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 Manri RAW novel - Chapter 73
바쁜 저녁이 지나고, 기수는 휴식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좌호법 엽청문은 기수에게 방 하나를 내주었다.
전에 지내던 석실에 비하면 좁고, 벽도 얇고, 목욕통도 없었지만 기수는 혼자 호젓하게 지낼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그는 문을 잠그고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낮에 암천제를 보고 자극을 받은 것이다.
아무리 상대가 마교 내에서 교주 바로 아래 등급의 고수라고 해도 누군가에게 쫀다는 것은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진지하게 운기조식을 하다 보니까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아침이 훤하게 밝아 있었다. 날밤을 꼬박 샌 것이다.
‘아, 씨발….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본래 이렇게 집중력이 좋은 사람은 아니었는데, 내공이 깊어지면서 머리가 좋아지고 몸이 건강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정신력도 강해진 느낌이었다.
무엇보다도 무공은 집중력의 대가를 정직하게 받을 수 있었다.
공부는 코피 흘리면서 명문대 들어가고, 등록금으로 수천만원을 바쳐봤자 절반이 실업자 신세니 확률 반반의 투자라고 봐야 했다.
기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히 몸을 움직여보았다.
‘오! 좋은데?’
전신에 힘이 넘쳐흘렀다.
문주의 석실에서 지내는 동안에도 혈천제와 함께 키운 내공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지만 지금처럼 깊이, 제대로 운기조식을 한 것은 아니었다.
곧바로 광혼랑이나 소혼랑이 들어와서 방해를 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몸을 제대로 만들고 나니 자신감도 샘솟았다.
‘이대로 암천제하고 한 판 붙어도 그냥 이길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기수는 곧 고개를 가로저었다.
서두를 필요가 없는 것이다. 확률 100%가 아닌 일에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거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밖으로 나가 보니 아침식사 배식이 이미 끝나 있었다.
그러나 충만한 운기조식 덕분인지 배고 고프지 않았고 졸리거나 피곤하지도 않았다.
그는 뭔가 도울 일이 없나 싶어서 엽청문 부부를 찾아갔다.
그들은 연무장에서 제자들 훈련을 시키고 있었다.
기합소리가 우렁찬 게 다들 실전을 앞두고 바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열외 취급 받는 기수는 혼자 뻘쭘하게 서있기도 어색해서 숙소로 돌아와 혼자 방문 걸어 잠그고 분광권의 초식들을 연습했다. 할수록 스피드와 파워가 증진되는 느낌이라서 연공을 멈출 수 없었다.
점심시간 후에 기수는 쉬러 돌아온 엽청문 부부에게 물었다.
“곧 전투가 벌어질 거라고 보십니까?”
“아마도 그럴 거야. 암천제님이 직접 오신 것만 봐도 사태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지.”
삼천제 중 두 명이 뭉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다.
기수는 좀 당황스러웠다. 무림맹과 싸우는데 마교 편에 서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가 무림맹을 좋아하고 마교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무협지를 읽을 때는 당연히 무림맹이 좋은 편이고 마교는 나쁜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곳에 와서 직접 겪어 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
기수가 기분 나쁘게 생각하는 것은 박쥐처럼 이 편에 붙었다, 저 편에 붙었다 하는 것이었다. 마교도와 싸워서 화양문을 위기에서 구해냈는데 지금은 마교도의 일원이 되어 화양문과 싸운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
‘확! 무림맹 편이 되어버릴까?’
그러나 마교도들로부터 배신자 소리 듣기는 싫었다.
‘이참에 그냥 마교 편 해버릴까?’
그러자니 무림맹에서 사귄 친구들 볼 면목이 없었다.
‘아 놔, 된통 꼬여버렸네. 무슨 팔자가 이래? 그냥 미녀들이나 만나면서 편하게 살도록 내버려두면 안 되나?’
꼬인 걸로 따지자면 알바 구하러 다니다가 무림으로 온 것부터가 문제였다.
기수는 오랜만에 대화를 시도해봤다.
