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a job as a fantasy Hero RAW novel - Chapter 300
300화
시영과 은정 그리고 승준을 제외하고는 모두 황당해하는 표정을 하며 지훈을 쳐다봤다.
습격이 있을 것이라니.
“요괴들이 미리 습격을 예고했을 리는 없겠죠? 그렇다는 건…….”
“요괴들의 습격을 혼돈계에서 막지 않겠다는 거겠죠. 그리고 그 요괴들이 각국의 수도들로 향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뜻일 겁니다.”
“대충 의도는 알겠습니다만.”
지훈은 자신이 굳이 부연설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조금 안도감을 느꼈다.
사실 이 회의실에 있는 이들 모두 각 팀의 팀장급이기 때문에 지훈이 이야기하기 전에 다들 혼돈계가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게 제대로 잘 될지 입니다만.”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혼돈계 입장에서도 TCS의 마지막 쇼케이스이자 화려한 퇴장 무대가 될 텐데 잘 준비하지 않겠습니까.”
“동 시간대에 모든 나라의 수도가 공격받게 되면 분명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요.”
“그래서 어느 정도 텀을 두기로 했습니다. 시작은 영국의 런던이 될 겁니다. 우리 시간 자정. 그러니까 영국 기준 오후 4시부터 각국의 수도에 몬스터들의 습격이 시작될 겁니다.”
마치 영화의 예고편을 설명하는 것 같은 지훈의 말에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이 일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뻔히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저희 회사의 전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인명피해가 심하면 회사의 이미지에 큰 타격이 될 겁니다. 저희가 미리 대비하긴 했지만 이런 이벤트는 예상하지 못해서 말이죠.”
“저도 오늘 아침에 들은 내용이라 미리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대신 성 길드장님한테만은 곧바로 연락을 드렸습니다. 길드장들을 소집해야 하니까요.”
“저도 아침에 연락받았을 때는 조금 놀랐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희 수준에 A급은 무리일 테니까요. 대신 저희는 A+급 요괴들과 함께 출현할 그 아래 등급 요괴들을 상대할 겁니다. 저희에게 그 정도 능력은 있으니 걱정 마시죠.”
성 길드장도 여기 회의 석상에 오기 전에 길드장들에게 연락을 돌린 상태였다.
아마 지금쯤 오늘 밤을 위해 스케줄을 조절하고 있을 것이다.
“고문님들도 스케줄을 조정해서 오늘 밤에 참여하실 겁니다. 간만에 회사의 모든 인원이 모이는 자리가 되겠네요.”
* * *
영국 기준 오후 3시 50분 영국 런던.
TCS Euro 산하 영국지부에서 급작스러운 안내방송을 시행했다.
정체불명의 몬스터가 런던을 습격할 예정이니 방송을 본 시민들은 모두 실내에 안전히 숨어 있으라는 내용이었다.
TCS England가 그동안 꽤나 신뢰받을 만한 행보를 보여왔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따랐으나 그러지 않은, 그리고 방송을 못들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10분 뒤.
브리튼섬의 대표적인 몬스터 중 하나인 레드드래곤이 영국 런던을 습격했다.
런던의 오래된 랜드 마크라도 할 수 있는 빅 벤에 올라탄 레드드래곤이 화이러브레스를 내뿜는 모습에 시민들은 경악했다.
레드드래곤 주위에는 그를 따르는 수많은 몬스터들이 있었다.
그러나 의외로 인명피해는 크지 않았다.
TCS England가 재빨리 대처를 한 덕분이었다.
“레드드래곤을 처치하는 데에는 약 2시간가량이 걸렸어. 인명피해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큰 편이 아니라 사람들은 TCS England에 열광했지. 그리고 그 습격이 거의 마무리된 시점에 더블린이나 파리, 암스테르담 등지에도 몬스터들의 습격이 이루어졌지.”
“…….”
“제일 먼저 몬스터의 습격을 방어해낸 TCS England의 수장 존 에드워드는 전 세계에 경고했어. 이건 시작이 될 테니 다른 나라에 있는 이들도 모두 주의하라고 말이야.”
“방금 말하셨던 대로 파리나 암스테르담에도 몬스터가 나타났으니 그 말은 사실이 된 셈이었네요.”
“그렇지. 그렇게 시작된 습격은 전 세계로 뻗어 나갔어.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습격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유추하는 건 당연하겠지. 그리고 그 생각이 틀리지 않다고 지금 이렇게 옵저버가 경고하고 있는 거야.”
