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367
367화
‘갑자기 포탈이 생겨나서 몬스터가 나온다고?’
지크는 무함마드의 말을 듣고 뭔가를 떠올렸다.
이전에 호쉬가르가 보여 줬던 영상이 기억난 것이다.
거대한 게이트가 열리고 그 안에서 수없이 많은 몬스터와 마족들이 쏟아져 나왔던 광경.
지크가 미간을 찌푸리며 무함마드에게 말했다.
“몬스터들의 수가 어느 정도 됩니까.”
무함마드가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대답했다.
“세, 셀 수가 없습니다. 새까맣게 몰려들어서…….”
지크는 무함마드가 일종의 공황 상태에 빠졌다는 걸 느꼈다.
이런 경우에는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고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직접 가서 살펴야겠군.’
그는 의식을 잃은 율리우스를 무함마드에게 맡겨 두고 최상층에서 쉬고 있던 하데스와 옐린을 불렀다.
어제의 일로 옐린은 지크를 상당히 어색해했지만, 상황을 듣고 그런 기색은 완전히 지운 채 입을 쩍 벌렸다.
“몬스터 군단이 쳐들어왔다는 말입니까?”
그 말에 하데스가 혀를 차며 말했다.
“나락인가 하는 그 미친놈들이 저지른 일인가 보구나.”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듯 보입니다. 우선 상황을 살펴야 하니 두 분도 저를 좀 도와주십시오.”
하데스와 옐린은 고개를 끄덕이고 지크를 따라나섰다.
지크는 호위 역으로 따라온 이슈타르의 비술가들과 제로스를 비롯한 흑검 기사단들을 이끌고 호텔 밖으로 나왔다.
그가 있는 곳은 도르타 공화국 내에서도 가장 번화한 카지노 도시로 자예드 가문이 운영 하는 곳이었다.
온갖 향락을 즐길 수 있는 카지노 도시 전체에 위험을 알리는 경고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당황하며 대피소로 피하는 관광객들 때문에 호텔 바깥은 아비규환이었다.
지크가 상황을 살피다가 하데스를 보며 말했다.
“말을 타고 가기는 어렵겠군요. 날아가는 게 낫겠습니다.”
지크는 부케팔로스를 소환해 옐린을 앞에 태우고 고삐를 잡았다.
옐린은 지크가 뒤에서 자신을 끌어안은 상태가 되자 어제의 일이 다시 떠오르며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지크는 그런 옐린의 반응을 모른 채 고삐를 잡고 제로스에게 말했다.
“먼저 가 있을 테니 외곽 성벽 쪽으로 오도록.”
“알겠습니다, 주군.”
지크는 곧장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데스는 공중에 떠올라 지크의 옆에 붙어 같이 날아갔다.
지크는 그렇게 부케팔로스로 날아가며, 하늘 위에서 도시 너머를 바라봤다.
‘저건…….’
호쉬가르의 영상에서 봤던 게이트가 도시 너머에 만들어져 있었다.
검은 구멍 안에서 몬스터 군단이 끊임없이 나와 도열한 채 서서히 도시 쪽으로 진군 중이었다.
이를 바라본 하데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하, 카르마를 왜곡시켜서 저딴 짓을 하다니. 나락이란 놈들은 대가리가 어떻게 된 것이 분명하구나.”
지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고삐를 잡고 더 빠르게 부케팔로스를 몰았다.
하늘을 가로질러 달리니 어느새 외곽 방호벽에 이르렀다.
돈 많은 자예드 가문이 지키는 도시답게 단단한 성벽과 방어 마법이 걸린 철창과 같은 방호 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었고 경비병들 역시 최신식 장비로 무장한 상태였다.
성벽 뒤에는 남부 카르텔 무리들이 쓰던 마도 기관 전차까지 배치되어 있었다.
지크는 일행들과 함께 성벽 쪽으로 내려갔다.
그러자 경비대장처럼 보이는 이가 지크가 있는 쪽을 향해 달려왔다.
“구, 구원의 기사 지크 드레이커 경이 맞으십니까?”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경비대장을 향해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소. 이곳의 책임자시오?”
지크의 말에 경비대장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 신이시여. 구원의 기사께서 이곳에 계시다니…… 불행 중 다행입니다.”
경비대장을 비롯해 다른 경비원들도 지크를 보며 손을 모으고 기도를 올렸다.
지크는 그 모습을 보고는 살짝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정신들 똑바로 차리시오!”
경비대의 인원들이 지크의 호통에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지크가 경비대장을 향해 눈을 빛내며 단호하게 말했다.
“아직 안심하긴 이르오. 이 도시로 몰려오는 적의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말해 주시오.”
갑작스러운 지크의 질문에 경비대장이 어버버하자 옆에 있던 부관이 말했다.
“초대형 몬스터 십 기와 대형 몬스터 오백 기, 중형 몬스터 및 소형 몬스터 삼천 기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부관이 식은땀을 닦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무, 문제는 갑자기 생긴 저 포탈에서 몬스터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크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게토 지역 쪽 몬스터들보다 더 많은 숫자다.’