[어이! 이봐. 거기 신! 아니….누군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날 여기 데려온 당신! 난 도대체 어느 편이 되어야 하는 거야? 대답해 봐. 당신 하라는 대로 할게.]
대답은 없었다.
기수는 구리동전 하나를 꺼내 앞뒤를 정한 뒤 속으로 생각했다.
‘좋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이 한 번의 토스로 모든 걸 결정하는 거다. 앞이 나오면 무림맹, 뒤가 나오면 마교. 어떤 결과가 나오건 딱 한 번으로 결정하고 그 이후에는 두 번 다시 고민하지 않는 거다!’
자신의 운명, 더 나아가서는 무림의 운명을 딱 한 번의 동전 던지기에 모두 거는 것도 나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수는 어떤 결과건 절대 승복한다는 결심을 다진 후 엄지로 동전을 튕겼다.
바닥을 살핀 기수는 깜짝 놀랐다.
‘이, 이럴 수는 없어!’
동전이 수직으로 서 있었다.
그럴 확률이 얼마나 될지 계산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었다.
신이 있다면 그의 장난이라고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었다.
[뭐야! 마교도 무림맹도 아니고 그냥 계속 박쥐가 되란 말입니까? 씨발 무슨 배트맨이냐? 그럼 하늘에 써치라이트라도 쏴보던가.]
존대말, 반말, 욕이 마구 섞여 나왔다.
혼자 흥분했던 기수는 엽청문 부부의 시선을 의식하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부인 만묘가 말했다.
“그거 참 신기한 동전이네. 어쩜 그렇게 똑바로 서지?”
“그러게 말야. 한 번 더 해 봐.”
엽청문이 권했지만 기수는 동전을 그냥 넣었다.
배트맨 신세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그가 물었다.
“호법님. 무림맹과 싸울 때 남자도 얼굴에 귀신 화장 합니까?”
배트맨이 되려면 가면이 필요했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지. 옛날엔 우리 마교도들이 저마다 생업에 종사하다가 비밀리에 집결하여 싸우곤 했기 때문에 화장을 하거나 가면을 쓰거나 복면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엔 그냥 맨얼굴로 싸우는 경우가 더 많지.”
“그렇군요. 난 신분을 감추려는 게 아니라 적에게 겁을 주려고….”
그러자 만묘가 말했다.
“요즘은 날이 더워져서 화장한 채 오래 있으면 땀에 번질 거야. 원한다면 복면이 있는데 하나 줄까?”
“예! 부탁합니다.”
그녀가 가져온 복면을 보니 검정 바탕에 눈 근처에 화염 모양이 수놓아져 있었다. 도룡문의 상징인 용문양도 있어서 같은 편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수는 그 알록달록한 색 실들이 좀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배트맨하고는 거리가 멀구나. 무슨 멕시코 프로레슬러 복면 같잖아.’
그래도 마교도 사이에 섞여 있으면서 얼굴도 감출 수 있으니 소중한 아이템이라 할 수 있었다. 이제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마교의 무공이었다.
“제게 도룡문의 무공을 가르쳐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지.”
엽청문은 기수의 청을 기꺼이 수락했다. 그동안 무공을 함께 수련하자고 해도 꽁무니만 빼던 기수가 먼저 가르쳐 달라고 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문주 곁에서 지켜줄 사람이 하나라도 더 있으면 좋은 일이었다.
“이왕이면 가장 수준 높은 최고의 무공을 가르쳐주십시오.”
“가르쳐주는 건 문제 아니지만, 배울 수 있을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만묘가 칼을 뽑아 들고 빈자리를 찾아 자세를 잡고 섰다.
“좋아. 우리 도룡문의 자랑인 탈백도(奪魄刀) 48초식을 일단 한 번 보여주겠다. 네가 하는 거 봐서 하루에 1초씩, 진전이 빠르다면 2초씩 배우기로 하지.”
만묘는 맹렬한 파공음과 함께 유엽도를 휘둘렀다. 기수가 보기에 아직 소혼랑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의외로 꽤 실력 있는 고수였다.
