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83
제 83화
진천희는 다시 거대 와룡상을 어깨에 메고 몇 세트를 더 반복했다.
쿠우웅!
“후욱, 후욱. 몸이 뜨겁네. 근육 제대로 만들어지겠는데.”
현대 의학적인 관점에서 진천희가 배우고 있는 무공을 기반으로 계속 수행을 하고 있다.
원래라면 내공, 그것도 뇌력이 중심인 오행신공이다 보니 이런 기초적인 부분은 저어하기 마련, 그러나 제갈린이 개편한 새로운 오행신공에 따르면 갈수록 근육이 참 중요해진다.
“그러고 보면 우리 스승님도 한몸 하시지.”
수려한 얼굴과는 정반대로 키 190에 육박하는 거구, 넓은 어깨, 흉악한 근육을 자랑하신다. 힘도 엄청나다.
예전에 당주들끼리 팔씨름 내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낯빛 하나 안 바꾸고 생글생글 웃으시며 전부 보내 버리셨다.
당연히 우승자는 제갈린, 꼴찌는 침구당주님이셨다.
이런 양반이다 보니 시한부 인생이라는 걸 다들 잘 안 믿는 모양이다.
뛰어난 두뇌와 화려한 미모에 속으면 안 된다. 실상은 무골도 이런 무골이 없다.
‘빨리 치료해야 해. 그러려면 강해져야 하고.’
진천희는 검은 액체로 가득 차 있는 항아리 속에 몸을 담갔다.
“크윽…….”
운공을 하니 항아리 속 물이 끓어오르며 독한 약재 냄새가 가득 풍겼다.
근육을 혹사시키고 나면 우리 몸은 초회복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 세계는 기가 존재하는 무협의 세계다.
기를 흡수하여 운공을 하고, 여기에 제갈세가 비전의 약액을 사용해 초회복 속도를 더욱 가속시킬 수 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육체 자체도 더욱 강인하게 바꿀 수 있지.”
이게 바로 외공이다. 제갈세가의 비전 외공.
제갈가가 점점 내공을 중시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었으니 원래라면 지금쯤 외공은 철저히 사장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스승이신 제갈린 대에서 다시 흩어져 있는 외공 서적들을 모아 복구시켰다.
“거기다가 운기조식을 하면 잠을 최소로 줄일 수 있어. 수면 시간 대신에 운기조식을 하는 거지.”
여기에 삼재보법의 다음 단계인 미리보법을 연마하고, 십보신창을 함께 수련하면 된다.
“그리고 마지막은 현원오행신단을 섭취하면 되나.”
한 방울도 남김없이 전부 내력으로 흡수할 예정이다.
그러기 위해서 더욱 몸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하면 내공도 일 갑자까지는 끌어올릴 수 있을 거고, 육체도 어느 정도 완성이 될 거고 키도…… 음…… 그 녀석보다는 컸으면 좋겠다.”
안 본 지 얼마나 되었다고 훌쩍 커 버린 여하륜이 자꾸만 눈에 밟히는 진천희였다.
전생에도 키 때문에 서러웠는데 이번 생에서는 쭉쭉 컸으면 좋겠다.
“키는 결국 유전인데 말이지.”
청담동에서 소아과를 하고 있는 동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키는 결국 유전자가 80%를 결정한다고.
사실 90%는 되는 것 같은데 그래도 아락바락 하다 보면 1센티 클 거 1.2센티는 키울 수 있으니까 그래도 80%는 쳐주겠다고.
“그래. 이번 생애 목표는 180 이상 위너다.”
그때나 지금이나 부모 얼굴 모르긴 매한가지 아닌가.
진천희는 운공을 하는 김에 성장판 쪽으로도 집중적으로 내공을 보냈다.
그렇게 한 달 후.
“오, 좀 컸네?”
진천희는 창으로 자신의 키를 벽에 그었다.
한 달.
성장기라고 해도 이 정도면 상당히 빨리 자라고 있는 셈이다.
내공으로 성장판을 자극시키는 건 상당히 괜찮은 전략인 모양이다.
‘여하륜 이놈, 다음에 보면 엄청 놀라겠군. 너와 나의 진정한 눈높이를 보여 주마.’
진천희는 그러고는 창을 한 번 가볍게 휘둘렀다.