지훈이 그렇게 말하며 스마트폰을 들어 보였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TCS 옵저버]가 강력한 알람소리를 내며 대피를 권유하고 있었다.
지금 지훈과 시영이 있는 사무실 내부도 지훈과 시영의 알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현재 시간 오전 7시 50분.
그나마 사람들이 출근을 덜 하는 토요일 아침이라 다행이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더 큰 혼란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현재 TCS 옵저버의 다운로드 횟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이미 뉴스나 인터넷을 통해 다른 나라의 소식을 확인했으니 다들 걱정이 되는 거겠지.”
“다른 분들도 다 준비 완료된 건가요?”
“그래. 10분 후 불가사리(不可殺)가 숭례문에 나타날 거야. 당연히 육안귀나 귀태 등 다양한 요괴들을 데리고 나타나겠지. 모두 10분 내에 도착해서 녀석들을 상대할 거야.”
“…….”
“단 우리는 5분 후 바로 숭례문 근처로 나갈 거야. 이미 요괴들이 습격할 것이 분명하다고 다들 생각하고 있으니 먼저 준비하고 있어도 상관없을 거야.”
지훈과 시영은 서울 사무실에 은정은 시영의 서울 오피스텔에, 그리고 각 고문들은 각자의 숙소에 머물며 습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언가 거대한 쇼의 출연진이 된 기분이에요.”
“딱히 긍정적인 답은 아닌데?”
“아무래도요. 어찌 되었든 사람들을 속이고 기만하는 일이잖아요. 이 요괴들의 습격이요.”
“그러면 사람들에게 폭로하면 되지 않을까? TCS는 요괴들의 습격을 알고 있으면서, 아니 직접 그 습격을 유도했으면서 마치 자신들의 요괴들로부터 사람을 지켜내는 척 쇼를 하고 있다고 말이야.”
“지금 되게 악마처럼 보이는 거 알아요?”
“어, 알아. 내가 뭐 천사가 되려고 이 일을 하는 건 아니잖아.”
“하아. 내가 왜 이런 사람을…….”
시영이 고개를 흔들었다.
사실 시영도 지훈이 이 일을 계획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이번 일은 혼돈계에서 직접 주도해서 만들어 낸 판이었다.
자신들의 인력을 상당 부분 철수하는 동시에 TCS로 상당수의 권한을 주고 힘을 실어주기 위한 방법인 것이다.
사람들을 구해는 것이 아니라 인류를 구하는 것이 목표인 혼돈계로서는 선택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다.
“진짜 각 나라의 리더들은 다 대표님 같은 사람인가 보네요. 다들 이 계획에 별말 없이 승낙한 걸 보면요.”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어. 흠. 이제 슬슬 나갈까?”
둘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벌써 5분이 흘러있었다.
시영은 다시 한번 한숨을 쉬고 옷을 점검했다.
검은색 레깅스에 타이트한 운동복 바지.
그리고 그와 세트인 스포츠 브라탑을 입고는 하늘색 집업 바람막이를 걸친 후 머리는 질끈 묶어 포니테일로 만들었다.
자신의 모습을 힐끔 바라보는 지훈에게 시영은 씩 웃어주었다.
“이쁘죠?”
“자기 입으로?”
“대신해 주실 거 아니잖아요. 그럼 내가 해야죠.”
“예뻐. 언제나 그렇듯 말이야.”
“칫, 웬일이래. 대표님도 오늘 멋져요. 간만에 그 모습 보는데요?”
지훈도 보라색 계열의 테니스 운동복을 입고 있었다.
초창기 시영과 함께 일을 하러 다니던 시절 자주 입었던 옷이다.
시영은 자신이 그 옷을 기억하고 있다는 티를 팍팍 내었다.
지훈과 시영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사무실을 나섰다.
삐삐삐.
TCS 옵저버의 알람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길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의 스마트폰에도 같은 소리의 알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지훈이 슬쩍 옵저버를 확인해보니 요괴의 습격 장소가 더욱 구체화되어 숭례문 근처를 가리키고 있었다.
지훈과 시영은 서로를 한번 바라본 후 달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달리기 시작한 두 사람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 저 사람들…….”
“TCS잖아.”