“어때? 잘 봤어?”
“예. 도법이 상당히 패도적이고 실전적이군요.”
“그래. 처음 배울 때는 어깨가 뻐근하고 팔도 좀 아플 거야.”
“내가 한 번 해볼 테니 잘못될 곳을 지적해주십시오.”
기수는 칼을 받아들고 방금 본 초식들을 흉내냈다.
전부 다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탈백도의 초식들이 상당부분 제 모습을 갖추어 펼쳐졌다.
엽청문과 만묘는 깜짝 놀라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기수의 도법이 만묘의 도법보다 훨씬 뛰어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전에 이 도법을 배운 적이 있었나?”
기수는 자기 실수를 깨닫고 둘러댔다.
“문주님이 가르쳐주셨습니다. 하지만 자질이 부족해서 아직 대성을 못했습니다.”
“아…! 그랬군. 어쩐지….”
“걱정 마. 우리가 제대로 교정해줄 테니까.”
기수는 두 사람에게 개인레슨을 받았다.
그는 권법으로는 분광권, 검법으로는 상춘관 검법과 월영검법을 익히고 있었다.
상춘관검법은 기초적인 것이지만 월영검과 분광권엔 엄청나게 복잡한 초식들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그런 무공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기수이다 보니 전혀 생소한 탈백도를 한 번만 보고도 대체적으로 그 움직임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고수가 되면서 무공을 보는 눈도 성장한 것이다.
기수는 결국 하루만에 탈백도 48초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엽청문 부부에겐 일부러 서툴게 틀리는 척 했지만 머릿속으로는 정리가 다 되었다.
남은 일은 자연스럽게 펼쳐질 때까지 연습해서 몸에 익히는 것이었다.
‘됐다! 복면을 쓰고, 칼을 들고, 탈백도 초식을 사용하면 무림맹 사람들 중 누구도 나를 알아보지 못할 거야.’
그들과 맞닥뜨렸을 때 베어서 죽일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남았지만 그것은 그때 가서 생각해도 늦지 않을 일이었다. 당장은 배트맨 준비가 끝난데 만족했다.
그렇게 꼬박 하루를 보내고 밤이 오자 기수는 다시 깊은 운기조식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번엔 훼방꾼이 있었다. 소혼랑이 그를 찾아온 것이다.
“나와 함께 가자.”
“어디를?”
“그냥 아무 말 말고 따라와.”
기수는 대충 짐작을 하고 그녀를 따라갔다.
예상한 대로 소혼랑이 기수를 데려간 곳은 혈천제가 머무는 석실이었다.
암천제의 출현으로 어제 하루는 그냥 넘어갔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혈천제가 생글생글 웃으며 기수에게 물었다.
“내가 보고 싶지 않았느냐?”
기수는 속으로 웃었다.
‘하하! 너 이제 보니까 나한테 완전 반했구나? 하긴, 무리도 아니지. 나 같은 남자를 어디서 또 만나겠냐? 후후훗….. 도저히 나 없이는 못 살겠지?’
그러나 겉으로는 말이 다르게 나왔다.
“천제님 없이 보낸 하룻밤이 백년처럼 길게 느껴졌습니다. 제발 오늘은 저 혼자 내버려두지 마십시오. 부탁합니다~!”
“호호호…….! 염려마라.”
기수의 오버액션에 혈천제는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그녀는 턱짓으로 목욕통 쪽을 가리켰다.
기수는 뭐 하라는 얘기인지 알아차리고 곧장 들어가서 옷을 다 벗어던진 후 통에 들어갔다. 물이 따듯한 걸로 보아 미리 준비를 해놓고 기다린 게 분명했다.
기수는 몸을 씻으며 속으로 마음의 준비를 했다.
‘오늘도 단전에 꽉 찰 때까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집중해야 한다!’
밖에서 이중으로 된 석실 문 걸어 잠그는 소리가 차례로 들렸고, 잠시 후 옷자락 스치는 소리와 함께 혈천제가 욕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놀랍게도 소혼랑, 광혼랑도 따라 들어왔다.
