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Devouring Mage RAW novel - Chapter 145
145화
EPISODE.73
‘이게 왜……?’
지금껏 클라우디 링이 전격을 내뿜는 순간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러셀의 마력에 반응하여 구름을 불러올 때.
그런데 웬걸.
작금의 이 상황은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마력을 불어 넣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디 링이 전기를 쏟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무엇인가에 반응하기라도 한 것처럼.
‘설마?’
러셀의 머릿속에서 한 가지 가설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다리아가 말했다.
“아무래도 이곳에, 막내. 네가 가진 반지와 짝을 이루는 아티펙트가 보관되어 있는 모양이로구나.”
클라우디 링의 출처는 따로 묻지 않았지만, 꽤 흥미진진해 보이는 모습. 그 모습에 러셀이 다리아의 말을 따라 읊조렸다.
“짝을 이루는 아티펙트…….”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아티펙트들은 온전히 하나의 완성품으로써 제 기능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허나, 그런 아티펙트들과 달리 몇 개의 물건이 짝을 이뤄야만 진실된 힘을 발휘하는 기물(器物)들 역시 아티펙트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었으니.
‘……황금가면.’
러셀이 가지고 있는 황금 가면 또한, 바로 그런 부류다.
각기의 가면 모두가 뇌력(雷力)을 보조하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게다가 두 개가 모이면 하나일 때보다 더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기까지.
그런데 설마 클라우디 링 또한 그런 종류의 아티펙트였을 줄이야.
‘아니,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닌가.’
생각해보면 미션이나 보상, 혹은 용과 관련된 아티펙트들은 대부분이 이런 형식이었다.
‘물론 뿔을 아티펙트라고 보기엔 조금 애매한 감이 있지만…….’
몇 개의 뿔을 모아 나감에 따라, 용인화 직후의 힘 역시 폭발적으로 상승했던 것이다.
황금가면 역시 예외는 아니었고.
파직-.
손가락 사이로 계속해서 새파란 전격이 흘러나왔다. 이내 흘러나온 전격이 한곳으로 집중되고.
화살촉, 혹은 바늘과도 같은 형상으로 변한 전격이 일정한 방향을 지목했다.
파직, 파지직-.
마치 나침반이라도 된 것만 같은 모습.
그러한 전격의 모습에 홀린 듯 걸음을 움직인 러셀이, 발을 멈춰 세운 곳은 어떤 보석의 앞에서였다.
마치 단백석(蛋白石, Opal)을 연상시키듯 아름다운 문양을 가진 보석이다.
다만 일반적인 단백석과 차이가 있다면…….
‘단조로운 무채색.’
-다채로운 색을 자랑하는 일반적인 오팔과는 달리 흰색과 연한 회색만이 섞여져 있다는 것뿐.
이질적인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아니, 이걸 보석이라고 할 수는 있는 건가?’
타원형(橢圓形), 오벌 브릴리언트 컷(Oval Brilliant Cut)으로 세공된 보석의 형태를 하고 있긴 했지만 이 물건은 완전한 보석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웠다.
차라리 안개, 혹은 구름의 일부를 이런 형태로 고정해 두었다고 해야 마땅할 외견.
의아해하는 러셀을 보며 다리아가 입을 뗐다.
“구름의 옥(玉)이로구나.”
“구름의 옥이요?”
“그래. 이질적인 외견만큼이나 특별한 보석이란다.”
다리아의 설명에 따르면 눈앞의 보석은 어떤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는 물론 어떤 소재로 만들어졌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물건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보석이 왕실의 보물고에 보관된 이유는 단 하나.
“구름의 옥, 줄여서 구름옥이라 부르는 그 물건은 날씨를 통제할 수 있단다.”
“?!”
산을 무너뜨리고, 화산을 폭발시키며 대지를 뒤집어엎는 마법사들에게 있어서도 날씨를 통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웨더 컨트롤(Weather Control).
