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69
0268 대규모 간택사업(1)
“아니 이건 진짜 억까야! 쟤 분명 방플이라니까?”
사랑이 그득그득 담겨 있는 누나 표 점심을 배부르게 먹은 다음, 오랜만에 방송을 켜서 게임을 즐겼다.
물론, 즐겼다는 표현은 조금 어폐가 있을 것 같긴 했지만 말이다.
[흐즈므르 님이 5만 원 후원!] [“즈브 드르그즈 믈르그 흐쓸튼드.”]“아니, 저걸 어떻게 못 본 척하고 지나가요? 나 잡아줍쇼 하고 있었잖아요.”
[ㅋㅋㅋㅋㅋ아 탐스러운 건 못 참는다고 ㅋㅋㅋ] [웰시코기 빵댕이마냥 탐스러운데 참는 게 이상하지 ㅋㅋㅋ] [이상 브론즈들의 대화였습니다.] [ㄹㅇ 물고기가 따로 없네 ㅋㅋㅋ 미끼 있다고 홀라당 낚였잖아 ㅋㅋㅋ] [심해인은 심해인이 된 이유가 있다. 세상에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후원 메시지에 반박하니, 채팅창이 나뉘어 투닥거렸다.
다름이 아니라, 내가 수풀 앞에서 알짱거리던 적을 잡기 위해 찾아갔다가 또 다른 적에게 처치당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건 방플임. 걸리기만 해봐. 바로 영구 밴이야.”
나는 단호하게 카메라를 바라보며 외쳤다. 솔직히 이건 내 잘못은 아니지.
“아이고 속 터져! 거길 왜 들어가나! 끼이익!”
물론, 뒤에서 들려오는 끽끽! 원숭이의 외침은 철저하게 무시했지만.
[돌팔이 님이 5만 원 후원!] [“프로가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바로 심해인을 구경할 때다.”]“음흠흠, 상점에서 뭐 살까나.”
후원 메시지도 무시했다.
그리고, 그렇게 여러 가지를 무시하며 진행한 게임은 아주 익숙한 결과 화면을 보여주며 끝이 나게 되었다.
[분조장 님이 10만 원 후원!] [“신수님 겜하면서 졌을 때 화 안 나요?”]“화가 왜 나요? 삼천 번 지나, 삼천한 번 지나 거기서 거기잖아요. 이젠 해탈했다 이 말씀.”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게임을 막 시작했던 초창기엔 졌을 때 짜증도 나고 했지만, 이젠 정말 조금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지면 지는 거지 뭐.
“뭐, 게임은 이만하면 됐고. 이제 슬슬 방종각이나 잡아야겠네요. 소은이도 집에 올 시간이고.”
[아아아아아 공주님 보여줘!] [공주님 보여주고 가!] [지금 방종한다고? 에바지;] [공주님 안 보여주고 방종하면 구취팔취] [학교 다닌다고 방송 잘 안나 왔잖아 ㅠㅠ 보여줘 ㅠㅠㅠㅠ]방송을 끌 거라는 말을 하니, 오랜만에 채팅창이 대동단결하여 방송의 연장을 요구했다.
아무래도 최근 들어 학교를 다니고, 그 외의 시간에는 열심히 논다고 바쁜 소은이가 방송에 자주 출연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 모습에 고개를 내젓고 있으니, 집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자그마하게 들려왔다.
“다녀와씀미다아아아!”
그리고, 소은이의 우렁찬 외침 역시 뒤이어 들렸다.
[호위기사 님이 10만 원 후원!] [“공주님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공주님!”]“그걸 또 들었네…….”
소은이의 소리를 들었던 건지, 소은이의 팬들이 난리가 났다. 얼른 소은이를 보여달라고 난리를 치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고개를 내젓고 있으니, 방송할 때 쓰는 방의 문을 두드리는지 콩콩 소리가 났다.
“압빠! 압빠!”
소은이가 문을 콩콩 두드렸던 건지, 소은이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어주니 소은이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학교 다녀와씀미다!”
