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186
식당엔 사매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그리고 다들 기수와 추매를 보는 표정이 무서웠다.
추매는 자기도 모르게 옷소매로 입가를 한 번 더 닦았다.
“너희들 안에서 뭐 했어?”
두 사람이 동시에 손에 쥐고 있던 걸 들어올렸다.
“부추 가지러…”
“양파 가지러…”
다들 ‘그걸 누가 믿냐?’ 하는 눈빛이었지만, 심증은 있어도 물증이 없는 상태라 더 뭐라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어색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자기 방으로 돌아온 기수는 창고에서 있었던 일을 후회했다.
‘아!… 복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자고 해놓고 그게 뭐람.’
나올 때 서로 같은 방향으로 부딪힐 뻔 한 그 동작만 아니었어도 껴안지는 않았을 거고, 껴안지 않았으면 비비지 않았을 거고, 비비지 않았으면 벗기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결국은 좁은 문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었다.
‘나쁜 문 같으니라고…’
기수는 추매의 치마 속에 감춰진 긴 다리, 곧고 긴 다리를 떠올리며 한숨지었다.
‘건드리지나 말지…’
따듯하고 촉촉한 입이 닿았었기 때문에 잡념을 가라앉히기가 쉽지 않았다.
기수는 양손으로 자기 뺨을 짝! 짝! 때렸다.
“정신 차리자! 정신!”
그리고 일단 자세를 잡고 운기를 시작했다.
다행히 추매의 유혹은 곧 사라졌다.
3개 단전으로 동시에 운기하니까 집중력도 예전보다 훨씬 좋아진 것 같았다.
기수가 그렇게 운공하는 사이.
춘매는 추매를 따라가서 질문을 하고 있었다.
“야. 너 진짜 양칠이하고 아무 일도 없었어?”
“사저!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우리는 지금 사부님의 복수를 위해 이곳에 모여 무공 연마에 집중하고 있잖아요. 내가 왜 그런 짓을 하겠어요. 더구나 밥 앉혀놓고 반찬거리 가지러 들어갔을 뿐인데 그 사이 일은 무슨 일이 있을 수 있겠어요?”
춘매는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보다 말이 많은 거 보니까 뭔가 하긴 했구나…’
그 시간에 도대체 뭘 할 수 있었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볼이 붉어졌다.
그리고 양칠의 장대한 물건이 생각나자 자기도 모르게 몸이 한 차례 부르르 떨렸다.
자기도 복수가 중요하고, 무공 연마가 최우선이라는 건 알지만 한 번 양칠에게 맛을 들인 몸은 그녀의 의지와 다르게 반응했다.
춘매가 추매에게 말했다.
“우리 말야…. 하루에 한 번 정도는 휴식을 가져도 문제 없는 거 아닐까? 오히려 집중에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잖아. 안 그래?”
추매가 눈을 흘겼다.
“사저. 꼭 그래야겠어요?”
“아니… 난 다른 뜻이 아니라…. 가만있어 봐! 너 양칠이하고 언제 했어?”
예전에는 양칠이 다른 여자한테 눈길을 주면 그 눈알을 파내고, 다른 여자와 하면 남성을 잘라 버린다고 협박했던 춘매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양칠이 눈길과 그것을 준 대상이 자기 사매들이고, 또 양칠이 고수가 되었기 때문에 예전처럼 함부로 다룰 수 없었다.
동굴 벽에 손도 안 대고 구멍을 뻥! 뻥! 뚫던 모습도 그렇고, 새처럼 날던 경공술도 그렇고, 자기보다 고수가 된 게 틀림없었다.
지금으로선 양칠을 조질 게 아니라 사매들과 자신간에 서열을 확립하는 편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추매가 씩 웃은 후 물었다.
“왜요? 먼저 한 게 뭐가 중요한가요?”
“당연히 중요하지! 먼저 한 사람이 이를테면…. 그러니까 정실부인이고, 나중에 한 사람은 첩이라고 할 수 있지. 그 서열은 절대 무시할 수 없어. 굉장히 중요한 거야!”
춘매는 서열이란 단어를 강조해서 말했다.
추매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 그렇군요… 서열을 절대 어기면 안 되겠네요.”
“안 되지! 당연히….”
춘매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추매가 직격탄을 날렸다.
“앞으로 형님이라고 부르세요.”
“무, 무슨 소리야?”
“정실과 첩이나 마찬가지라면서요? 당연히 그렇게 불러야죠. 설마 자기가 한 말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겠죠?”
춘매는 당황했다.
“나, 나는 얼마 전부터냐 하면…. 그래. 도관에 자리 잡은 지 사흘짼까? 하여튼 그때 처음으로 했어. 넌 언제야?”
추매는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난 여기서 지낼 때 했어요.”
춘매는 깜짝 놀랐다.
“뭐, 뭐라고? 거, 거짓말….”
“믿지 못하겠으면 동매에게 물어보세요. 나보다 한 시진 늦었으니까.”