블리자드나 타이푼 등으로 대표 되는 기후 조작 마법은 그 모두가 7써클 이상의 마법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각 나라에서도 꽤 실력자로 꼽히며 전쟁 병기 취급을 받는 5, 6써클의 마도사로서도 감히 엄두를 내기 힘든 경지.
실제로 엔디미온과 제국을 통틀어 서도 기후 조작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이의 숫자는 채 열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구름옥이 있다고 해서 마냥 쉽게 날씨를 조종할 수 있는 건 아니란다.”
아티펙트의 힘을 빌려 7써클 수준의 마법을 선보일 수야 있겠지만, 구름옥의 힘이 마력이나 정신력의 소모까지 보조해 주지는 않았던 것.
그렇게 설명한 다리아가 어깨를 으쓱이며 낄낄거렸다.
“설마하니 구름옥이 막내, 너의 반지와 짝을 이루는 물건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지만.”
다리아의 설명이 끝나고, 러셀은 구름옥을 내려 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설명대로라면, 구름옥은 양날의 검에 가까운 물건이었다.
활용하기에 따라서 압도적인 위력을 선보일 수 있지만, 반대로 자신이 지쳐 쓰러질지도 모르는, 그런 마법.
게다가 러셀은 이미 그런 종류의 마법을 하나 더 알고 있었다.
‘브라흐마스트라.’
9써클, 그 이상의 힘을 지닌 이 마법 역시 구름옥과 비슷한 특징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비슷하게 흉내는 낼 수 있지만, 마력의 소모는 물론 준비 시간 또한 너무 길지…….’
그런 상황에서 구름옥을 고르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클라우디 링과 짝을 이루는 만큼, 통제 난이도가 내려갈 가능성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확신할 수는 없어.’
반대로 위력과 함께 통제 난이도 또한 상승할지도 몰랐고.
고심 끝에 결론을 내린 러셀이 말했다.
“그럼, 이것으로 하겠습니다.”
“마침 짝을 이루는 물건도 가지고 있으니, 그럴 가능성이 클 거라 생각했다만…….”
말꼬리를 흐린 다리아가 러셀에게 경고했다.
“한번 선택해 밖으로 가지고 나간 물건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단다.”
“알고 있습니다.”
그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러셀은 자신의 선택이 바뀌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이유를 물어도 되겠느냐?”
물론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인 러셀이 첨언했다.
“언제고 다시 왕실 보물고에 들어올 수 있다 확신할 수 없을뿐더러…… 설혹 기회가 있다 하더라도 그때 방문할 보물고가 이번과 같을 것이라는 장담도 할 수 없으니까요.”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선택인 만큼 정론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허나, 러셀이 단순히 ‘강한 위력’이나 ‘짝을 이룬다.’라는 사실에만 눈이 멀어 구름옥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던바.
다리아가 낄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폐하께 권한을 위임받은 감독관으로서 선언하마. 구름옥은 오늘부터 막내, 네 것이란다.”
공식적인 선언까지 떨어진 이상, 더 이상 망설일 필요는 없을 테지.
그리 생각한 러셀이 구름옥을 향해 손을 뻗었다.
뻗으며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어떻게 사용해야 하지?’
일반적으로 반지와 보석의 관계라면, 보석을 끼울 수 있는 홈 따위가 있어야 하는데-.
‘클라우디 링에는 그런 홈이 전혀 존재하지 않아.’
그리하기에는 구름옥의 크기가 너무 크기도 했다.
그렇다면, 구름옥을 사용할 때마다 손에 쥐고 있어야 하는 걸까?
물론 이 모든 걱정은, 곧 부질없는 것이 되었지만.
반지를 끼고 있는 손끝이 구름옥에 닿은 순간, 화아악!
안개.
혹은 연기 따위로 변한 구름옥이 반지 속으로 흘러든 것이다. 그와 함께 반지의 외견이 변모했다.
파아앗-.
푸른색의 매끄러운 겉표면 위로, 구름이 흘러가는 듯 이지러지는 문양이 생겨났다.
