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ly I Am a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243
외전) 퍼펙트 엔딩 – 3
제34지구의 한국 서버,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던 전투는 허무하게 끝났다.
어디선가 정체불명의 군대가 등장하는 순간, 모든 게 한순간에 끝났다.
그리고 그 이후, 지금은······.
“오오! 주인님, 이 하찮은 몸뚱이를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이 뼈가 다 닳을 때까지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다소 이상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리치는 무릎을 꿇은 채 만세를 불렀다. 인천 지역을 공포에 떨게 했던 ‘죽음의 조종자’는 사회생활 잘 하는 회사원이 된 것처럼 손바닥을 비벼대는 중이었다.
반면 리치에게 아부를 듣고 있던 흑발 소년, 미르는 귀찮은 표정이었다.
“선생님, 리치들은 전부 빅터 아저씨처럼 저런 우스꽝스러운 말을 써요?”
딱? 딱딱?
“내가 어떻게 알아? 그나저나 이 자식은 도마뱀이 아니라 강아지였나?”
이사벨라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몸 위에 드리운 그림자의 주인을 올려 보았다.
드레이크 킹은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그 긴 꼬리를 이리저리 흔들고 있었다.
하물며 등부터 꼬리까지 빳빳하게 솟아 있던 뿔들이 뒤로 바짝 누워 있는 게, 마치 겁먹은 강아지가 귀를 접은 것만 같았다.
녀석이 큼직한 입을 열어 말했다.
“누님, 저도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최강의 존재인 드래곤을 뵙는 건 처음입니다.”
이사벨라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입 닥쳐. 입에서 유황 냄새나니까.”
이렇게 두 마리의 ‘몬스터 왕’이 항복했다. 아니, 항복을 넘어서 충성을 맹세했다.
랭킹 1위는 그 장면을 바라보며 입을 쩍 벌리고 서 있었다. 다른 플레이어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이 자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이게······ 도, 도대체······.”
그는 고개를 돌려 오른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의 상황도 가관이었다.
“가만히 있어!”
그렇게 소리치고 있는 건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 혜연이었다.
“돌풍이 성질 건드리면 진짜 무사 못해!”
그리핀, 돌풍이의 발톱 아래에는 ‘하피 퀸이’ 깔려있었다. 놈의 온몸은 상처로 가득했는데 돌풍의 날카로운 발톱에 찢긴듯했다.
삐―이!
돌풍이는 성장과 진화를 거듭하며 격을 높였고 이제는 몬스터의 왕, 하피 퀸도 혼자서 제압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하피 퀸도 떨어뜨릴 수 있었다. 다만, 놈은 앞선 두 마리와 달리, 정신적으로 굴복한 건 아니었다.
“큭! 웃기지 마라! 이 하찮은 인간들아! 그리고 너희, 멍청한 배신자들아! 화, 황제께서 너희를 발기발기 찢어버릴 것이다!”
드레이크 킹과 리치는 자신과 비슷한 계열의 상위 개체를 마주했기에 본능적으로 곧장 꼬리를 말았지만, 하피 퀸은 여전히 황제 등급의 몬스터, 그 존재를 숭배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툭―
하피의 머리 옆에 무언가 떨어졌다.
그건, 사자의 머리였다.
“······헉!”
하피 퀸은 화들짝 놀라더니 믿지 못하겠다는 듯 눈을 끔뻑였다. 눈깔을 뒤집은 채 혀를 내빼고 있는, 잘린 사자의 머리······.
“혹시 이게 황제인가?”
머리를 던진 여자가 물었다. 하피는 고개를 들어 올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검붉은 갑주를 입은 여자가 황금색으로 빛나는 대검을 들고 서 있었다.
“······.”
하피 퀸은 대답할 수 없었다. 그리고 더는 감히 저항하지 못했다.
눈앞에 떨어져 있는 사자의 머리가 고양시에서 탄생한 황제 등급의 몬스터······ ‘네메아의 사자’였기 때문이다.
지수는 의기를 잃은 하피 퀸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이러고 싶지는 않았어. 너희도 다 희생자라는 걸 알게 된 뒤로는 찝찝해. 하지만······ 방법은 이것뿐이야.”
하피 퀸은 지수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너희도 우리와 같은 희생자야.”
지수는 그 말을 끝으로 돌아섰다.
지성을 가진 몬스터들의 몸에는 한때 인간이었던 이들의 영혼이 들어 있다.
물론, 몬스터의 몸이 죽는다고 해서 정신이 죽는 건 아니었다. 다른 차원에 육체가 살아있다면, 정신이 복구될 것이었다.
그들 모두를 구하는 것, 그게 목표였다.
그때, 지수에게 랭킹 1위가 다가왔다.