이제 시영과 지훈의 얼굴 정도는 충분히 알아볼 정도로 둘의 인지도는 올라가 있었다.
“진짜 나오는 건가? 야, 어떡할래?”
“그, 글쎄? 어쩔래?”
“구경 갈까? 설마 죽겠어?”
“집에 가자. 실내에 있으라잖아.”
그리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 역시 갈리고 있었다.
누군가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숭례문 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지만, 그런 사람들을 집에 가자며 말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들 들리십니까?”
—네, 들립니다.
지훈이 스마트워치를 조작해 사람들을 호출했다.
현재 서울에 위치하며 불가사리 퇴치에 참석할 사람들이 하나둘씩 대답했다.
“한 명씩 말해봅시다. 은정이 있니?”
—네, 있습니다.
“정 목사님 계십니까?”
—있다네. 지석이도 같이 있고.
—저 있습니다, 대표님.
“좋습니다. 선사님?”
—있네. 백호님과 같이 있다네.
“아, 백호님도 계시는군요.”
—일단 우리는 지켜볼 생각이네. 위험하면 도와주도록 하지. 뭐, 그럴 것 같지는 않네만.
“하하.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다음은 무진도사님.”
—나는 숭례문일세. 윤 단장과 함께 있어서 말이야.
지훈이 지시를 내리기도 전에 이미 11진압여단은 출동을 완료한 상태였다.
그리고는 숭례문으로 위치가 좁혀지자마자 이동한 모양이었다.
—현재 윤 단장이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네. 역시 경찰들이 통제를 하니 사람들이 말을 잘 듣는구만.
“뭐 제가 굳이 지시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잘하시는 분이니까요. 그럼 윤 단장님도 패스하겠습니다. 자, 그럼 박 신부님?”
—저도 막 도착했습니다. 신 가주님이랑 함께 숭례문으로 가는 중입니다. 아, 신 가주님을 타고 간다는 표현이 정확하겠군요.
“가주님치고는 참 소탈하신 분이군요. 보통 가주님 정도가 되면 본 모습도 잘 안 보여주시고 특히나 남을 등에 태우는 일은 잘 안 하시는데 말이죠.”
—저도 조금 놀랐습니다만 상황이 급한데 그게 무슨 소용이냐고 하시더군요. 뭐, 덕분에 택시값은 굳어서 좋긴 하군요.
매구가 빠른 속도로 달린다면 금방 도착할 것이다.
아니면 전화가 끝나기 전에 도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거대한 여우를 타고 달리는 신부님을 보면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할까 잠시 상상했던 지훈은 빨리 머릿속을 털어내고 하던 일에 집중했다.
“네, 그럼 신부님은 곧 오시겠군요. 다음은 홍 실장님?”
—네, 있어요. 저희도 숭례문입니다. 민선 씨도 이미 와 있네요.
“민선 씨는 아까 저희가 먼저 숭례문으로 보냈습니다. 혹시나 전조현상으로 요괴들 몇이 나타날지도 모르니까요. 그럼 모두 다 준비 완료군요. 저랑 시영이도 이제 숭례문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곧 나타날 것 같으니 다들…….”
지훈이 말을 하다말고 하늘을 바라봤다.
지훈조차 말을 잠시 잊을 만큼 거대한 무언가가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불가살 등장입니다!”
등에 나 있는 수많은 가시.
철 정도는 가뿐히 씹어 삼킬 것 같은 튼튼한 하악.
발길질 한 번에 건물 하나는 통째로 부술 것 같은 거대하고 튼튼한 네 다리.
그리고 보고 있는 사람의 눈마저 검게 물들일 것 같은 암흑색의 피부.
그리고 도시 하나쯤은 충분히 먹어치울 수 있을 만큼의 거대한 덩치.
한반도에서 가장 유명한 요괴, 불가사리가 등장했다.
“저, 저게 뭐야!”
“씨, 씨X. 진짜 X쩐다. 우와.”
사람들의 반응 역시 제각각.
그런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지훈은 피식 웃었다.
이것이 쇼라는 걸 미리 알고 있는 지훈도 말을 잊을 정도로 놀랐는데 저 사람들은 더할 것이다.
자신들의 퇴장을 화려하게 할 것이라는 혼돈계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자, 여러분. 시작 전에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지훈이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불가살을 바라보며 말을 잇는 지훈의 입가에는 커다란 미소가 담겨 있었다.