알림이 떠올랐다.
[운룡(雲龍)의 날개 파편을 획득하셨습니다.] [운룡은 기후와 구름을 다스리는 용으로써 아주 희귀한 확률로 탄생하는 돌연변이 뇌룡입니다.]‘─뭐?’
알람을 듣던 러셀이 속으로 기함했다.
단순히 운룡이라는 명칭을 처음 들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뇌룡의 돌연변이라고?’
마법사들이 번개(雷) 속성을 화(火) 속성의 파생 마법으로 취급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화룡(火龍)의 돌연변이 개체가 뇌룡(雷龍)이라는 것 역시 그중 하나.
돌연변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 뇌룡이라는 개체는 희귀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뇌룡의 돌연변이라니!
가능성을 확률로 따진다면, 한없이 0에 수렴하는 수준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대륙의 역사를 통틀어 보더라도 운룡이 탄생한 것은 한 번, 설혹 기적이 일어났다고 해도 두 번 안쪽일 터.
그 터무니없는 확률을 생각하면, 자신이 운룡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이유 역시 납득되었다.
‘발견된 적이 없어서,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거야.’
그런 운룡의 날개 파편이라니.
아직 알람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알림창이 떠오르고.
구름옥을 통해 각성한 클라우디 링의 능력이 러셀의 머릿속으로 흘러들었다.
처음 클라우디 링이나, 황금 가면들을 얻었을 때와 똑같은 감각.
그 속에서 러셀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이건-.’
직접 사용해 본 것은 아니라지만, 클라우디 링의 능력이 예상했던 것 보다 더 뛰어났던 탓이다.
‘단순히 날씨를 조종하거나 구름을 불러와 전격을 내리치는 정도가 아니잖아……?’
그때, 그의 정신을 일깨우는 목소리가 있었다.
“짝을 이루는 물건인 것 같더라니,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흡수가 되는 구조였구나.”
어느새 다가온 다리아가 신기하다는 듯 러셀의 손에 채워진 반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
.
터벅, 터벅.
두 사람이 빠져나오자, 육중한 소리와 함께 솟구쳤던 계단이 그 모습을 감춘다.
이어 밀려났던 물이 다시 몰려들며 호수를 채웠다.
거칠게 일어난 물보라가 수면을 세차게 흔들고.
쏴아아, 철썩!
천천히 제 모습을 찾아가는 호수를 일견하며 다리아가 물었다.
“그래서 막내야, 어떻게 사용하는 물건인 지는 감이 좀 오느냐?”
얻은 지 채 십 분도 되지 않은 아티펙트였지만, 그 근간이 되는 반지는 러셀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게다가, 자신을 뒤따라 나오며 반지를 향해 조금씩 마력을 흘려 넣는 모습 또한 보였었고.
스승의 물음에, 러셀이 떨떠름한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만-.”
“그럼 어디 한 번 보자꾸나!”
기다렸다는 듯 박수를 짝 치며, 다리아가 낄낄 웃었다.
그녀 역시 마법사인 만큼, 짝을 이루어 완성된 아티펙트의 진정한 힘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게 아니면, 이 스승에게는 보여 주기 싫다는 것이냐?”
농담조가 다분한 스승의 음성.
“알겠습니다.”
러셀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몰라.’
대략적인 사용법과 힘은 알겠지만, 직접 사용해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만에 하나라도 이 힘을 통제하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는 스승님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테지.’
그리 생각한 러셀이 천천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푸른 마력이 반지를 휘감았다.
러셀의 다리 아래쪽으로 희뿌연 안개가 끼기 시작하고.
클라우디 링(Cloudy Ring).
써머솔트 폼(Somersault Form, 筋斗).
발끝에 힘을 주는 순간!
────────────쾅!
폭음이 일었다.
시계가 뒤집어지며, 눈에 비친 세상이 바뀌었다. 러셀의 신형이, 하늘을 향해 급발진했다.
“─!?”
용을 삼킨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