“어, 어떻게 사부님 눈을 피했어? 여긴 우물도 있고 나무하는 곳도 가깝잖아?”
“사부님이 새 거처 알아보러 가셨을 때 했죠.”
춘매는 괴성을 질렀다.
“으아악!……양칠이… 이 개새끼!”
양칠이 예전만 같았다면 당장 달려가서 잘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꾹 눌러 참을 수밖에 없었다.
한참 동안 씩씩거리던 춘매가 말했다.
“뭐… 누가 먼저고, 누가 나중인 게 뭐 그리 중요하겠어.”
“흥! 금방 식언을 하네. 동생.”
“으으…. 어, 어쨌거나 아까 내가 한 얘기 어때? 하루에 한 번 정도는 괜찮겠지?”
춘매는 서열 얘기가 또 나올까봐 급히 화제를 돌렸다.
추매는 반대 의견이었다.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겨서 안 돼요.”
“뭐 그렇게 많이 빼앗긴다고….”
“양칠은 한 명인데 우리는 셋…. 가만있자… 설매가…”
“설마…. 걔는 아닐 거야. 어쨌거나, 시간이 걸리면 얼마나 걸린다고…”
“양칠도 무공 연마를 해야 할 거 아녜요. 두세시진씩 매달리면 잠은 언제 자고 연공은 언제 해요?”
춘매는 끈질겼다.
“그, 그런가? 하지만… 하루에 한 명씩 한 번이라면…..”
“그래도 한두 시진은 소모할 텐데… 안 돼요. 양칠은 사숙의 복수를 하려고 저렇게 열심인데, 우리가 돕지는 못할 망정 방해할 수야 없죠.”
춘매는 결국 포기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호호호!…”
“사저도 사부님의 무공이나 열심히 연공하세요. 잘 돼요?”
“아니. 이상하게 자꾸 막혀.”
“나도 그런데…. 하긴, 절세무공이 쉽게 되겠어요? 힘내자고요.”
“그래! 힘내자.”
추매를 보내고 돌아선 춘매의 눈에 핏발이 섰다.
‘뭐? 두 시진(4시간)? 난 두 판을 해도 일각(15분)이면 남아돌았는데…’
그녀가 대충 웃으면서 포기한 척 한 것은 추매의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서였다.
춘매는 좌우를 살핀 후 자신의 연공실로 가지 않고 기수의 거처로 갔다.
인기척을 느낀 기수는 조용히 호흡을 갈무리하고 눈을 떴다.
“어! 춘매 아냐? 웬 일로 왔어?”
기수는 불안감을 느꼈다.
벌건 대낮인데 그녀의 눈빛에 담긴 열기가 심상치 않았다.
“따질 게 있어서 왔어!”
기수는 살짝 쫄았지만, 곧 그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물었다.
“뭘 따지려고?”
“너. 추매하고 두 시진 동안 한 거 맞아? 나한텐 일부러 빨리 끝낸 거였어?”
기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헉! 그걸 어떻게 알았지? 혹시 사매들끼리 서로 자랑이라도 했나?’
기수는 일단 잡아뗐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그걸 어떻게 두 시진을 해? 너 이제까지 만난 남자 중에 그렇게 오래 하는 남자 있었어?”
춘매는 잠시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그리고 대답을 못했다.
“생각해 봐. 내가 그냥 보통으로 평범하고 정상인 거잖아? 안 그래?”
워낙 시간이 없고 급한 상황이라 앞 뒤 절차 다 생략했는데 1각이면 사실 준수한 편이었다. 어쩌면 그 정도도 대단한 거라고 할 수 있었다.
기세 등등하던 춘매는 바로 기가 죽었다.
“하지만, 추매가 그렇게 말해서….”
“하핫! 그거야 뭐 기분상 그렇게 느껴졌다는 뜻이겠지.”
춘매는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갑자기 눈을 빛내더니 와락! 기수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헉! 왜, 왜 이래? 뭐 하는 짓이야?”
“아잉…. 나 시간 한 번 재보고 싶어졌어. 한 번만. 응? 한 번만…응?응?”
예전엔 암사자 같던 춘매가 콧소리 앙앙거리면서 나약한 척, 연약한 척, 애교를 부리니까 완전히 다른 여자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그녀의 손은 이미 중요 거점을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낮에… 다른 사매들 보면 어쩌려고….”
“설마 이 시간에 내가 여기 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하겠어?”
그녀의 손은 허락도 받지 않고 바지 속으로 들어왔다.
희고 긴 손가락이 꽈악~ 움켜쥐는 느낌이 전해져오자 기수도 참을 수 없었다.
“조용히 할 수 있겠어?”
“물론이지. 아움…. 쭈웁… 쭈우웁~”
“으으….. 에라 모르겠다!”
안 그래도 추매 때문에 발동이 걸린 상태였기 때문에 참기 어려웠다.
그로부터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춘매는 추매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확인했다.
점심시간.