“그래, 잘 다녀왔……?”
인사하는 소은이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나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다름이 아니라, 소은이의 품에 웬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우리 동물원에서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녀석이 말이다.
“소은아, 걘 누구야?”
“오는 길에 만났어!”
“……?”
오는 길에 뭘 했길래 처음 보는 고양이를 품에 안고 오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는 길에 어떻게 만난 거야?”
“우웅, 그게.”
소은이는 자신이 품에 안고 있는 고양이를 어떻게 만난 것인지 이야기해 주기 시작했다.
학교를 마치고 절친한 친구인 지연이와 떡볶이를 먹었다는 이야기부터 시작되었다.
떡볶이를 주문했는데, 아주 단골이 되어 있는 소은이를 알아본 가게 주인이 양을 아주 넉넉하게 준 바람에 배가 너무 불렀다는 것이었다.
“……많이 먹기는 많이 먹었나 보네.”
소은이를 바라보니, 배가 조금 뽈록한 느낌이었다. 더는 못 먹어- 하고 포기 선언을 할 때의 배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웅. 그렇게 많이 먹어서, 엔초를 못 타고 천천히 걸어오는데 얘가 나를 불렀어.”
품에 안고 있던 고양이를 자랑하듯 들어 올렸다.
“요.”
그리고, 녀석이 나를 바라보며 쿨하고 짧게 인사를 했다. 오른쪽 앞발 하나를 턱- 들어 올리면서 말이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그 모습에 어이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못했다.
[펀쿨섹냥 님이 10만 원 후원!] [“냥쩐다! 나한테도 펀쿨섹하게 인사해 줘!”]소은이의 손에 들어 올려진 채, 앞발 하나만 척 들어올리며 인사하는 모습이 무척 귀여웠던 건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좋아하고 있는 것이었다.
“로캣이 인사!”
좋아하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나와 다르게, 소은이는 카메라 앞으로 도도도도- 달려가더니 고양이에게 인사를 시켰다.
아니, 그것보다 벌써 이름도 지어준 거야?
“얘는 로캣이야! 길에서 만난 고양이니까 로캣!”
“……로캣이 로드캣의 줄임말은 아니겠지? 소은아.”
“맞눈데!”
“어이구야.”
마치 어떻게 알았냐는 듯이 놀란 표정의 소은이를 바라보며 이마를 짚었다.
아무래도 작명을 그리 잘 하는 편이 아닌 내 유전자의 힘과, 카페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모인 영지의 영향이 없잖아 있는 것 같았다.
‘남캣도 영지가 지은 이름이었지……. 남자 캣이라고…….’
왠지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기억을 대충 털어낸 나는 소은이에게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들을 물어보았다.
정확히 어떻게 만난 건지, 왜 데리고 온 건지 등등 말이다.
“작은 상자에 로캣이 있었어! 거기서 애웅애웅 울고 있어서, 데려왔어!”
“정말?”
“웅, 사진도 찍어뒀다?”
소은이는 내게 휴대폰을 보여주었다. 자기 셀카와 친구들 사진, 동물 사진이 그득한 사진첩에서 이질적인 사진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바로, 옅은 갈색의 상자 사진이었다.
처음에는 그 사진을 보고, 누가 유기라도 한 건가 싶었지만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그것은 아니었다.
그저, 버려진 상자를 얼기설기 모아서 만들어진 길고양이의 보금자리였다.
“근데 뭐라고 울었길래 소은이가 데려온 걸까?”
“이렇게 귀여운 고양이가 있는데 데려가서 키우지 않을래? 라고 했어! 그래서, 내가 키우기로 했어!”
당돌하게 외치는 소은이의 모습에 약간 황당함이 먼저 들었다. 키우지 않겠냐고 한 고양이나, 냅다 키우겠다고 한 소은이나 황당함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아빠랑 엄마 의견은?”
“……키우면 안 돼?”