그리고 세 사람 모두 옷을 벗어 알몸이 되었다.
‘와! 죽인다.’
기수는 한꺼번에 눈앞에 모여 선 세 사람의 나신을 보고 정신을 못 차렸다.
형태와 구성이 제각각이면서 각자가 다 아름다웠다.
볼륨은 광혼랑이 압권이었고, 다리 길이는 혈천제가 최장이었다.
물론 목 위로 보면 우열이 나뉘지만 그 아래로는 소혼랑의 몸도 혈천제 못지않게 아래쪽 피의 흐름을 빠르게 만들었다.
기수가 눈요기하는 동안 세 여인의 시선은 한 장소에 집중되어 있었다.
바로 거짓말하는 피노키오의 코처럼 사이즈가 변하는 존슨이었다.
세 미녀의 입에서 동시에 신음이 새어나왔다.
풀사이즈 존슨의 위용에 다들 오로지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기수가 씩 웃은 후 물었다.
“천제님. 오늘은 제자들과 함께 하는 겁니까?”
“왜? 싫으냐?”
싫을 리가 있나. 하지만 표정관리에 실패하면 낭패다.
“저는 오로지 천제님 생각뿐입니다.”
혈천제가 생긋 웃었다. 그런 얘기 듣고 누가 싫어하겠는가.
“손님 때문에 장소가 협소해졌고, 또 무림맹과의 결전 준비로 해야 할 일도 많아졌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을 모두 절약하기로 했다. 그러니 네가 이해하거라.”
이해하다마다.
“아! 저는 오로지 천제님 뿐인데…..”
“내가 안다. 하지만 당분간은 어쩔 수 없구나.”
당분간이 아니라 계속, 쭈욱~ 이어져도 상관없었다.
사실, 셋이 한꺼번에 들어온 것은 광혼랑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성과였다.
기수 없이 지낸 어젯밤.
광혼랑은 사부가 혼자 자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처음엔 눈썹 화장하는 법을 가르쳐주겠다면서 접근해서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고, 입을 맞추고, 한 가지 일이 다른 일을 이끌기를 반복해서 결국은 혈천제를 알몸으로 만들고 소혼랑과 협력하여 온몸 구석구석, 입술과 혀와 손가락을 사용하여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 것이다.
혈천제는 두 제자의 정성에 감동했다.
기수와 동침할 때처럼 결정적인 한 방은 없었지만 기수보다 훨씬 자상하게 잔잔한 쾌감들을 골고루 개발해줘서 색다른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혼자 기수를 만나도 됨에도 불구하고 두 제자를 동참하게 한 것이다.
광혼랑과 소혼랑은 자신들의 힘으로 참가자격을 획득한 셈이었다.
기수가 통 밖으로 나가서 당당하게 서자 세 미녀는 시키지 않았는데도 당연하다는 듯 기수 앞으로 다가와 무릎을 꿇고 앉았다.
기수는 정삼각형으로 배열된 세 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모두와 한 차례씩 미소를 교환했다. 그리고 삼각형의 한가운데로 존슨을 가져갔다.
위쪽 꼭지점에 선분의 끝을 맞추자 양쪽 꼭지점이 좁혀져서 선분의 좌우를 혀로 마찰했다. 위쪽 꼭지점은 혈천제의 입이었다.
“으으…..”
기수는 꼭지점 속으로 파고들어 선분이 점점 짧아지는 모습을 내려다보며 신음을 토했다. 언제 봐도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기수가 반응을 보이자 세 미녀는 저마다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경쟁하기 시작했다. 혈천제가 가장 유리하지만 소혼랑과 광혼랑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기수는 곧바로 신호가 오는 것을 느꼈다.
세 곳으로부터 전해지는 자극이 엄청난데다가 예쁜 얼굴 셋이 생글 생글 눈웃음을 치며 올려다보고 있으니 견디기 어려웠다.
‘안 돼! 참아야 해. 나는 할 수 있다!’
기수는 이를 악물고 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