지크는 아벨 측에서 율리우스의 배신을 알고 그와 지크를 처리함과 동시에 중립 지역인 도르타 공화국을 먼저 침공하려 한다는 걸 깨달았다.
북부의 히모나스와 동쪽의 도르타부터 치고 서서히 중앙대륙을 압박하겠다는 계획인 듯싶었다.
지크는 이 모든 계획의 주동자일 자를 떠올렸다.
‘라몬 지멘스. 이제 본격적으로 본색을 드러내겠다는 건가.’
그는 라몬 지멘스와 나락의 최종목표가 마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 부활의 시기가 점차 다가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신성 왕국에서도 사람들을 잡아갔지. 도르타 공화국 역시 대륙 침공의 재물로 쓸 셈인 건가.’
여기서 도르타 공과국을 이대로 두고 피하게 되면 이들을 제물로 삼아 더 강한 마족들을 소환해 마계 군단을 만들 것이 분명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기서 저들을 막아내야 했다.
지크가 경비대장에게 물었다.
“이곳의 총 병력을 얼마나 되오.”
이번에도 역시 그 대신 부관이 대답했다.
“경비 병력은 총 육백 명이고 마법사는 총 오십 명입니다. 기사단을 비롯한 주요 병력은 여기까지 오려면 적어도 한 시간은 걸릴 겁니다.”
도시 자체의 치안을 담당하는 것으로는 경비병만으로 충분했지만, 외부의 적을 상대하기에는 한참은 모자란 숫자였다.
그나마 성벽과 방호 시설이 단단해서 다행이었다.
‘한 시간이라. 성에서 방어를 잘하고 있으면 그럭저럭 버틸 만한…….’
그런데 그때, 지크의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 공중에서 뭔가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끼아아아악―
와이번을 닮은 마수가 날아들어 성벽을 향해 불길을 내뿜기 시작했다.
화르르르륵!
순식간에 성벽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들이 마수의 불길을 맞고 불타올랐다.
지크는 이를 보고 곧장 검을 뽑아 든 뒤 부케팔로스를 타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촤아아아악!
대기를 가르며 날아오른 지크가 곧장 마수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서걱―
오러 블레이드에 날개가 잘린 마수가 공중을 빙빙 돌다가 곧바로 땅바닥에 처박혔다.
그런데 마수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철창이 쳐진 방호벽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케에에에엑―
마수는 괴성을 내지르며 철창을 향해 몸을 부딪쳤다.
그러자 철창에 흐르던 방어 마법이 발동하며 마수의 몸에 전류가 흘렀다.
파지지지직―
전류에 괴로워하던 마수가 다시 고개를 길게 빼 들고 괴성을 내질렀다.
그와 동시에 마수의 몸이 폭발했다.
콰콰콰콰쾅!
마수의 육체가 산산조각 나며 뼛조각이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파바바박!
날카로운 뼛조각들로 인해 성벽은 물론 그 위에 서 있던 경비병들이나 대포, 발리스타 등 역시 타격을 입고 말았다.
더 큰 문제는 폭발과 함께 철창 일부가 날아가 버려 방호벽에 구멍이 뚫렸다는 점이었다.
공중에서 이를 살펴본 지크가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놈들이 마수에게 세뇌를 걸어 놨군.’
일반적인 마수들은 이런 자폭 공격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대형 마수들이 이렇게 몸으로 직접 돌격하며 자폭 공격을 하게 된다면 아무리 단단한 성벽이라도 막기가 어려웠다.
그때 언덕 위로 몬스터 군단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어어어어어―
새까맣게 몰려오는 몬스터 군단의 위용은 상상 이상이었다.
고대 마계의 몬스터라서 그런지 현상계의 몬스터들보다 덩치도 크고 더욱 사나워 보였다.
오우거나 미노타우로스만 해도 일반적인 크기의 두 배는 되어 보였다.
거기에 코뿔소를 닮은 초대형 몬스터들도 군단 가운데 모습을 드러냈다.
‘만약 저 몬스터가 성벽 앞에서 자폭을 하게 된다면…….’
한 시간은커녕 몇 분 버티지도 못하고 몬스터들이 도시를 초토화시킬 것이 분명했다.
지크는 다시 아래로 내려와 하데스와 옐린 쪽으로 착지했다.
옐린이 다급한 목소리로 지크에게 말했다.
“지크 경, 이 숫자만으로 저 몬스터들을 다 막을 수 있겠습니까?”
옐린의 말에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이 인원만으로는 부족할 겁니다.”
그가 그 옆의 하데스를 보며 말했다.
“하데스 님의 마법으로 사람들을 대피시킬 수는 없겠습니까?”
지크의 말에 하데스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이놈아, 용언 마법이라고 뭐든 다 할 수 있는 만능인 줄 아느냐! 그런 대단위 마법은 나도 포탈 장치가 있어야 가능하다!”
아무리 용이라도 한계는 있는 법이었다.
