 죽어요. 아저씨.”
라서현의 칼날이 전 목사의 목을 파고들었다.
이들은 이제 전 목사를 구속하기 시작했다.
손과 발을 묶은 다음, 이제 이들은 쿠데타를 막으려고 했다.
이제 전 목사를 처리하면 된다.
하지만 그 방식에는 멤버들마다 의견이 갈린다.
설동과 동현, 라서현은 한마디로 정의하면 ‘죽여’였다.
“살아봤자, 군중들을 선동하고 날 죽이려 들 거야.”
하지만 반대로 도하연과 태희, 성민우는 반대였다.
특히나 도하연은 고개를 저었다.
“광신적인 사람들은 이 사람이 죽었다 하면, 걷잡을 수 없이 난리를 칠거야. 완전히 내전이 벌어질 거야.”
이들이 전 목사의 처우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을 때, 바깥이 소란스러워졌다.
“여기인가?”
십 수 명의 발소리가 들리고, 이들은 직감적으로 들켰다는 걸 깨달았다.
“이 반란 분자 새끼들! 어딜 감히!”
문이 열리고 소총을 대동한 군인들이 나타났다.
거기에 중령 계급을 단 이가 나왔다.
“전 목사님을 풀어라.”
“싫다.”
설동은 전 목사를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라서현이 다시 목에 칼을 대며 그들과 대치했다.
중령은 분노하며 소리쳤다.
“사탄 마귀 새끼들이!”
“…….틀렸다. 저쪽도 중증이야.”
설동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 대치 상황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다.
무엇보다 그들에게는 아군이 있기 때문이다.
“야, 너희는 뭔데?”
그리고 울리는 총성. 중령의 표정에 당황스러움이 보였다.
“누구야! 자네는!”
문 바깥에서는 여 소령을 필두로 수십 명이 중령을 노리고 있었다.
이들이 바로 전 목사 체재에 반대하는 인물들이었다.
중령은 상황이 크게 불리해졌음을 깨달았다. 전 목사는 인질에다가 자기들을 되레 상대로부터 조준되고 있는 상황.
그도 바보는 아니었다.
여기서 저들을 쏘면 바로 자기들이 벌집이다. 목숨은 누구나 소중한 것. 상황이 불리해진 거다.
중령이 총을 슬며시 내려놓을 때였다. 전 목사가 소리쳤다.
“쏘라고! 이 새끼들을 쏴! 하나님이 너희를 보호해주실 거다!”
하지만 군인들은 저 소리가 얼마나 허무맹랑한지 알고 있다.
중령의 신호로 병력이 차례로 총을 내렸다.
여 소령이 하나씩 이들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전 목사는 울부짖었다.
“웃기지 마! 왜 항복하는데! 하나님을 위해서 죽어! 죽으라고! 하나님이 지켜줄 거잖아.”
도하연은 그때, 전 목사에게 다가갔다.
“당신이 순교하면 되잖아. 그건 싫어?”
“난 대행자야! 신의 대행자! 그러니 난 죽으면 안 돼! 어차피 죽으면 신께서 보듬어주신다! 그러니, 난 안 죽어. 죽으면 안 돼. 나를 위해 다른 이들이 희생하면 돼. 난, 해야 할 것들이 남았단 말이다.”
“…….”
도하연은 경멸의 얼굴을 드러내었다.
순조롭게 제압되어가는 도중이었다. 창문 속에서 갑자기 군중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 목사님을 구출하라!”
“전 목사님이 위험하시다!”
모두가 깜짝 놀라 바깥을 보았다. 수 백 명의 군중이 몰려드는 게 아닌가.
전 목사가 웃었다.
“흐흐…. 이걸로 끝이 아니야. 이미 중령이 움직일 때, 군중들에게 사실을 알렸어. 자자, 수백 명의 군중을 쏘겠나? 학살이라도 할 거야?”
군중을 방패삼고 다시 기회를 엿보던 거였다.
전 목사는 의기양양하게 라서현을 노려보았다.
“날 죽이려고? 죽이면 저 군중들은 어떻게 할 건데?”
다수의 성난 군중을 쏴도 감염자로 돌변한다. 그렇게 되면 이곳도 개판.
이것만큼은 대책이 없어 보였다.
단 한 사람을 빼놓고 말이다.
도하연은 전 목사를 일으켜 세웠다.
“군중 앞에 나가시죠.”
“하연아.”
설동도 놀라 했지만, 하연은 무언가 생각한 게 있는 듯, 그가 예배를 위해 만든 단상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도하연을 쳐다보고 있었다.
“죽여!”
“사탄의 종자다!”
“전 목사님을 풀어줘!”