차르륵-
뇌공이 진천희의 창의 궤적을 따라 움직이며 스파크가 튀었다.
예전에는 의식해서 해야 하는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마치 숨을 쉬듯 쓰고 있었다.
진천희의 몸이 세 개의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잔상을 그렸다.
미리보 초입의 증거다.
그러고는 창끝으로 와룡상을 튕겨 올린다.
이번에는 어깨가 아닌 발바닥으로.
쿵!
“우선은 하나!”
그대로 물구나무를 선 채로 외공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번째 달.
“머리카락이 너무 자랐나. 키만큼이나 머리카락 자라는 속도도 빠른걸?”
머리끈을 이용해 대충 묶고는 연못을 거울 삼아 얼굴을 한 번 손으로 쓱 훑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손을 뻗어 잉어를 낚아챘다.
낚아채는 진천희의 손이 세 개의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파드득!
마치 맡겨 놓은 물건이라도 가져가는 양, 세 마리 잉어를 한 번에 소쿠리에 담고는 몸을 일으켰다.
진천희의 몸은 꽤 근육이 붙었다.
원래도 무인은 성장이 빠른 편인데, 진천희는 더 빠르게 크고 있는 중이다.
와룡상에 잔상처가 많이 생겼다.
“폐관 수련이 끝나면 새로 하나 맞춰야겠네.”
드디어 마지막 달이 되었다.
진천희는 창 대신 손가락으로 자신의 키를 쟀다.
“25센티…… 무림 기준으로 1척이나 자랐네……?”
진천희는 산발한 머리카락을 뒤로 묶으려다가 한숨을 쉬었다.
“맞다. 연공하다 머리끈 해먹었지.”
습관이 무섭다.
“변성기인가. 슬슬 목소리도 굵어지기 시작했고. 으음…….”
앳된 소년은 이제 청소년 정도로 보였다.
길게 산발한 머리카락 아래로 깊게 잡힌 근육이 흉기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상의는 해져서 완전히 탈의했고, 하의만이 겨우 근육질 허벅지를 가리고 있었다.
식사라고는 생선과 벽곡단밖에 먹지 못해서인지 전체적으로 마른 듯한 몸이지만 그렇게 봐도 상당히 단련된 몸이었다.
기이하게도 이제는 진천희가 걸을 때마다 잔상이 더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보통 사람이 걷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단지, 이상하게도 걸음걸이 어디를 보아도 다음 동작이 도무지 예측이 되지 않았다.
-미리보 삼 성에 다다르면 걷고 뛰는 것이 바람과 같단다. 형태에 얽매이지 않게 되지.
중요한 요체들은 모두 스승님과 지옥 훈련을 하며 배웠다.
마치 언제 죽어도 진천희가 성장할 수 있게 안배한 것처럼.
거기까지 생각하니 진천희의 표정이 굳었다.
‘쉽게 죽게 두지 않아.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게 스승님과 내가 나눈 맹세였으니까.’
눈을 감으면 아직도 그 민들레 홀씨가 날던 정원이, 그 향기가 떠올랐다.
그곳에서 진천희는 제갈린에게 결코 쉽게 죽게 하지 않겠노라고 맹세했다.
모든 인간이 그렇듯, 당신도 언젠가 죽겠지만, 결국에는 그리되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게 하겠노라고.
설령 죽여 달라 청한다 하셔도 살려 내겠다고.
진천희는 창대를 들고 연무장 바닥에 진법을 그렸다.
그가 지나갈 때마다 번개로 그을린 자국이 진법이 되어 그려진다. 마침내 그 한가운데.
진천희는 엉덩이를 깔고 한참을 운공했다.
아직 아이 티가 남은 소년의 입술에 살풋 미소가 감겼다.
“슬슬, 해 볼까.”
현원오행신단.
옥함 뚜껑을 열자 다섯 개의 신단이 들어 있었다.
이번에도 아무런 향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다섯 신단이 서로 다른 향을 뿜고 있음을 진천희는 느낄 수 있었다.
당연하다. 이것은 각각 오행의 기운을 담고 있으니까.
원래라면 천천히 하나씩 섭취하는 게 맞다. 하나만으로도 강력한 영약이기 때문이다.
“그저 향만으로 기분이 아찔해지다니 대단하긴 대단해.”
그러나 진천희의 해답은 달랐다.
“한꺼번에 복용한다.”