“오늘을 계기로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겁니다. 그러니 일이 끝나고 새로운 세상에서 다시 만납시다. 이따 보죠.”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지금까지의 사회질서와는 다른 형태의 질서가 만들어졌고 사람들의 인식 또한 점점 변해갔다.
“반년 만에 참 많이 변했네.”
정식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붕어빵을 봉투에 담았다.
“5천원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정식에게서 붕어빵을 받아 사라지는 이의 등 뒤에는 거대한 대검이 걸려있었다.
마치 코스프레 행사에서 볼법한 차림이었지만 정식은 그것이 어색하지 않았다.
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차림을 하고 서울 시내를 거닐고 있었으니까.
“하긴 우리 딸내미도 이번에 이상한 옷 샀던데. 뭐였더라. 소환사… 라고 했던가?”
약 반년 전 서울에 나타난 불가살을 퇴치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지금껏 자신들이 알고 있던 상식이 뒤집히는 것을 몇 번이나 보았다.
그때를 촬영한 영상들은 현재 억대의 조회수를 자랑하며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었다.
간혹 그때의 습격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습격이 지금 우리들의 모습을 바꾸었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었다.
“장래희망 1위가 자경단이 되는 것이고 취업지망 1위 기업이 TCS Korea라니. 너무 빠르게 변하는 것 아닌가.”
“뭐 세상이 변하는 건 순식간이죠.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따라가냐 아니냐가 아니겠습니까.”
정석이 깜짝 놀라며 방금 들어온 손님을 바라보았다.
훤칠하게 잘생긴 청년이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었다.
“팥 15개랑 슈크림 15개 주세요. 각각 1개씩 해서 2개씩 종이봉투에 하나씩 담아주시고요.”
“시간이 좀 걸리는데 괜찮으신가요?”
“괜찮습니다. 좀 기다리죠 뭐. 오뎅 국물 좀 먹어도 되죠?”
“아, 그럼요. 옆에 국자로 퍼 드시면 됩니다.”
정식은 붕어빵 반죽을 틀에 넣으며 잠시 고민했다.
자신이 저 사람을 어디서 봤을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청년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누군지 기억이 난 건 아니고 그의 정체를 알고 있는 여자가 그를 부르며 다가왔기 때문이다.
“갑자기 뭔 붕어빵이에요. 그냥 흘려가며 이야기한 거라니까요. 굳이 대표님이 사 오지 않아도 되는데.”
“내가 뭐 일부러 사러 나온 것도 아니고 가는 김에 사가는 건데, 뭐. 그리고 시영이 너 것만 사가는 것도 아니고 거기 직원들 것까지 다 사가는 거니까 괜히 그러지 말지?”
정식은 아는 체를 해야 하나 싶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둘의 평화로운 일상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매체가 TCS Korea의 강지훈 대표와 같은 회사의 윤시영이 열애 중이라는 뉴스를 냈다.
하지만 이미 여러 가지 형태로 둘이 단순한 동료 이상의 관계라는 내용의 정보가 인터넷에 퍼져 있었던 탓에 별다른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오히려 회사가 아직 둘은 연인이 아니라고 반박한 내용이 더 관심을 받았다.
이 정도면 그냥 빨리 사귀라는 댓글이 인기 있을 정도로 둘은 사람들에게 비공식 연인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 뉴스의 의도가 다른데에 있지 않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럼 감사합니다. 많이 파세요.”
“잘 먹겠습니다.”
지훈과 시영이 붕어빵을 두 손 잔뜩 들고 사라졌다.
둘의 뒷모습을 보며 정식은 신단수에서 자경단이 되기 위해 훈련을 받고 있는 첫째 아들을 떠올렸다.
고등학교 때까지 축구선수였던 아들은 프로도 되지 못하고 대학교에도 진학하지 못해 결국 공장에 취업을 해야만 했었다.
그것이 2년 전.
그리고 첫째 아들은 약 세 달 전 자경단이 되어보고 싶다며 그동안 모은 돈을 갖고 신단수로 간 것이다.
“자경단이 되면 위험하긴 해도 돈은 만족할 만큼 벌 수 있을 테니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고 느꼈겠지. 다행히 재능이 있어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고 좋아하던 게 벌써 한 달이 넘었네. 내일쯤 나온다고 했던가?”
“아뇨. 오늘 나왔는데요.”
“아, 깜짝이야. 언제 왔어?”