기수는 그냥 평범하게 앉아서 젓가락을 들었는데 동매가 갑자기 밥그릇을 탁! 내려놓으면서 소리를 질렀다.
“양칠! 춘매! 너희들 했지!”
기수와 춘매는 화들짝 놀랐지만 시치미를 뗐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생사람 잡지 마. 뭘 했다는 건데?”
“너희들 방금 안 보는 척 하면서 서로 이상한 눈빛 주고받았잖아.”
“고ㅡ 고작 그걸로 사람을 의심하는 거야?”
추매도 밥 푸던 주걱을 들고 달려왔다.
“고작이라니! 춘매. 너 아까 이상한 소리 할 때부터 수상했어!”
춘매도 계속 수세만 취하지는 않았다.
“야! 사저한테 왜 반말이야!”
“사저? 야! 동생이면 동생답게 굴어. 이게 어디서 형님한테…”
“이, 이게 미쳤나?”
화가 난 춘매가 내공을 끌어올리자 추매와 동매도 지지 않고 내공을 모았다.
식당 안이 순식간에 전쟁터로 바뀔 상황이었다.
기수는 고개를 숙이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아!… 신이시여. 저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크리스마스 때 말고도 교회 좀 나갈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이 ‘개독 새끼들!’이라고 욕하는 거 들은 다음부터 안 나가게 되었는데 그 친구들이 미웠다.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나밖에 없는 거지?’
기수는 양손으로 식탁을 탕! 치고 일어섰다.
“시끄러워!”
악다구니를 쓰던 세 사자매가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다른 두 명도 바짝 쫀 눈빛으로 기수를 쳐다봤다.
기수는 그녀들의 표정을 보면서 지금은 자기가 이들의 리더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무공으로나, 복수를 하겠다는 의지로나 5명을 이끌어가야 할 입장인 것이다.
기수는 추매와 동매를 검지로 가리킨 후 말했다.
“너희 둘. 나를 따라와. 나머지는 밥 먹고 각자 연공해.”
모두들 말을 잘 들었다.
기수는 밥 한 숟갈 제대로 뜨지도 못한 채 추매와 동매를 데리고 가서 때찌! 때찌!를 해주었다. 두 사매는 더 때려달라고 난리였다.
자기 잘못을 반성한 것 같아서 기수도 만족스러웠다.
두 사람과는 오랜만이었는데, 그 느낌이 진짜 좋았다.
“그동안 정말 그리웠어.”
“나도…”
“나도…”
그렇게 세 명을 모두 눌러놓으니까 저녁식사는 아주 평화롭고도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 춘매와 추매, 동매도 어느새 사이가 좋아 보였다.
이제 서로를 인정하고, 공유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 같았다.
기수는 그녀들이 그렇게 알아서 기는 것을 보고 비로소 자기 포지션을 찾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 역시 난 무리의 대장 수컷 자리가 어울려. 후후…’
그는 제대로 밥 한 끼를 배불리 먹고 식당을 나왔다.
‘이제 운기조식 좀 제대로 해볼까?’
그러나 그것은 단지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거처 담 뒤에서 한 사람이 숨어 있다가 튀어 나왔다.
“양칠 오빠. 나 할 말이 있어…”
“으잉? 설매? 네가 왜 여기에…. 아까 먼저 일어나서 연공하러 간 거 아니었어?”
할 말 있다니까 불안했다. 설매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오빠. 사저들하고 했어?”
직접적으로 물으니까 살짝 부끄러웠다.
“응? 그, 그게 말이지… 내가 했다기보다는…아! 그래. 너한테 당하듯 다른 사저들한테도 당한 거야. 내 의사와 상관없이…”
“하지만 지금은 무공이 고강해졌으니까 오빠가 싫으면 안 해도 되는 거잖아?”
“그, 그야 그렇지. 하지만 그게 일단 한 번 길이 나면 계속 다니게 되는…냐하핫!”
설매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기수를 노려봤다.
기수는 그녀를 어떻게 달래줘야 좋을지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설매가 물었다.
“오빠는 그때 내가 강제로 해서 싫었어?”
“죽이지 않고 살려줘서 고마웠지. 정말로….”
“그거 말고….. 좋았냐고…. 느낌이…”
“좋았지! 물론 좋고말고…”
“그런데 왜 나한테 다시 하자고 안 해?”
“아! 그거야… 지금 우리는 사부님과 사숙의 복수를….”
기수는 말을 하다 중간에 끊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핑계가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에잇! 따라왓!”
기수는 그녀의 손목을 끌고 방으로 들어갔다.
여러 말 할 것 없이 그냥 몸으로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여자하고 말을 많이 하면 늘 자기만 곤란해지는 것 같았다.
침상에 나란히 앉아 입맞춤부터 시작하자 설매는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
후끈 달아올라서 거친 숨만 토해낼 뿐이었다.
“아아….”
기수도 덩달아 흥분되었다.
그녀의 빨갛게 상기된 뺨 때문에 얼굴이 더 앳되고 예뻐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