옛날 이곳에 와서 처음 오행단을 먹었을 때와 같은 답.
진천희는 다섯 알을 그대로 삼켰다. 어렵지 않았다. 입에 넣는 순간, 마치 설탕처럼 녹아내리기 시작했으니까.
처음에는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다섯 신단이 완전히 녹아내리는 순간, 오행의 내기가 저마다 날뛰기 시작했다.
쿠그그그-
옛날의 진천희라면 그대로 기혈이 터져 버릴 만큼 강력한 내기.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진천희는 다섯 내공을 단전으로 보내는 대신 도리어 몸 안의 혈도를 타고 주천시키기 시작했다.
폭주하는 말들을 실컷 달릴 수 있도록, 막는 대신 길을 내줘서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 뿐.
갓 들어온 내력이 진천희의 중단전을 뚫기 시작했다.
쾅!
하나의 신단만 해도 제대로 섭취하면 능히 십 년의 공력을 더해 주는 영약.
워낙 강한 기운 때문에 본래라면 차례대로 하나씩 먹는 것이 정석인 영단이다. 그러나 그것을 한꺼번에 먹어 버린 결과가 진천희의 몸속에서 일어났다.
다섯 가지의 기운이 상생상극하면서 몸 안에서 만들어내는 기운은 그야말로 미증유의 것.
본래라면 일 갑자에 해당하는 공력을 얻어야 정상이나, 실제로 불어난 기운은 그것을 훌쩍 뛰어넘었다.
‘후우, 지금부터 시작인가.’
진천희는 이미 이리될 것을 예측하고 있었다.
‘현원오행신단. 백린의선 사후에 소설 속 마두 중의 하나가 우연히 손에 넣게 되는 물건. 녀석은 오행신공이 아닌 다른 무공을 익히고 있었지만, 다섯 개의 환단을 모두 먹고 환골탈태를 했었지. 그리고 그 방법은…….’
몸 안에서 일어난 거대한 기운을 제어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방향만 잡아 줄 뿐. 그것이 바로 해답이다.
만약 다른 영약이나 혹은 영물의 기운이면 이 방법은 위험하다.
아무리 방향을 잡아 준다지만, 강대한 기운이 혈맥을 박살 낼 테니까.
하지만, 현원오행신단은 이렇게 해야 했다.
이것이 보통의 영약이 아닌, 치료약이기 때문이다.
‘부수고, 치료하며 강하게 만든다. 그것이 현원오행신단의 진짜 공능.’
중단전이 방금 뚫렸다. 그리고 그 와중에 맥이 두텁게 강해진다. 전신으로 현원오행신단의 기운과 약력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그러고도 기운이 남아돈다. 다섯 마리의 말이 계속 질주를 시작했다.
이윽고, 그것은 뇌로 향한다.
‘왔다. 정신 바짝 차려야…… 잘못하면 평생 폐인으로 살게 될 거야.’
뇌를 건드리는 일이다. 실패해서 죽으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가장 큰 문제는 애매하게 성공했을 때다.
살아는 있으되 뇌는 망가져 버리는 상황.
그게 무림에서 백회혈을 건드렸을 때 생기는 도박.
인격이 변하거나 기억을 잃거나, 미쳐 버리거나 반신불수로 살아야 할 수가 있었다.
‘괜찮아. 준비는 단단히 했어.’
남은 것은 한 걸음 더 내디딜 수 있는 용기.
진천희는 죽음을 각오했다.
펑!
‘어?’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뚫는 기색이 아니다.
그냥 큰 구멍을 통해서 기가 콸콸 흘렀다.
이유는 별게 아니다.
이미 그의 백회혈은 대문짝만 하게 뚫려 있었던 것!
‘이게 뭐야? 어째서?’
진천희가 당황한 사이. 이미 남아도는 기운이 대주천을 시작했다.
그 격류에 그의 정신이 무의식의 영역으로 나아가 버렸다.
우득. 우드득.
그가 무아의 상태가 된 순간. 그의 몸의 뼈가 이상한 소리를 냈다.
몸에서부터 어마어마한 검은 액체가 흘러넘치기 시작했고, 피부가 한 겹 벗겨지기까지 했다.
환골탈태!
강호에서도 경험한 이가 당대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여러 시간이 지난 후.
진천희는 무아지경에서 깨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