지크는 다시 하데스에게 물었다.
“그럼 이 방호벽 위에 실드를 치는 것은 가능하겠습니까?”
그 말에 하데스가 고민하더니 혀를 차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에잉, 그 정도는 카르마의 제한 안에서 할 수는 있을 것 같긴 하다. 근데 한 시간 동안 내내 유지하는 건 나라도 무리다. 저놈들이 아까처럼 몸으로 들이받으면 삼십 분도 어려워.”
“그 정도라도 괜찮습니다. 실드를 쳐 주십시오.”
하데스는 지크의 말에 투덜거리더니 공중으로 올라갔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서 거대한 범위의 실드 마법을 가동했다.
츠츠츠츠츠―
거대한 반구 형태의 반투명한 막이 생기면서 성벽을 감싸는 보호막이 만들어졌다.
‘이 정도라면 공중에서의 폭격은 막을 수 있겠지.’
지크는 그 즉시 움직일 준비를 하며 옐린에게 말했다.
“뒤따라오는 병력이 도착하면 성벽에 배치하여 경비대와 함께 올라오는 몬스터들을 막아 주십시오.”
지크의 말에 옐린이 단검을 뽑아 든 채 하데스가 만들어 준 엘프용 헤르시온을 장착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지크 경.”
어제의 순진한 여인의 모습을 사라지고 악명 높은 이슈타르의 비술가로 바뀐 그녀가 눈을 빛냈다.
지크는 성벽을 옐린에게 맡겨 두고 다시 부케팔로스에 올라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는 하데스의 실드에 막혀 도시로 들어가지 못하는 마수들을 향해 성광기로 빛의 철퇴를 내리꽂았다.
콰콰콰쾅!
마수들이 성광기에 맞아 죽으면서 역시나 폭발을 일으켰다.
‘모든 몬스터가 다 폭발할 수 있다면 골치 아프겠군.’
지크는 부케팔로스를 몰고 몬스터 군단이 있는 쪽으로 날아갔다.
이 정도 규모의 몬스터들을 끌어냈다면 이들을 부리는 마족이나 마법사가 근처에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가 용안으로 몬스터 군단과 주변을 살폈다.
그런데 몬스터 군단에서는 마법사나 마족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지크는 인벤토리에서 녹색검을 꺼내 아라타소에게 말을 걸었다.
“아라타소.”
검 안에서 잠들어 있던 아라타소가 지크의 부름에 깨어났다.
[으음, 응? 뭐지. 익숙한 느낌이 나는데.]아라타소는 거대한 몬스터 군단의 기운을 느끼고 깜짝 놀랐다.
[뭐냐 여긴. 마계라도 온 거냐?]“아니, 나락 놈들이 몬스터들을 소환했다.”
아라타소는 지크의 말에 숨을 들이켰다.
[허, 이 정도 규모의 몬스터 군단을 소환할 줄이야. 이 정도면 적어도 상급 마족이 하나 붙어 있어야 할 듯한데.]지크는 아라타소의 말에 인상을 썼다.
“놈들이 상급 마족을 소환했다는 말이냐?”
[그 정도가 아니면 이 정도 규모의 군단을 감당하기는 어렵지. 상급 마족을 온전한 힘으로 불러왔다면 가능할 거다.]지크는 아라타소의 말에 얼굴이 굳어졌다.
진짜 상급 마족이 온전한 힘을 갖추고 지상에 소환된 것이라면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할 수 있었다.
‘반대로 군단을 지휘하는 마족을 죽이면 몬스터들이 흩어질 수 있겠군.’
지크는 하데스가 만들어 낸 실드의 힘을 믿고 우선 몬스터 군단을 넘어 게이트 쪽으로 가 보기로 했다.
군단 내에 몬스터들을 지휘하는 마법사가 없다면 게이트 쪽에 이들을 조종하는 마법진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지크는 부케팔로스의 소환을 해제하고 혼신기 은의 의지를 불러낸 채, 용의 날개로 공중을 날아 은밀하게 게이트 쪽으로 향했다.
하늘 위에서 도시 외곽의 평야를 빽빽하게 뒤덮은 몬스터의 행렬을 볼 수가 있었다.
그것을 내려다보며 지크가 아라타소에게 물었다.
“상급 마족 한 명이 이렇게 많은 몬스터를 움직이는 게 가능한 거냐.”
그 말에 아라타소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상급 마족을 뭐로 보는 거냐. 마계였다면 이런 몬스터들쯤, 이곳을 가득 채울 만큼 움직이는 건 일도 아니지. 내 영지에 가면 내 휘하에 수천 기의 데스나이트들이…….]지크는 아라타소의 말을 흘려들으며 게이트 쪽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때 지크의 시야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저건?’
게이트 앞에 수상쩍은 모양을 한 거대한 제단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제단 위에 검은 로브를 쓴 마법사가 보였다.
다름 아닌 잊혀진 자들의 숲에서 검은 포탈을 만들어 오르크 군단을 현상계로 데려온 그 마법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