도하연은 그런 사람들 앞에서 당당했다. 오히려 마이크를 잡았다.
수많은 군중 속에서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전 목사님의 실체는 조금 다른 거 같네요.”
그리고 아까 있었던 전 목사의 발언을 마이크에 대고 틀었다.
[난 대행자야! 신의 대행자! 그러니 난 죽으면 안 돼! 어차피 죽으면 신께서 보듬어주신다! 그러니, 난 안 죽어. 죽으면 안 돼. 나를 위해 다른 이들이 희생하면 돼. 난, 해야 할 것들이 남았단 말이다.]이기적인 마음이 드러난 휴대폰의 녹음. 도하연이 준비한 건, 이거였다.
하지만 설동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이미 광신에 빠진 사람들이 저걸로?’
그렇다. 종교에 심취한 자들에게 저런 이기적인 마음은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들고 일어나 도하연을 핍박했다.
“목사님을 위해 순교하는 게 당연하잖아!”
“목사님은 구세주니까 저럴 수 있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켰다. 모두가 긴장하는 가운데, 도하연은 충격을 받은 듯 쓰러졌다.
엄청난 야유와 비난이 쏟아지고 도하연은 급기야 우는 게 아닌가.
간신히 붙잡은 마이크. 도하연은 그리고 불길한 소리를 냈다.
“콜록.”
그 순간, 모두가 침묵을 유지했다. 기침 소리가 들리자, 광분하던 이들이 반사적으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콜록! 콜록!”
기침은 더 자세히 들렸고, 설동도 동현도, 서현도, 태희도, 민우도, 군중들 사이에 있던 주하나도 경악하는 눈초리를 했다.
기침 소리가 연이어 나는 가운데 도하연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한 번, 두 번.
기침 소리가 점점 잦아들었다.
그리고 수초 후, 기침 소리는 완전히 사라졌다.
이겨낸 거다. 기침을 말이다. 전 목사만이 아니다.
도하연은 어느새 웃고 있었다.
“여러분들이 믿는 전 목사가 이래서 구세주라면, 전 성녀인가요?”
그들이 전 목사를 따르게 된 원인, 기침을 극복했다.
이걸, 도하연이 모두의 눈앞에서 재현해냈다.
광신이 흔들리고, 사람들은 크게 분노했다.
“말도 안 돼! 이건 사기야!”
하지만 이전보다 기세가 약해졌다.
전 목사만이 가능한 기적이 아니다. 이걸 모두가 깨닫는 순간, 광신이 흔들린다.
그리고 이것이 도하연이 노리는 바였다.
“지랄 마! 죽여!”
그래도 흥분한 몇몇이 달려들 때였다.
갑자기 정문에서 차 한 대가 달려 나왔다.
그 창문에서는 노인의 손이 총을 든 채, 하늘 위를 향했다.
연사로 발사한 총성. 광신이 흔들리는 이들은 다급하게 머리를 숙이고 두려움에 떨었다.
허순자와 오종훈이 이곳에 등장했다.
“우리 애들은 괴롭히면 바람구멍을 내주지!”
허순자의 엄포에 사람들은 기가 질렸다. 군중들은 자신들이 믿던 걸 부정당하고 제압당했다.
도하연은 휘파람을 불었다.
“이제 끝났네. 모두.”
얼떨떨한 설동을 툭 치고 그녀는 전 목사에게 다가갔다.
전 목사는 울고 있었다.
“말도 안 돼. 그건 나만이….”
도하연은 그 귓가에 속삭여주었다.
“난 연기자라는 사실을 잊지 마.”
전 목사가 다시 표정이 굳어졌지만, 이미 그가 믿는 군중들은 하나둘 해산되고 있었다.
군중의 방패가 없는 전 목사를 살려둘 필요는 없다.
떠나는 군중 사이로 총성이 하나 울렸고, 이 난국은 드디어 끝을 맺었다.
6개월 후, 설동의 앞에 의료진들이 기쁜 얼굴로 들어섰다.
“시제품이 완성됐습니다. 감염의 위협에서 벗어났다고요!”
그들은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정리되고 연구에 들어간 지, 6개월.
드디어 약이 탄생한 거다.
“감염으로부터 면역입니다. 이것만 있으면. 대신, 설동 씨처럼 계속이 아니고 맞고 나서 2시간 동안은 감염에 대해서는 면역입니다. 이걸로 대규모 작전도 가능해요.”
희망이 드디어 생겨났다. 설동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구소재로서 할 건 다 했으니 이제는 전사로서 이 사태를 끝내러 가야 했다.
설동은 다시 다랑 아파트에 들렀다. 그리고 자기들의 보금자리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