“끙…….”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어서 허락해달라는 듯이 바라보는 소은이의 모습에, 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물을 한 마리 더 키우는 거야 어렵지 않았으니 말이다. 동물원에 한 마리 더 늘어난다고 문제가 생기는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히히, 로캣이랑 애들이랑 인사시켜 줄 거야.”
소은이는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로캣을 품에 안은 채 도도도도- 달려나갔다.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진 소은이의 모습에, 나는 다시금 카메라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예전엔 그래도 좀 멀리 나갔을 때, 한 마리씩 데려온 편이었는데……. 이제는 그냥 학교를 다녀오는 길에 데려오네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소은이의 전적을 알려주었다.
캠핑을 가서 데려온 하늘다람쥐 하늘이, 갈라파고스에 가서 데려온 페엥, 호주에 간 김에 싹 쓸어온 동물들 등등. 화려한 전적을 알려준 것이었다.
[ㅋㅋㅋ걔 진짜 야생 출신이었어?] [본격 수집형 생활!] [아 공주님이 가는데 동물들이 따라오는 건 당연한 거라고 ㅋㅋ] [공주님이 선사시대에 살았으면 어땠을까? 사냥 갔다가 사냥을 해 오는 게 아니라 사육을 해서 오지 않았을까?]소은이의 전적을 알려주니, 사람들은 신기하다 말하며 다음엔 어떤 동물을 데려올지 궁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저도 궁금해요. 다음엔 어떤 녀석을 데리고 올 건지.”
솔직히 궁금하긴 했다. 어디서든 한 마리씩 데려오는 걸 봐서는, 언젠간 또 데려올 건 분명했으니 말이다. 도대체 어떤 동물을 데려올지 호기심을 넘어 두려울 지경이었다.
“소은이라면 뒷산에 올라가서 멸종했다고 알려진 녀석들을 데려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지 않아요?”
[ㄹㅇㅋㅋ] [속보)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던 백두산 호랑이, 부산의 야산에서 발견되어 충격!] [남극이나 북극은 절대 보내지 마요. 냉동된 공룡이라도 깨울라;]내 말에 시청자들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며 호응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잠깐 수다를 떨다가 방송을 끝냈다. 방송도 더 진행한데다, 소은이까지 봤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시청자들은 방송 종료를 얌전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렇게 방송을 종료하고 컴퓨터까지 끄고 거실로 나간 나는, 기괴한 풍경 하나를 볼 수 있었다.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선생님이 새로 온 친구를 괴롭히는 건 나쁜 아이라고 했어. 남캣은 나쁜 아이가 아니니까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야.”
“로캣이도 그러면 안 돼. 처음 봤으면 사이좋게 지내려고 해야지, 싸우고 그러면 안 돼.”
바로, 소은이가 거실에서 남캣과 로캣 두 녀석의 앞발을 하나씩 붙잡고서 설교를 늘어놓고 있는 모습이었다.
소은이가 하는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 보니, 두 녀석이 가볍게 한 번 다툰 것 같았다.
거실에 널브러져 있던 남캣은 제 영역을 침범한 로캣을 경계했고, 이제 이곳을 자신의 영역으로 삼으려던 로캣이 그런 남캣을 보며 경계한 것이었다.
그렇게 두 녀석이 서로를 경계하다가, 냅다 치고받은 것이었다. 물론, 괴물 고양이라는 별명이 있는 남캣에게 얻어맞은 로캣이 나가떨어졌지만 말이다.
“또 싸우면 안 돼. 약속.”
소은이는 콧잔등만 계속 핥아대는 두 녀석의 앞발을 맞대게 해주었다.
드디어 풀려날 기미가 보였기 때문인지, 두 고양이들은 눈빛을 주고받으며 얼굴을 비벼댔다. 마치 ‘우리 이제 친해요! 그러니까 잔소리 그만…….’ 하고 표시하는 것 같았다.
“뭐……. 잘 지내면 되는 거지.”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어깨를 으쓱이며 물이나 마실 겸 주방으로 향했다.
물론, 반쯤 본능적으로 촬영한 영상을 아웃스타에 업로드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아웃스타에 업로드한 그 영상이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냈다.