“방금이요. 엄마한테 물어보니 여기서 붕어빵하신다고 들어서요.”
회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범석이 그렇게 말하며 어묵을 하나 집어먹었다.
팔아야 하는 물건 함부로 집어먹지 말라고 하고 싶었지만 행색이 워낙 초라해서 막상 그러지는 못했다.
“교육 다 끝난거야?”
“네. 엄마가 목욕탕 가서 씻고 민주 데리러 가라고 했는데 일단 여기부터 들른 거예요. 바로 요 앞에 있는데 가려고요. 아, 목욕한 다음에 어묵 먹을 걸 그랬나.”
“그러라고 여기서 이거 파는 거잖아. 암튼 나왔으면 잘됐네. 어때, 할만한 것 같아?”
“전에도 말했듯 위험하긴 한데요. 공장에서 일해도 위험한 건 마찬가지잖아요. 대신 거기는 최저임금 받으면서 위험하지만, 여기는 억대로 받으면서 위험한 거니까 여기가 훨 낫죠.”
“그렇게 보면 그렇네. 얼른 가봐.”
“네, 좀따 봬요.”
다 먹은 어묵꼬치를 앞에 내려놓고 범석이 사라졌다.
가족 중에 자경단이 하나만 나와도 그 집은 이제 먹고 살기 쉬워졌다는 말이 있다.
일단 일을 하면 기본으로 억대의 봉급을 받는 데다가 가끔 일하면서 나오는 보너스도 두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일 일을 하다가 부상을 당해서 더 이상 자경단을 할 수 없는 경우에도 길드 혹은 TCS Korea에 일자리를 알아봐 주고 얼마 정도의 위로금을 준다고 했다.
“웬만한 직업군들보다 좋은 대우를 받으니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더 이상 TCS Korea는 요괴퇴치산업의 중심이 아니었다.
모든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꿈의 회사가 되었다.
당연히 TCS Korea가 위치한 신단수도 점점 사람들이 이주하고 싶은 곳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이제는 우리도 신단수에 이주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 건가. 그것도 의논해봐야겠군.”
“여보, 방금 범석이 왔다 갔죠?”
“깜짝이야. 오늘따라 왜 다들 말도 없이 오는 거야.”
“전화를 꺼놓지 말던가요, 그럼.”
“일부러 꺼놓은 게 아니잖아. 떨어뜨려서 고장난 거지. 여기 오는 길에 오크를 마주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고.”
이곳에 멀지 않은 골목에서 정식은 오크를 마주쳤지만 마침 근처에 있던 11진압여단 대원이 진압탄으로 오크를 퇴치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이제 서울 시내에서 요괴를 마주치는 일은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니었다.
대신 구역마다 11진압여단 대원이 상주하며 순찰하고 있어 시민들이 허무하게 목숨을 잃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참 아이러니하죠? 요괴들의 습격이 이루어지면서 범죄율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게.”
“나쁜 짓을 하려고 몰래 숨어 있다가 요괴들한테 잡아먹히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니까.”
“정말 세상이 급박하게 많이 변했어요.”
“많이 변했지.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정식은 시영과 지훈이 사라진 쪽을 빤히 바라보았다.
“TCS Korea의 대표 강지훈의 역할이 컸다고 봐야겠지.”
“요즘 인기에요. 그 사람. 그래서 그를 견제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기는 것 같던데요?”
“하긴 그럴 만하겠지. 당장 오늘만 해도 일개 기업한테 너무 많은 권한을 주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 국회의원이 있었으니까.”
물론 그 말을 한 국회의원은 금방 사람들에게 욕을 먹고 자신의 발언을 취소했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없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어쩌면…….”
“네?”
“이제 TCS Korea의 가장 큰 걸림돌은 요괴가 아니라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는걸?”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렇게 생각하겠어요?”
“글쎄. 그건 뭐 앞으로 지켜보면 알겠지.”
이제 TCS Korea는 어떤 행보를 보일까?
정식은 그것을 궁금해하며 아래에서 어묵을 꺼냈다.
“왔으니 꼬치에 어묵이나 좀 껴.”
“장 보러 나온 거니까 당신이 해요. 그럼 이따 봐요.”
휑하고 사라진 부인의 뒷모습을 보며 정식은 피식 웃었다.
“에휴. 무슨 남 걱정이냐. 내 걱정이나 하자. 그거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