“저기, 몇 가지 여쭙겠습니다.”
그는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물었다.
“······당신들은 도대체 누구십니까? 다른 서버에서 오셨습니까? 혹시 중국입니까?”
지수는 고개를 저었다.
“저희는 한국 사람이에요.”
랭킹 1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럴 것이, 한국 서버를 정리한 장본인이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이었다.
“음······ 당신 같은 사람들이 한국 서버에 있다는 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어요.”
“당연하죠. 저희는 이 세계 사람이 아니에요. 저희는 다른 차원의 지구에서 왔어요.”
다른 차원이라니?
그 대답에, 랭킹 1위의 담담한 표정이 깨지고 그 속에 당황이 피어올랐다.
“예?”
지수는 싱긋 웃어 보였다.
“이제 다 끝날 거예요.”
“······.”
랭킹 1위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지수는 고개를 돌려 저 멀리, 빌딩의 옥상 근처를 바라보았다.
“이 지옥 같은 게임, 곧 끝날 거예요.”
랭킹 1위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정말입니까? 그게 어떻게 가능합니까? 저희는 아직 이 게임의 정체조차 모릅니다.”
후우우우―
그때, 어디선가 돌풍이 불어왔다. 지수의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그녀의 머리카락과 갑옷에 배어 있던 핏물이 등 뒤로 흩뿌려졌다.
다음 순간, 그녀의 머리 위로 스무 척가량의 비행선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했다.
우우우우―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 장면을 배경으로, 지수가 입을 열었다.
“이 게임, 우리가 끝낼 거예요.”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랭킹 1위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표정에는 어느새 경외감이 어려 있었다.
“그런데, 여러분께 부탁드릴 게 있어요.”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어느 빌딩의 옥상에 푸른 일렁임이 피어올랐다.
“이 게임의 끝을 같이 보시겠어요?”
푸른 일렁임은 하이퍼 게이트였다.
그것은 모든 것의 시작, 만악의 근원······ 제0지구로 가는 문이었다.
그렇다.
다중 차원의 플레이어들이, 제0지구의 전선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
최후의 전쟁은 다수의 차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세계수 진영의 플레이어들이 십여 개의 차원으로 뛰어들어, 그곳의 인류, 시스템의 굴레에 묶여 있던 플레이어들을 구출하는 작전을 펼치고 있었다.
그러는 한편, 제0지구에서도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는 중이었다.
덜그럭! 덜그럭!
땅을 뒤흔드는 죽음의 군단 그리고 하늘을 수놓은 날개 달린 언데드와 귀신 무리, 그것들이 세계를 통째로 집어삼키며 나아갔다.
쿠―웅― 쿠―웅―
이어서 그 모든 것들의 가운데 산처럼 우뚝 선, 봉인된 존재, 기간테스까지······.
이와 같은 네크로맨서의 언데드 군단은 검은 연기와 맹독성 비를 몰고 찾아왔다.
군단이 하나의 지역을 휩쓸고 지나가면, 그것들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정점에 이른 네크로맨서는 정말이지······.
재앙, 그 자체였다.
게임으로, 방송으로만 즐기던 것들이 현실에 나타나자 제0지구는 공포에 질렸다.
그리고 그 공포는 감정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현실로써, 물리적인 고통을 선사했다.
지옥이었다.
제0지구의 생존자들이 도망칠 수 있는 곳은 ‘쉘터’라고 불리는 공식 피난처였다.
하지만 쉘터도 쉽게 뚫렸다.
어느 순간, 그들은 깨달았다.
도망칠 수 있는 곳 따위는 없다는 걸······ 적어도 제0지구 내에는 없다.
그렇게 침공 이후 24시간이 지났다.
우우우우―
성우와 경수는 메신저호의 선루 갑판에 서서 낯선 풍경을 내려 보는 중이었다.
“얼추 끝났군요?”
경수가 말했고 성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크로맨서의 진격 앞에 모든 무기를 잃고 플레이어로 전락한 제0지구의 군대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북미 대륙의 뉴욕, 워싱턴, 샌프란시스코 등의 대도시들, 그리고 바다 건너 도쿄와 서울이 정복되었다.
그리고 그 반대편,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또 다른 함대가 모든 도심을 뭉개버리며 북상하는 중이었다.
전쟁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가 서울이라는 겁니까? 저기 경복궁이랑 저 멀리 남산타워 말고는 정말로 말고는 남아 있는 모습이 하나도 없네요. 여기에 오면 괜히 적들에게 동질감이 들 것 같았는데, 그런 기분은 하나도 안 듭니다.”
24세기의 서울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낯선 디자인의 빌딩들이 이리저리 뒤엉켜 있는 광경은, 영화 속에서 유추하던 미래의 풍경과 꽤 흡사했다.
차갑고 기괴한 도심, 부조리와 악이 들끓는 비정한 세계······.
“바퀴벌레 소굴치곤 너무 휘황찬란한데, 당장이라도 깡그리 다 불태우고 싶네요. 그리고 놈들이 그 지옥에서 플레이어가 되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을 지켜보며 팝콘이라도 씹어 먹고 싶습니다.”
경수는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그러면 안 되겠죠. 아무리 복수라고 해도 똑같은 놈들이 될 수는 없잖아요.”
성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언젠가 그들처럼 변하지 않으리란 법은 어디에도 없다. 결국, 똑같은 인류다.’
성우는 제0지구 인류의 처분을 고민했다.
그들에게 ‘게임’을 선사한 건 퍽 재밌었지만, 그걸 계속 즐길 수는 없었다.
‘즐기는 순간, 똑같은 존재가 된다.’
제0지구가 어떻게 타락했던가?
이기주의에서 시작된 생존본능이 욕심으로 번지고, 이내 자극적인 쾌락에 빠져 인간성을 서서히 상실해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사회 분위기와 대중문화가 인류 전체를 서서히 헤어나올 수 없는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다.
악이 되어간 것이었다.
‘그래도 자비는 베풀 순 없다.’
물론 성우는, 그리고 게임에 의해 희생을 당한 모든 플레이어는 한마음 한뜻으로 그들에게 죗값을 물을 생각이었으며 그건 변함없었다. 악은 반드시 죗값을 치러야 한다.
그렇다면 적당한 죗값은 무엇일까?
“저들은 오랫동안 즐겼어요. 그러니 이제 남은 시간 동안은 일해야 할 겁니다.”
수십억에 이르는 ‘유희 범죄’의 죄인들이 일평생을 복구 작업에 동원될 것이었다.
사과나 보상 따위는 필요 없다.
재앙이 휩쓸고 간 세계를 완벽하게 원상 복구할 때까지,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포기할 수 없는 노동을 강제한다.
거세하되 숨은 유지하게 한다.
용서하지만, 고통은 면책하지 않는다.
오로지 피와 땀으로 보상하게 한다.
그게 이번 ‘복수’의 결론이었다.
“나름, 최선의 복수가 되겠군요.”
성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함교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아직 한가로이 미래를 논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일단 놈들의 수뇌부를 찾아야 합니다.”
놈들은 여전히 항전하고 있었다. 포기 못 한 자존심일지, 아니면 다른 희망이 있는 건지, 그들은 지하로 파고 들어가 어떤 계략을 꾸미고 있는듯했다.
‘언제든지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성우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 초지능이라는 엄청난 변수가 기적을 일으켰다.
‘저들에게 역시 그러한 기적이 없으리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현재 시스템의 통제권은 ‘초지능’이 쥐고 있었지만, 놈들이 시스템을 복구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것이었다.
‘변수를 차단하기 위해선 한시라도 빨리 상황을 종료시켜야 한다.’
그를 위해서 ‘쉘터’를 집중공격하는 중이었다. 왜냐하면, 쉘터 내에 시스템을 관리하는 AI인 ‘센티널’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들의 상위 AI인 ‘알파 센티널’을 찾아야만 했다. 그것이 바로 초지능과 견줄 수 있는, 놈들의 유일한 무기였다.
경수가 성우의 뒤를 따라오며 말했다.
“전략 정보국의 정보망에 따르면, 앞으로 21개의 쉘터가 남아 있습니다. 그곳들을 향해 동시다발적인 총공세를 준비 중입니다.”
그 21개의 쉘터 중 하나에 ‘알파 센티널’ 그리고 제0지구의 수뇌부가 있을 것이었다.
***
제0지구의 남극, 어느 비밀 시설의 지하 공간, 그곳에도 쉘터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곳은 최후의 쉘터이자, 세간에 존재 자체가 알려지지 않은 비밀 시설이었다.
일명 ‘아크’라고 불렸는데, 이곳의 대회의실에 제0지구의 지도자들이 모여 있었다.
“······당장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그들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 열띤 토의를 펼치고 있었다.
“전 세계 쉘터의 87%가 함락되었습니다! 우리의 세계가 완전히 무력화되는 건 이제 시간문제입니다!”
“위원장님, 지금 당장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비록 앞으로 나노 로봇을 사용할 수 없어서 복구가 힘들겠지만, 그게 아니면 방법은 없습니다.”
결국 ‘위원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중년 남자가 몸을 일으켰다. 그는 전자 테이블을 작동하더니 어딘가를 향해 명령했다.
“알파 센티널, 위원장이다.”
그러자 천장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위원장님, 말씀하십시오.」
알파 센티널, 그것은 게임 시스템은 물론이거니와 제0지구의 보완을 총괄하는 최상위 등급의 인공지능이었다.
“지금으로서 ‘에어 퍼지(Air purge)’ 작전, 그 최적의 시나리오는 무엇이지?”
「분석 완료했습니다.」
“보고하라.”
「각 대륙에 퍼져 있는 쉘터 중, 총 12개 쉘터에서 ‘웨인 제너레이터’를 이용하여 특수 파동을 방출한다면 정확히 13시간 37분 11초 후, 지구상에 있는 모든 나노 로봇을 작동 정지, 복구 불가 상태에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나노 테크놀로지로 건축된 모든 물체가 붕괴하여 지구 전역에 총 39.4%의 재물 손실이 발생할 것입니다.」
“음······.”
지구상에 퍼져 있는 ‘나노 로봇’만 정리된다면, 시스템은 따위는 무용지물이었다.
그렇다면 제0지구의 발전된 무기 체계로 플레이어들의 공세를 무력화할 수 있었다.
제0지구상의 많은 것들 나노 공법으로 제작된 만큼, 나노 로봇 전체를 셧다운 할 경우, 그 여파가 크겠지만, 감수해야만 했다.
위원장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최후의 수단을 쓴다.”
「알겠습니다. 현 시간부로 에어 퍼지 작전, 실행 준비하겠습니다. 총 45개의 센티널이 동원되는 만큼, 해당 깐 동안 명령 문제 처리에 다소 시간이 소요될 수 있음을 미리 안내해드립니다.」
예상 밖의 ‘오류’ 때문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중이었지만, 이들이 바로 그 시스템의 창조주인 만큼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윙―
위원장의 등 뒤, 거대한 홀로그램 화면이 떠올랐다. 그 화면은 총 20개로 나뉘어 있었는데, 각기 다른 전투의 장면으로 보였다.
“이게 뭐지?”
위원장과 지도자들은 의아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것들을 훑어보았다.
「위원장님, 다시 보고드립니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21개의 쉘터 중, 20개에 쉘터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이곳, 아크를 제외한다면 모든 쉘터가 플레이어들의 공격을 받는 중입니다.」
“······뭐?”
「계산 결과 즉시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7시간 이내에 전부 점령당할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에어 퍼지 작전을 실행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현재, ‘센티널 디비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최후의 수단이 물거품이 된다는 소리였다. 지도자들의 얼굴에서 혈색이 빠져나갔다.
“말도 안 돼! 제32지구 놈들은 그만한 쉘터를 동시에 공격할 병력이 없잖아!”
「그렇습니다. 제32지구에서 넘어온 플레이어 숫자는 총 114,455명입니다.」
그 숫자로는 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 20곳의 쉘터를 동시에 공격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현재, 제0지구 내에 존재하고 있는 ‘적대적 플레이어’의 숫자는 매우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어떻게 늘어난단 말인가? 기껏해야 네크로맨서가 부리는 언데드 군단이 조금씩 증가할 텐데, 그것만으로는 20개 지역의 쉘터를 동시에 공격할 수 없었다.
“그 병력이 어, 어디에서 나오는 거야! 놈들은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지만, 마스터 툴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며? 도대체 어떻게 적들이 계속 증가하는 거지?”
‘마스터 툴(Master tool)’은 게임의 내용을 수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GM과 센티널만이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었다.
그러나 정체불명의 ‘시스템 오류’가 일어난 이후 완전히 막힌 상태였다.
「맞습니다. 마스터 툴 사용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버그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정당한 게임 룰 하에 얻은 힘으로 전투를 수행 중입니다.」
말 그대로, 정당한 방법으로 성장한 플레이어들이 공격을 해오는 중이라는 뜻이었다.
“뭐? 도대체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분석 중입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끔찍한 정적이었다.
「현재 모든 정보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를 총 21개를 선정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현재 상황과 91.5% 일치합니다.」
“그게 뭐야? 당장 설명해!”
「제0웜홀이 외부와 몇 차례 연결된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제32지구의 플레이어들이 다수의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 그곳의 플레이어와 접촉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네크로맨서와 플레이어들, 그들의 작전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제0지구를 공격하는 동시에 다른 차원의 지구를 해방하고 있었다.
「그리고 약 2시간 전, 21개의 차원에서 4억 명의 플레이어가 제0지구로 넘어왔습니다. 그 숫자는 현재도 계속 증가 중이며 현재 추세로 계산할 때 최대 9억 명이 제0지구에 도착할 것입니다.」
적대적인 플레이어가, 그것도 전투를 치를 수 있는 플레이어가 9억 명이나 생긴다고?
“그, 그놈들이······ 전부, 힘을 합쳐서 우리를 공격 중이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게임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그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복수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